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식약청 성급한 조치로 업계 피해
페닐 프로파노라민 함유제제에 대한 식약청의 제조·판매 금지요청에 대한 업계와 식약청의 입장을 정리한다.
제약업계는 PPA 함유 감기약과 다이어트약에 대한 식약청의 조치와 관련, "한마디로 너무 성급하게 처리, 업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며 식약청의 처사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미국 FDA가 6일 PPA제제의 부작용문제를 발표한 뒤 이틀만에 식약청이 제조회사에 자진 제조 및 판매중지 요청이라는 형식을 빌어 사실상 판매금지 조치를 취한 것은 이같은 조치가 약업계에 미칠 일파만파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편의주의라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제약업계는 국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에 의원들의 추궁을 사전봉쇄하기 위해 당국이 적정한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일단 판매금지 등 조치부터 취하고 난 뒤 뒷처리를 하려는 다분히 국회를 의식한 발상이 아니냐며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PPA의 부작용이 있다 하더라도 장기간 대량복용하는 다이어트약(1정당 PPA 75mg 이상)은 큰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단기간 소함량 복용하는 감기약(1캅셀당 PPA 40mg 전후)은 별문제가 없는데도 PPA함유제제는 함량에 관계없이 모두 판매금지 조치를 한 것은 도처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제약업계는 미국 FDA의 발표 이후 일본, 호주, 동남아, 유럽각국이 미 FDA의 조치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감기약에 대한 제조 및 판매금지 조치는 취하지 않거나 취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우리나라만 이같은 조치를 취한데 대해 의아스럽다는 것이다.
모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수십년동안 PPA가 함유된 감기약을 판매해 왔지만 졸음이외에는 아직까지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외국에서도 직접적으로 지난 33년간 44건의 부작용보고만 있을 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입증된 만큼 이번 조치는 수긍하기 힘들다는 견해를 밝혔다.
제약업계는 식약청의 조치로 당장 입게 되는 피해를 걱정하고 있는데 성수기를 맞아 해당품목을 대량 공급, 대대적인 마케팅에 돌입한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언론에 보도돼 매출 감소는 물론 반품까지 일어나 폐기처분해야하는 등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제약업계는 특히 오랜기간 동안 대중광고 등을 비롯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비용과 노력을 투입, 브랜드파워를 길러놓았는데 이같은 노력이 일거에 물거품이 됐다며 허탈감과 함께 식약청을 원망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식약청의 성급한 조치를 비난하면서도 PPA의 부작용은 엄연한 사실인 만큼 처방변경 등을 비롯 허가작업에 착수, 후속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기존에 개발한 비PPA 감기약에 대한 대체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도매업계는 이번 식약청 조치에 대해 추이를 관망하고 있지만 내심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감기 유행철을 맞아 많은 업체가 PPA제제 함유 감기약을 2천∼3천만원 가량 구입했으나 이번 조치로 헛고생을 면치 못하게 됐다.
현재 식약청 조치가 권고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일단 주문이 들어오면 판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재고 부담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졸속에 골병'이라는 표현으로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때문에 도매업계는 제약사의 자주적인 회수를 기대하고 있다.
확실히 결정된 사항이 없는 이상 대량 반품으로 제약사를 곤혹스럽게 하기 보다 제조사가 직접 회수에 나서 원만한 반품이 이뤄지기를 희망하는 것.
또 부작용을 토대로 제조·판매금지 요청이 이뤄진 만큼 도덕적 측면에서 유통시키기는 껄끄럽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편 아직까지 도매상에는 개국가의 주문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업계는 PPA함유 제제의 부작용 보고와 식약청의 갑작스런 이번 결정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도매업계는 이번 조치가 어떻게 풀려나갈지에 대해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다소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다.
식약청은 PPA함유제제에 대한 제조업자의 자발적인 판매 중지 요청은 국민의 건강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식약청은 PPA함유제제에 대한 판매중지는 권고사항이며 향후 업계의 의견과 미 FDA의 후속조치·선진국의 사례를 분석 검토한 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식약청은 FDA보고에 따르면 체중조절목적으로 PPA함유제제를 복용한 여성은 복용하지 않은 여성보다 16배, 비충혈제거 목적으로 복용한 여성은 복용하지 않은 여성보다 3배 더 뇌졸중 발생빈도가 높다.
또 미 FDA 연구 결과는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성은 주로 여성에게 나타났으나 남성도 위험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출혈성 뇌졸중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으나 발생하면 그 증상이 심각하고 누가 위험할 것인지 미리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코감기치료 또는 식욕억제의 목적으로 이 약을 사용해야 할 유용성을 확인하기 곤란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약청은 96년 PPA함유제제와 관련하여 출혈성 뇌졸중 발생 위험성에 대해 이미 경고했고 금년 9월부터는 오남용 우려의약품으로 지정, 의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투약되고 투약기록을 철저히 관리토록 조치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식약청은 최종 조치시까지 PPA함유제제의 처방 조제 투약시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는 등 신중을 기하고 환자에 부작용을 충분히 설명토록 의·약사에게 당부했다.
▲PPA는 어떤 약물?
PPA는 처방용 및 OTC 비충혈 제거제에 사용되는 성분으로 코막힘 등의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식욕을 조절하는 효능이 있어 OTC 체중조절제에도 사용되고 있다.
▲PPA가 함유된 제품들이 오랜 기간 동안 사용되어 왔음에도 불구, 이 약물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하는 이유는?
FDA는 지난 5월 11일 예일大 의대 월터 커난 교수 연구팀으로부터 PPA 복용群의 경우 비 복용자들에 비해 출혈성 뇌졸중 발병환자 수가 훨씬 많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논문을 제출받았다.
비록 실제로 뇌졸중이 발생한 환자수는 매우 적었지만, 발병환자들의 증상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던 데다 어떤 유형의 사람들에게서 뇌졸중 발병위험률이 증가하는지 사전에 예측할 수 없다는 점, 발병자들의 연령이 낮은 편이었다는 점 등이 FDA가 PPA의 안전성에 주목하게 된 직접적 동기로 작용했다.
▲기존에 알려져 있는 PPA의 부작용은?
신경을 날카롭게 해 불면증과 소화불량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심장을 빨리 뛰게 하므로 혈당치를 증가시키는 작용이 있다.
따라서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갑상선기능항진증 등을 앓는 환자들은 사용을 피하도록 권장되어 왔다.
▲PPA 함유약물을 사용할 경우 위험성이 가장 높은 그룹은?
예일大 연구팀은 여성들에게서 출혈성 뇌졸중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성들도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족 중에서 PPA 함유약물을 복용한 사람이 있다면?
예일大 연구팀은 여성들이 체중조절이나 비충혈 완화를 위해 PPA 함유약물 복용을 시작한 후 3일이 경과한 시점에서부터 뇌졸중 발생위험률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즉각 관련약물 복용을 중단하고 다른 대체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PPA를 함유하지 않은 제품들이 발매되고 있으므로 적절한 약물선택을 위해 약사와 상의해야 할 것이다.
유성호
2000.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