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주까지 묶인 톡신제제, 낡은 족쇄에 글로벌 진출 골든타임 놓친다"
중국 기술수출 160조원 돌파하며 맹추격… 한국, 1960년대 기술 통제하며 발목
복지부 "단독 신약 개발 한계, 중국 기업과 오픈 이노베이션 통해 경쟁력 키워야"
산자부 위원회 9개월째 묵묵부답… 업계 "연간 1천억원대 경제적 손실, 입법 절실"
입력 2026.10.16 06:00 수정 2026.10.16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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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물론, 이를 생산하는 균주와 생산기술까지 ‘국가핵심기술’로 엄격하게 묶여 있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심각하게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국회에서 강하게 제기됐다. 

1960년대부터 보편화된 기술을 국가 안보 차원의 핵심기술로 통제하면서, 과도한 중복 규제가 해외 진출의 ‘골든타임’을 앗아가고 있다는 제약업계의 절박한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15일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는 이광희 국회의원과 재중국한인회총연합회가 주최하고, (사)한국시민교육연합 등이 주관한 ‘한·중 의료바이오산업 협력의 과제와 실천 전략’ 정책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지난 1월 한·중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의료바이오 분야의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다각도로 논의된 가운데, 특히 국내 바이오 기업의 발목을 잡는 '국가핵심기술 규제 완화'와 '인허가 협력 체계 구축' 문제가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현재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생산공정은 지난 2010년, 톡신을 생산하는 균주는 2016년에 각각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국내 톡신 보유 기업이 해외로 기술을 수출하거나, 현지 공장 및 합작법인(JV)을 설립할 때, 심지어 외국인 지분 투자를 유치할 때도 산업통상자원부의 엄격한 사전 승인 또는 신고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이상수 (사)한국시민교육연합 상임대표는 이 같은 규제가 심각한 산업적 손실을 낳고 있다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국가핵심기술 수출 승인을 받기 위한 절차는 사전 준비부터 실제 승인까지 평균 4~6개월이 소요되며, 추가 보안 사항을 충족하다 보면 최대 1년에 이르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로 인해 해외 계약 해지나 고객사 이탈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 선점 적기를 놓치면서 연간 약 900억~1000억원 규모의 직접적인 기회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 경쟁국에서는 보툴리눔 톡신 생산기술을 국가핵심기술 수준으로 통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관련 규제를 완화하며 자국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추세다.

윤희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바이오혁신전략팀장의 발제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2024년 기준 18만 8000건 이상의 제약 관련 특허를 출원하며 5만 3000여건에 그친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제약사들과 수억달러 규모의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하며 무서운 속도로 성장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에만 가해지는 '갈라파고스 규제'는 K-바이오의 글로벌 입지를 현저히 약화시키는 역차별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토론자로 나선 최규진 법무법인(유) 대륙아주 변호사는 보툴리눔 톡신 기술의 실질적인 가치와 난이도에 대해 꼬집었다. 

최 변호사는 "중국 역시 오래전부터 란주연구소 등에서 보툴리눔 톡신을 생산하고 있으며, 유전자 재조합 톡신도 활발히 개발 중"이라며 "톡신 제조 공정은 이미 1960년대부터 널리 알려진 단순한 배양 및 정제 기술에 불과해 양국 간에 엄청난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보톡스는 한 바이알에 4ng(나노그램)이라는 극미량만 사용되기 때문에 균주의 생산량 차이가 크게 문제되지 않으며, 미국 국립생물정보센터 젠뱅크에 등록된 보툴리눔 균주만 해도 2000가지가 넘을 정도로 전 세계에 보편화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 상태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균주를 국가가 핵심 기술로 원천 봉쇄하는 것은 기술적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현재 제약바이오 업계가 사활을 걸고 있는 이중항체, 삼중항체, 항체-약물 접합체(ADC), 표적단백분해(TPD), mRNA, 유전자편집 등 최첨단 기술과 비교하면 보톡스 생산 기술은 너무나 기초적인 수준"이라며 "이를 국가핵심기술로 묶어 알테오젠이나 제테마 등 크고 작은 제약사에 막대한 비용 지출을 강제하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지정된 생명공학 분야 핵심기술 4개(대규모 항체 발효정제, 원자현미경 제조 등) 중에서도 톡신 생산 기술은 기술적 희소성이 가장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규제 철폐와 더불어 국가 간 전략적 오픈 이노베이션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지원 보건복지부 제약바이오산업과 사무관은 "원료 의약품과 소부장 분야에서 안정적인 공급 역량을 기르고 있는 중국은, 우리 혁신 신약과 K-뷰티 제품이 글로벌 경쟁력을 검증받고 스케일업 할 수 있는 거대한 무대"라고 평가했다. 

이 사무관은 "최근 신약 개발 트렌드상 단일 기업이 전임상부터 임상 3상까지 모두 독자적으로 수행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복지부는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링 미팅, 해외 진출 전주기 컨설팅, 현지 규제 정보 제공 등 기업들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돕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복지부는 최근 중국에서 열린 '바이오 차이나' 행사에 국내 제약사 21개사가 참여하는 한국관 운영을 지원해 민간 기업 간 기술 라이선스 매칭과 현지 인허가 정보 교류를 이끌어냈다. 

이 사무관은 "최근 미국의 생물보안법 제정 등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공급망 재편이 큰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지만, 제약바이오 산업은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핵심 성장 동력인 만큼 우리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 정책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가장 근본적인 진입 장벽인 '핵심기술 규제'부터 걷어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사)한국시민교육연합 K-바이오 전문가 자문위원회가 지난 9월 국내 18개 톡신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17개 사 중 82.4%(14개 사)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20년 카르텔 의혹이 제기된 후 올해 초 산자부 위원들이 대거 교체됐으나,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지정 해제와 관련해 이렇다 할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은 규제 철폐와 더불어 양국 간 실질적인 협력 플랫폼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재상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경영안전본부장은 한국의 '오송 생명과학단지'와 중국의 '란저우 한·중 의료뷰티 복합산업단지'를 연계하는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제안하며, "양국 거점 단지 간 상호 진출 및 인허가 패스트트랙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수 대표는 정책 건의서를 통해 "산업통상자원부는 고시 개정을 통해 보툴리눔 톡신 균주 및 제제 생산기술을 지정 목록에서 전면 삭제하고 사전 승인 제도를 원천 철폐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또한 "즉각적인 해제가 어렵다면 상용화된 제품의 해외 현지 공장 설립이나 기술 수출 건에 대해서는 '사후 신고제' 및 '패스트트랙'으로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생물안보 차원의 관리는 감염병예방법 등을 통해 고위험 병원체로서 일원화해 철저히 통제하되, 상업용 미용·치료 제품의 수출 및 사업화에 대한 네거티브적 행정 규제는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1분 1초를 다투는 K-바이오 기업들이 더 이상 낡은 규제에 발목 잡혀 골든타임을 잃지 않도록 국회와 정부의 과감한 입법적 결단과 정책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한편, 현장에서는 이 같은 경제적 손실 주장이 과장됐다는 강한 반박이 나왔다.

토론회장 플로어석에 있던 휴젤 관계자는 "국가핵심기술 지정은 수출을 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술 보호 하에 수출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라며 "산업부 수출 심사에 소요되는 4~6개월은 미국이나 중국 시장에서 임상 승인 및 품목 허가를 받는 데 걸리는 8~10년에 비하면 아주 짧은 기간"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최초로 톡신을 개발한 메디톡스가 아직 미국·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것도 현지 허가의 어려움 때문이지 산자부의 핵심기술 지정 때문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휴젤은 전 세계 약 5%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7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며 "국가핵심기술 규제 때문에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보는 것처럼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휴젤 관계자는 “중국에 유사한 공장을 세운다면 혁신 기술 유출은 순식간일 것”이라며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기술이 규제 없이 유출될 경우 심각한 국부 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 유럽, 중국 역시 이중 용도 관련 규정을 통해 균주나 제조 공정 수출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며 한국만의 갈라파고스 규제가 아님을 피력했다.

(왼쪽부처) 윤희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바이오혁신전략팀장, 하재상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경영안전본부장, 이지원 보건복지부 제약바이오산업과 사무관.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왼쪽부처) 이상수 (사)한국시민교육연합 상임대표, 최규진 법무법인(유) 대륙아주 변호사.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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