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토종 제약 무너지면 국내 제약산업도 무너진다
다국적제약사 국내 시장 지배는 막아야 - 대안 없는 정책 추진 역작용 불가피
국내 토종 제약사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인하 정책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이로 인해 파생되는 다국적 제약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시장을 빼앗길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리베이트 근절 정책과 제네릭 약가정책이 이들과의 경쟁력을 상실하는 데 일조 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불법 부당 유통 마케팅은 없어져야 할 대상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제약사들이 애태우는 이유다. ‘토종 제약사들이 무너지면 국내 제약산업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는 제약계 밖의 목소리도 이에 기인한다. 제약산업이 국가경제에 이바지한 바가 크고 또 앞으로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멀리 내다보고 정책 집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국적제약사 점유율 상승세
실제 신약개발 역사가 일천하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신약 없이 세계 15위권 시장을 유지하고 있는 데는 제네릭 영향이 크다. 이 점에 대해 부인하는 사람들도 없다.( 세계시장=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순이었던 2003년 한국은 17위,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중국으로 재편된 2008년 한국은 인도에 이어 14위)
문제는 다국적제약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IMS데이타에 따르면 외자제약사는 1999년 21%에서 매년 점유율을 높여 오다, 2007년부터 3년 연속 35%를 점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제약사는 1999년 79%에서 매년 감소하다 2003년 70% 아래(67%)로 떨어진 후 2004년 65%, 2005년 66%, 2007년 65%, 2008년 65%, 2009년 65%로 3년간 정체다.
최근 3년간 일반약과 전문약을 합해 국내 제약사와 외자제약사는 65 대 35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으로, 올해 1분기 현재 전문약 경우 다국적제약사는 39.4%, 국내 제약사는 60.6%를 점유한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에서는 최근 3년간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제약사들 점유율이 정체상태를 보인 이유를 제네릭 선방으로 보고 있다. 이유가 어떻든 간에, 그나마 방어하고 있다는 것.
정부 정책에 대해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최근 제약계 안팎에서 걱정하는 이유가 늘고 있는 것은 약업계 환경을 둘러싼 기류를 볼 때, 제약산업 성장 동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리베이트 근절과 제네릭 약가의 거품을 거론하며, 국내 제약사들을 몰아붙이며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정부의 약가정책과 관련, 다국적제약사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약계에서 제네릭과 관련해 걱정하는 부분은 가격이 대폭 인하될 경우.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할 수 없고, 이는 그대로 국내 시장에서 토종 제약사들의 경쟁력 상실로 연결된다는 지적이다.
제네릭을 통해 자금력을 확보해 연구개발에 나서 신약을 만들어 세계시장에 진출한다는 복안이 무너진다는 것.
유통가 한 인사는 "외자 제약사들이 바라는 바를 정부가 앞장서서 해주는 것 이 아니냐는 시각도 많다. 저가구매인센티브도 외자제약보다는 국내 제약사들이 불리하고 동일성분 동일약가는 외자사도 가격은 떨어지지만 리베이트 근절로 인해 국내 제약사들이 경쟁력 측면에서 더욱 불리하다. 결국 외자제약사에 유리한 정책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무조건 제네릭을 압박할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제약계 한 인사는 “약가인하는 국내 제약사나 외자제약사나 같은 문제다. 때문에 공조 체계도 구축하는데 피부로 와 닿는 쪽은 국내 제약사다. 제네릭을 개량신약 신약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제네릭으로만 버티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글로벌 시대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다국적제약사들과 유통업체들이 진출한 동남아 일부 국가 제약산업과 유통산업이 현재 어떻게 형성됐느냐는 이미 알려진 얘기다”고 진단했다.
리베이트 줘도 고민 안줘도 고민
하지만 다국적제약사들과의 경쟁에 있어서 특히 더 거론되는 부분은 리베이트다. 인정하기 싫어도 국내 제약사 매출 창출에 큰 역할을 했던 리베이트가 원천봉쇄 됨에 따라 나타나는 파장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8월1일부터 리베이트 근절법이 발효되고, 이 기조가 유지되면 제네릭 점유율은 떨어질 것이고, 이는 그대로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약사들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업계 내에서는 제네릭 성장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리베이트를 통해서 매출을 늘렸든 진보한 영업 마케팅 전략을 통해서 늘렸든 매출 증가 자체가 리베이트로 해석될 소지를 안고 있기 때문.
현재 분위기가 제네릭에 대해서는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에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최근 제네릭 매출이 부쩍 증가한 제약사들이 내부적으로 불안해하는 이유도 이에 기인한다. 리베이트는 없애야 하지만, 개별 제약사나 국내 제약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는 것.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줄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 한계를 느낀 선진 다국적제약사들이 국내 시장을 넘보고 있는 데다, 제네릭 진출도 가시권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실제 IMS데이타가 올해 시장성장률을 예측한 바에 따르면 미국 1∼2%, 영국 2∼3%, 일본 4∼5%, 프랑스 4∼5%인 독일 3∼4%인 반면, 한국 중국 브라질 인도 멕시코 터키 러시아 7개국으로 대변되는 신흥시장은 14∼14% 될 것으로 예측됐다.
신흥시장을 제외한 국가들은 모두 다국적제약사들을 보유하고 있는 제약시장 선진국으로,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제약 선진국들이 시장을 더욱 넓힐 것이 자명하고, 아직 경쟁력 확보 작업 중인 한국시장이 이들 국가 제약사들의 치열한 각축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력 제약사들 국내 시장 눈독-진출 초읽기
다국적제약사들이 소속된 국가가 자국 제약사의 성장과 이를 통한 국가의 '부' 창출을 위해 글로벌시장을 무기로 적극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
이 인사는 “현재도 버거운 상황인데 다국적제약사들이 전략을 더 강화시켜 또는 통상을 내세워 압박한다면 더 힘들어질 것은 자명하다. 일부 다국적제약사들은 한국 정부와도 대등한 관계를 유지한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며 “제약사들이 노력은 하고 있지만 아직 선진 시장으로 진출할 단계가 아닌 상황에서 또 한방 맞으면 쓰러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초읽기로 다가온 유력 제네릭 제약사들의 국내 의약품시장 진출 움직임도 부담감을 주고 있다.
당장 인도의 전 세계적인 제네릭 제약사 '씨플라'는 특허가 끝난 오리지널 제품의 퍼스트제네릭 상당수를 갖추고, 국내 시장 진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또 인도의 ‘선’도 한국 파트너를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 이스라엘의 세계 1위 제네릭 회사인 ‘테바’와 아이슬란드의 ‘악타비스’도 제약 및 유통업체를 파트너로 정해 국내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인 상황이다.
여기에 신약개발에 한계를 느낀 다국적제약사들도 제네릭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간 국내 유통시장의 불투명성과 리베이트로 저울질만 했던 다국적제약사들이 국내 의약업계시장에서 벌어지는 의약품 관련 정책을 발판 삼아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는 것.
이럴 경우, 국내 제약사들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약계 다른 인사는 “국내 제약사들이 사면초가에 있는데 약가정책만은 아니고 글로벌 시대에서 감당할 문제기도 하다. 다국적제약사들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고, 이들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며 “다만 토종이 무너지고 다국적제약사들이 지배하는 시장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 점을 염두해 두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유통가 다른 인사는 “의사들에게 국내 제약사 제품을 써달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데, 약가가 지나치게 인하돼 제약과 유통산업이 동시에 무너질까 걱정된다”며 “정부가 제약과 유통산업 발전 구상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다국적제약사들과 외국 유통업체들이 지배하는 시장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권구
2009.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