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② 물류협동조합 탄생
조합 "물류기능 주업무 상류는 훼손 않해"
업계 "대형 도매상 일뿐 기대효과 회의적"
국내 의약품 유통현황
정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 유통현황은 경로의 복잡성으로 인해 부조리 발생 개연성이 높은 점을 첫 번째 문제점으로 손꼽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시각이 결국 의약품 유통에 '칼'을 들이대게 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의약품 제조업소 250개, 수입자 800개, 도매상 400개, 요양기관 3만8,000개 등 총 3만9,450개 업소가 혼재하면서 국내서만 4가지 경로를 통해 의약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이같은 복잡한 유통과정 때문에 제약사의 판관비가 타 업종에 비해 높고 과당경쟁으로 인한 불공정 거래행위가 잔존해 국민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품종 소량배송으로 9.9%에 달하는 과다한 물류비 비중이 발생,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진단이다.
외상매출금 회수기간이 지연되는 것도 경영난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물류협동조합 추진경위
정부는 의약품유통체계를 합리화해 과다한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의약정보의 공유화 및 가치창출을 통한 의약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의료비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하여 의약품유통개혁방안을 지난 98년 9월에 공포했으며 이 과정 속에 의약품물류협동조합 설립방안이 제시됐다.
이후 1년간 논의와 준비 끝에 도매업체와 제약업체가 공동으로 출자한 가칭 한국의약품물류협동조합(이하 조합) 발기인대회를 99년 8월20일 개최해 탄생에 서막을 올렸다.
조합은 국민건강보험법 제43조 제8항에 설립근거를 두고 동법에서 위임한 '의약품물류협동조합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이 대통령령으로 올 3월27일 공포되어 조합설립의 법적근거가 완비됐다.
조합에 따르면 현재 참여조합원수가 도매 99개사, 제약 48개사 등 총 147개사(22%)로 이번 시행령의 통과로 조합설립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설립될 조합에게 요양기관에서 사용되는 의약품에 대한 보관·배송 등의 업무를 전담케 해 요양기관의 재고비용 감소와 공급업체의 과다한 물류비용을 절감시킨다는 방침이다.
또 복수의 물류조합을 허용해 경쟁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또 요양기관에서 청구한 의료보험 약제비를 보험자로부터 조합이 직접 수령해 제약사와 도매업체에 배분, 요양기관에서 약가마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등 의약품 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한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공급업체가 병·의원 및 약국에 공급한 의약품의 거래내역(의료기관·약국별, 제품별 공급단가·수량 등)을 복지부에 보고토록 하는 내용의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 중에 있는 가운데 조합을 이용할 경우에는 별도 보고를 면제해 주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공동물류센터 운영방안
규정에 따르면 조합은 비영리법인으로서 요양기관에 공급하는 의약품 등의 보관·배송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의 수령대행 및 조합원에 대한 지급·정산업무를 수행한다.
또 조합원에 대한 물류사업자금의 대부·차입업무, 조합원물류사업에 대한 지도·교육·연구사업 및 복지후생사업 외에 복지부장관으로부터 위탁받은 업무를 수행하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조합에서는 의약품의 다품종 소량거래 및 중복배송에 따른 물류비 증가, 물류인프라 부족 및 다국적 유통업체의 진출 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의약품 공동물류센터를 구축할 계획으로 있다.
조합은 최초에 공동물류센터 구축을 검토하면서 임대안, 아웃소싱안, 신축안 등 3개 대안을 검토해 그중 가장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대안으로 신축안을 채택했고 투자비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중앙 물류센터를 1개소 설립하고 지방물류센터는 크로스 도킹 포인트(cross-docking point)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구축 전담사업자로는 현대산업개발, 삼성테크윈, 앤디에스 컨소시움이 선정돼 기본설계용역 및 정보전략계획 보고서가 완료된 상태며 경기도 안성에 1만8,000평의 부지를 구입한 상태다.
5월 조합설립과 함께 착공에 들어가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하고 있다.
조합에 따르면 공동물류센터는 경기도 안성의 중앙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전국을 16개 권역 38개소 지역배송센터를 연결해 12시간 이내 배송서비스를 실현할 예정이다.
중앙물류센터는 의약품의 통합보관 및 지역배송센터의 수송기지 역할을 수행하며 지역배송센터는 지역배송권역내 요양기관에 의약품을 배송하고 지역내 도매업체로 중계수송을 담당해 무재고센터의 역할을 수행한다.
조합은 국내 의약품 총 생산량의 80%까지 취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조합원들에게 물류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수익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부대 사업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공동물류센터 기대효과
용역보고서 결과에 따르면 공동물류센터를 이용할 경우 전국 판매물류비 절감액은 제약업체의 경우 연평균 1,062억원, 5년간 누적액은 5,309억원, 도매업체의 경우 연평균 220억원, 5년간 누적액은 1,100억원의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반품 및 폐기물류비 절감과 물류력강화에 따른 판매능력 향상 등을 금액으로 추산하면 연간 800억원, 5년간 누적액은 3,998억원의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계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요양기관의 재고절감 금액이 연평균 4,662억원, 5년간 누적액은 2조3,000억원의 절감효과를 감안하면 총 절감액은 연간 6,703억원, 5년간 누적액은 3조4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합은 이같은 근거로 공동물류센터를 이용하면 제약업체의 경우 품목별, 물량별 그리고 현재의 물류시설 현황에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또 매출채권 회전기일의 단축, 안정적인 물류기지 확보, 물류 운영상의 유연성을 확보 등 기대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문제점
조합의 문제점은 유통정보시스템과 맞물려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도매업계 내부에서조차 거대 도매상이 하나 더 만들어지는 것일 뿐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대형 도매상들의 조합 참여가 부진하고 특히 상류기능 충돌로 기업의 존재가치를 잃게될 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같은 우려의 발생 원인은 조합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조합은 "도매업체는 더 이상의 현실 안주적인 사고로는 향후 다국적 유통회사 및 대기업의 시장잠식에 대처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공동물류센터는 물류기능만을 담당할 뿐이지 공급업체의 상류기능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또 "조합에 참여하면 물류비 절감은 물론 조합을 통한 새로운 활로를 개척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도 의약품 유통 비리 근절의 핵심적 열쇠는 '대금 직접지급'이 아닌 만큼 유통정보시스템이나 물류센터는 새로운 경비를 발생시킬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학계에서도 물류조합이 효율적으로 운영돼서 가격결정을 합리적으로 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으며 오히려 준공공성을 가짐으로써 관료적 비효율성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연구기관에서 조차 정부가 약제비 직접지급제도의 지원 수단으로 물류조합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합은 그러나 "외자계 제약사의 시장점유율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통시장도 외자가 장악하게 된다면 우리는 다국적 회사의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상황이 올지 모른다"면서 "조합을 통한 물류공동화로 도매는 유통일원화로 업권을 수호하고 제약은 제약 본연의 R&D투자에 전념해 윈-윈전략을 통한 의약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동참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지당한 말이지만 이같은 목소리가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현재 치열하게 지적되고 있는 약제비 직접지급 제도와 유통정보시스템의 문제점, 이와 엮이는 물류조합의 공동물류센터가 업계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진행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강행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한 만큼 문제점을 최소화해 연착륙을 시키는 데 역점이 맞춰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성호
2001.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