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신약개발…결국 ‘금융’이 관건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네이처에 신약개발로 연구논문이 실리고, 그 연구결과로 신약이 나왔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인정해주지 않는다. 산자부, 과기부에 연구개발 자금을 신청했는데 5전 5패였다. 그 이유를 들어보면 ‘한국에서 연구업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28일 한 벤처기업가가 ‘한국 신약개발 산업의 생존전략과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된 「2007 BIO산업 세계선도화 포럼」에서 쏟아낸 말이다.
이는 연구개발 자금지원의 형평성 문제는 둘째치고서라도, 국내 신약개발 환경에 있어 ‘돈 문제’는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요건임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 ‘성공불융자’,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자금조달방식 쟁점
이날 포럼에서의 핵심 주제 역시 ‘돈 문제’였다.
국내 제약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신약개발이 절실하고,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자금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1, 2위를 달리는 제약사들도 신약개발을 위한 자금 투자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포럼에서 제시된 대안으로는 정부가 추진 중에 있는 ‘성공불융자제도’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등 민간투자유치이다.
우선 국회 산자위에 계류돼 있는 ‘성공불융자제도’에 대해서는 국회 및 정부의 조속한 추진이 절실하다는데 제약사 사장단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의 특성을 갖는 신약개발의 경우, 정부가 제약사의 신약개발 리스크를 어느 정도 상쇄시켜줘야 하고, 또한 기업이 지출하는 연구개발비에 대해서는 세제혜택 등 제도적 보완장치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산업자원부 미래생활산업본부 김호원 본부장은 “세계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전략의 하나로 성공불융자제도의 도입을 위한 법적 제도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김 본부장은 “신약개발 지원에 대한 산자부의 정책은 간접적일 수밖에 없다”며 “민간투자 부분이 가능하다면 그쪽으로 자금 확보를 노려보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포럼에서 언급된 민간투자유치 방안으로는 한국바이오기술투자 김주연 대표가 주제발표로 제시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이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란 드라마, 영화 등 특정한 컨텐츠 혹은 프로젝트에 대해 소요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지분을 투자자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라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서만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다.
김주연 대표에 따르면, 최근 들어 ‘프로젝트 파이낸싱’ 기법이 새로운 자금조달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다만 그 형태에 있어서 기업의 주식을 담보로 하는 변형된 방식으로도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 자유로운 M&A, 대기업자금 유입 선행돼야
포럼에서 신약개발을 위한 자금조달 방식과 관련 여러 이야기들이 거론됐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업간의 자유로운 인수합병과 대기업자금의 제약 산업 유입 등 금융관련 정책 및 행태 변화가 선행돼야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이에 대해 패널토론자로 참석한 한국경제신문 안현실 논설위원은 “기업간의 인수합병이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신약개발에 대기업의 자금이 유입돼야 정부투자든 민간투자든 가능한 것”이라며 “금융의 문제는 서로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제약 산업 자금조달을 위한 기본 토양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한 김주연 대표도 “정부가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 규제 측면에서의 지원이 있으면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것보다 좋을 수 있다”며 신약개발 자금조달에 물꼬를 틀 수 있는 정책들이 선행돼야 함을 지적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한국산업기술평가원 윤교원 원장, 제약협회 문경태 부회장, 서울대 강창률 교수, 대웅제약 이종욱 사장, 종근당 이장한 회장, 태평양제약 이우영 대표, LG생명과학 김인철 사장 등이 참석했으며, 녹십자의 B형 간염치료제 GCAB01, 코오롱생명과학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티슈진-C, 이수앱지스의 항체치료제 클로티냅 등이 소개됐다.
손정우
2007.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