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쥴릭 동남아 수직 계열화-국내도 배제못해
2005년 의약품도매업계는 ‘위기상황’이다. 쥴릭은 국내 도매업계와의 공존 공생을 외면하고 우월적 지위를 업그레이드 시키며 생존을 위협하고 있고, 일부 제약사들은 저마진으로 흔들고 있다. 1,500여개에 육박하는 도매업소는 업계 자체를 과열경쟁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며 이익을 보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런 위기상황은 상당 부분 업계가 자초한 면이 크다. 생존을 위협받고 있으면서도 업소만큼이나 많은 이해관계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이탈이 발목을 잡는 상황을 스스로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일원화 존속, 병원 직영도매 위헌판결 등 업계 생존과 직결한 굵직굵직한 현안을 이끌어 낸 도매협회 주만길 회장이 끊임없이 대동단결을 외치는 이유다. 도매업계의 단결과 정부의 지원을 통한 업소 수 조정, 저마진 해결 등은 도매업계가 선진 도매로 도약하기 위한 첩경이다. 도매업계 재도약의 원년으로도 표현되는 2005년. 주만길 회장을 만나 쥴릭 , 도매업 선진화 대형화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대담 이종운 편집국장)
○쥴릭과 도매업계의 관계가 올해 막바지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쥴릭의 실체를 알리는 것도 괜찮을 텐데요. 동남아 시장에서 쥴릭과 약국 및 병의원 관계는 어떻습니까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및 대만 등 동남아 시장에서 쥴릭의 파워는 막강합니다. 그곳에서 쥴릭은 제약업을 비롯하여 도매 및 약국 시장에 모두 진출하여 의약품산업의 수직 계열화를 완료하고 있습니다.
도매유통 시장의 경우 가장 오래전부터 쥴릭이 독과점 하고 있으며, 약국시장도 체인형태로 참여하여 주요도시 약국시장의 50~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약사법령상 약국의 체인점 개설이 불가능(프렌차이즈 형태는 가능)하지만, 앞으로 허용된다면 우리도 동남아처럼 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
○ 제약사들의 저마진 정책으로 도매업소 들의 이익률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은
- 최근 몇 년 사이에 제약회사들의 경상수익률이 급속히 높아졌습니다. 성실신고회원조합의 자료를 분석해 보면 1999년 이전에는 3~4%에 불과하였으나 2000~2001년에 6.4%~6.9%로 상승하더니 2002년부터 10%를 넘고 있습니다.
이는 보험약가제도가‘고시가청구제도에서 실거래가청구제도’로 변경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제약업계는 지금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약업계는 경기불황과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매년 도매마진을 줄여 오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며 잘못된 처사입니다.
현재 도매업계의 평균적인 조마진(매출액총이익률)은 7.5% 정도에 불과하고 경상이익률도 1.5%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런 상태로는 도매업 선진화는 생각조차 할 수 없고, 업을 유지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도매선진화 과정을 이미 오래전에 끝낸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지금도 조마진이 9%~9.5%를 오르내리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 도매업계의 현실은 한계상황에 도달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도매마진은 거래 대상이나 조건 등에 따라 차이가 나게 마련입니다. 회사, 제품, 결재조건, 취급수량 그리고 약국 및 병의원 등 유통경로에 따라 다른 것이 정상입니다. 그렇지만, 도매업계의 평균 조마진은 최소한 9~10%정도는 되어야 정상적인 도매운영이 가능합니다.
앞으로 적정 도매마진 확보를 위해 힘껏 노력할 계획입니다. 제약협회나 제약회사를 상대로 더 많은 대화 기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그러나 대화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에는 생존권 차원에서 부득이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지 않으냐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 도매업소 과열경쟁 양상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러다가는 공멸한다는 얘기도 나오는 데요.
- 과열경쟁의 근본원인은 도매업소 수 증가에 있습니다. 2001년도부터 도매시설 면적기준이 폐지된 이후 도매업소 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일반종합 도매업소의 경우, 면적기준 폐지 전에는 상당기간 동안 업소 수가 450여개 내외로 비교적 안정적이었으나, 면적기준 폐지이후 몇 년 사이에 폭증하여 최근에 이미 1,000여 업소를 넘어섰습니다.
요즈음도 매월 10~15개 도매업소가 신설되고 있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도매업소가 난립될지 모르는 실정입니다.
보건복지부, 식약청 및 부패방지위원회 등 정부 당국도 이점을 인식하고 과열 방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도매업계 나아가 의약품산업 전체의 유지 발전을 위해, 도매시설 면적 기준의 재설정과 자본금 유지여부 및 KGSP 운영실태 점검 강화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간 도매업계에서 대형화 선진화 예기가 무수히 나왔지만 아직은 실현되지 않은 면이 많습니다. 공동물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떻게 추진되고 있습니까
- 지금까지 공동물류는 두 가지 방향에서 추진하여 왔습니다.
하나는 도매업소 들이 법인형태의 공동물류센터를 설립하여 운영하는 방안이고, 또 하나는 대형 의약품물류시설(창고)을 소유하고 있는 의약품도매업소와 타 도매업소간에 의약품물류(창고업무)를 위수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그것입니다.
전자의 경우, 현행의 물류조합 설립 및 운영규정을 활용하여 공동물류센터를 설치할 수 있으나, 이 제도는 여러 가지 문제로 의약품공동물류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폐지하는 대신, 새로운 근거법령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이는 당국과 오랜 시간 논의한 사항이기 때문에 금년 중에 제도 근거가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도매업소 수 급증 사태에 대한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도매 시설기준 재설정의 필요성 건의와 상충(相衝)되어, 추진 논리의 타당성과 명분이 약해진 상태입니다.
따라서 금년에는 전자의 ‘새로운 법인형태의 공동물류센터 건립 법제화’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 유통일원화 폐지는 주회장님의 노력으로 유보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유통일원화가 제도화된 이후 지금까지 근 10년 동안 특정 단체 및 주무당국이외의 타 부처에서 폐지 문제가 매년 연례행사처럼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은
- 유통일원화의 당위성은 지난 10여 년 동안 여러 정부 기관과 단체 및 언론 등에 귀가 닳도록 역설하여 왔기 때문에 새삼 말씀드릴 필요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매유통 비중이 ‘글로벌 스탠다드‘인 선진국들의 90%보다 훨씬 낮은 55%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유통일원화 제도는 최소한 도매유통비중이 선진국 수준으로 접어든다고 판단되는 80%수준이 될 때까지 존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나라 의약품유통이 후진적이고 비효율적이며 게다가 직거래 과정의 거래부조리가 아직까지 척결되지 않고 있음을 감안해 볼 때, 의약품유통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실현시키며 유통 선진화를 앞당기고 거래부조리를 척결하기 위해서라도 유통일원화 제도는 존속의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앞으로 중지를 모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최선을 다해 대처하려고 생각합니다.
○ 반품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도매업계는 제약사와 약국의 중간에 끼어 상대적으로 피해를 더 보고 있다는 하소연이 많습니다.
- 반품문제는 옛날부터 있어왔지만 요즘처럼 업계간 현안문제로 부각되지는 않았습니다. 최근에 주요 이슈로 떠오른 원인은 의약분업으로 인해 약국의 의약품 불용재고 급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따라서 요즈음의 반품문제는 오로지 경제 및 상거래 논리로만 인식되어서는 안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약업계 및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할 큰 과제라 판단됩니다.
제약, 도매 및 약국 등 약업계 모두가 상부상조한다는 대국적인 자세를 가지고 반품 문제를 접근하되 반품논의는 공급 루트가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의약분업과 관련된 의약품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반품의 종착지는 결국 제약업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의약분업의 후유증인 반품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제약업계가 전액 부담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이점에 대해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제약업계의 부담을 완화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보험의약품 가격관리 완화, 대체조제 활성화, 소포장 단위 품목에 대한 원가 보상(보험 상한가격에 원가인상요인 반영), 반품 폐기절차의 간소화 및 100% 손비 인정 등과 같은 각종 유인책을 시행해 줘야 한다고 봅니다.
○ 국내 도매업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정부와 논의해야 할 일도 많고, 회원들의 협조를 받아야 할 부분도 많습니다. 정부, 제약사, 회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은
- 의약품산업은 일반 산업과 달리 건강보험 및 의료보험 등과 직결되는 사회성이 강한 산업입니다.
따라서 의약품산업을 일반산업과 같이 시장경제 논리로 인식하여 규제완화라는 미명하에 무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은 건강 산업 기능 수행에 지대한 역효과를 내게 하고 있습니다.
도매업 시설기준이 규제로 인식되어 폐지된 이후 겉잡을 수 없는 경쟁상태로 빠져 비좁은 우리나라에 총 의약품도매업소가 1,500여개에 육박하고 앞으로 얼마나 많은 도매업소가 더 양산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보다 의약품시장이 30배나 더 큰 미국의 의약품 도매업소 수는 50여개에 불과하고, 시장규모가 10배 이상 더 큰 이웃 일본도 150여개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전투구 이외에는 생존할 길이 없는 이러한 상태에서 우리나라 의약품유통업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으며 선진화 할 수 있겠습니까. 산업의 특수성에 알맞은 적정한 기준설정과 공공의 이익을 위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당국이 이점을 인식해 주었으면 합니다.
우리 약업계는 보수적 기질이 강한 것 같습니다.
주변 환경은 세계화로 급변하는데 사고나 경영스타일은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적자생존의 자연법칙에 의해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심각하게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정리= 이권구)
이권구
2005.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