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경영활성화 해답 "외부에서 찾자"
모든 업태 도입 '발상의 전환' 필요
일반약 활성화는 '제값 받기 운동' 먼저
서울 지역에서 약국경영 활성화 모델로 추천해 줄 약국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경영 활성화 사례로 꼽는 약국이 있다. 서울 잠실에 있는 월드프라자약국(대표약사 정태형)이다.
월드프라자약국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1주일에 한두번 꼴로 약국 견학을 오고 싶다는 약사의 문의가 이어질 정도로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종합쇼핑몰 1층에 위치한 월드프라자약국은 지금의 위치에 2000년에 터를 잡았다.
제약업체에 근무하다 개국을 선택한 정태형 약사는 서울 상계동과 안산에서 약국을 운영한 경험을 살려 처방전 불모지라 볼 수 있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놀이공원이 있는 쇼핑몰 한 가운데 자리를 잡고 약국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월드프라자약국은 적극적인 홍보로 톡톡한 재미를 봤다.
개국 당시 백화점 등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 광고를 내보내 쇼핑이나 다른 이유로 이곳을 찾는 일반인들에게 약국의 존재를 알렸다. 지금은 운영을 하지 않지만 당시 이곳 백화점 셔틀버스는 서울은 물론 경기도 용인과 성남, 고양시 일대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지역을 운행했기 때문에 적지 않은 효과를 거뒀다는 것이 정 약사의 말이다. 쇼핑이나 만남을 목적으로 방문한 사람
들에게 약국의 존재를 알림으로써 처방전에 의존하지 않고 성공한 약국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
덕분에 1주일에 한두번은 견학오는 약사들의 문의가 이어졌고, 매뉴얼을 만들고 시간을 따로 정해 이들을 배려하게 됐다.
배타성·유연성이 핵심 키워드
의약분업 전부터 정태형 약사는 한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 상당기간 동안 취급했다. 암환자나 만성병에 대한 관심은 생식에 대한 열정으로 이어져 이 분야에서는 관련 강의도 적지않게 진행할만큼 손꼽히는 약사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어 피부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아토피 관련 제품과 화장품을 약국경영에 접목한 사례로도 유명하다. 그런 과정에서 약국규모는 10평에서 18평으로, 40평 가까운 규모로 커졌다.
약국경영 활성화를 위해 그는 배타성과 생각의 유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떤 업태를 도입하더라도 약국경영과 접목이 가능하다는 생각과, 지금까지와는 또다른 컬러를 낼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제료 1등 약국 같은 개념을 논하지 말고 접목 가능한 아이템을 열심히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직능과 품위를 지키자는 약사의 시각에서는 비난하겠지만 약국에서 핸드폰을 팔지 말라고, 샌드위치를 팔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것이 정 약사의 주장이다. 단골고객과 함께 해외여행 패키지를 만든다거나 해외 진출을 고민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정태형 약사는 강한 어조로 설명했다. 그만큼 생각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의 표현이다.
타업종에서 정답 찾아야
여기에는 내부경쟁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지 못하면 답이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전체 약국시장의 영역이 줄어든 것은 약국간 경쟁보다는 약국의 영역이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영역으로 넘어간데서 이유를 찾았다. 드링크, 건강기능식품, 의료용구 등 수많은 영역이 어디로 갔느냐는 반문에서 답을 구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약국의 역사는 (영역을 다른 직능이나 업태로) '빼앗기는 역사'였다는게 그의 설명. 이렇게 되면서 과거 1,000 세대 정도만 배경에 있어도 운영이 괜찮다던 약국이 지금은 1만 세대가 있어도 병의원이 없으면 존재가치가 없다고 볼 정도로 후퇴됐다는 것이다.
특히 처방전 100건만 확보된다면 바로 이웃에 개업해 경쟁체제가 되고, 개업해도 이웃약사와 인사도 안하는 지금의 현실을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반회를 살리자, 회원화합을 도모하자는 얘기가 쉽게 먹혀들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부에서 영역을 찾거나 뺏을 것이 아니라 타업종에서 얻어 올 것을 찾고, 국민의 약국에 대한 인식도 그만큼 확대되고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 정 약사의 말이다. 국민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업태가 무너지는 결과가 동반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약국이 1층에서 물러나 2층, 3층으로 자리를 옮겨야 할 시기가 올지 모르고, 존재가치가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지켜주는 가장 큰 버팀목은 국민이고, 그들의 관심이 약국활성화의 근간이라는 설명이다.
제약사와 공생도 중요
더불어 정태형 약사는 이제 제약사 등과 함께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약사는 일반의약품이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인 제약사가 수익이 나지 않아 소홀하게 대하고, 전문약에 매달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여기서 정 약사는 제약사 역매 제품을 대하는 약국의 일부 잘못된 관행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약사에서 인지도를 높이려 진행하는 대중광고 제품은 더욱 싸게 판매하려는 경향이 약국에 있다는 것이다. 제값을 받는 것은 두려워하고 오로지 비교되는 가격만으로 승부하려는 것이 문제라는 것.
'약업계' 전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제약사 역매제품에 대해서는 도움을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고민이 필요하다는게 정 약사의 생각이다.
약국을 찾는 우선순위는 가격이 아니며, 상담을 잘하고 자신을 알아주는 약국을 찾는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게 그의 주장. 유인수단으로 가격을 선택하기 보다는 상담과 서비스로 무장하고 가격질서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나의 방법으로 정 약사는 '일반약 제값받기 운동'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되면 제약사도 '약국에서 찾으세요' '약국에 있습니다'는 문구를 광고에 노출시킴으로써 서로 줄 것은 주고, 받는 형태를 보여야 상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건강한 건축'에도 관심
정태형 약사의 표현대로 그는 약국에서 '의식주'를 모두 취급해 봤다.
건강 관련 헬스웨어에 관심을 갖고 다한증이나 아토피 환자를 위한 잠옷 개발에 집중해 판매망을 넓히기도 했다. 다한증과 관련해서는 의류에 특수섬유를 적용해 상품화했다.
건강기능식품과 생식, 약국 화장품은 10년전 약국경영 다각화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하나둘씩 자신만의 개념을 정립해 지나온 발자취를 그대로 보여준다.
4~5년 전부터 정 약사는 건강주택에 관심을 갖고 있다. 환경호르몬이 없는 자재 개발에서부터 공기질 관리 소재, 천연 페인트·바닥제·접착제 등 '건강한 건축'에 초점을 맞춰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약사가 이런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이채롭지만 해외에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임채규
2010.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