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회수폐기' 면피용 아닌 불안감 해소로 작용할까
베이비파우더로 촉발된 석면탈크의 파장이 화장품을 거쳐 결국 의약품에까지 해당 품목 회수 및 폐기라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석면 함유 의약품에 대해 회수 및 폐기라는 입장을 밝힌 식약청도 해당 제품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자유롭다고 밝히고 있어 이번 조치에 대해서는 뒷말이 무성하게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해당 품목에 대한 회수는 소비자의 불안감 해소 차원이라고는 하지만 현 상황을 지켜보는 대부분의 시각은 이번 조치가 오히려 소비자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입장이어서 식약청이 회수와 관련해 앞으로 어떠한 지혜를 발휘해낼지 또 회수 방안이 단순히 면피용이 아닌 실제로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효력을 발휘할지에 대한 관심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석면 함유 의약품, 인체 무해하나 불안감 해소차 회수>
식약청은 8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 결과를 토대로 4월 3일 이전에 제조된 석면 함유 우려 의약품에 대해 원칙적으로 판매 및 유통을 중지하고, 해당 품목을 시중에서 회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날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병무 성균관약대 교수는 "위원회에서 위원들도 회수와 관련해 의견이 팽팽히 맞섰지만 결국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회수를 하는 것이 옳지 않겠냐고 입장을 모았다"며 "개인적으로는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회수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단체 대표자나 의사, 간호사, 약사 등 병원에 근무하는 위원들은 회수에 적극 찬성했다" 며 "석면 함유 의약품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위해성과 상관없이 불안감 해소차원에서 회수폐기 방향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앙약심의 결론이나 식약청의 입장에 대해 상당수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학계 한 관계자는 "유해성이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불안감 해소차원에서 해당 제품을 시중에서 회수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빠르고 과감한 결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 보면 말 자체가 어패가 있는 사태를 급급하게 수습하려는 단순 책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며 "이는 식약청이 모든 책임을 제약사에게만 전가시키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물론 석면이 함유된 탈크를 사용한 제약사가 이번 사태에 있어 가장 큰 책임을 져야겠지만 이런 식으로 명확한 근거 없이 단순히 불안감 해소차원이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제약사와 제품을 제단 한다는 것은 더 큰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명확한 근거도 없이 또 기준도 모호한 상태에서 무조건 석면 함유 우려 의약품이라는 이유로 모조리 회수 폐기하라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냐"며 "이 같은 기준으로 따진다면 앞으로 멀쩡할 의약품이 어디 있겠냐"고 토로했다.
<석면 함유 의약품 회수, 업계는 발등의 불>
식약청은 오늘 오후 석면 함유 우려 의약품에 대한 업체명 및 제품명과 조치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품목은 대부분 중소제약사 제품으로 1200여개가 넘을 것으로 보이며 회사별로는 적게는 한 품목에서 많게는 50여까지 포함됐다.
발표가 진행됨과 동시에 관련 업체는 물론 일반 소비자, 업체와 소비자를 연결시켜주고 있는 병원, 약국, 도매 등은 회수와의 전쟁에 돌입, 그야말로 혼란 아닌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측된다.
우선 해당 제약사는 유통 실태에 따라 회수 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이며 회수 작업과 함께 석면 함유 우려가 없는 제품에 대한 생산도 함께 진행해야 할 것이다.
한 관계자는 "이미 식약청의 실태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과정에서 새로운 탈크를 확보해놓은 상태이고, 최종적으로 회수명령이 떨어지면 회수 작업과 함께 새 제품 생산에도 돌입 할 것"이라고 말하며 "지금 상황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약국, 도매를 넘어 일반소비자에게 전달된 제품을 어떠한 방법으로 효과적으로 회수해야 할 것"이냐고 밝혔다.
또한 "일단 유해성이 있던 없던 석면 함유 제품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약국에서나 또 일반소비자들이 해당 제품뿐만 아니라 전 제품에 대해 불신을 가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며 "식약청이 회수라는 대 기준은 세웠지만 세부 기준을 잘 세워줘 제약사가 더 큰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식약청은 "경구약의 경우는 장기투여 한다고 해도 그 양이 너무도 미비하고 호흡기로 흡입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며 "전문약 같은 경우는 담당 의사와 상의를 통해 조치를 취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환자 입장에서는 문제의 여지는 없지만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서 조율한다는 말은 너무도 추상적으로 들리는데다 무책임한 발언으로만 여겨진다.
아울러 회수에 있어 교량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 약국도 식약청이 회수에 대한 정확한 기준과 지침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원할한 교량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식약청, 탈크 우려 의약품 할일 다한 것 아냐>
일단 급한 불은 껐다. 식약청은 일단 계속해 점화되는 탈크 사건과 관련해 판매 유통 중단 및 해당 품목 회수라는 카드를 꺼내들어 일단 화살을 업계로 돌렸다.
물론 규정 미비의 이유로 석면 함유 탈크를 쓴 제약사는 이번 사건의 최대 가해자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식약청도 이미 2004년 연마제, 흡수제, 부형제, 피부보호제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탈크의 위험성을 용역연구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으나, 이를 묵과하고 결국 사건이 언론 등을 통해 크게 확대된 이후 급급하게 규격기준을 만들고 또 오락가락하는 시험 기준으로 본의 아니게 선의의 피해자를 만든 것에 대한 책임은 어떤식으로든 져야 할 것이다.
게다가 업체에게 기준 마련 전 제품에 대해 무한 책임까지 묻고,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불안과 혼란만을 심어준 사건의 적극가담자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청은 이번 사건에 있어 누구보다도 무한책임을 보여줘야 한다.
아울러 식약청은 회수 조치가 예상되는 1200여 품목의 덕산약품공업을 비롯한 7곳 업체에서 공급받은 탈크 함유제품 이외에도 전 방위적으로 의약품에 사용되고 있는 탈크 원료에 대한 조사를 펼쳐 석면의약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깨끗이 씻어내야 할 것이다.
특히 식의약품의 위해를 예방하겠다는 위해예방정책관도 전시의 목적이 아닌 실행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식약청 내 모든 안전관리 조직체계도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 번 재정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세호
2009.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