[인터뷰] “제주 화장품, 홍콩서 35억 ‘잭팟’…이제는 ‘AI·데이터’ 입고 세계로 뛴다”
제주테크노파크 정용환 청정바이오사업본부장
입력 2025.12.15 06:00 수정 2025.12.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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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는 생물과 같습니다. 어제 북적이던 골목이 오늘은 한산하고, 바이어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이동합니다.  ‘청정 제주’의 강점에 데이터와 기술을 결합하자, 까다로운 글로벌 바이어들이 확실히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46개국 2688개 기업이 몰려 치열한 격전을 벌였던 ‘2025 홍콩 코스모프로프 아시아’에서  제주TP는 △대한뷰티산업진흥원(KBID) △유앤아이제주 △제주인디 △더로터스 등 4개 기업의 부스 운영을 지원했다. 전시장을 누비고 다녔던 그는 “총 68건의 바이어 상담이 진행됐고, 약 35억원 규모의 수출 협약 및 계약이 추진되는 등 기대 이상의 결과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 본부장은  홍콩 전시회  성과의 배경인 ‘AI 대전환(AX)’ 에서 제주 뷰티 산업의 다음 도약점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14일 홍콩코스모프로프 제주기업관에서 만난 정용환 본부장. ⓒ화장품신문 김유진 기자 

“성과는 단발이 아니다…3회 이상 누적되면 바이어가 움직인다”
정 본부장은 이번 성과가 우연한 ‘행운’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글로벌 전시는 준비와 반복이 누적될 때 비로소 신뢰가 구축된다는 것이다.

“실무진들의 보고와 현장 반응을 종합해 보면, 최소 3회 이상 꾸준히 참여했을 때 바이어들이 해당 브랜드를 기억하고 신뢰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꾸준함이 성과의 핵심입니다.” 

홍콩 전시회에서 제주 기업들은 마스크팩·크림·앰플 등 주력 제품 70여종을 선보여 유럽 바이어들의 높은 관심을 이끌어냈다. 정 본부장은 제주인디를 대표 사례로 언급했다.

“3월 이탈리아 볼로냐 박람회에서 만난 유럽 바이어와 꾸준히 협상을 이어온 끝에 이번에 마스크팩 초도 물량 3만장 수출이 확정됐습니다. 바이어가 직접 제주 공장을 실사하고, 제주TP의 CGMP·ISO 22716 인증 시스템을 확인한 뒤 ‘품질이 뛰어나다’며 바로 계약을 체결했죠. 현재 공장이 풀가동 중입니다.” 

이 사례는 제주의  ‘청정 원료 스토리’에 탄탄한 제조 인프라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 본부장은 내년에는 단순 부스 지원을 넘어, 연초부터 참여 기업을 조기 선정해 준비 기간을 늘리고, 개방형 매대와 생동감 있는 디스플레이를 도입해 바이어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제주 화장품 산업은 2003년 제주도가 ‘건강·뷰티 생물산업’ 육성에 나선 이후 약 350여개 기업이 활약하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양적 성장 이후의 과제로 정 본부장이 지목한 것은 ‘질적 고도화’다. 

그 중심에는 디지털 전환(DX)과 AI가 있다. 제주TP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의 ‘제주 중소 바이오 AX(AI Transformation) 성장동력 구축 사업’에 선정됐다. 2026년 말까지 국비·지방비 총 232억4000만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정 본부장은 “과거 맞춤형 화장품 사업은 시도는 좋았지만 데이터 활용과 수익 모델에서 아쉬움이 남았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번 AX 사업을 통해 제주 바이오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AI 컴퓨팅 인프라와 테스트베드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제주도민의 유전체 빅데이터와 라이프로그를 융합한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정밀 맞춤형 화장품과 식품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제조 중심 산업에서 ‘데이터 기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체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지난달 29일 문을 연  제주 체험형 뷰티라운지 ‘In Beautiful Jeju’ 개소식 모습, 정용환 본부장(사진 앞줄 왼쪽 첫번째), 지영흔 제주TP 원장(세번째) ⓒ제주TP

AI 체험 접목한 체험형 뷰티라운지 ‘In Beautiful Jeju‘오픈
해외 시장 공략과 함께 내수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거점 마련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TP는 지난달 29일, 제주시 원도심 칠성로(중앙로 7길)에 제주 체험형 뷰티라운지 ‘In Beautiful Jeju(인 뷰티풀 제주)를 정식 오픈했다. 170㎡(약 50평) 규모의 이 공간은 단순한 홍보관이 아니다. 제주 화장품 30여 기업의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상설 판매장이자 복합 문화 공간으로 구성됐다.

정 본부장은 “과거 중문 면세점에서 스마트 미러 기반 피부 진단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을 때 매출이 25% 이상 증가하는 것을 봤다”며 “이런 AI 체험 요소를 뷰티라운지에 도입해 방문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입지 선정에는 지역 균형 활성화라는 정책적 의도도 담겼다. “상권이 노형·연동으로 이동하면서 침체된 칠성로·탑동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크루즈 관광객과 MZ세대를 타깃으로 다양한 팝업 행사와 이벤트도 연계할 예정입니다.”운영은 공개 모집을 통해 선정된 화장품 유통 전문기업 ‘제이어스’가 맡는다.

스타 브랜드 필요, 상위 50개 기업 중심 성장 견인
정 본부장은 제주 화장품 산업의 과제를 ‘구조적 양극화’에서 찾았다.“350여 기업 중 매출 100억원 이상의 앵커 기업이 부족하고, 영세 기업이 많아 경기 변동에 취약한 구조입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선택과 집중’이다. 

“성장 잠재력이 확인된 상위 50여 기업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지원해 확실한 스타 브랜드로 키울 계획입니다. 동시에 소규모 기업들은 뷰티라운지 같은 공동 판매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판로를 넓힐 수 있게 돕겠습니다.”

과거 제주TP가 한불화장품과 협력해 개발했던 ‘레오롬(Reorom)’ 브랜드 등 사장된 자산의 재활용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그는 “브랜드 가치가 남아 있는 자산들을 법적 검토를 거쳐 현지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정 본부장은 제주 화장품 산업의 다음 목표를 명확히 말했다. “제주 화장품은 더 이상 ‘청정 이미지’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독자적인 기술력과 탄탄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테크 뷰티’로 진화해야 합니다. 앞으로도 제주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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