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어수선한 도매 ‘되는 일도, 안되는 일도’
도매업계가 어수선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한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혼란스럽고 이 와중에 되는 일도 안 되는 일도 없다는 목소리가 자주 나온다.
여기에는 개별 도매 생존위주로 짜여지고 있는 도매업계 환경과 내부 상황, 중요한 사안임에도 남에게만 기대려는 인식, 여간해서는 이해집단 간 의견 일치(마진문제에서도 의견이 다름)가 안될 정도의 대립 갈등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뒷마진이 도매업계를 계속 옥죄고 있다.
일단 업계에서는 ‘안줄 수 없는 상황에서 양성화하자’, ‘양성화는 안된다’, ‘이 기회에 근절시키자’ 등 다양한 목소리는 그만큼 ‘뒷마진 위기’를 뼈져리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도매업소 간 갈등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도협이 단일된 안을 마련해 해결한다는 취지로 대토론회까지 열었지만, ‘불법을 피하자’는 인식에서 나온 시각들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대형-중소형, OTC- 에치칼 간 갈등양상으로까지 번지는 형국이다.
업계 한 인사는 “어떤 식으로든 더 이상 불법은 안 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데 겉으로는 불법을 말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각자 접근하는 목적과 생각들이 다르다”며 “ 이 상태로 가면 무엇이 도매업계에 유리한지를 떠나 모두 피해를 보는 상황이 올 것이다. 논의는 좋지만 최고 중요한 사안에서도 각자 이해관계를 앞세우고 있다. 답답한 일이다”고 지적했다.
쥴릭도 마찬가지. 내부에 잠복해 있을 때나, 겉으로는 드러날 때나 도매업계 최고의 문제라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이전과 같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장 한국스티펠의 쥴릭행만 하더라도 분위기가 예전과 달랐다.
스티펠의 매출이 크지 않다는 점도 있지만, 이 문제에 있어서도 도매업소들 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나타났다.
‘기존 거래 도매상과 관계를 끊고 쥴릭을 통해서만 공급하는 것은 안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협회 차원의 접근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전처럼 업권차원에서 다뤄지지는 않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협회를 비롯해 누군가 먼저 나서주기만을 기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당사자와 비당사자 간 보는 관점도 다른 분위기지만, 외부의 시각도 마찬가지.
제약사 한 관계자는 “큰 회사가 갔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지만 타 외자제약사들에게 빌미를 주고, 쥴릭의 영향력을 더 강화시킬 수 있는 이번 문제에 대해서는 도매업계 분위기가 이전과 다른 것을 느낀다.”며 “사안이 다르기는 하지만 국내 제약사들과는 수시로 대립해 온 도매업계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사안은 RMS코리아도 다르지 않다. 수년 내 매출 1조원을 향한 교두보를 마련하고 전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1조원이 됐을 경우의 심각성에 우려하고 있지만 일부에 불과하다.
더욱이 RMS코리아는 국내 도매상과 같은 형태의 영업을 하는 상황에서 1조원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는 점, 인수합병 및 공격적인 영업을 통한 1조원 달성 이후 매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업계에서 진단하고 있다는 점, 쥴릭까지 포함하면 두 개 외국 자본 회사가 2조원을 차지한다는 점 등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바라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다른 인사는 “아직 현실로 닥친 것이 아니고 수년 내 문제이기는 하지만, 너무들 안일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나만 피해를 입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과당경쟁, 뒷마진으로 남기지 못하며 투자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대중소형 도매할 것 없이 ‘나는 살수 있다’는 개념은 위험하다는 게 도매업계 일각의 시각이다.
최근 불거진 삼성의 의약품유통업 진출 문제도 다르지 않다. 일단 삼성물산측은 확대해석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고, 진출을 단정지을 만한 확실한 증거도 없지만, 불구경만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 투명성과 내부자 거래 문제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을 하고 있지만, 역시 일각에 불과하다.
삼성이라는 초대기업이 의약품유통업이라는 중소형 시장에 참여한다는 자체에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당장 오지 않은 문제라는 시각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같은 계열사간에 입찰하고 투찰 낙찰하며 몇 년간 같은 회사 제품 계속할 수 있느냐부터 시작해, 삼성물산 케어캠프 도매상으로 연결돼 있는 자본이 같고 투명성 문제도 있고 자본관계 상 내부자 거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삼성물산이 대주주인 케어캠프(2005년 도매상 허가)의 아주대병원 공급권으로 촉발된 삼성의 의약품유통업 진출 논란은 초기에만 반짝 들끓은 형국이다.
이외 선거기간 중 갈등 양상이 이어져 오다 직선제 회장을 뽑은 부울경도협도, 논란이 될 만한 문제들이 불거진 상태로, 단결의 대표 지역으로 뽑히며 도매업계 현안이 있을 때마다 단결력을 과시해 온 지역이었다는 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이전과 다르다.
업계에서 최근 들어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마진. 대부분 해결했다.
하지만 이 부분도 해결하는 과정에서 업소 간, 업계 간 접근하는 시각과 강도가 달랐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약사들이 앞으로 마진인하를 고려 시 도매업계의 이 같은 모습을 감안해 정책( 분리된 마진)을 내놓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하고 있다.
모두 도매업계 스스로 해결할 문제지만, 분위기는 이전과 다르다는 것. 앞으로 상황이 더 종아질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 상황에서 빨리 추스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인사는 “국가 전체가 침체지만 도매업계도 다르지 않다. 단결은 웬만해서는 힘든 분위기다”며 “각각 제 역할이 있고 서로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도매업계가 심기일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권구
2008.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