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허가특허연계 국내도입 ‘말 바꾸기’
최근 보건복지부가 허가특허연계에 따른 제네릭 판매금지 기간을 12개월로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국내 제약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복지부는 허가특허연계 도입에 따른 제네릭 판매금지 기간을 12개월, 퍼스트제네릭에 대한 독점판매 기간을 3개월로 보장하는 방안을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 통상협력팀은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ㆍ미 FTA 협상에 따른 허가특허연계 국내 도입을 논의하고 있으며, 현재 제네릭 판매금지 12개월, 퍼스트제네릭 독점 3개월이 가장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복지부 한ㆍ미 FTA팀 관계자는 “현재 식약청과 최종 조율작업에 있으며 9월 초에 장관님 보고를 통해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허가특허연계 국내도입 ‘말 바꾸기’
복지부의 허가특허연계에 관한 방침은 한ㆍ미 FTA 협상 당시, 협상 직후,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복지부는 한ㆍ미 FTA 협상 당시 허가특허연계가 국내에 도입이 되더라도, 호주의 사례처럼 사실상 허가특허연계 도입 효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FTA 협정 조문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약사법 등 관련 국내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국내 제약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협정 타결 이후 복지부는 개량신약 등의 출시지연기간이 9~12개월이 될 것으로 ‘예상’했고, 특허권리범위확인심판 등을 통해 법적 출시금지 기간을 6개월로 단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특허권리범위확인심판 이야기는 없어지고, 12개월의 판매금지를 법적으로 확정하겠다는 계획만 언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약협회는 “제약업계 회장단의 외교통상부 한ㆍ미 FTA 수석대표 면담시에 복지부가 허가특허연계로 인한 산업피해를 추산할 때 분쟁기간을 최소화하여 계산하였고 개량신약 개발 장려의지를 지속 피력해왔다”며 제약업계 의견이 정부 이행방안에 적극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제약업계, 허가특허연계 6개월로 단축해야
또한 제약업계는 허가특허연계에 따른 제네릭 판매금지 기간을 6개월 이내로 단축해야 한다는 입장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특히 지난 21일 제약협회는 허가특허연계로 인한 개량신약 등의 허가정지 기간을 6개월 이내로 해줄 것을 복지부와 식약청에 건의했다.
제약협회는 “특허분쟁중이라도 허가 심사는 계속 진행하여 불필요한 허가지연을 막고, 원 개발사의 특허소송 제기에 따른 허가정지 기간이 6개월을 넘지 못하도록 해서 의도적인 소송 장기화를 사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약협회는 특허권리범위의 신속한 확인심판을 위해 특허청, 특허심판원 등 전문기관에서 집중심리가 이루어져야 하고, 특허분쟁을 극복한 개량신약 허가권자에게는 정부가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의약품 특허권자의 소송남발을 방지하기 위해 △특허소송은 1심판결에 준하며 6개월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 △손해배상 규모를 허가 정지시점에 결정해 부과토록 하는 공탁금제도 운영 △보험급여목록 삭제와 같은 패널티 제도 운영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처음에는 마치 모두 다 알아서 해줄 것처럼 이야기하더니 지금에 와서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허가특허연계 관련 내용이 계속해서 미국 측 주장 쪽으로 후퇴하게 된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개량신약 등 제네릭 발매가 1년이나 지연될 경우, 허가특허연계 이외의 다른 FTA 조항들과 함께 국내 제약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정부가 예상하는 것 보다 훨씬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허가특허연계…국회 논의가 ‘분수령’
한ㆍ미 FTA 협정이 양국의 국회 비준만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허가특허연계 국내도입 역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중심으로 논란이 재 점화될 전망이다.
복지부가 내달초까지 허가특허연계 관련 내부 방침을 확정하려는 이유도 한ㆍ미 FTA 국회 비준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고, 따라서 9월 국정감사 등 국회에서의 논쟁이 허가특허연계 국내도입에 있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 의원실 관계자는 “마지막 국회이기 때문에 이번 국정감사는 세세한 사항을 꼬집기 보다는 굵직한 사안들을 정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며 “한ㆍ미 FTA는 그런 사안들 중에서 핵심 사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한ㆍ미 FTA 협정의 국회통과가 어떻게 될지는 예단할 수 없지만, 분명히 정기국회를 통해 논란이 될 것임에는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손정우
2007.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