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기획]제약산업 지원방안 놓고 힘겨루기-<中>
한ㆍ미 FTA 협정관련, 정부가 발표한 제약 산업 지원방안 세부방침을 놓고 ‘정부-대학-출연연-제약사’간의 힘겨루기가 갈수록 과격해지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힘겨루기가 자칫 정부 지원방안의 실효성을 훼손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 지원방안에 대한 논쟁 지점들을 정리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
[기획특집]제약산업 지원방안 놓고 힘겨루기
<上>정부-대학-출연연-제약사 “할 말 많다”
<中>선택과 집중인가? ‘Seed Money’ 인가?
<下>‘범부처 신약개발 전략’ 성공의 열쇠는?
◇ 선택과 집중인가? ‘Seed Money’ 인가?
이번 지원방안과 관련, 또 다른 논쟁 지점은 정부의 ‘제약 산업 지원방식에 대한 평가’의 차이에서부터 비롯되고 있다.
과기부, 복지부를 비롯한 신약개발 관련 부처들은 기본적으로 87년 물질특허도입으로부터 시작된 정부 지원이 대부분 소모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정부 지원이 소규모 ‘Seed Money’ 형태로 이뤄지면서, ‘돈이 될만한’ 신약이 제대로 개발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원을 받는 제약사가 책임감 없이 돈이나 타서 쓰는 식으로 정부과제를 바라보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정부지원 방식에서 탈피, 블록버스터 신약을 위해 가능성 있는 후보물질 중심으로 대규모 집중투자를 실시하겠다는 것이 현 정부정책의 골자이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는 소규모이지만 정부의 ‘Seed Money’가 국내 제약 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라며 당시의 자금 지원이 나름대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제약업계 내부에서도 ‘책임감 없는 정부과제 시행’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는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동화약품 중앙연구소 류제만 소장은 “과거 정부의 Seed Money가 국내 제약 산업의 토대가 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하지만 제약사가 특별한 성과 없이 정부의 연구비에만 집착하는 것은 오히려 연구개발비용이 절실히 필요한 다른 제약사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내 제약 산업 구조를 볼 때, 아직까지는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Seed Money’가 절실히 요구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최근 대한약품공업협동조합 박재돈 이사장은 언론매체 기고문을 통해 “정부 지원은 중소제약기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이강추 회장도 성명을 통해 “중소제약사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Seed Money형태의 지원은 아직도 유효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내 중소제약사 지원방안을 내놓은 보건복지부 보건산업기술팀 임숙영 팀장은 “과기부의 지원방안이 혁신신약 개발을 중심으로 한 선택과 집중 형태의 지원이라면, 복지부는 국내 제약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산업진흥 차원에서의 지원이기 때문에 보다 폭넓은 지원을 하게 됐다”며 “복지부 지원 방안은 선택과 집중의 기조는 유지하되 그 폭을 넓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 ‘책임 있는 과제수행’, ‘신약개발 의지’가 핵심 과제
이번 지원방안을 놓고 이해 당사자들 간의 의견 충돌이 잦아지자, 과거와 같이 정부과제를 적당히 꿰차는 식의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산ㆍ학ㆍ연ㆍ관 공통의 목소리는 ‘정부과제에 대한 책임감’과 ‘신약개발에 대한 의지’이다. 이 두 가지 명제를 핵심 사항으로 고려하지 않고서는 이번 지원방안도 술에 물탄 듯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학교 약대 고광호 교수는 “옛날처럼 성과 없이 연구하다 그만두는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며 “성과를 내지 못한 연구책임자는 과감히 정부사업에서 추방해야 하며 이를 추진한 공무원에게도 공동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철저한 책임의식 하에 지원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 교수는 “정부 과제에 대한 실명제를 도입해서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는 것이 실질적인 신약개발을 위한 선행과제”라며 “가능성 없는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던 기존의 지원방식에 대해서도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약업계에서도 상위권 제약사를 중심으로 연구개발비 투자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는 등 신약개발에 대한 뚜렷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미 주요 제약사들은 한ㆍ미 FTA 협정 등 위험요소를 기회로 판단하고 새로운 연구개발 비전을 제시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약개발연구조합 여재천 국장은 “최근 국내 제약사들은 이전처럼 연구개발비 투자에 인색하지만은 않다”며 “될만한 후보물질에 대해서는 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수준의 연구비투자도 적극 검토하는 등 제약사들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과학기술혁신본부 관계자는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움직일 수 있어야 이번 지원방안이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대학 및 연구소의 정부과제에 대한 책임 있는 수행과 기업의 신약개발에 대한 의지가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획특집]제약산업 지원방안 놓고 힘겨루기ㅡ<下>에서 계속
손정우
2007.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