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GMP 선진화’ 구조조정 터널 지나야 광명 보인다
진화하는 GMP…그래도 넘어야 할 산
1994년부터 완제의약품 제조업소를 대상으로 전면 의무화된 GMP가 지난해부터는 제형별이 아닌 품목별로 새 GMP가 도입되고, 이에 따라 밸리데이션까지 단계적으로 의무화 된 가운데 업체들의 의약품 품질관리에 대한 부담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품질관리에 대한 부담은 생명을 다루는 의약품을 제조하는 제약회사에 있어 당연히 감당해내야 할 의무이며, 책임이다.
특히 GMP라는 것은 계속해 진화, 발전해 가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민건강을 계속해 담당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진화되고 있는 GMP 제도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개별 제약사를 위해서도 또 전체 제약 산업을 위해서도 독이 아닌 약이 될 것이다.
GMP기준 선진화…약 85개사 도태 예상
GMP선진화 바람이 확실히 강하긴 강하고 무섭긴 무섭다. 정부가 제약 산업 구조조정 재편에 있어 가장 힘있는 카드로 내세우고 있는 것도 바로 GMP선진화와 비윤리적 영업행위 제재 강화 두 가지다.
복지부와 식약청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GMP기준 선진화 시 제약기업별 평균 투자비는 4.6%로 5%미만의 영업이익율 기업들은 경쟁력 약화가 예상된다.
특히 GMP기준선진화 및 비윤리적 관행 금지에 따라 향후 경쟁력이 약화될 기업은 완제의약품 총 221개사 기준으로 85개사에 달한다.
정부는 이들 85개사가 사업전환(56개사), M&A(7개사), 퇴출(28개사)등으로 제약산업에서 이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계획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지난 1994년 GMP의무화 당시 많은 업체들이 도태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제약사들의 구조재편은 아직까지 뚜렷한 상황을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다품종 소량생산을 기반으로 하는 과당경쟁의 양상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다만 고무적인 것은 아직 뚜렷한 기업의 구조조정의 성과를 이뤄내지 못했다 하더라도 GMP의무화와 품목별 새GMP는 품목 구조조정을 이끄는 데는 확실한 역할로 국내 제약 산업의 품목 고도화를 이뤄내고 있다.
수치적으로 봐도 차등평가 도입 전인 2003년 1,657개, 2004년 1,971개 등 평균 1,800개 대에 이르던 자진취하 수는 차등평가 도입 후 평균 6,000개에 달하고 있으며, 밸리데이션 의무화는 품목취하는 늘리고 품목허가신청은 줄이는 효과를 내며, 품목고도화에 선봉에 서있다.
GMP 기준 강화…결국 毒 아닌 藥
새 GMP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밸리데이션 의무화가 순탄치 않은 과정을 겪으면서도 내년에는 공정뿐 아니라 제조지원설비, 세척, 시험방법, 컴퓨터밸리데이션까지 모두 안착하게 된다.
유예냐 유지냐 등 업계의 반발과 목소리에 한때 좌초 위기까지 놓였던 밸리데이션과 새 GMP를 보는 지금 업계의 시선은 제도 도입 초기처럼 볼멘소리가 크지 않지는 여전히 불만을 남아있다.
비유를 하자면 '대입을 앞두고 있는 고3 학생' 정도. 우리나라 대부분 고 3 학생은 공부를 해야 하고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시간과 열정, 그리고 돈까지 투자해야 하는 지금 현실이 마냥 버겁고 화나고 원망스럽다.
게다가 투자를 아끼지 않고 대학에 간다 해도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 제약현실이 그렇다. 강화된 기준들로 막대한 자금을 들여 시설과 인력을 투자한다 해도 약가인하라는 두꺼운 벽이 높게 쳐있는 현 상황에서 투자에 대한 이득을 보장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대학이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감에 있어 일반적인 최소한의 과정이듯 제약업계도 이러한 과정을 무시하고는 앞날을 얘기할 수 없을 것이다.
컨설팅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품질관리에 대한 개념이나 투자 없이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했던 업체들에게 새 GMP와 밸리데이션을 회사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했지만 그러한 1차원적인 사고로는 고도의 품질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며 살아남아서도 안 된다"며 "오너의 마인드 변화가 현 상황을 이겨내는 가장 강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내 제약 산업은 보호주의 타성에 젖어 새로운 변화에 일단 외면하고 반대만 하고 나서는 경향이 있다"며 "두 보 전진을 위한 한 보 후퇴가 현명한 것인지 아니면 항상 그대로 제자리걸음이 나은 건지 이젠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식약청 의약품품질과 이승훈 과장은 "전반적으로 업계가 새 GMP나 밸리데이션을 이해하는 범위가 많이 넓어졌다"며 "계속 진행되고 있는 지도점검에서 적발된 사례가 극히 미비한 것만 봐도 기본적으로 업계가 받아들이는 범위와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어 "제도가 완전히 정착되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식약청은 제도 정착을 위해서 강한 채찍보다는 교육과 지도점검 등의 컨설팅 역할을 통해 전반적 수준의 상향평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고취되는 GMP 투자…'의지' 꺾는 약가인하
'위에서 누르고 아래서 밀어올리고'요즘 제약 산업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GMP 선진화와 투자에 대한 개념이 그나마 압박에서 의지로 바뀌어가는 상황이지만 끝도 없는 약가인하 정책에 답이 없는 지경이다.
정부의 계속된 약가인하 정책은 기업의 선진화 투자 의지는 물론 국내 제약 산업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 물론 정부에서 주장하는 건보재정난 안전화라는 명분이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미래를 준비하는 다수의 제약사들은 제조소 이전 및 증ㆍ개축 등을 통해 선진시설, 선진시스템을 구축, 보다 나은 경쟁력을 갖출 준비를 하고 있다.
식약청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2년까지 국제약품, 동아제약, 일동제약 등 총 32개 업체가 제조소에 대해 이전 및 증ㆍ개축을 계획하고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 같은 투자의지를 보인다는 것은 국내 제약 산업에 있어 매우 희망적인 뉴스"라며 "식약청도 이 같은 분위기에 맞춰 신규 GMP시설 설계 시 도면 검토, 현장 검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컨설팅을 펼칠 것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GMP라는 것인 하드웨어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소프트웨어, 특히 교육이 중요한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투자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GMP투자를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투자마저 꺾는 상황이라 주저하고 화가 나는 것"이라며 "시장에서 보험약가는 계속해 내려가지 또 잘하는 것이라고 볼 순 없지만 영업 형태까지 한꺼번에 변화될 것을 요구하니 당연히 팔로는 막히고 업계가 볼멘소리 안 하겠냐"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제대로 된 경쟁력을 못 키운 제약사들도 문제지만 일방적으로 제약 산업을 코너로 몰아가는 정부정책도 옳다고는 볼 수 없다" 며 "새 GMP제도가 제대로 정착하고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투자에 대한 약가 등을 통한 제대로 된 평가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GMP 선진화' 부담 아닌 전략 기대
GMP는 진화한다. 이 한마디가 GMP를 가장 짧고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즉 지금의 GMP가 완성점이고 모든 것이 아니라 GMP는 시대를 지날수록 발전하고 강화된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뿐만 아니라 내일도 제약 산업의 축을 담당하고자 한다면 진행되는 또 발전하는 GMP제도를 외면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식약청 의약품 품질과 김호동 사무관은 "1994년도의 GMP와 2009년도의 GMP가 다르듯이 10년 후의 모습은 또 달라진다"며 "선진국은 밸리데이션을 넘어 리스크 매니지먼트 수준으로 가는 상황에서 아직도 GMP제도가 제약 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소리를 하는 것은 스스로 제약 산업의 주축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특히 GMP와 밸리데이션은 1년을 넘어 10년 20년을 내다보는 미래지향적 안목과 접근이 중요하다"며 "규정을 준수한다는 생각보다는, 보다 안정되고 좋은 품질을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좁은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을 겨냥하는 준비를 한다는 마인드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A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GMP라는 경쟁체제도 갖춰야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부담이겠지만 지금이야 말로 발전해 나갈 것이냐 또는 업종을 변경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라며 "제약 산업 전체를 위해서도 높아지는 기준에 따라 시장 정리도 과감하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남은 몫은 업체 개별 개별이 GMP제도를 부담으로 만드느냐 또는 전략으로 만드느냐 일 것이다.
물론 식약청도 업계가 GMP선진화를 부담이 아닌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일관되고 선제적인 행정, 그리고 아직은 정착 단계인 만큼 중소업체들을 중심으로 더 많은 교육과 지도를 전개해 되도록 많은 업체들이 새GMP에 안착할 수 있도록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줘야 할 것이다.
임세호
2009.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