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다국적제약사 글로벌 마인드 갖춰라
‘언제까지 일방통행 할 것인가’
독점 공급 및 거래를 바탕으로 한 의약품유통시장 왜곡 책임에 대한 쥴릭과 다국적제약사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약사회 의사회 병원협회의 성명서에 이어 국정감사에서도 영업형태 및 불공정거래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를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동원약품그룹의 쥴릭 거래 중단 이후 터지기 시작한 의약품 도매업계의 직거래 확대요구로 불거진 안 좋은 여론은 쥴릭과 다국적제약사들이 정부, 전문가 집단, 국민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단순히 외자 유통업체와 외자제약사들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데서 출발한 것이 아니다.
의약품 유통시장을 심각히 왜곡시키고 있고, 이는 국민의 건강권 확보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타당한 이유를 갖고 있다.
공정경쟁, 공정거래 풍토 조성이라는 시대적 요청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개선 요구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것은 국내 시장을 무시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는 목소리가 제약 유통업계에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쥴릭과 다국적제약사들이 지금까지와 같이 시장을 왜곡시키는 영업 정책을 고수하고, 의약품유통업계가 생존을 걸고 나설 경우, 정부 정책과 국민 건강권 확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소속 28개 회원사 중 23개 사가 지난해 협회에 공개한 영업 자료에 따르면 이들 제약사의 총 매출은 3조3,7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사노피아벤티스 3,670억원, 한국화이자 3,335억원, 노바티스 3,007억원, 베링거인겔하임 1,280억원 등 4개사 매출이 1조2천억원 규모로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쥴릭의 주요 아웃소싱제약사들로, 현재 의약품 도매업계의 직거래 확대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는 제약사들이다.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거대 품목을 거느리고 있는 회사들이라는 점이다.
화이자 경우 노바스크 리피토 뉴론틴 등이 매출을 주도하고 있고, 사노피아벤티스도 플라빅스 아프로벨 악토넬 란투스 등이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노바티스(디오반 그룹 엑스포지 글리벡), 베링거인갤하임(미카르디스 스피리바)도 마찬가지다. 이들 품목은 매출이 수백억에서 1천억이 넘는 거대 품목들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처방받고 있는 의약품들이다.
쥴릭은 이들 제품 등을 통해서 지난해 9,372억원의 매출을 신고했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이들 의약품에 대한 유통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유통가 한 인사는 “현재 쥴릭에 속해 있는 외자제약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제품들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고, 한국에서 분야별로 소위 가장 많이 처방되는 제품들이다. 일부 직거래도 병행돼 왔지만 이들 제품이 거의 독점적으로 쥴릭을 통해서 공급돼 왔다는 점은 큰 문제다”며 “이들 제품의 직거래를 확대해 유통을 원활하고 신속하게 해달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은 한국의 국민들을 무시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한국화이자는 동원약품 그룹과 계약을 해놓고 공급을 미루고 있고, 나머지 제약사는 동원약품이 쥴릭과 거래 중단을 선언한 이후 계속된 직거래 요청에도 계약조차 하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현재 분위기를 볼 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동원약품 거래 중단 선언 이후 쥴릭에 맞춰졌던 초점이 다국적제약사 쪽으로 급속히 이동한 것도 이 때문이다.
쥴릭의 방해, 본사의 허락 유무, 10년 간 쥴릭과의 관계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한국의 소비자와 유통시장을 생각하면 변명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최근 들어 ‘다국적제약사들이 글로벌 마인드를 갖고 있는 것이 맞나’는 의문이 많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말로는 글로벌기업이라고 하지만, 현재 모습은 이와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다른 인사는 “세계 10위권의 제약시장이고 OECD가입 국가로 세계적으로도 위상을 갖추고 인정받는, 만만치 않은 한국시장을 무시하는 행동이다. 쥴릭에만 공급할 시점이 아니고 글로벌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구두든 합의든 약속했다는 것은 글로벌 제약사로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쥴릭과 외자제약사들이 힘을 합해 제약시장과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만 필리핀 태국 등과 같이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지적이다.
이 인사는 “국내 CEO들이 본사에 정확하게 리포트를 해서 직거래를 확대해고 정상 유통이 되게 해야 원활한 의약분업이 이뤄진다”며 “만일 공정한 경쟁을 못하게 한다면 도매만이 아닌, 구체적이고 확실한 대응책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이권구
2009.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