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사용량 연동제로 40품목 약가인하, '태풍' 부상
기등재약 경제성 평가 논란이 심화되는 가운데, '사용량-약가 연동제도'도 본격 가세하며 제약계 분위기가 극도로 나빠지고 있어, 정부와 제약계 간 약가를 둘러싼 논쟁을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제약계에 따르면 약제비적정화 방안 도입 시 주요 정책사안 중 하나로 제시된 '사용량-약가연동 정책'과 관련, 정부는 신제도 도입 후 1년 반이 경과한 지난 6월말 해당회사에 사용량-약가연동제로 인한 상한가 조정 대상임을 통보했다.
예상치 못한 보건복지가족부의 갑작스런 상한가 조정통보로 약가 인하 상황에 처한 품목은 40개 이상으로 알려졌다.
일단 심사평가원은 9월 26일로 예정된 약제급여평가위에 해당약제의 상한가 조정 건을 상정, 사용량-약가연동제를 그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제약계가 '밀어붙이기'로 표현하는 기등재약 시범평가로 분위기가 극도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 동안 대부분의 해당업체들이 이의신청 절차를 통해 추가 약가 조정에 이견을 피력해 왔음에도 사용량 연계 건이 추가된 것으로 알려지며 정부와 제약계의 강도 높은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등재 목록정비 시범사업은 현재 그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더 악화되며 비교적 영향을 크게 받은 몇몇 제약사들은 복지부를 대상으로 법적분쟁으로 돌입할 분위기도 감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사용범위확대에 따른 사용량-약가연동제 시행이 제2의 ‘밀어부치기’식 약가인하 정책으로 연결될 경우 정부와 업계간 장기전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계에 따르면 이번 사용량-약가 연동제 통보는 공식적이 아닌, 개별 제약사별로 통보하며 개별 제약사들이 모르는 상태에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해당 제약사와 품목이 알려지며 불거지고 있음)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이 청와대에 진정서까지 내면서, 현 약가정책은 궁극적으로 국내 제약사를 도산의 위기로 몰아 갈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 불과 얼마 전인데, 아직도 70년대에나 통했던 불도저식 정책집행을 계속하고 있다"며 "사용량확대에 따른 사용량-약가연동제 시행은 대부분의 회사들이 어떤 근거로 자사 제품이 상한가 조정 대상이 됐는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각 회사별로 개별통보를 받았다. 기등재 목록정비 시범사업에서 드러난 복지부의 선시행-후기준 마련 정책집행의 문제점들이 조금의 개선도 없이 사용량-약가연동제 시행에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용량-약가 연동제에서도 예측 가능능성 부재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
실제 제약계에서는 '수긍할 수 없다'며 이번 사용량-약가 연동제와 관련, 문제점을 쏟아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선 중복규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급여기준 확대품목들은 새로운 제도하에서 대부분 기준확대시 사용량 확대를 예상한 약가인하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급여확대시 자진가격인하 제품에 대한 보완책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기준 변경 6개월 후 사용량 확대로 인한 추가 상한가 조정대상에 포함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은 명백한 중복규제라는 주장이다.
한 예로, 최근 급여확대가 된 류머티스관절염 치료제인 '엔브렐'과 '휴미라' 경우 기준확대시 약 9%의 가격인하를 각각 감행했고, 이는 증가될 사용량을 예상하여 회사에서 자발적으로 시행한 조치(이 경우 치료기간 확대로 인해 6개월 이내 청구량이 당연히 급격히 증가할 것이 자명하다는 것이 보편적인 시각)라는 것.
더구나 복지부가 현행 사용량연동제를 그대로 추진한다면, 청구량에 근거한 비교로 인해 사용량-약가연동 약가조정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8월 말 심사평가원에서 있었던 공청회에서 심평원 담당자가 현재 사용량 약가 연동제는 초기단계로 불완전한 부분이 많으며 이러한 사례에 대한 보완책을 복지부와 논의 중에 있다고 밝히고도, 이에 대한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첫 단추를 무리하게 끼울 때 발생할 후유증의 여파는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몇몇 업체의 강한 반발로 보건복지가족부는 뒤늦게 대상 품목 중 몇 품목은 이번 사용량확대 가격조정 건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비공식적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제도 시행의 투명성과 형평성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급여기준이 확대된 시점부터 전후 6개월의 청구량을 비교해 30%이상 증가 시 그 약가를 조정하는 정책인 사용범위확대 사용량 모니터링의 전제 자체에도 모순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약제 급여 기준의 확대는 약제 사용량 확대를 당연한 전제로 하는 급여기준조정임에도 불구하고, 기준확대 전후 단순 청구량만을 비교한다는 것은 약제사용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불합리한 기준이라는 것.
이미 유사한 약가정책을 시행해 온 호주의 경우, 급여기준 확대시 그 적응증에 해당하는 각 1차년, 2차년, 3차년 예상 사용량을 제출하여 예상사용량 대비 실사용량 증가를 비교하는 반면, 국내 경우 2차년도 부터는 예상사용량과는 상관없이 전년 사용량과만 비교하여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사용량-약가 연동제로 인해 전체 매출액이 준 경우에도 매출액 감소와 상관없이 약제 판매량의 증가만을 고려해 제2 제 3의 가격인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는 것.
업계에서는 뒤늦게 심사평가원은 8월 27일 공개한 신약 및 협상대상 약제의 세부평가기준을 발표하면서 사용량-약가 연동제 시행시 허가확대품목과 급여기준확대품목 간 급여검토절차에 대한 기준을 포함했지만, 여기에도 많은 문제점이 내재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허가확대품목은 심평원의 검토과정 없이 식약청 허가후 바로 급여 확대돼 보험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바로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급여검토절차에 따르면 사용량연동 가격조정까지 상당한 차이가 있는 반면 급여기준확대품목의 경우 식약청 허가 이후에도 심사평가원 임상적 유용성 평가로 인해 급여기준확대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상당해 허가확대품목에 비해 이미 상대적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것.
특히 급여기준 확대 경우 약제의 기준 검토시 자진약가인하가 일반적 절차임을 감안한다면 급여는 늦게 되고 가격은 추가 인하됨에도 불구하고, 사용량 확대로 인한 가격조정의 영향은 곧바로 받게 됨으로 부당 중복 조정이 발생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분쟁소지에 대한 보완절차 마련은 하지 않고 정책추진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는 일단 9월 26일 약제급여평가위원회 회의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절차와 기준에 대해 논란을 빚고 있는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에다, 사용량약가 연동제에 대한 문제점도 추가되고 있다는 점에서 약제급여평가위 회의 결과에 따라 정부와 제약계 간 갈등과 마찰의 수위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이권구
2008.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