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건보공단 직영병원 전국 확대 필요하다
의료공급의 효율화와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영병원의 전국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23일 오후 2시에 국회 헌정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이학영, 이목희 (보건복지위원회), 김현미(기재위), 유은혜(교과위) 의원실의 주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직영병원(이하 건보공단직영병원) 확충 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사)복지국가소사이어티와 보건복지부 및 고용노동부 산하의 국민건강보험공단·근로복지공단·국민연금공단 등 3개 공단과 산재의료원·건강보험일산병원 등 2개 공공병원 노조로 구성된 사회보험개혁공동대책위원회가 공동 주최하고 환자단체연합회에서도 참여하는 등 의료계 공급자와 소비자가 모두 참여하면서 의미 있는 논의가 이루어 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최대 쟁점 중의 하나가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문제였으며, 박근혜 대통령 또한 4대 중증질환의 국가 보장과 3대 비급여 항목의 단계적 급여화 등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의료 분야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이상구 운영위원장은 90% 이상이 민간의료기관인 현재의 공급 체계만으로는 비용효과적인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것도 어렵고, 보장성 강화의 효율화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우리나라도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 공단이 적극적인 보험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발표하였다.
특히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지난 10년 간 노인의료비 증가율이 연간 17.1%에 달하고 전체 건강보험급여비 중 65세 이상의 노인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31.0%(건강보험연구원, 2013)나 되는 등 증가하는 의료비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의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건보공단직영병원이 확대될 경우, 적극적인 예방보건사업이나 건강증진사업, 그리고 공공 부문에서의 건강관리서비스 제공 등의 기능 외에도 국민건강보험법에 명기된 보험자의 의무 중의 하나인 다양한 가입자 지원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으므로 실질적으로 건강보험가입자들을 건강하게 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국민들이 덜 아프게 함으로서 의료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실제로 전체 160만 명인 의료급여 환자의 연간 진료비에 대한 국가 예산이 연간 5조 542억 원 수준인데 비해 대상 환자 숫자가 50% 수준인(86만 명) 보훈의료체계에서는 동일 질병 중증도를 가지면서 고령 인구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보훈병원을 통해 직접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므로 연간 국가 예산 지원액은 5,530억 원으로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비교했다. 의료보호 대상자의 경우 연간 진료건수가 7,431만 건인데 비해 보훈대상자는 756만 건으로 의료이용량이 10% 수준에 불과한 것은 건강보험을 통한 의료비 통제 보다는 공공의료를 통한 의료서비스의 직접 공급이 더 유용한 것을 증명하는 사례일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동일 규모의 병원들 간의 비교에서 일산지역의 경우 건강보험 공단 일산병원이 표준적인 의료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함으로서 비급여 항목이었던 초음파, CT, MRI, PET 등의 가격이 서울지역이나 경기지역 보다도 적게는 건당 28천원, 많게는 건당 100만 원 이상 저렴하여 지역 주민들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건보공단 직영병원이 지역의 의료비 증가를 억제하는 사례로 제시했다. 이러한 효과를 전국적으로 얻기 위해서는 2차 병원 규모의 보험자 병원을 250여개의 기초 지자체 마다 하나 정도의 거점병원으로 설립하고, 이들 병원 아래 약 2,500여개의 주치의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보험자 직영 의원과 한의원, 그리고 복약 지도를 중심으로 하는 건보공단 직영약국 및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건보공단직영 요양병원의 확충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것으로 제안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전체 병상의 총량을 증가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민간병원의 매입이나 기부채납, 공공 M&A 등의 다양한 방법 들을 제시했다. 실제로 연간 140여개 정도의 병원들이 매년 폐업되고 있으며 이들 중 100~300 병상 이하의 병원이 54%, 100병상 미만의 병원이 39%나 되므로 이들 병원의 폐업으로 인한 문제도 해결하면서, 민간병원의 건보공단직영병원으로의 기능 전환은 민간병상 중심의 과도한 공급체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중요한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 또 가입자 지원 사업을 통한 사전 예방을 중심으로 하는 건보공단직영병원은 사후 치료를 중심으로 하는 민간의료기관과 상호 기능 보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경영 적자로 폐업의 위기에 몰려 있는 진주의료원 등 만성적인 적자상태에 시달리는 대부분의 공공병원들의 사례가 언급되면서 건보공단직영병원의 경영에 대한 대안도 제시 되었다. 그러나 33개 지방공사 의료원들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반 환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떨어지는 의료급여 환자의 진료나, 응급실, 중환자실 등 의료안전망 관련 시설의 운영,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지역주민들을 위한 진료과의 운영 등으로 인한 편익이 약 701억 원(병원 당 21억 원)으로 이들 병원 전체의 단기 순손실액 467억 원(병원 당 14억 원) 보다 크므로 공공병원을 적자라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전체 진료비의 22%인 528억 원(2012년)을 암 관리 사업비의 명목으로 국고에서 지원 받는 국립암센터와 같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요구한 공익적인 역할에 대한 비용을 선지원 할 경우 이들 공공병원은 적자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향후 담배값 인상으로 조성되는 연간 4조원 이상의 기금을 가입자 지원 사업비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온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의 노조에서는 일산병원이 그 동안 운영비에 대한 국고지원 없이 민간병원에 비해 외래진료의 경우 77.2%, 입원의 경우 73.6% 수준의 비용으로 적정의료서비스를 제공하여 왔으며, 수가를 정하는 모델병원으로서 표준 진료에 대한 영상 수가 인하 효과만 연간 1117억 원에 달하는 등 보험자 병원의 성과가 매우 크고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산업노조의 나영명 정책실장은 공공병원 확충의 주요 수단으로 건보공단직영병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고, 경실련의 남은경 사회정책팀 국장은 건강보험에 국고를 4조원이나 투입했는데 보장율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민간중심의 공급체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환자들을 대표하여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의 상임 대표는 믿을 수 있는 보험자 병원의 적극적인 확대를 요구하였으며, 국민건강보험법에도 명기되어 있고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운영하고 있는 건보공단직영병원을 확대하지 않는 것은 보험료를 내는 국민들이 당연하게 요구할 수 있는 사항으로 앞으로 적극적인 확충을 요구했다. 그러나 지영근 차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공병원의 역할의 적절성에 대한 근본적인 제고가 필요하며, 경영 악화의 위기에 있는 민간병원의 인수는 또 다른 부실의 우려가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하였고, 의료공급자 단체들은 건보공단직영병원이 또 다른 의료계의 경쟁을 유발하게 될 것이므로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를 계기로 보건복지상임위를 비롯한 여러 의원들이 대정부 질문과 정부 업무보고에서 건보공단직영병원 확충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요구할 것이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하여 건보공단의 가입자 지원 사업을 강화하고 지역별로 건보공단직영병원 확충을 의무화하거나, 건강증진법 개정안의 통과를 담배값 인상과 연동하는 등 건보공단직영병원 확충이 새로이 사회적 이슈가 될 전망이다.
최재경
2013.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