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판도라 상자 속 ‘576’ 품목 열어 봤더니...
576, 576...그동안 걸핏하면 자료미확보 및 검토불가 576품목을 들먹이며 정부와 약사사회를 압박했던 의협이 결국 품목 공개라는 초 강수를 꺼내들었다.
그것도 성분명 시범 사업이 종료되는 지금 시점에 ‘성분명처방 국민을 위한 제도인가’ 라는 토론회를 빌어서 말이다.
의협의 이 같은 행동에 대다수 시각은 국민의 안전보다는 성분명처방 사업 확대로 처방권과 약에 대한 선택권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이득이 줄어들 것을 우려, 생동을 빌미 삼아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의협은 아직 조작이라고 최종 확정되지 않은 품목을 마치 조작된 품목으로 호도, 생동과 제네릭의약품 모두를 부정할 것으로 예상, 그 파장은 약사사회, 정부는 물론 국내 제약업계 전체를 흔들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93개사 103개성분...한미ㆍ글리메피리드 최다>
그렇다면 의협이 성분명처방 저지의 최대 수단이라고 생각하며 그토록 집착하는 자료 미확보 및 검토불가 576품목은 무엇일까?
자료에 따르면 우선 생동성 시험자료 조작관련 자료미확보 및 검토불가 품목은 93개사 103개성분 이다.
성분별로 보면 당뇨병 치료제인 글리메피리드가 32개로 가장 많으며, 그 다음으로는 고지혈증 치료제 심바스타틴 27개, 기능성 소화불량 치료제 ‘레보설피리드’ 25개, 소염진통제 ‘멜록시캄’ 22개,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 ‘세파클러’ 기침 감기 치료제 ‘에스도스스테인’이 각각 20개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10개 이상 품목이 포함된 성분은 항경련제 ‘가바펜틴’, 혈압강하제 ‘말레인산에날라프릴’, 배뇨장애치료제 ‘염산탐스로신’, 위장운동조절 및 진경제 ‘염산티로프라미드’, 고혈압치료제 ‘카르베딜롤’, 대상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 ‘클래리스로마이신’, 고혈압치료제 ‘펠로디펜’, 항진균제 ‘플루코나졸’ 등이다.
제약사별로는 한미약품이 31품목으로 압도적인 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신풍제약 21품목, 참ㆍ대원제약 각 18품목, 종근당 17품목, 경동ㆍ한국유나이트제약 각 16품목, 국제약품 15품목 등이다.
또한 건일제약, 근화제약, 동화약품, 명문제약, 명인제약, 삼천당제약, 일동제약, 바이넥스, 태평양제약, 코오롱제약, 한국산도스 등도 10개 이상의 품목을 리스트에 올렸다.
<576, 조작 아닌 자료미확보 및 ‘검토불가’ 품목>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576품목이 조작으로 확정된 품목이 아닌 자료 미확보 및 검토불가로 3년에 걸쳐 생동재평가가 이뤄지는 품목인데도 불구하고 의협의 이번 공개로 혹여 조작품목으로 매도당하지 않을 까 하는 것이다.
분명 이들 품목은 생동시험 당시 데이터를 보관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원본을 보관하지 않은 자료미확보 및 검토불가 품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576품목이 말 그대로 자료미확보 및 검토불가 품목이지 시험자료가 조작된 품목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품목이 아니다” 라며 “또한 576품목에 대해 재평가가 이뤄지는 지금 시점에서 의협의 이 같은 이기적인 발상은 국민에게도 의사들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은 채 그저 국내 제약사와 제네릭 산업만 위축 시키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물론 576품목 중 조작우려 품목이 하나도 없다고 딱 잘라 말할 순 없겠지만 그렇다고 조작품목이 있다고도 단언할 수도 없다” 며 “이번 의협의 공개는 옥석이 제대로 가려지지도 않은 채 수 많은 선의의 피해자만 양산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생동 그리고 제네릭 의약품까지 부정하는 의협의 행태를 보고자 있자면 정말 어이가 없다” 며 “그렇다면 그동안 제네릭 의약품을 처방하고 복용했던 의사들과 국민들은 과연 뭐가 되는 건지 궁금하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도 “정책적으로 판단했을 때 생동재평가가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의협이 자료를 공개하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며 혼란만 가중 시키게 될 것”이라고 밝히며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했다.
<576품목 공개, 성분명처방 확대 막지 못할 것>
물론 576품목 중에는 검찰에 의해 조작사실이 드러나 허가 취소된 품목(페디핀24서방정, 세프틸건조시럽)도 있긴 하지만 생동재평가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이들 품목을 무턱대고 조작으로 의심한다는 것은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또한 의협의 속내가 뻔히 드러난 지금 상황을 감안한다면 이번 품목 공개로 의협은 신뢰는 신뢰대로 잃고 그토록 반대코자 하는 성분명처방 확대 실시도 막아내지 못하는 그저 누워서 침 뱉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정부도 이 같은 의협의 행동에 고개 끄덕여 주기 보다는 국내 제약, 그리고 제네릭 제품의 불신으로 건보재정이 악화될까 우려할 것”이라며 “결국 품목 공개가 생각보다 파급효과나 의협의 노림수를 뒤받침 해주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의협이 이렇게 품목 공개를 하겠다고 나섰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 며 “다만 모든 품목이 생동조작으로 몰려 단 한명이라도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면 그 모든 책임은 의협이 지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국회 관계자는 “성분명 처방은 정치, 정권, 그리고 이익단체의 논리가 아닌 국민과 경제 논리에 의해서 시행될 수밖에 없는 제도” 라며 “의협의 저지 수단이 큰 역할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세호
2008.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