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감사원, 복지부 약가관리 총체적 부실 지적
감사원이 보건복지가족부 약가관리 실태에 ‘총체적 부실’을 지적하고 나섰다.
감사원은 7일 공개한 ‘국민건강보험 약제비 관리실태’ 감사보고서에서 복지부의 ‘보험약가 책정 및 관리’, ‘의약품 유통 및 사용관리’ 등에 문제점이 있다며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감사보고서가 지적하고 있는 내용은 한 마디로, 복지부가 의약품 약가관리 및 사용관리에 관한 제도를 적절히 운용하지 못하거나 관련 제도 미비로 약제비가 과다하게 지출되고 있다는 것.
감사원은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복지부 장관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등에게 통보 또는 주의, 권고 등의 조치를 취하고, 관련자 문책 및 제도개선 등을 요구했다.
이번 감사결과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7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감사를 진행하고, 감사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복지부와 감사결과에 대한 의견교환을 마무리한 상태”라며 “일단 시정조치를 요구했기 때문에 복지부에서 세부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고서는 △특허만료 오리지널 약가인하 △참조가격제 도입 △제네릭 약가 인하 및 단일화 △보험등재 時 심평원 및 공단의 역할 명확히 구분 △약가재평가 時 미국약가 참조 제외 또는 현실화 △국산신약 약가결정 기준 마련 △실거래가제도 감독기능 강화 및 종합병원 이상 병원에 의약품 공개경쟁입찰 도입 △의료기관의 도매상 편법운영 제한 등 민감한 사안들을 다루고 있어, 향후 복지부 약가관리 개선방안 마련 과정에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이번 보고서는 정부 사정기관에 의한 ‘공식적인’ 문제 지적이라는 점에서, 향후 제약업계 및 도매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보고서 지적 내용 중 일부 내용은 이미 복지부가 조치를 취한 부분도 있으나 오리지널 및 제네릭 약가인하, 약가재평가 등에 관한 내용들은 현재 진행형인 사안들이고, 도매업계 관련 지적사항들은 대부분 제도화되지 않은 것들이어서 향후 복지부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감사보고서 주요내용 요약]
감사보고서 내용은 ①보험약가 책정 및 관리 ②의약품 유통 및 사용관리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①보험약가 책정 및 관리
‘보험약가 책정 및 관리’에 관한 내용은 △특허만료 신약 및 제네릭 의약품 약가조정 부적정 △신약의 약가결정 체계 불합리 △약가재평가 기준 부적정 △국내개발신약 약가결정업무 부당처리 △약가산정기준 운용 부적정 △원료직접생산 의약품 약가결정 및 사후관리 부적정 등의 내용을 지적하고 있다.
▶특허만료 신약 및 제네릭 의약품 약가조정 부적정= 감사원은 2006년 말 마련된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따라 특허가 만료된 신약의 약가가 20% 인하돼야함도 불구하고, 약제비 적정화 방안 이전에 보험등재 된 신약에 대해서는 이를 적용하지 않아 불필요한 약제비를 지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내 제네릭 의약품 약가가 너무 높게 책정돼 있으며, ‘인센티브’ 형식의 퍼스트 제네릭에 대한 우대와 이후 등재되는 제네릭 약가의 차등적용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 보험등재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제네릭 약가를 하향 단일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약의 약가결정 체계 불합리= 심평원과 공단 간의 업무 중복으로 신약 약가결정 체계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애초 약가결정에 관한 두 기관의 업무분담이 명확하지 않아 약가결정 기간이 길어지고, 대체약제 선정 변경 등 불필요한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약제등재 업무의 일관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특히 긴급도입의약품에 대한 별도의 약가 산정기준을 통해 약가협상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약가재평가 기준 부적정= 약가재평가에 기준이 되는 ‘A7 조정평균가’ 등 재평가 기준에 허점이 있어 약제비를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약가재평가에 참조하는 미국 약가인 AWP약가(Red Book의 도매평균가)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감사원은 미국 약가를 재선정하거나 아예 미국을 참조국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국내개발신약 약가결정업무 부당처리= 국내개발신약의 약가결정에 있어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보통 국내개발신약은 원가산정 방식을 준용하는데, 제도상의 미비로 그 기준이 일관되지 못하고 일부 신약의 경우 부당한 원가가 포함돼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감사과정에서 부정확한 개발원가 산정으로 적발된 제약사들의 약가를 재산정하라고 통보했으며, 심평원에는 원가계산서 검토업무를 소홀히 한 관련자에게 주의를 촉구하라고 조치했다.
▶약가산정기준 운용 부적정= 양도ㆍ양수 및 원료직접생산 의약품의 약가를 결정하면서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혼선을 빚고, 일부 의약품의 경우 기준을 임의로 적용했다는 지적이다.
▶원료직접생산 의약품 약가결정 및 사후관리 부적정= 지난해 복지부가 적발한 ‘원료의약품 파문’에 관한 내용이다. 원료직접생산 의약품으로 높은 보험약가를 받은 후, 실제 의약품 원료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해외에서 수입하는 방식으로 제약사들이 부당이득을 챙겨 약제비를 낭비했다는 지적이다.
②의약품 유통 및 사용관리
‘의약품 유통 및 사용관리’에 관한 내용은 △실거래가상환제 운영 부적정 △실거래가 조사결과 약가인하 업무처리 부적정 △의약품 도매상 허가제한 규정 불합리 △의약품 도매상 품질관리책임자 근무실태에 대한 관리감독 미흡 △다품목 처방전 선별집중심사 추진 부적정 △퇴장방지의약품 제외대상 선정 부적정 등을 지적하고 있다.
▶실거래가상환제 운영 부적정, 실거래가 조사결과 약가인하 업무처리 부적정= 실거래가상환제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사실상 고시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실거래가상환제의 본래 취지인 약가인하 유도기능이 구실을 못해 약제비가 낭비되고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특히 감사원은 국공립병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민간 의료기관에서 공개경쟁입찰을 하지 않아 약제의 가격인하를 유도하지 못해 약제비가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실거래가 조사범위에서 공개경쟁입찰가가 제외되고 있는 점도 문제가 됐다. 게다가 실거래가 부당청구 명세를 확인하고도 약가인하에 반영토록 통보하지 않아 약제비 절감 기회를 상실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단기적으로 ‘의약품종합정보센터’를 활용한 의약품 유통시장 관리감독 내실화, 실거래가 조사대상에 제약사 및 도매상 포함, 공개경쟁입찰가격을 약제 상한금액 조정에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복지부에 통보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종합병원 이상 민간병원을 대상으로 공개경쟁입찰을 통한 의약품 구매실적 등을 의료기관 평가에 반영하라고 통보했다.
▶의약품 도매상 허가제한 규정 불합리= 의약품 도매상 지분을 과다하게 보유한 의료기관 개설자 등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의약품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하는데도 이를 단속하거나 제한하는 근거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감사원은 의료기관 개설자 본인 및 특수관계인 등이 의약품 도매상을 편법으로 운영하지 못하도록 의약품 도매상 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등 약사법 제46조 관련 규정 보완을 권고했다.
또한 감사과정에서 적발된 9개 도매상에 대한 실태조사를 거쳐 도매상 허가를 취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의약품 도매상 품질관리책임자 근무실태에 대한 관리감독 미흡= 도매상별로 의약품 품질관리책임자로 약사를 의무 고용해야 하는데, 약사들의 근무실태가 부실하고 이에 대한 관리감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식약청에 의약품 도매상의 관리약사 근무형태에 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이에 따라 관리약사 의무고용 제도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관련 근무기준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다품목 처방전 선별집중심사 추진 부적정= 심평원에서 의약품 다품목 처방전 심사를 육안으로만 진행, 심사조정대상이 누락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심평원에 전산심사시스템을 도입해 ‘의약품 다품목 처방전 선별집중심사’의 정확성 및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퇴장방지의약품 제외대상 선정 부적정= 퇴장방지의약품에서 제외돼야함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남아있는 2개 제약사 3품목으로 인해 약제비가 낭비됐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복지부에 해당 품목에 대한 평가 후, 그 결과에 따라 퇴장방지의약품 지정 제외 등 적정한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손정우
2008.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