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기획] 정부-제약업계 ‘약가전쟁’ 이제부터 시작 (상)
약가재평가, 원료의약품 ‘합성-수입’ 변경에 따른 인센티브 삭감 등 최근 제약업계에 약가인하 칼바람이 불고 있다. 2007년도 약가재평가 결과가 사상 최대의 인하폭을 보이고, 원료의약품 역시 제네릭 진입 등을 감안한 큰 폭의 약가삭감 조치가 단행되면서, 약가인하 파장은 도매, 약국 등 제약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제약업계는 보건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행정소송 등 약가인하에 대한 실물적인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가히 ‘약가전쟁’이라 불릴 만큼 사태가 확산될 조짐이다. 이번 약가재평가에서 보류된 개량신약 등에 관한 약가인하 조치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제약업계의 움직임이 개량신약 약가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일단 판정승…제약업계 후속조치에 촉각
복지부는 이번 약가인하조치로 약 1,347억원의 약제비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해 약가인하 폭인 812억원의 1.5배가 넘는 수치다.
대규모 약가인하에 대해 복지부는 재평가 대상 의약품이 항생제, 항암제, 당뇨병용제 등 청구규모가 크고 사용량이 많은 의약품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원화강세’ 등 환율변동이 이번 대규모 약가인하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본지 11월21일자 A14면 참조].
그러나 이에 대해 복지부 보험약제팀 관계자는 “환율변동 사항은 지난해 약가재평가 때부터 이미 적용됐던 사항이고, 중요한 것은 선진국 물가를 기준으로 약가가 비싸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이번 약가재평가에 환율변동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약가인하 폭을 좌지우지 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약가재평가와 함께 제약업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또 다른 사안으로, 원료의약품 ‘합성-수입’ 변경에 따른 약가인하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약사 리베이트 조사 결과가 있다
우선 원료의약품에 대해 복지부는 1차 조사를 통해 현재 90품목의 원료의약품 약가인하를 단행한 상태고, 2~3차 조사에 따라 추가적인 원료의약품 약가인하를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13개 제약사 29품목에 대해 진행 중인 2차 조사는 12월 중으로 결론을 내릴 계획이며, 원료의약품 수입변경이 불분명해 논란이 되고 있는 25개사 73품목은 3차 정밀조사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린다는 것이 복지부의 계획이다.
문제는 원료의약품의 경우 대부분 중소제약사들의 주력품목임을 감안할 때, 일부 중소제약사들은 심각한 매출 감소로 회사 존폐까지도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대형 제약사들은 수입한 원료의약품으로 완제품을 생산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매출에는 큰 타격이 없고, 일부 완제품을 생산한 제약사들도 해당 품목의 매출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시장에서 철수하는 방식으로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중소제약사들은 원료의약품 약가인하가 심대한 매출 타격으로 이어져 고민에 빠져 있는 것이 제약업계의 중론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의 경우 조사결과가 추가적인 약가인하로 이어질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약사 리베이트 조사결과를 복지부, 국세청 등으로 통보하고 약가인하, 탈세조사 등 후속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사결과 발표 당시 공정위는 조사 품목을 일일이 거론해가며 제약사들의 불공정행위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약가인하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제약업계 원료약 행정소송으로 ‘약가전쟁’ 포문
사실 복지부와 제약업계의 ‘약가전쟁’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최근 일련의 약가인하 방침들은 복지부의 일방적인 통고에 가까웠던 것이고, 최근 제약업계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쌍방간의 실질적인 ‘전투’가 촉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각종 토론회, 학술제 등에서 제약 산업 진흥을 위한 정부정책이 연구개발비용 투자, 인프라 구축 등에만 머물지 말고, 보험약가 부분으로 확대돼야 국내 제약 산업이 활성화 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이런 와중에 최근 원료의약품 ‘합성-수입’ 변경에 따른 약가인하조치가 발표되면서, 피해를 입은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행정처분 집행정지 소송을 추진하는 등 제약사들이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나선 것. 복지부에 대한 제약사들의 반격이 시작된 셈이다.
11월 21일 기준, 행정소송을 낸 제약사는 일동제약, 국제약품, 안국약품, 동현신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건일제약, 한국BMI제약, 아남제약, 신풍제약 등 모두 9개社. 이중 안국약품과 동현신약은 동일품목에 대해 공동으로 소송을 진행한 것이어서 실질적인 소송은 안국약품을 제외한 8개社가 진행했다.
하지만 21일 현재 신풍제약과 한국유나이티드제약(20일 소송제기)을 제외한 나머지 제약사들의 소송은 모두 기각된 상태여서, 일단은 복지부가 판정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풍제약의 경우 지난 15일 소송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21일까지 결론이 나지 않아 어느 정도의 정상참작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 신풍제약의 경우 원료의약품과 관련된 제도변경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본 사례라는 의견이 많아 법원의 판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풍제약은 DMF 등록제도 시행에 따라, 자체합성 원료의약품을 수입으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본 케이스다.
신풍제약은 2005년 9월 보건당국이 77개 원료의약품에 대한 DMF등록제도를 시행함에 따라, 그때까지 자체합성하던 원료의약품의 DMF등록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제품생산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그렇다고 1년 가까이 걸리는 DMF등록이 마감될 때까지 제품생산을 중단할 수 없어, 신풍제약은 당시 5개 품목에 대한 DMF등록을 우선 추진하고 나머지 품목들은 일시적으로 수입으로 대체해 제품을 생산했다.
이어 신풍제약은 2006년 8월부터 나머지 품목들에 대한 DMF등록을 추진하고 올해 5월 일부 원료의약품에 대한 DMF등록을 마쳤으나, 올 7월 복지부의 원료의약품 조사가 진행되면서 무코피드정, 로스탈정100mg, 카베날정25mg 등 신풍제약의 품목들이 조사대상에 오른 것이다.
이에 대해 신풍제약 측은 “DMF등록이 1년 가까이 걸리는 상황에서 DMF등록까지 제품생산을 중단할 수 없어 임시로 자체 합성 원료의약품을 수입으로 대체한 것”이라며 “정부 제도변화에 따라 성실히 준비했음에도 이득을 보기위해 일부러 원료의약품을 수입한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손정우
2007.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