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제약-약국, 소비자 니즈 충족해야 재정안정화 도움
의약분업 이전, 제약사들의 주요 '먹을거리'는 일반약이었다. 약국도 일반약이 수익 창출의 주 원천이었고, 유통가도 약국 주력 도매업소들이 이끌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 같은 모습은 완전히 역전됐다. 일반약은 제약사들에게 '계륵'으로 전락했고, 약국에서도 더 이상 관심을 갖고 판매해야 하는 대상에서 벗어났다. 도매업계에서도 현재 2천여 개에 육박하는 업소 중 약국 주력 종합도매업소는 50여 곳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병원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도매업소들로 짜여졌다.
약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며 제약사 약국 도매상들의 일반약 활성화 주장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매년 연초 나오는 일과가 됐다. 건강보험 재정안정화와 약국 경영 활성화를 위해, 또 보험재정 위기에 따른 정부의 전문약 압박(가격인하) 시대에 제약사 수익창출 수단으로 일반약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몇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제약사들의 일반약 주장은 목소리에 그치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 주요 제약사들이 올해 출시할 신제품 목록을 보면, 전문약 대 일반약 비율은 전문약 강세였던 예년과 다르지 않다.
신제품 출시가 일반약 활성화를 담보하지는 않지만, 제약사들이 말로는 '전문약으로는 더 이상 성장과 수익을 담보할 수 없다' '일반약을 키워야 한다'고 외치면서도 여전히 회사의 전략은 전문약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일반약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정부의 건강보험재정 절감 정책, 한미FTA 등에 따른 글로벌경쟁 등은 제약사들에게 위기요인이고, 전문약 만으로는 이를 헤쳐 나갈 수 없다는 인식은 여전하다.
약가인하에 따라 전문약으로 창출할 수 있는 수익이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연구개발을 통해 경쟁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하고, 일반약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이 같은 요인으로 올해 제약사들의 일반약에 대한 관심은 이전보다 늘었다는 게 제약계 내부의 시각이다.
수년간 일반약 담당자들은 찬밥이었는데 그나마 올해는 인사에서 이사급으로 진급하는 경우들이 생겼다는 것. 작년까지만 해도 포기했던 일로, 제약사들이 일반약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진단이다.
의약분업 이후 제약 약국 도매상의 모든 관심이 전문약에 집중되고 일반약이 찬밥신세가 되면서 담당자들이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고착화됐지만, 올해 인사를 볼 때 일말의 ‘서광’이 비췄다는 것.
하지만 아직은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실제 제약사들 내부 분위기가 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전문약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통가 한 인사는 '인사에서 희망이 비췄지만 모든 제약사들이 전문약을 만들고 영업하는데 데 혈안이 돼 있다. 일반약에 대한 메리트도 계속 없어 담당자들이 법인카드 하나 쓸 수 없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 제약사들의 생각은 여전히 전문약에 맴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약 약가인하 등으로 시야를 일반약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분석과 달리, 여전히 전문약에 매달리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이유를 몇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 물류 배송비가 더 많이 든다는 것. 가격이 비싸고 한통으로 한달 씩 사용하는 전문약과 달리 일반약은 가격도 싼데다 부
피도 커 보관 운송 배송에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매출에 대한 기여도가 전문약보다 적다는 점도 거론된다. 국민들의 의약품 소비 패턴이 의사의 처방을 통한 약사의 조제로 고착된 상황에서 전문약은 여전히 회사 매출을 견인하는 주요한 요인이라는 것.
업계에서는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조제로 고착된 의약분업 이후 시장 환경도 주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일반약 광고를 하는 것보다는 매출을 담보하는 의사에 대한 접근이 낫다는 판단이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인사는 '전문지 등을 포함한 매스미디어에 많은 광고를 해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 문제는 제약사들이 매스미디어 광고의 절반만 의사에게 제공해도 바로 처방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에 완전히 빠져들었다는 것'이라며 '보험재정 절감, 수익창출 축면에서 일반약이 큰 도움이 되는 데도 당장 매출을 위해 돌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일반약에 대한 관심은 있으면서도 당장의 경쟁, 매출 등을 위해 섣불리 관행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이 찾게 만들어야 하는데 약사들의 권매 여건이 안 된다는 점도 거론된다.
약사들이 역매품을 받아서 팔던 시기에, 불합리를 겪었던 소비자들이 불신을 하게 되고 현재 약사들의 일반약 권유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업계에서는 일반약도 분명히 활성화시킬 방안이 있고, 이것은 정부 제약사 약국의 삼위일체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을 위해서, 제약사는 미래를 대비해서, 약국은 경영활성화를 위해서 각각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
한 제약사 CEO는 '일반약이 움츠러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반약도 다양화되고 있는데 제약사들은 약국에서 팔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사가 얼마나 준비를 많이 하느냐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아지고는 있지만 현재 제약사와 약국의 관심을 볼 때, 소비자가 찾을 수 있는 이유가 없기 때문에 제약사 약국 양쪽에서 서로 맞물려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일반약에 강점을 가진 중견 제약사 관계자는 '우리는 신제품을 개발하는 측면을 강화하고 있다. 이전에는 이 질환에는 이 약도 되고 저 약도 된다는 식이었는데 효능효과와 관련한 부분을 세분화하며 틈새시장을 찾는 것'이라며 '결국은 세분화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단시간 내 결과를 내기는 어렵지만, 계속 소비동향을 살펴보면서 요구에 부응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역할을 질책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문약 약가 인하를 통한 건강보험재정 안정화에 사력을 다하면서도, 정작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 거론되는 일반약 활성화 쪽에는 등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통가 다른 인사는 '지금 세계적으로 보험재정 문제가 화두로 전문약의 일반약 스위치 등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는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는데 접근하는 것이 전문약가 인하뿐이다'며 '의약품 재분류를 통한 일반약 전환, 안전성이 입증된 전문약의 일반약 스위치 등이 해법이라고 보는데 왜 무시하는 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쪽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제약사들도 시대가 바뀐다는 점에서 미리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지금은 일부의 경우 약국에서 일반약을 구입하는 것보다 처방을 받고 구입하는 것이 더 싼 경우도 있는데, 정부가 가벼운 증상은 약국을 통한 일반약 직접 구입을 유도하는 정책을 한번이라도 써 본 적이 있나. 재정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보는데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독려하고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권구
2010.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