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스프라이셀 2차 약가조정회의 관전포인트는?
한국 BMS의 백혈병 치료제 ‘스프라이셀’에 대한 약제급여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원회) 2차 회의가 오늘(11일) 오후 2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진행된다.
지난달 14일 진행된 첫 번째 회의는 주로 건보공단과 BMS의 입장을 듣고, 관련된 사실들을 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됐지만, 한 차례 회의가 진행된 만큼 이번 회의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차 회의에서 ‘스프라이셀’의 약가가 결정될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복지부 쪽 분위기는 이번 회의에서 어떻게든 결론을 내고 싶어 하는 눈치다.
역시 이번 2차 회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스프라이셀’의 약가가 얼마로 결정되느냐이다.
하지만 이번 회의가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 하에서 ‘약제급여조정위원회’라는 이름을 달고 처음 진행되는 회의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지 약값이 얼마로 결정될 것인가에만 착목할 수는 없다.
이번 ‘스프라이셀’ 결과에 따라, 조정위원회가 어떤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지 또는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심평원-건보공단-약제급여조정위원회’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약가결정 시스템 전반에 대한 평가가 수반 될 것이기 때문이다.
A7약가 등 ‘약가결정 기준’ 심도 있게 다뤄지나?
우선 주목되는 지점은 이번 회의가 단순히 건보공단과 BMS간의 의견을 조율해 약가차이를 줄이는 회의가 될 것인지, 아니면 근본적으로 1차 회의 때 건보공단이 제시한 약가(5만1천원) 결정기준과 BMS가 제시한 약가(6만9천원) 결정기준을 면밀히 검토하는 과정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을 종합해 볼 때, 조정위원회의는 건보공단과 제약사가 주장하는 약가의 절충점을 찾는 것에 주력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시민단체 및 환자단체들은 ‘스프라이셀’의 약가기준이 글리벡을 기준으로 하고 있고, 글리벡의 약가결정 자체가 ‘A7약가’ 등을 참조해 너무 높게 책정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약가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할 때 “A7약가라는 말이 안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양측의 의견을 종합해 중간가격을 찾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라고 하면, 사실 조정위원회는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을 기준으로 약가를 결정해야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논쟁이 붙는다면 2차 회의에서도 결론을 못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BMS-건보공단-시민단체’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약제급여조정위원회’가 사상 최초로 열린다는 점은 관련 이해당사자들 간의 ‘기싸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회의결과가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BMS-건보공단-시민단체’는 각각의 주장을 굽히기 힘든 입장에 처해있다.
BMS는 사실상 국내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들의 대표선수 격으로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상황이고, 건보공단은 약가협상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싸움’에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시민단체 및 환자단체들도 ‘기선제압’을 위해서는 이번 싸움이 매우 중요하다.
바로 이 지점이 조정위원회가 갖는 딜레마 중 하나다. 직권등재를 위한 절충안을 찾는 것 자체도 힘들거니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어느 누구도 만족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셋 중 한쪽에 불리한 결정을 내린다면, 오히려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즉 조정위원회의 ‘갈등 조정의 기능’이 얼마만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이번 2차 회의의 핵심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과연 조정위원회가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조정위원회 ‘약가조정 능력’ 시험대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조정위원회의 ‘절충’ 기능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만약 제약사가 원하는 것보다 못한 수준으로 약값이 결정된다면 제약사는 약을 안 팔 수도 있고, 이렇게 된다면 조정위원회의 역할은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로선 BMS가 조정위 결정을 무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보건당국과의 향후 관계를 위해서라도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BMS는 이 문제를 어떻게든 빠르게 처리하길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BMS가 조정위원회의 직권등재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각오로 달려든다면, 결국 조정위의 기능은 ‘제약사 입장에서 시판 가능한 최저가격을 찾는 것’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고, 이는 약가협상 ‘무용론’으로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2차 회의 과정에서 BMS가 어떤 형태로든 ‘스프라이셀 시판유보’ 카드를 꺼내들 것인지 여부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BMS가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있는 “본사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압박을 조정위원회가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도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덧붙이자면,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시민단체나 환자단체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이 ‘특허강제실시권’의 발동이다. 즉 제약사가 약값을 이유로 국내 시판을 유보하겠다는 태도로 나오면, 국민건강을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의약품을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회의가 파국으로 흐른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도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손정우
2008.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