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프리즘]감사원 보고서 다시 읽기
지난달 29일 감사원이 공개한 ‘성분명처방 시범사업 추진 부적정’ 감사보고서와 앞서 발표된 ‘국민건강보험 약제비 관리실태’ 감사보고서는 ‘성분명처방’이 약제비 절감에 있어 꼭 필요한 제도임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성분명처방 시범사업 추진 부적정’ 감사보고서 자료받기]
일단 ‘국민건강보험 약제비 관리실태’ 보고서는 복지부가 관리하는 약제비 누수 지점을 봉합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지점은 ‘보고서가 약제비 증가의 원인을 무엇으로 보느냐’이다.
보고서는 △인구 노령화 및 만성질환자 증가 △의약품 오ㆍ남용 등으로 인한 사용량 증가 △고가약처방 확대 등을 약제비 증가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인구 노령화 등은 통제 가능한 변수가 아니고, 오ㆍ남용으로 인한 사용량 증가의 구체적인 형태는 의료쇼핑과 의사의 과다처방이다. 결국 ‘국민건강보험 약제비 관리실태’ 보고서는 ‘고가약처방’과 ‘과다처방’, 즉 의사의 처방행태를 약제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한 것이다.
약제비 증가 원인에 대한 이야기가 끝날 쯤, 보고서는 제네릭 의약품과 대체조제에 대한 이야기를 슬쩍 흘린다.
“특허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는 생물학적 동등성을 인정받은 제네릭 의약품과 비교하여 화학구조(성분), 제형, 복약방법, 치료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 등이 같고 약효(藥效)도 차이가 거의 없으며, 단지 제조ㆍ판매기업과 가격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프랑스의 경우 의사가 특허만료 의약품을 처방하면 약사는 의사의 확인 없이 제네릭으로 조제할 수 있으며, 이탈리아의 경우 2003년 제네릭의 정의를 복제약을 포함한 모든 특허만료 의약품으로 확장했다” <‘국민건강보험 약제비 관리실태’ 보고서 12~13쪽>
마치 특정 단어를 모조리 찾아내 삭제한 것처럼, 보고서에는 ‘대체조제’나 ‘성분명처방’이라는 단어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보고서를 읽다보면 ‘권선징악’의 전형적인 시나리오가 흘러가듯, 보고서는 고가약처방의 해결책으로 대체조제와 성분명처방을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 약제비 관리실태’ 보고서가 대체조제나 성분명처방이라는 주인공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 이야기를 전개한 전편에 속한다면, ‘성분명처방 시범사업 추진 부적정’ 감사보고서는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운 후속작이다.
‘성분명처방 시범사업 추진 부적정’ 보고서 역시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맨 마지막 줄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조치할 사항’과 함께, 맨 앞부분에서 언급하고 있는 ‘성분명처방 제도의 목적’이다.
보고서는 “성분명 처방 제도는 의사가 처방전을 발행할 때 제약회사의 특정상품명을 기재하지 않고 처방 의약품의 성분명만을 기재토록 하여 약사ㆍ환자가 같은 성분ㆍ함량을 가진 다수의 대체약제 중 저가의약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고가약 위주의 처방관행을 개선하여 약제비를 절감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외국의 경우 성분명 처방을 금지하는 국가는 없으며 영국, 포르투갈 등은 복제약 활성화, 환자에게 약물제공 기회 확대 차원에서 적극 권장하고 있고, 영국의 2004년 기준 성분명 처방비율은 79%에 달하고 있다”며 성분명처방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성분명처방 시범사업 추진 부적정’ 보고서가 성분명처방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감사원이 성분명처방을 옹호하고 있는 입장인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 약제비 관리실태’ 감사보고서와 ‘성분명처방 시범사업 추진 부적정’ 감사보고서를 읽었다면, 고가약처방 개선의 해법으로 성분명처방을 떠올리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두 보고서와 성분명처방의 필요성에 아무런 연관이 없다하더라도, 적어도 보건당국이 성분명처방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데’ 두 보고서가 도움이 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손정우
2008.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