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의약품 유통질서 투명화 이제 '진짜' 이뤄질까?
의약품 유통질서 투명화를 위해 그동안 관행처럼 해 온 불법적 리베이트를 척결해야 한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올해는 여느 해보다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매년 의약품 유통 투명화를 이뤄야 한다는 구호를 외치는 데 그쳤던 점을 비춰보면 올해는 그래도 희망을 볼 수 있었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 할 것이다. 한 마디로 2008년은 의약품 유통 투명화를 위한 각계의 다양한 모색이 시도된 한 해였다.
정부 '강경' 의지 실천에 옮겨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보건의료포럼(대표의원 원희목)이 개최한 '의약품 유통질서 투명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의약품 유통 투명화를 위해 쓸 수 있는 수단을 다 써서 해결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의 이 말은 올해 정부가 의약품 유통 투명화를 위해 지속적인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에 비춰보면 앞으로 정부의 의지가 더욱 강력해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 한 해 정부는 의약품 투명화를 위한 보다 실질적인 방법을 시도해왔다.
올해 초 정부는 임시로 의약품 유통조사 TF팀을 구성해 △ 가이드라인 설정 △ 도매업체의 대형화 및 물류기능 전문화 △ 유통정보 시스템 강화 △ 약가 및 수가제도 개선 등 의약품 유통 투명화를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제약·도매업체가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에 보고하는 공급내역은 올해 10월을 기점으로 일반약을 포함한 월별 보고로 의무화 하도록 해 의약품 유통과정의 투명화를 위한 불씨를 당겼다.
이로 인해 의약품 유통 과정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고 의약품정보센터에 축적된 정보를 통해 정확한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제약 및 도매업계의 할인·할증, 샘플 등의 영업형태가 노출될 수도 있어 투명한 유통을 위한 업계의 자발적인 노력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최근 리베이트를 받은 약사의 처벌과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도매업체의 행정처분 감경 기준을 없애는 법안이 시행됐고, 랜딩비, 매칭비, 스폰서비, 할인, 할증 등 리베이트 적발시 관련 의약품의 약가를 인하하는 시행규칙을 이르면 올해 안에 시행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결과는 보여지지 않았지만 정부가 의약품 유통 투명화를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업계, 자정 움직임 '활발'
정부의 계속된 의약품 유통 투명화 움직임에 제약·도매 업계는 스스로 불공정행위에 대해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제약협회는 세계 각국과 유통 투명화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공정경쟁규약 개정작업 및 자정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다국적 제약사 CEO 10여명과의 간담회를 통해 의약품 유통 투명화를 위한 공정경쟁규약 마련에 국내제약사와 다국적제약사가 공조하는데 합의했다.
또한 제약협회는 올해 2월부터 제3자 지정기탁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앞으로 제약기업의 학술지원 및 기부금 제공행위가 양성화되어 새로운 의약협력의 장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약협회는 의약품 유통부조리 신고센터를 가동하기로 결정했으며 신고내용을 조사하고 위반여부를 판단할 운영위원회에 외부인사를 포함시켜 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도매업계도 최근 의약품 유통 투명화를 위해 금전, 물품, 편익, 향응 등 경제적 가치 등을 주고 받는 불법 리베이트에 대해 배척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도매협회는 지난 1일 성명서를 발표하며 "거래 부조리와 불법 리베이트를 뿌리 뽑으려면 우리 스스로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과 힘을 가진 정부 당국의 특단의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황치협 도협 회장은 "의약품 유통과정에서 불법 리베이트가 오고 가는 문제점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도매업계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벌을 자처해서 받겠다는 아픔은 곧 도매업계의 뼈 아픈 각오를 나타낸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도매협회는 법조인과 세무전문가, 회원 등이 참여하는 '불법 리베이트 신고처리 센터'를 신설, 운영해 불법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업체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에 고발처리 하겠다고 밝혔다.
'의약품 유통질서 바로잡자' 한 목소리
이처럼 정부의 강력한 조치와 함께 업계의 자정 움직임이 동반된 2008년. 유통질서의 투명화를 위한 각계의 의견을 듣는 자리도 다수 마련됐다.
올해 초 복지부 의약품 유통조사 TF팀이 주최한 '의약품 유통선진화 방안 마련 워크샵'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자리에서 의약품 유통 투명화에 대한 각계의 입장들이 되풀이됐다.
특히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약품 유통질서 투명화를 위한 토론회'는 올해 진행됐던 많은 논의들의 최종판이었다.
이날 한국제약협회,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한국의약품도매협회,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등에서 대표로 참여한 토론자들은 각각 '리베이트 가이드라인 마련', '처벌제도의 강화', '유통일원화 지속 확대', '제약사의 의원 처방정보 접근 금지 조항 신설'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복지부를 대표해 참석한 이상영 보건의료정책국장은 의약품 유통의 문제점으로 △ 제네릭 위주의 제약산업, 가격경쟁 심화 △ 도매업체의 영세성 및 난립으로 과당 경쟁구조 △ 복잡한 유통구조 및 물류시스템 낙후 △ 유통 정보의 미흡 △ 불합리한 리베이트 관행 상존 등을 꼽았다.
이어 이 국장은 이에 대한 개선 대책으로 △공동물류센터 설립 및 물류 위수탁활성화 통한 물류비 절감 △ 의약품정보센터 통한 의약품 거래행태 분석 및 실거래가 파악 △ 리베이트·실거래가 조사 강화 등을 통한 거래관행 개선 △ 리베이트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제안했다.
토론회를 주관한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은 토론회를 마무리 하면서 "이제는 제약사, 의ㆍ약사, 도매사 등이 털어놓고 문제점을 찾아내 중지를 모아가는 작업을 할 때가 됐다"며 "오늘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제 원 의원의 말대로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의약품 유통 투명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호영
2008.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