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개량신약’ 공단 약가협상 대상에서 제외
보건복지가족부가 개량신약에 대한 ‘약가산정기준’을 마련하고, 개량신약을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복지부가 마련한 ‘개량신약 약가산정기준’은 현재 부처 간 의견조율에 들어가는 등 입법예고를 위한 막바지 수순을 밟고 있다. 제약사들은 일단 복지부가 제약업계 건의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기색이지만, ‘약가산정기준’의 구체적인 계산방법에 있어서는 복지부와 시각차를 보이고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개량신약 약가협상에서 ‘제외’…등재기간 단축
‘개량신약 약가산정기준’ 입법예고안의 핵심은 개량신약의 공단과의 약가협상 제외, 그리고 제네릭처럼 개량신약의 약가를 ‘산정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개량신약 약가산정기준 마련을 위해 현재 부처 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8월 중으로 입법예고할 예정”이라며 “약가책정에 있어 개량신약의 정의에 포함되는 의약품은 기존의 약가협상이 아닌 산정방식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부 예외가 되는 품목도 있을 수 있겠지만 원칙적으로 개량신약은 공단과의 약가협상에서 제외될 것이며 계산법에 약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2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언급된 개량신약의 정의에 포함되는 의약품은 대부분 ‘개량신약 약가산정기준’에 따라 약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의 이번 결정은 4월 공청회 당시 “임상적 유용성 개선 없는 개량신약의 경우 제네릭처럼 협상절차 생략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언급한 것에 비하면, 제약업계의 의견을 상당부분 수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게다가 개량신약이 약가협상에서 제외되면 보험등재 절차도 상당히 간소화 될 것으로 보여, 제약사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약가협상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국내 제약사로선, 정부와의 마찰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는 부가적인 ‘이득’도 챙길 수 있게 됐다.
◇개량신약 약가 과연 얼마를 줄 것인가?
복지부가 상당히 파격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량신약 약가산정기준’은 구체적인 ‘약가계산법’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향후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일단 ‘개량신약 약가산정기준’이 마련된다는 소식에 제약사들의 이목은 곧바로 개량신약의 구체적인 약가계산을 어떻게 할 것인가로 쏠리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는 개량신약이 가지는 의미가 국내 제약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연구개발 비용 보전 등 산업 발전을 위한 충분한 보상을 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개량신약을 개발할 의욕을 가질 수 있을 정도의 개량신약 약가가 보장돼야 한다”며 “국내 제약 산업 발전 위해 가장 유사한 약제의 가장 최근의 등재가격의 80%를 주는 방식으로 개량신약의 약가가 산정돼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개량신약 약가책정기준을 처음 발표한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개량신약과 관련해 언급한 내용들을 정리해보면, ‘임상적 유용성’과 ‘오리지널 의약품 대체에 따른 건보재정 절감 효과’, ‘제네릭 유무’ 등 같은 개량신약이라도 약가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즉 같은 개량신약이라도 신약에 버금가는 약가를 받을 수도 있고, 조건에 따라서는 제네릭에 준하는 약가를 받게 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복지부의 ‘개량신약 약가산정기준’에 마냥 화답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국내 일부 제약사 관계자는 “개량신약에 관한 산정기준 마련으로 일부 진전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개량신약 약가산정기준이 개악안이 될 수 있다”며 “이번 입법예고안이 개량신약을 개발했을 때 연구개발 비용 등을 보전할 수 있는 인센티브제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개량신약이 국내 제약 산업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복지부에서도 인식해야 한다”며 “국내 제약 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개량신약의 충분한 가치가 인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너도나도 개량신약…‘부작용’ 경계 목소리도
‘개량신약 약가산정기준’이 국내 제약업계에 일종의 ‘인센티브제도’가 돼야한다는 의견과 함께, 너도나도 개량신약이라며 높은 약가를 요구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개량신약도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로 플라빅스 개량신약을 들 수 있다.
최근 플라빅스 개량신약을 개발, 약가협상을 진행했거나 대기 중인 제약사는 대웅제약, 한미약품, 광동제약, 한림제약 등 8~9곳에 이른다.
그러나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은 플라빅스 개량신약 개발을 독자적으로 진행한 반면, 광동제약 등 6개 제약사는 식약청 허가까지 공동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 내부에서조차 “한미가 개발한 개량신약이나 광동이 개발한 개량신약이나 약효 차이는 없을지 몰라도 연구개발비 투자비용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며 “투자는 1/6로 하고 약값은 똑같이 받으려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정도다.
이와 관련, 일부 전문가들은 “제약업계가 개량신약 약가를 보전해달라고 주장했던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국내 제약 산업 발전인데, 단순히 약값을 높게 받기 위해 일단 개발하고 보자는 식의 개량신약이 과연 국내 제약 산업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든다”며 “개량신약 약가산정기준이 일종의 인센티브제도로서 자리매김하려면, 기술적으로나 비용적으로나 제대로 된 연구개발을 통해 개발된 개량신약에 충분한 보상을 주는 형태로 운용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공단 등 정부쪽에서도 “개량신약에 대한 약가산정기준 마련이 퍼주기식 약가정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여러 가지 측면에서 양질의 개량신약에 대해선 충분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 맞지만,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다른 제약사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차이를 두는 것이 공평하다”고 말했다.
손정우
2008.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