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의·약·정, 대체조제 의견 접근
약사법 개정과 분업제도 개선을 위해 개최된 「의·약·정 협의회」가 지난 31일 1차회의를 시작으로 3차에 걸쳐 개최되었으나 의·약계의 현격한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결렬되었다. 그러나 2차회의서 구성된 실무소위원회에서 의사의 사전동의를 전제로 한 대체조제 방법·범위 등에 대해 의견을 접근시킨 것으로 알려져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31일 열린 제1차 의·약·정 협회의는 대체조제 금지·일반약 판매제한·의약품 재분류 등을 놓고 의·약사 직능간 첨예한 입장차를 드러내 협상타결의 전도가 험난함을 예고했다.
전 국민의 주시속에 협상테이불에 마주 앉은 '의·약·정'협의는 정부의 주도로 이성적인 자세로 국민불편의 문제를 풀어가기 보다는 상대의 전문적 직능을 무시하면서 파국이 예상되었다.
1차회의는 일단 탐색전으로 전개된 가운데 의·약계간 협상을 본격화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과 양측이 제안한 의견을 정리하는 선에서 끝나 본격적인 논의를 2차회의로 넘겼다.
이날 1차회의에서는 양측에서 토의안건을 제시하여 △처방전을 상품명으로 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대체조제 문제 △처방전을 일반명으로 기재 △일반의약품의 최소 포장단위(7일이상)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사항 △일반의약품 낱알판매 금지조항 유예조치 삭제 △의약품 판매의 정의규정 △조제시 끼워팔기 금지 △분업 위법행위에 대한 시민포상제 △처방전 관련사항 △의약분업 예외규정(21조4항) 관련 △약사의 의무사항 △의약품 재분류(처방약·비처방약) 등 12개 안건으로 조정되었다.
1일 오후 3시 속개되어 처방전 발행에 있어 일반명·상품명 기재를 둘러싸고 의견을 개진했으나 결론 없이 산회했다. 그러나 실무소위원회의 비공개 협의에서는 완전한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상당히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제2차 회의에서는 상품명과 일반명의 처방전 기재(상품명·일반명) 방식을 둘러싸고 의·약계가 팽팽하게 대립한 가운데 실무소위원회를 구성하면서까지 의견접근을 모색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함으로써 심각한 진통을 겪었다.
최선정 복지부장관의 주재로 열린 의·약·정협의회 2차회의에서는 양측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체조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전제로 예외적인 허용범위와 처방전 기재 방식을 둘러싸고 의약계가 의견을 개진했으나 원점에서 맴도는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약사회측은 분업의 갈등 원인이 되고 있는 대체조제 금지는 특정회사의 특정제품을 지정하는 상품명 처방방식에 문제가 있으며, 분업시 약국에서 처방약 구비에 어려움이 있어 일반명으로 처방이 발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에 의사회측은 일반명으로 처방했을 때 약화사고 책임문제가 발생될 수 있으며, 일반명으로 처방했을 때 약화사고가 10배이상 빈도가 높다는 보고가 있다고 발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2차회의는 12개 안건 중에서 첫 번째인 '처방전을 상품명으로 하는 경우 발생하는 대체조제문제'에서 첨예한 시각차를 보이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의사회측은 국민불편 해소를 위해 약국에서 처방약 준비를 위해 상용약 목록 리스트를 제공하여 협조하겠으나 성분명으로 처방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동일성분의 제제라도 많은 부작용이 있고 또, 대체조제는 환자의 상태를 관찰할 수 없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이에 대해 약사회측은 의약분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처방약 목록을 내주지 않아 처방약 구비에 어려움이 있으며, 환자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일반명으로 처방하면 무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2차회의는 3차에 걸친 정회를 가지면서 마라톤협상에 들어갔으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양측이 3명씩 소위원회(약사회측 문재빈·원희목·이영민, 의사회측 김세곤·이창훈·신상구)를 구성하여 집중토의를 벌여 의견을 접근시킨 것으로 알려져 향후 추이가 주목되었다.
합의안 도출에 기대를 모았던 의·약·정협의회 3차 회의가 2일 오후 8시에 재개되었으나 서로간의 입장차이만 확인한 채 결렬되어 4차회의 일정도 복지부의 국감과 의료계의 협상중단 선언으로 확정하지 못함으로써 향후 재개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3차협상에서는 일반의약품의 포장단위와 낱알판매금지조항 유예조치 삭제 등 임의조제 부문을 중심으로 격론을 벌였으나 3일 새벽 4시 30분까지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채 중단되었다.
약사회는 임의조제와 관련, 국민의료부담은 물론 동네약국과 국내제약산업의 현실을 감안, 의료계가 주장하는 일반의약품의 최소 포장단위(7일이상) 주장과 낱알판매 금지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에 의료계는 국민의 불편을 가져 온다는 문제보다 약사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규제, 완전의약분업의 실현으로 장기적으로 국민건강을 더욱 도모할 수 있을 것이며, 낱알판매 금지와 포장단위 규제가 국민들의 불편을 다소 가져올 수 있겠으나 이는 단순의약품의 대폭확대와 슈퍼판매로 충분히 보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사회는 조제 및 판매기록부와 관련, 의사들이 약사들에게 조제 및 판매기록부를 작성토록 강요하는 것은 직능에 대한 침해라며 일반의약품을 판매하고 기록을 남기는 것에 대해 의료계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고 강력히 반박했다.
이날 의·약계는 시민포상제도 실시와 주사제와 처방전 관련사항, 의약분업 예외규정 관련등 앞서 논의된 대부분 사안에서도 기존의 주장을 반복하며 입장차를 드러냈으며, 상호의 직능에 대한 비하발언이 감정싸움으로 번지면서 정회를 반복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특히 의료계의 전공의대표가 "임의조제로 인한 피해사례가 수없이 많다"며 "진료행위에서 의약은 반드시 종속관계이며 약사의 low information에 의한 진료행위는 안된다"고 말하자, 약사회 대표들은 "다른 직역에 대한 의사들의 상대적 우월감이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 되어왔다"며 "약사의 직능을 깍아내리고 무시하는 것을 감당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해 회의가 중단되기도 했다.
의·약·정 2차회의 실무소위는 의사의 사전동의를 받은 대체조제의 경우 생동성품목으로 가능토록 의견을 접근시켰다.
대체조제 범위와 처방전 발행방식을 둘러싸고 극한적인 대립를 보였던 의·약·정 2차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된 실무소위에서 의사의 사전동의를 받은 대체조제는 환자에게 알려야 하며, 생동성 인정품목으로 대체하여 사후통보할 수 있도록 원칙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새벽 마라톤회의로 진행된 의·약·정협의회 제2차회의 실무소위에서는 개별 의료기관은 처방약 목록을 지역의사회에 제출하고 지역의사회는 적정 품목을 조정하여 지역약사회에 제공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또한 지역 약사회는 약국에 통보하여 처방약을 구비토록 하고 어려움이 있을 때에는 지역의사회와 약사회가 협의하여 품목을 추가하거나 변경·조정할 수 있도록 했으며, 목록변경시 의사회측은 약사회에 30일전에 통보하도록 했다.
특히 지역의사회가 통보한 목록에 등재된 동일성분의 다른 품목을 처방하는 것은 담합의 유형으로 보며, 관외 의료기관 처방전 소지환자에 대해서는 약국소재 지역의 의약품 목록을 기준으로 조제하고 이 경우 의사에게 사전동의 또는 사후통보하고 환자에게 알리도록 했다.
소위에서는 또 종합병원 원외처방전 문제 해소를 위해 대체조제 상담실을 설치 운영하며, 대체조제 사후통보는 1일이내를 원칙으로 하고 부득이한 경우 3일 이내로 하기로 했으며, 생동성 품목이더라도 의사가 대체조제 불가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의사의 사전 동의없이 대체조제할 경우 약화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사에게 책임이 없으며, 같은 품목의 함량이 다른 동일제형으로 동량을 투약하는 것은 생동성 인정품목의 경우와 같도록 했다.
강희종
2000.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