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항바이러스제 투약 관리 부실…확진환자 8배 투약
9월 말까지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 수에 비해 8배 많은 사람들이 항바이러스제를 투약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 전혜숙 의원은 질병관리본부와 심사평가원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밝히며 이 같은 수치는 항바이러스제 오남용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종인플루엔자 검진 장비 확충과 선진국과 같이 실시간 처방 투약 점검 시스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9월 30일까지 확진 환자 수는 23,603명인데 비해, 항바이러스제는 16만명분이 투약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11월 6일까지 141만 명분이 투약되었다고 밝혔는데, 이중 125만 명분은 10월 1일 이후 투약된 분량이다. 즉 16만 명 분은 9월 30일 이전에 투약된 셈.
질병관리본부가 전혜숙 의원실에 제출한 신종인플루엔자 환자발생 현황자료에 따르면, 35주차인 8월 24일 ~ 8월 30일 확진 환자 수는 988명 이다.
이에 비해 질병관리본부가 제출한 거점약국 투약현황 자료를 집계한 결과를 보면, 비슷한 기간(8월 23일 ~ 31일) 493개 거점약국에서 3,555명이 투약을 받았다.
35주차(8.24. - 8.30.) 환자 수는 988명인데 비해, 항바이러스제 투약 인원은 3,555명으로 3.6배에 달한다. 이틀의 차이가 있지만, 대략 잡아도 항바이러스제를 투약 받은 3명 당 1명은 신종인플루엔자 환자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여기에 거점병원에서 직접 투약 받은 환자들을 고려하면 이 차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7월 21일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관계부처 회의를 개최해 경계단계로 상향조정, “봉쇄·차단 정책”에서 “피해 최소화 정책”으로 전환하고, 8월 21일 투약 기준을 ‘급성 열성 호흡기질환으로 인하여 입원 치료중인 환자’와 ‘합병증 발생 우려가 높은 고위험군 급성 열성 호흡기질환 외래환자’로 완화한 이후 비확진환자의 항바이러스제 투약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8월 말 한 주 동안 3.6배였던 확진환자 대비 항바이러스제 투약 비율은 9월 말에는 7배로 급증했다. 정부가 항바이러스제 투약기준을 모든 의심 환자로 완화하고 적극적인 투약을 요청한 것은 10월 30일 이후에는 더 큰 비율로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전혜숙 의원은 이런 결과를 볼 때, 정부의 항바이러스제 투약 관리 정책은 사실상 실패한 것이라 지적했다.
실제 정부는 의심환자 투약확대로 11월 초 타미플루 비축분이 100만명 분 이하로 급격하게 줄어들자 11월 4일 긴급하게 타미플루 39만명분을 구매하여 11월 11일 납품받았다. 10월 계약 500만명분은 12월 30일 납품예정이었다.
또한 전 의원은 정부가 이런 정책 실패를 만회하고자 타미플루 내성 발현을 위해 비축하고 있던 리렌자 사용을 권장하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타미플루 및 리렌자 병합 비축 이유’에 대한 답변에서 “타미플루 내성발현에 대비하기 위하여, 내성 가능성이 낮은 리렌자를 동시 비축하여 항바이러스제의 치료 효과를 보장하기 위함”, “타미플루를 사용할 수 없는 대상자에 대한 치료목적으로 병합 비축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전혜숙 의원은 질병관리본부가 운영하는 일일처방․투약 보고시스템도 부실 관리되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질병관리본부는 중복 처방 등 일일처방․투약 현황에 대한 자료 요구에 대해 보건의료기관의 보고 자료에 오류가 많아 제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는 정부가 시중 의료기관에 충분히 남아 있다고 주장하는 항바이러스제 비축 분량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한 환자가 여러 번 투약을 받는 경우가 발생한 경우에도 이를 제 때에 확인하지 못하고 있어, 실제 필요한 환자가 못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전반적인 상횡에 대해 전혜숙 의원은 항바이러스제 투약 관리 실패는 정책적인 측면도 있지만, 인프라 부족에 따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형 실시간 투약 관리 시스템인 DUR 제도가 정착해 있었다면, 중복 투약 등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인 항바이러스제 투약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 지적했다.
이어신종 인플루엔자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유사한 감염병이 창궐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기 위해 올 해 시범사업을 끝내는 DUR 시스템 조기 정착을 위한 예산을 편성하고 이를 집행할 것을 촉구했다.
임세호
2009.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