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약국가의 재고약 누적 실태
재고약 발생 원인
약국가에 산적한 문제들 중 재고의약품은 단연 독보적이다. 재고의약품은 대체로 처방이 나오지 않아 유통기한을 넘겨 폐기만을 기다리는 의약품들이다. 지역에 처방 의약품 목록이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다수의 약국들은 처방전을 들고 조제를 위해 방문한 환자들이나 제약회사 영엽사원들을 통해 처방의약품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 처방자인 의사를 통한 직접적인 정보가 아니라 간접적인 정보를 얻다 보니 정보의 신뢰성이 떨어짐은 물론이고 언제 또다시 처방약이 변경될지 등에 대한 예측도 불가능하다. 결국 약국에서는 필요한 만큼의 약을 구입하는 것 보다 필요 이상에 의약품을 구입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의약품 포장 단위가 소량이라면 문제는 조금 다를 수도 있다. 미개봉 의약품은 반품 또는 교품을 통해 소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500T 이상씩 하는 덕용 포장의 경우 2~3건에 불과한 처방을 위해 구입하였다가 소량만 조제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재고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러므로 의약품 소량포장 의무화는 재고약을 줄이는 데 일정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고약 발생의 또 다른 원인은 대체조제의 불가에 있다. 정부는 생동성 시험을 통해 동일성분의 의약품의 경우 대체조제를 하고 사후통보를 하게 하였다. 그러나 처방권자인 의사의 상당수는 대체조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즉, 제네릭 제품의 질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동성시험에 대한 과학적 반박은 내놓지 못하면서 질을 의심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대체조제에 부정적인 의사들이 처방의약품 목록을 만들 리 만무하다. 지역처방의약품 목록은 의약분업을 실시하며, 지역처방의약품 목록을 만들어 약국으로 하여금 의약품 관리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의약정간 공동 협의로 도입된 제도이다. 그러나 처벌조항이 없고, 대체조제에 대한 불신으로 처방의약품 목록을 작성하는 지역은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재고를 발생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잦은 처방전 변경에 있다. 한 환자가 동일한 질환으로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았을 때 그 처방 의약품이 변경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대체조제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처방이 변경 될 때마다 의약품을 새로 구입해야 함은 물론이다. 동일성분 의약품 품목 수가 10종을 넘어서는 경우 6~7개의 의약품은 재고로 남게 되며, 간혹 처방이 나온다 하더라도 오랜 기간 사용이 없었기 때문에 남아있던 의약품 대신 새로 구입하여 조제하게 된다. 이는 또 재고의 가중으로 이어진다.
약국가 재고약 현황
대한약사회에서는 2004년 9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전국 약국을 대상으로 재고의약품 현황 파악에 나섰다. 전국 2만여 약국 중에 총 6,647개 약국이 참여(전체 약국 대비 35%에 해당)하였으며, 그 현황은 아래 표와 같다.
재고의약품 현황(2004)
구 분
금액 (단위 : 원)
총 재고 금액
17,698,710,775
제약사별 평균 재고 금액
64,358,948
약국당 평균 재고금액
2,662,661
전체 약국 환산시 추정 재고금액
51,600,000,000
총 재고의약품 수는 64만 개가 넘고 그 금액은 180억 원에 이른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약국 비율이 전체 약국에서 35%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이를 100%로 환산했을 경우 500억 원이라는 금액이 추산된다. 이는 현재 약국에서 아무 이유 없이 500억 원이라는 돈이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결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대한약사회에서 실시한 2002년 조사(참여 약국 수 : 1,088개)에서도 약국 평균 286만원의 재고금액이 있으며, 전체 약국 환산 시에 514억원 가량의 추정 금액이 산출 된 바 있다.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585개 약국을 조사한 결과 보험등재 의약품 수가 110개에 이르는 세파클러 250mg 제제의 경우 2002년부터 2004년까지(3년간) 300정 이하 조제된 약국이 276개 약국으로 조사약국의 4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빈도 처방 의약품이라 할지라도 그 품목 수 때문에 재고약은 발생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고의약품 해결 방안
현재 재고의약품 해결에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성분명처방이다. 현재 상품명처방으로 이루어지는 처방전 발행은 의사들의 처방약 변경이 약국가의 재고약 누적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성분명처방으로 나온다면 약국에서는 환자의 경제적 상황 등 제반사항을 고려하여 조제할 수 있게 되고 불필요한 의약품 구입을 피할 수 있게 된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상품명처방 뿐만 아니라 성분명처방도 명시되어 있다. 일부 병의원에서는 성분명처방을 시행하고 있으며, 특정 질환의 경우에도 성분명처방이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까닭은 상품명처방 보다 성분명처방이 의사에게 편리할 뿐 아니라 환자에게도 혜택이 따르기 때문이다. 성분명처방으로 일원화 하는 것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조제에서의 이점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인 것이다.
성분명처방이 어렵다면 의약품 소포장 생산 의무화 세부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는 것과 의사의 처방의약품 목록 제출을 의무화 하는 방안이 재고약을 줄이는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 소포장 생산은 지난해 약사법시행규칙 개정으로 확정된 사안이고 세부방안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이 현재 가동 중이다.
현재 여러 이견들이 오가고 있지만, 보다 발전적인 방향에서 합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처방의약품 목록을 의무화하여 약국으로 하여금 의약품 관리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목록은 처방약에 대한 예측을 하게 함으로써 약국 의약품 관리에 효율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의약품의 재고 전락을 막기 위한 또 하나의 제도 개선은 보험의약품 등재 시스템의 전환이다. 새로 부임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포지티브 리스트로의 전환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허가받고 생산된 의약품이 보험에 등재되기 위해서 또 다른 심사 단계 거치게 되므로 동일 성분 품목수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재고의약품은 작게는 재고의약품을 떠안고 있는 약국가에 경제적 손실이지만, 좀 더 큰 범주에서 보면 한해 수백억씩 의약품이 사장되는 국가적 손실로 이어지는 것이다. 재고약에 대한 손실이 이정도이면 이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 즉, 기회비용까지 계산하게 된다면 그 금액은 실로 천문학적인 수치를 헤아리게 된다.
다 알다시피 신약개발은 장기간 엄청난 자금을 투자해야만 한다. 또 BT 산업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으며, 고도의 기술과 막대한 자금이 필수적이다. 이제 제도 개선을 통해 불필요한 낭비를 제거하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한 선택과 집중에 매진해야 할 때다.
편집부
2006.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