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인력난해소, 급여·교육지원 등 유인요소 있어야
지난 1월, 전국 주요 병원에서 상반기 약사배출 시기에 맞춘 병원약사 채용공고를 냈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 대부분의 병원에서 약사를 채용하지 못하는 등 인력수급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약제부의 약사인력난은 한두해 지적된 것은 아니지만, 특히 지난해부터 병원 증축 및 개원 등 병원의 대형화로 인해 약사 수요가 늘어나면서 대형병원의 약사 채용난도 심각해진 상황이다.
이에 병원 약제부 채용난의 실태는 어느 정도며,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알아봤다.
◇ 채용난에 허덕이는 이유는?
많은 병원약사들은 △병원의 대형화로 인한 약사수요 증가 △부족한 약사인력 △낮은 급여 △제도 미비 등을 채용난의 이유로 꼽고 있다.
병원의 대형화로 약사수요 급증
우선, 병원의 규모가 대형화되면서 신도시 대형병원 개원, 증축 등으로 전반적인 병원 약사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삼성서울병원, 부산백병원, 강남성모병원 등이 암센터를 신축했거나 신축예정에 있다. 또 서울아산병원의 신관, 양산 부산대병원 등이 개원을 앞두고 있다.
대부분의 신규병원들은 적게는 20명에서 많게는 40여명의 약사채용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릉소재 A병원 약제부장은 “병원이 몸집불리기를 계속하다 보니 약사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배출되는 약사 수는 한정돼 있어 결국 약사 나눠 먹기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큰 병원들이 생겨날수록 약사들은 수도권으로, 대형병원으로 몰려 지방병원의 약사수가 마르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정된 약사인력, 의료권 편중
이같이 증가하는 약사수요에 비해 약사인력이 한정돼 있다는 점이 인력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때문에 병원약사들은 채용난과 이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약학대학 신설 및 정원 증대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약학대학이 없는 지방의 경우 약사채용이 더욱 어렵기 때문에 기본적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약대 신설이 필요하다는 것.
부산의 모 약사는 “부산지역에서 배출되는 약사는 연간 100여 명에 불과하다”며 “80%가 일선 약국가에 근무약사로 취업하고 그나마 남은 대부분의 약사들은 서울 등 수도권 지역 병원으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2009년도부터 약대 6년제가 시행됨에 따라 2013년과 2014년에 걸쳐 약대생이 배출되지 않게 될 것을 우려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핫이슈> 채용난, 약사 정원의 문제인가?
채용난을 해결하려면 약대생 증원과 약대 신설로 약사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관련 단체들이 약사수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적지 않은 충돌이 예상된다.
약대생 증원과 약대 신설의 필요성에 대해서 약학대학 교수진을 비롯해 병원약사회, 병원협회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사, 간호사 등 다른 의료진들의 인력은 증가하고 있는데 오히려 약대 정원은 감소 또는 유지되고 있어 ‘수요-공급’이라는 경제논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대한병원협회 김철수 회장은 “기본적인 약사수 자체가 부족해 채용을 하려 해도 안되고 있다”며 “다른 의료진에 비해 약사만 부족해 약사수 확보를 위해서 약대생 증원이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S대학 약학대학 모 교수는 “현 약학대학 정원은 세계 보건의료분야의 시대 흐름에 뒤떨어 진다”며 “6년제가 시행되는 만큼 약대생도 증원돼 우수한 약사를 배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대한약사회는 약대 정원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공급이 부족해 인력난을 겪는다는 논리로 무작정 전체 인력을 늘릴 수는 없다”며 “면허를 갖고 있지만 현장에 근무하지 않는 인력을 현장으로 끌여 들일 수 있도록 급여 등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모 병원약사는 “흔한 말로 ‘장농면허’ 약사를 현장으로 끌여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약사로 활동하지 않으면 사실상 면허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국병원약사회 손인자 회장도 “약사 전체 수가 확보돼야 서로 경쟁을 하면서 우수한 약사를 채용하고, 양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약사인력 증원의 필요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등수가제·인력기준 마련 등 제도 미비
병원 내 약사채용에 관한 제도적인 장치가 현실과 맞지 않거나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도 인력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현재 약사인력 기준은 의약분업 이후 증가한 임상지원업무와 주사제 무균조제업무 등 실제 업무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약사채용을 유도할 수 있는 차등수가제 등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병원약사회는 의약품정책연구소가 진행한 ‘현행 인력기준척도의 문제점’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대한약사회와 대한병원협회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7등급으로 나눈 수가가산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으나, 제도가 마련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낮은 급여에 야간·휴일 등 업무량은 많아
병원약사의 급여가 개국약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은 약사들이 병원근무를 선택하지 않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로 인한 인력난은 약사 1인당 업무량을 증가시켜 결국 이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병원약사회 2006년도 약제부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병원약사들의 초임 평균 연봉은 2,614만원으로 월 평균 급여는 217만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5년 경력의 약사인 경우는 연 평균 급여가 2,896만원이며, 15년 경력시 3,916만원으로 드러났다.
반면, 개국약사의 경우 병원약사에 비해 평균적으로만 따져도 2~3배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2008년도 유형별 환산지수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약국 1곳당 연평균 조제료 순익은 5,504만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즉 연봉이 5504만원이라는 것.(2006년도 기준)
여기에 일반약 판매마진 등을 더하면 개국약사들의 수입은 병원약사들에 비해 월등히 많다.
그렇다고 해서 병원측에서 약사들의 급여를 올려주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다른 의료진들과의 형평성, 병원 운영 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 해결방안은 없나?
최근 전국의 병원약제부가 심각한 채용난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지방의 한 병원이 채용난을 극복하고 올해에도 4명의 약사를 채용했다. 이 성공사례를 통해서 해결책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강릉아산병원 약제부서 성공사례>-신승우 약제부 과장
강릉아산병원이 지방에 소재한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약사 채용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단연 급여와 교육 등 병원약제부의 악조건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이 병원은 올해 상반기 채용공고에 ‘초임 연봉 3,500만원 이상’이라는 급여조건을 명시했다. 전국 병원 약제부서의 초임 연봉이 평균 2,614만원이라는 점과 비교해보면 ‘착한’ 조건이다.
신승우 강릉아산병원 약제부 과장은 “2000년도 의약분업 이후 약사들이 대거 퇴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이로 인해 병원운영의 어려움이 생기자 경영진과 논의해 우선적으로 급여를 인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급여인상으로 인해 약사채용이 이뤄지긴 했지만, 급여만으로는 약사의 이직을 막을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후 2차 방안으로 급여를 또다시 인상하고, 기존에 진행 중이던 교육프로그램을 강화시켰다. 약사들이 오래 근무하고 싶은 약제부가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타 지역과 해외에서 진행되는 교육을 지원하고,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약사들의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일단 입사한 신입약사는 당해연도 자체교육을 받고, SIG는 1달에 1회씩 희망약사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3년차부터는 한국병원약사회가 주관하는 임상약학교육이나 임상약학후 과정 등을 이수할 수 있도록 여비 및 교육비등을 지원한다. 그밖에도 해외 학회 참여도 가능하다.
물론 이 같은 약사들의 급여 인상이나 교육지원 등은 단순히 약제부서 결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결국 병원경영진과 노조와의 원만한 논의와 합의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신승우 과장은 “약사들의 급여문제는 병원 운영과 노조와도 관련돼 있어 쉽지만은 않았다”며 “그렇지만 약사들의 채용난으로 인한 업무과중과 이직은 병원전체 운영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른 의료진과 경영진과의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병원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약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병원의 지리적 위치나 규모를 떠나, 훌륭한 약사들이 근무하는 활기찬 약제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양금덕
2008.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