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담배소송 2차 공판, 흡연의 유해성 놓고 논리싸움 시작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종대)이 담배회사 (주)KT&G, 필립모리스코리아(주), BAT코리아(주)(제조사 포함)를 상대로 제기한 537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의 두 번째 변론이 7일 14시 서울중앙지방법원 동관 466호 법정에서 진행된다.
이번 변론에서 공단은, 1차 변론시 쟁점이 됐던 공단의 ‘직접 손해배상 청구권’ 가능여부 외에 피고인 주)KT&G가 증거자료로 제출한 자료 중 ‘담배첨가제가 무해’하며, ‘니코틴의 중독성이 심각하지 않다’라는 주장에 대해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한다.
(주)KT&G가 이번 소송에 제출한 ‘진술서’ 등의 증거자료는 개인 담배소송에서도 제출했던 자료로, 이 진술서는 피고 담배회사에서 30년간 근무했던 연구소장이 많은 외국 참고문헌 등을 인용하며 담배첨가제의 무해성 등을 주장하고 있으나, 참고문헌 대부분이 담배회사 연구소나 담배회사 지원 하에 연구된 것으로 내용이 편향되고, 비과학적이며, 왜곡되어 있다고 밝혔다.
해당 진술서는 ‘첨가물이 니코틴 흡수율이나 의존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성분이 아닌 단순히 제품의 차별화된 특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지만, 실제 담배회사의 다수의 자체 문건에 의하면 “담배 제품 연소 시 생성되는 연기 성분에 산성도(PH)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정 첨가물이 담배 및 담배연기의 산성도를 조절하여, 니코틴 흡수율을 변화시킨다.”는 것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담배회사는 첨가제가 니코틴 흡수율을 높이기 위한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담배연기 독성 실험에서 599종의 첨가제와 5000여종의 연기 구성성분 중 합리적인 이유 없이 첨가제 일부(333종)와 연기성분 일부(51종)를 대상으로 선정해 연구했고, 평가 대상이 된 51종의 연기 구성성분이 담배연기의 독성을 대표해야하지만, 발암성이 있는 다방향족탄화수소(PAHs)를 포함한 다수의 구성성분을 제외하는 등 작위적이고 편향적인 기준을 적용했다.
특히, 자체가 독성을 띄는 암모니아에 대하여 실제 실험과정에서 평가하였음에도 최종 보고서에는 그 결과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담배연기 독성 실험에서 초기에는 궐련 1개비를 기준으로 첨가제가 있는 담배(실험군)와 없는 담배(대조군)의 독성을 비교하려 했으나, 실험과정에서 실험군의 담배 분진(TPM, 총입자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결과를 TPM으로 표준화한 후 첨가물이 대조군 궐련에 비해 단위 TPM당 담배연기에 있는 각 독소의 양을 증가시켰는지 여부를 논하는 방식으로 채택하였는데, 이또한 방법적인 문제가 있다고 공단측은 주장했다.
이러한 방식에 의하면 첨가물로 인해 독소와 TPM 모두 증가하더라도 실험군 담배연기에 존재하는 독소 증가량이 해당 궐련의 TPM 증가량보다 낮은 한 독소는 감소한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흡연자들은 일반적으로 권련 1개비를 통째로 흡연하는 것일 뿐 연기 중 일정한 양의 TPM에 노출되기 위해 흡연을 하지 않는 것이므로 TPM이 아닌 궐련 1개비를 기준으로 독소 성분의 증가 여부를 판단함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담배회사는 담배에 첨가물이 있다고 더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의 근거로 미국 국립학술원 책자를 제시하였지만, 이 책자는 특정 담배제품이 100% 담배(잎)만으로 만들었다고 광고하여 당 제품이 덜 해롭거나 중독성이 더 낮다고 인식하게 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위원회는 첨가물이 없는 궐련이 첨가물이 있는 궐련보다 덜 위험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라는 문장을 제시한 것.
이는 ‘담배 자체가 유해하고 중독성이 있는 것이므로 첨가물이 없다고 광고하는 제품들 역시 위험하다’, ‘무첨가물이라고 광고하고 있는 제품의 안전성이 입증된 바 없다’라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는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문건의 전체적인 맥락을 무시한 채 한 문장만을 인용하여 본질을 왜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담배 중독성이 심각하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인담배소송에서는 담배회사가 제출했던 정신과교수의 의견서 상당 부분을 그대로 인정하여, 니코틴 중독성에 대하여 그 정도가 헤로인 등의 약물과 같은 정도에 이른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자발적인 금연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로 의존증이 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저명한 학술지 Lancet 2007년판에 실린 연구에서 담배를 마약성 물질인 헤로인, 코카인 다음으로 3번째로 의존성이 높다고 평가한 바 있다. 공단은 '약물의 의존성 정도를 판단하는데 정확한 기준을 사용하였는가'를 짚으며, 피고 측 의견서는 미국 정신의학회 정신장애통계편람(DSM, 이하 통계편람) 4편을 근거로 니코틴은 결코 마약이나 알코올과 같이 남용, 급성중독 증상이 없어 중독물질로 인정하기 어렵고, 의존성도 경미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계편람 4편에서는 남용, 급성중독, 의존 모두 서로 상관없는 별개의 질병명이라고 밝히고 있어, 남용이나 급성중독은 의존의 증상이나 진단기준이 아닌 것이기 때문에 ‘니코틴 남용이나 급성중독 증상이 없어 중독물질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라는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
또한, 통계편람 5편에서는 통계편람 4편과 같이 남용과 의존을 구분하지 않고 통합하여 물질 사용 장애로 보고 있는 바, 남용이 없어 니코틴 의존성이 경미하다는 담배회사의 주장은 타당성이 완전히 결여되었다고 주장했다.
공단이 직접 손해배상청구권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생동성시험조작 소송’과 ‘원외처방약제비 소송’에서 제3자의 불법행위로 인해 이루어진 급여비용에 대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하고 있는 판례를 예로 들어, 피고들의 주장은 위 대법원 판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단은 “이번 담배소송이 그 어떤 사건보다도 법의 공정함과 신중함이 필요한 사안임을 강조하며, 선행 대법원 판결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원고 공단과 피고 담배회사들이 제출하는 증거자료의 면밀한 검토와 공정한 판단을 통해 올바른 판결이 내려지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소송 경과를 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높이고 담배회사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진실을 밝혀,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소송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재경
2014.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