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피임제 재분류 사회적 합의 '난항'
피임제 재분류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개최된 공청회에서 사회적 합의는 이끌어 내지 못했다.
15일 한국화재보험협회에서 오후 3시부터 열린 '피임제 재분류안에 대한 공청회'에는 각계 각층을 대표하는 12명의 패널들과 350여명에 가까운 참석자들이 재분류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는 서로의 주장을 재확인하는 자리에 불과했다는 평이다. 당초 공청회의 취지였던 '사회적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사후피임약 전환 놓고 팽팽한 '기싸움'
피임약 재분류에 대한 의견은 크게 세가지로 나뉘었다.
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 반대와 사전피임약과 사후피임약 모두 다시 재분류돼야 한다는 의견(산부인과학회-피임제 모두 전문약 전환, 약사회 및 시민단체-피임제 모두 일반약 전환)과 식약청의 재분류안에 찬성 하는 의견 등이다.
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 자체에 가장 반대를 한 곳은 천주교, 낙태반대운동연합, 산부인과학회 등이다.
이날 공청회를 가득 메운 참석자의 대부분이 반대의견을 가진 이들이었다.
천주교 대표로 토론에 나선 강인숙 는 자신이 약사임을 밝히며 "응급피임약이 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된 바 없다"며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은 국민의 생명보호와 생명존중문화 경시 풍조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낙태반대운동연합의 김현철회장은 "사후피임약은 말그대로 응급 피임일 뿐이므로 엄격한 관리 하에 있어야 한다"며 전문약으로 그대로 둘 것을 주장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표로 토론에 나선 최안나 위원은 "그동안 의사들이 피임과 관련해 제대로 해오지 못한 것에 우선 사과드린다"면서 "피임약을 의약분업 예외로 지정하라며 피임약을 모두 전문약으로 전환하고 정부가 피임약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대한약사회, 경실련, 녹소연, 한국여성민우회, 이명숙 변호사 등은 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에 찬성했다. 더불어 사전피임약 역시 현행처럼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약사회 김대업 부회장은 "경제성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접근성, 비용측면에서 피임약 모두 일반약으로 전환해야 한다. 약국에서 강화된 관리체계 아래서 구입이 쉽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민우회 김인숙 상임대표는 "누구나 피임약은 안전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여성 건강을 진정 원한다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피임제는 모두 일반약으로 전환해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개별적인 위험은 철저한 복약지도를 통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명숙 변호사는 "사후응급피임약을 찾는 소비계층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청소년, 미혼모, 성폭력 피해자, 저소득계층 중 과연 얼마나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려 하겠느냐. 사후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해야 하며 나아가 무료로 지급하는 것까지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정승준 위원과 녹소연 조윤미 본부장은 둘 다 모든 피임약이 일반약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승준 위원은 "국내에서 사전피임약으로 인한 부작용 사례가 보고된 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전반적인 고려를 당부했다.
녹소연 조윤미 본부장은 "원치 않는 임신에서 어떻게 여성을 보호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모든 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요구했다.
그 외에 중앙일보 양선희 논설위원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영택 위원은 식약청이 재분류한대로 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정수 연구원은 "피임제의 장기복용으로 인한 부작용 피해 우려 되는 계층이 누구인지, 전문적 도움을 받기 어려운 집단 계층이 있는지 여부와 모든 여성이 형평적으로 피임약 복용에 따른 부작용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의료적 지원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가"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식약청, 과학적 근거 분류 '자신'
이같은 지적에 대해 식약청은 이번 재분류안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로 재분류한만큼 자신있다는 입장이다.
식약청 이선희 부장은 "안전성 측면에서 사후긴급피임약에 포함된 호르몬 1회 용량이 많기 때문에 걱정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이번 재분류안은 과학적 근거에 따라한 것이며 오는 7월 6일까지 의견을 내주시길 바란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더라도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과학적인 근거로 분류한 만큼 재분류안에는 자신하지만 피임제의 경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충분한 의견을 받고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날 패널들이 서면질의한 것은 분량이 너무 많아 서면질의서와 식약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질의를 모두 취합해 추후 해당과에서 답변을 홈페이지에 올려놓기로 결정했다.
식약청이 피임제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에 따라 7월 초 열릴 예정인 중앙약심에서는 피임제를 제외한 나머지 의약품 재분류안에 대해서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혜선
2012.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