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개량신약 공청회…정부-제약 ‘갑론을박’
23일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강당에서 진행된 ‘개량신약의 범위 및 약가에 관한 공청회’는 보건복지가족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부 측 주장과 제약사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 자리였다.
이미 복지부가 밝혔듯이 학문적, 제도적, 보험약가적인 차원을 아우르는 개량신약의 정의를 규정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고, 개량신약의 정의라는 것이 곧 개량신약의 범위를 정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어떤 범주의 의약품들이 개량신약에 포함될 것인가가 1차적인 관심사였다.
공청회에서 복지부 보험약제과 하태길 사무관이 밝힌 개량신약의 범위는 “약사법상 자료제출 의약품 중 일부만을 개량신약으로 규정하고 심평원 제형고시 상의 제형변경을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이성체 및 염류 변경 의약품 △사용회수 등의 변화가 있는 용법 용량에 변화가 있는 의약품 △심평원의 제형고시 의약품들이 이에 속하게 된다.
다만 “보험약가 산정기준에서 동일제형으로 보는 경우”인 ‘정제→캅셀’ 변경, ‘크림→겔’ 변경 등은 개량신약의 범위에서 제외됐다.
이날 복지부가 마련한 개량신약 관련제도들에 대해 제약사들은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였지만 실제 세부적인 사안에 있어서는 이견을 보이기도 했으며, 일각에서는 이번 복지부 계획안의 목적과 취지 등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이에 사실상 난상토론 형태로 진행된 이번 공청회 내용을 세 가지 쟁점 사항들을 중심으로 정리해 본다.
[개량신약 약가결정]
개량신약 약가결정에 있어 쟁점이 됐던 부분은 임상적 유용성 개선 여부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문제와 개선 여부에 따른 약가를 얼마로 책정해 줄 것인가였다.
복지부는 개량신약 약가결정의 기준이 되는 임상적 유용성 개선 정도에 따라, ‘있음/없음’으로 나눈 기존 2단계 설정안과 ‘크게 개선/약간 개선/ 개선 없음’으로 나눈 3단계 설정안 두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임상적 유용성 개선 여부 구분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등재부 이소영 부장은 “임상적 유용성 개선이라는 것을 크게 개선, 약간 개선 등으로 정해 놨을 때, 약간 개선됐다는 것을 어떻게 약가로 반영할 수 있겠느냐”며 3단계 설정안의 적용이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부장은 “1만큼 개선된 개량신약과 100만큼 개선된 개량신약의 약가반영을 어떻게 해야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개선 여부는 있다 없다로 구분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제약사들은 임상적 유용성 개선여부에 따른 약가에 문제를 제기했다. 2단계 설정안이든 3단계 설정안이든, 임상적 유용성 개선이 없고 제네릭이 있을 때 보험약가 상한가격을 ‘(오리지널과 개량신약의)제네릭들의 가중평균가~최저 제네릭 가격’으로 설정한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미약품 중앙연구소 이관순 소장은 “임상적 유용성 개선이 없고 제네릭이 있을 때 개량신약의 하한가를 최저 제네릭 가격으로 정한 것은 개량신약을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며 이에 대한 상향 조정을 요구했다.
이 소장은 “제네릭은 1~2년 정도 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개발이 가능하지만, 개량신약은 5년 이상의 기간 동안 제네릭보다 많은 연구개발 비용이 투입된다”며 “개량신약을 개발했는데 최저 제네릭 가격을 받는다면 개량신약 개발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제네릭과 차별화된 약가를 보장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지부 보험약제과 하태길 사무관은 “개량신약을 개발할 정도의 국내 제약사들 수준이면 개량신약을 개발할 때 경제성이 있을지 여부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임상적 유용성이 개선된 개량신약을 개발하기만 한다면 충분한 보상을 받게 될 것이고, 임상적 유용성 개선이 없고 제네릭이 있다고 하더라도 최저 제네릭 가격보다는 높은 가격을 산정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임상적 유용성 개선 여부 정의 문제]
복지부가 개량신약의 약가를 매기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이 바로 ‘임상적 유용성 개선 여부’이다. 임상적 유용성 개선 여부에 따라 개량신약의 약가를 차별화시키겠다는 것이 복지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제약사들은 임상적 유용성 개선 여부 평가가 효능ㆍ효과 개선에 치우쳐 있고, 그나마 안전성 개선, 환자 편의성 개선에 의한 임상적 유용성 향상은 인정받기 어렵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플로어에서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염 변경 개량신약의 경우 어차피 주성분은 똑같기 때문에 효능ㆍ효과 개선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며 “임상적 유용성 개선 기준인 효능ㆍ효과 개선, 안전성 개선, 환자 편의성 개선 중 어느 것에 더욱 가중치를 두고 있는지”를 질문했다.
또한 종근당 관계자도 “현재로선 효능ㆍ효과에 대한 임상적 유용을 인정받기 어렵고 그나마 안전성 개선을 부각할 수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식약청의 허가 간소화로 증명이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렇게 되면 결국 임상시험 등을 통해 임상적 유용성 개선 입증이 가능한 다국적 제약사들만 도와주는 꼴이 되는 것이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 이소영 부장은 “효능ㆍ효과뿐만 아니라 안전성 개선, 환자 편의성 등 모두 같은 비중으로 보고 있고, 효능ㆍ효과 인정이 어렵다면 안전성 등에 관해 개선효과를 인정받을 수 있다”며 “임상적 유용성 향상을 인정받기 어렵다기 보다는 인정받기 위해 증명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고, 실제 안전성이나 환자 편의성 개선에 관한 경제성평가 자료를 제출한 제약사는 단 한 곳도 없다”고 제약사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공단과의 협상제외]
개량신약의 범위 및 약가에 관한 개선안이 마련될 때, 제약사들은 개량신약을 약가협상 대상에서 제외시켜 주기를 꾸준히 건의해 왔다.
등재 절차가 길어져서 조기등재에 방해가 된다는 측면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약가협상 자체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개량신약은 혁신적신약과은 달리 필수의약품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공단이 최종적으로 비급여판정을 내리게 되면 제약사 입장에선 ‘사형선고’를 받는 것과 다름없어 건강보험공단이 제시한 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부 윤형종 부장은 “약가의 결정은 약가협상지침 대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퇴장방지 의약품이나 자체적으로 원료를 합성한 제네릭, 염 변경 개량신약 등은 일종의 예외가 될 수 있다”며 “오늘 공청회를 통해서 제약업계가 한 목소리를 낸다면 정부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 제약업계와의 논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자는 입장을 보였다.
복지부 하태길 사무관도 “임상적 유용성 향상이 없어 효과상 제네릭과 유사하고, 조기 등재로 보험재정 절감효과를 위한 개량신약의 경우 협상절차 생략을 고려해볼만 하다”며 일부 개량신약의 협상제외를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하 사무관은 “국내 개발 개량신약에 대한 우대라는 명목으로 산정 방식을 사용하면 외국과의 통상마찰이 일어날 수 있고, 오히려 개별 의약품이 가지는 다양한 특징을 유형화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이를 반영하기 위한 협상이 더 좋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공단과의 협상제외와 관련, 사노피아벤티스 관계자는 “실제 임상적 유용성의 개선이 있어도 없는 것으로 하여 공단과의 협상을 피할 수 있느냐”는 이색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윤형종 부장은 “사실 협상력이 좀 떨어진다면 협상을 피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지만, 그런 상황에 있어서는 원칙대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손정우
2008.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