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비아그라' 먹고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새삼스러운 일이지만,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Viagra)는 나이아가라 폭포(Niagara)의 이름과 이미지를 빌려 와 붙여진 브랜드 네임이다.
거세게 쏟아지는 나이아가라 폭포의 물줄기에서 느껴지는 활력과 리듬, 함축된 힘, 지구력(endurance) 등을 암시하고 있는 것.
바로 '비아그라'라는 독특한 이름이 탄생되어 나온 배경이다.
이와 관련, 美 국립암연구소(NCI)에서 임상시험 진행업무를 맡고 있는 자넷 Y. 위크 약사가 '美 약사회誌'(JAPA) 1/2월 통합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무수한 약물들이 그토록 혀도 잘 돌아가지 못하게 할 것만 같은(tongue-twisting) 제네릭 네임을 갖게 된 배경을 알기 쉽게 제시해 시선을 모으고 있다.
위크 약사의 논문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각종 약물들의 제네릭 네임은 총 9,000개, 브랜드 네임은 물경 3만,3000개를 각각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특허를 취득한 의약품들은 평균 10.4개의 알파벳 문자들과 3.53개의 음절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제네릭의 경우 이 보다 더 많은 수치여서 평균 14.4개의 문제들과 5개의 음절로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늘날 각종 의약품들의 제네릭 네임은 美 작명위원회(USAN)에 의해 채택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등록명칭위원회(INNC)의 승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 美 의사회(AMA)와 미국약전위원회(USPC), 美 약사회(APA) 등이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USAN의 경우 가급적 단순하면서도 정보를 담고 있고, 독특한 호칭을 선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처음 몇 글자들은 독특하면서도 같은 계열에 속하는 다른 약물들과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뒤따르는 글자들은 동일 계열 약물들의 姓(stem)을 사용하는 방식이 통례이다.
COX-2 저해제 계열의 관절염 치료제로 분류되는 셀레콕시브(쎄레브렉스), 발데콕시브(벡스트라), 로페콕시브(바이옥스) 등이 똑같이 '~coxib'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한 예.
마찬가지 맥락에서 USAN도 암세포 등 체내의 특정항원을 타깃으로 작용하는 계열의 약물인 모노클로날 항체들의 경우 약속된 접미사를 사용토록 하고 있다. 가령 인플릭시맙, 아달리뮤맙, 리툭시맙, 트라스투즈맙 등이 여기에 속하는 케이스.
그러나 이 같은 작명방식은 사실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마치 알파벳 암호문을 대하는 듯한 당혹감을 느끼게 해 줄 때가 많다는 지적이다. 각종 의약품들의 이름이 약사와 처방권자(의사)들에게는 해당약물의 특징과 작용기전, 화학구조 등을 암시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는 현실과는 대조적인 대목인 셈이다.
이 때문일까?
FDA는 매년 제약기업들이 이름을 정하고 허가를 신청한 후보신약들의 3분의 1 가량을 반려하고 있다. 즉, 이름을 바꿔 다시 신청서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는 의미.
위크 약사는 "FDA가 효능을 시사하는 브랜드 네임을 사용치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는 현실이 한 원인"이라고 풀이했다.
그럼에도 불구, 미묘하게 또는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브랜드 네임이 부지기수인 것도 현실이라고 위크 약사는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비아그라'의 경쟁약물인 '레비트라'가 사용하고 있는 "Le"는 영어의 "The"에 해당하는 불어의 정관사이다. "vitra"는 불어에서 "life"(활기)를 뜻하는 "vie"를 연상시키게 한다. 아울러 '레비트라'의 발음은 性的 충동을 의미하는 "libido"를 떠올려지게 한다.
전문가들은 강한 소리가 나는 자음으로 꼽히는 P와 T, D, K, Q 등과 신속하게 발음되는 X, Y 등이 각종 의약품의 상품명으로 애용되고 있는 것도 그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푸로작'(Prozac).
한편 위크 약사는 "안전성 문제에 관한 전문가들의 경우 의약품 파이프라인이 확대될수록 유사한 이름으로 인한 혼란이 가중될 소지를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약물안전연구소(ISMP)의 마이클 R. 코헨 소장은 "예를 들어 당뇨병 치료제 '아반디아'(Avandia)의 경우 항응고제 '쿠마딘'(Coumadin)과 서로 혼동되는 사례가 종종 눈에 띄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휘갈겨 쓴 글씨로 작성된 처방전의 경우 '아반디아'의 첫 글자인 'A'과 '쿠마딘'의 'C'와 분간하기 어렵고, 끝 글자 'a'도 'n'과 헷갈리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설명이다.
이덕규
2004.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