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재분류안이 최종 확정되며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가장 논란을 일으켰던 피임제의 재분류가 3년 뒤로 유보되고 정부가 그동안 피임제 재분류를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3년간 피임제의 부작용 사례 집중모니터링과 사용 실태 연구를 진행하는 동시에 사전피임제는 진료 및 상담을 통한 처방 받는 문화를, 사후피임약(긴급피임제)은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같은 방안을 내놓은 정부에 각계 각층은 실망감을 내비쳤다. 약사회, 경실련, 의사협회 등은 정부의 발표에 실망이라는 발표문을 잇따라 발표했다.
피임제 재분류 3년 유보는 정부가 사회적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절충안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3년간 각계의 반발이 이런 정책으로 잠재워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처방전만 있으면 피임약 공짜?
정부는 피임약 복용시 산부인과 전문 진료를 받도록 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보건소 포괄보조사업 및 제약회사와 연계를 통해 한시적(3년)으로 처방전을 소지한 여성에게 보건소를 통해 피임약 무료 또는 실비 지원을 추진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전피임약 복용시 산부인과 전문 진료를 받도록 하는 문화 정착을 위해 일종의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이다"라고 설명했다.
복지부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는 서울 거주의 한 여성은 "병원 근처에 많은 약국이 있는데 아무리 무료라지만 보건소까지 가서 피임약을 받아오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접근성이 월등히 좋은 약국을 두고 보건소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과 드는 돈을 생각할 때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보건소에서 처방전을 제시하면 피임약을 준다는 것이 복지부의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40년간 쓰인 의약품, 3년 부작용 사례만으로 근거 충분할까
정부는 또한 3년간 피임약의 부작용 사례를 집중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피임약의 부작용의 근거가 외국의 사례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을 여러차례 받은 것을 보완하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식약청 조기원 국장은 "속단 할 수 없지만 3년간 부작용 사례를 모니터링하면 (3년 후에는)재분류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브리핑에서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지적이 일고 있다.
한 의약 관계자는 "아무리 집중 모니터링을 한다고 해도, 지난 40년간 쓰인 의약품의 부작용을 전체 기간의 10%를 약간 넘는 3년이란 기간 동안 알아본다는 것이 과연 충분한 시간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보건소 긴급피임약 제공 실효성 있나
피임제 재분류가 유보되는 3년 동안은 심야시간이나 휴일에는 의료기관에서 사후피임약(긴급피임약)의 원내조제가 가능하다. 또한 야간이 아닌 낮 시간 대에 보건소에 방문하면 의사 진료 후 긴급피임약을 제공한다.
접근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인데 시민단체 등이 긴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주장했던 이유가 피임제가 필요한 여성이 병원에 가길 꺼리거나 신속한 구입, 임신의 자기결정권 등이었던 점을 볼 때, 낮 시간 대 보건소 방문은 실효성이 떨어진다.
또한, 야간진료 의료기관 및 응급실에서 심야(22시~익일 06시)나 휴일에 당일 분에 한해 원내조제를 허용한 점은 약사회가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피임제 재분류는 3년 후로 유보됐다.
그동안 다양한 보완정책으로 사회적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보인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 어느 누구도 만족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진 피임제 재분류는 여전히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