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식약청 지금 필요한 건 뭐? '수직 간 칸막이 해소'
식약청이 개청 이래 조직과 구성원에 대해 최대 규모의 변화를 주도한 가운데 파격을 넘어 실험적인 이번 인사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식약청이 직렬 간 칸막이 문화를 해소하기 위해 행정직, 연구직, 기술직간 장벽을 허물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등 대대적인 인사혁신을 꾀해 효율을 극대화 한다고 한 만큼 청에 거는 기대는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상당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결과적으로 행정직, 연구직, 기술직간 장벽을 허물었다기 보다는 상징적 의미만 부여한데다 오히려 직렬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물론 전문성 보다는 일반성만을 추구했다는 지적도 함께 말이다.
파격 넘어 '실험적' 인사...직렬 이동 사실상 무색
식약청은 대국대과를 중심으로 하는 조직개편과 함께 '효율적인 기능과 업무중심 조직'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95명의 국과장급과 110명에 달하는 사무관급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그야말로 개청이래 가장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특히 행정직 출신 장병원 국장이 신임 의약품안전정책국장을 맡은 것을 비롯해 연구직 김대병 전 의약품평가부장이 대전청장으로 수의사 출신인 장동덕 위해평가연구부 부장이 의약품심사부장, 그리고 설효찬 전 경인청 의약품과장이 식품안전국 해외실사과장으로 또 약무직 김관성 과장이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독성평가연구부 부작용감시팀장으로 자리하는 등 기존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의외의 인사가 전개됐다.
그러나 국과장급 몇몇 인사를 제외하고는 실제적으로 직렬간의 장벽을 없애는 창구 역할과 호흡을 같이 해야 하는 사무관 등 실무진급은 직렬 간 이동이 거의 없어 칸막이 문화 해소의 당초 의도는 무색하게 됐다.
식약청에 따르면 과장급 50% 이상이 바뀌면서 업무공백 혼선과 혼란 방지하고 업무 연계성을 고려, 실무자급의 이동은 최소화 했다.
결국 이번 인사는 직렬 간 이동을 통해 직렬간 교류의 물꼬가 텃다는 의미는 부여할 수 있겠지만 쌍방향이 아닌 단방향에 그치는 바람에 칸막이 문화 해소, 상호 이해 구축으로까지 작용하기에는 그 정도가 미약해만 보인다.
직렬 간 수평 칸 막이 보다 수직 간 장벽 해소 '급선무'
현재 식약청의 문제는 행정직, 연구직, 기술직등 직련간 수평적 소통 부재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상하의 수직적 소통부재와 불신이 더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특히 청을 이끌어가는 몇몇 중심 인물에 대한 청 내 전반적인 평가와 신뢰가 엇갈리고 있어 중심으로서 역할이 원활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어느 조직이든 위가 아래를 믿지 못하고 아래가 위를 믿지 못한면 쉽게 균열될 수 밖에 없고 위기관리에서도 취약점을 드러낼 수 밖에 없다.
가장 가까운 예가 탈크. 전문성을 강조하던 식약청이 전문성 보다는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결국 짜맞추기 식, 뒷정리식 행정이 전개됐고, 이로 인해 청 외부는 물론 청 내부에서도 혼란의 혼란을 거듭했다.
이로 인해 이번 인사에서는 적재적소에 적합한 인물을 배치하는 것 만큼이나 직렬에 따라 가지 말아야 하는 자리가 먼저 고려되는 등 다소 균형적이지 못한 인사가 전개됐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전문성 보다는 일반성, 보편성이 더 중요시 됐다.
그러다 보니 이곳저곳에서 잡음이 들리고, 우려 섞인 목소리가 계속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어떤 인사도 100% 만족, 100% 기대감으로 시작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직이 활기있고 균형감 있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파격적이고 보여주기식 행보 보다는 균형있고 원시안적인 행보, 그리고 책임전가 보다는 책임분담이라는 원칙이 먼저 갖춰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험적 변화...긍정적 변화로 승화돼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격을 넘어 실험에 가까운 이번 개편이 성공적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기대와 눈길은 많다.
우선 제약업계만해도 식약청이 변화를 자처하고 나선만큼 이번에는 보여주기식이 아닌 느낄 수 있는 비지니스플렌들리를 구사, 변화가 긍정적 효과로 발휘되길 바라는 분위기다.
특히 식약청이 탈크 사건처럼 정치적 판단에만 의존한다던가 전후 사정 따지고 않고 사태 수습에만 급급해 하루아침에 잡았던 손을 팽겨치거나 안면을 바꾸지 말아주길 바라고 있다.
또한 식약청의 의도대로 행정직, 약무직, 연구직의 조화가 앞으로 또 다시 다가올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혼란이 아닌 융화로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길 바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식약청이 가장 빛날 수 있는 것은 식의약 전문기관으로서 전문성을 발휘할때 이다. 전문성과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만 있다면 식약청은 정부와 국민과 여론에서 완전히 독립된 기관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은 앞으로는 흐를수는 있어도 뒤로 돌릴 수는 없다. 모처럼 변화의 중심에 서고자 한 식약청의 모습이 개악이 아닌 개선으로 승화되길 기대해 본다.
임세호
2009.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