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약가인하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제약업계에 3월 15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발효는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지식재산권의 강화로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발효와 동시에 시행되며, 약가결정과정에서 제약사가 이의신청을 하는 '독립적 심의절차'과정이 새롭게 도입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제네릭 중심의 국내 제약업계의 피해는 예상보다 훨씬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월 15일 0시를 기점으로 한미FTA가 발효되며 제약업계의 환경이 변화했다.
오늘부터 제약사가 제네릭의약품의 허가를 신청할 시, 허가 신청자는 통보의무에 따라 특허권자에게 허가신청사실을 통보해야 하며, 시판방지조치의무에 따라 특허권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일정기간 허가가 중단된다.
단, 시판방지조치의무는 추가협상으로 3년의 유예조치를 받아내 실제로는 시판금지조치는 2015년 3월 15일부터 발효된다.
또한 특허목록에 대한 등재신청에따라 식약청장이 등재여부를 결정하면 의약품 특허목록, 즉 그린리스트를 작성해야한다. 미국의 오렌지북과 동일한 것이다.
◆면밀한 특허회피 전략 구사 필요
허가특허연계제도는 지난 1987년 물질특허 도입 시 이미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와 특허권 효력 범위제한이 일부 도입됐다.
정부가 이번 한미FTA에서 통보의무와 시판방지금지조치가 추가되는 것으로 이미 제약사들이 어느정도 허가특허연계제도하에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 일리가 있다는 것.
다만, 제네릭이 주를 이루는 국내 제약업계 특성상 추가되는 조항이 지금보다 국내 제약업계의 제네릭 의약품 발매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한다.
그동안 제약업계는 다국적 제약사와 다수의 특허소송을 치른 바 있고 승소한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한미FTA 체결 이후 허가특허연계제도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준비를 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국내 업계의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은 기존보다 훨씬 면밀한 특허 분석과 검토를 통해 특허회피전략을 구사할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열린 '특허침해소송 회피를 위한 전략 국제세미나'에서 Dzwonczyk 변호사는 글로벌 제네릭사의 특허회피 사례를 소개하며 "등재된 특허를 비롯해 등재되지 않은 특허도 살펴야 하고, 허여는 됐지만 아직 등록되지 않은 특허, 공개출원 특허 등 다각도로 특허를 고려해야 특허침해소송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한 바 있다.
국내 제약사는 이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국적 제약사가 에버그리닝 전략을 구사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특허침해소송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각적인 분석과 검토를 토대로 특허권 대응방안이 필요하다. 다국적 제약사의 에버그리닝 전략이 확대될 것이 확실하므로 특허를 비침해하거나 특허 무효전략을 확실히 해야 한다.
다국적제약사들은 물질특허 외에도 조성물, 제형, 용도 등 다양한 특허를 등재해 제네릭사의 특허도전을 어렵게 하고 제네릭의 출시를 지연시키곤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품목 허가 신청 전에 미리 특허 무효 및 권리범위 확인 심결 또는 판결을 받아놓는 것이 유리하다. 1심 판결만 받아도 통보의무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단, 그 전에 특허에 대한 확실한 분석은 필수다.
1심에서 무효판결을 받았더라도 상급심에서 원 특허권자의 손을 들어주게 되면 그동안 누렸던 이익과 원특허권자의 손해에 대해 배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허가특허연계제도 세부조항 마련 시급
허가특허연계제도에 대해 국내 제약사의 적극적인 특허 도전과 더불어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지적이다.
허가지연기간과 퍼스트 제네릭의 독점권 기간에 대한 이야기다.
업계에서는 보통 소송 다툼에 걸리는 시간이 1년임을 고려해 허가지연기간을 1년 정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약품 특허관련 전문가인 안소영 변리사는 “특허에 도전한 퍼스트 제네릭의 독점권 부여 기간은 미국과 다른 국내 사정상 180일은 짧고 이 역시 1년은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식약청의 허가특허연계제도 세부운영요령이 발표되긴 했으나 업계의 의견수렴을 더 받아야 하는 부분이 남아 있다.
보건복지부 홍정기 과장은 "얼마만큼의 자동정지기간을 줄 것인지, 특허 도전자 승소시 독점권을 어느정도 줄 것인지는 복지부, 식약청, 전문가가 모여서 빠른 시일 내에 약사법을 개정토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물론 3년의 유예기간이 있기는 하지만 한미FTA가 발효된 시점에서 하루빨리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한 업계로써는 허가지연기간과 퍼스트 제네릭의 독점권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은 아직도 결정되지 않은 것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우물안 개구리'는 옛말...세계 시장 진출 시동
여러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미FTA는 국내 제약업계가 한단계 도약하는 발판이 될 수도 있는 부분도 존재한다.
더이상 좁은 국내 시장에만 머무르지 말고 글로벌 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내 제약사의 R&D 투자와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 제약사 중 올해 일괄약가인하와 한미FTA를 맞아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제약사가 늘고 있다.
한미약품의 경우 다국적제약사인 MSD와의 계약을 통해 50여개국에 아모잘탄을 수출하고 있다.
그 외에도 동아제약, 대웅제약 등 국내 제약사들은 의약품 해외 수출, 신약의 해외 임상시험 진행 등으로 세계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앞으로 허가특허연계제도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으로 안소영 변리사는 “ 궁극적으로는 특허권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 숙제다. 신약특허권을 가져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