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뷰티는 국적 아닌 '기술'의 영역... 시장 안착이 진짜 게임"
랜딩인터내셔널 새라 정 대표
입력 2026.04.20 05:00 수정 2026.04.20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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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K- 뷰티 업계가 미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얼마나 많이 파느냐'를 넘어 '어떻게 시스템적으로 안착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K-뷰티 유통사 랜딩인터내셔널 새라 정 대표는  "K-뷰티는 브랜드나 대표의 국적이 아닌 K-기술로 구분된다"면서 "브랜드들이 오래가기 위해서 ODM 등 제조사들과의 관계를 리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 대표는  2005년 아모레퍼시픽의 뉴욕 소호 매장 진출 당시 컨설팅을 맡았던 미국 K-뷰티 유통의 산증인이자, 현재 대형 리테일러 울타(Ulta)에만 100개 이상의 한국 브랜드를 입점시킨 베테랑이다. 그를  서울 성동구 랜딩인터내셔널 한국지사 사무실에서 지난 14일 만나  미국내 K-뷰티 성공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글로벌 K-뷰티 유통사 랜딩인터내셔널 새라 정 대표는 미국 시장에서 롱런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유통 시스템과 브랜드만의 독자적인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시장, '소비자 주도'로 권력 이동

글로벌 뷰티 브랜드들이 격돌하는 미국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가 유독 틱톡 등 SNS 생태계의 최대 수혜자가 된 이유로 정 대표는 한국 브랜드 특유의 '수학적이고 시스템적인 접근'을 꼽았다.

"미국이나 유럽의 현지 창업자들은 브랜드의 철학, 미션,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에 공을 많이 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제품 하나를 론칭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리죠. 반면 한국 파운더들은 매출 지표를 타격하는 데 있어 매우 수학적이고 시스템적입니다. 숏폼 트렌드에 맞춰 제품을 기획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즉각적으로 마케팅에 반영하는 속도전은 한국을 따라올 곳이 없습니다."

한국식 속도전과 시스템이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는 틱톡의 바이럴 알고리즘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며,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제2의 물결'은 정 대표가 오랫동안 K-뷰티 유통을 맡으면서 봐온 현상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201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미국 미디어들은 K-뷰티의 흥미로운 성분에 주목해 한국 뷰티 브랜드들을 미국 소비자에 소개했고 이를 본 바이어들이 일부 한국 제품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첫번째 붐이 왔던 그 당시 약 25개 브랜드를 미국 유통사에 입점시켰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살아남은 브랜드는 코스알엑스 하나였다고.  

"예전엔 달팽이 크림이나 귀여운 동물 마스크팩처럼 잡지에 실리기 좋은 제품들이 바이어의 선택을 받았죠. 미디어와 바이어를 거쳐서 일부 흐름이 있었지만 소비자 단계에선 흥미를 끌지 못해서 결국 제대로 흥하지 못했어요. 지금은 완전히 정 반대입니다. 소비자 집단의 반응을 보고 바이어가 반응하고 이를 미디어가 담는 구조예요. 뷰티 권력이 소비자로 이동한 셈이죠.

정 대표는 당시의 냉혹한 생존율을 목격하며 매장 판매원을 교육하고 피드백을 수집하는 플랫폼 사업을 시도하는 등 '현장에서 제품이 선택받는 원리'를 파고들었다. 비록 플랫폼 사업은 방향을 틀었지만, 그때 축적한 현장 데이터는 벤더로서의 강력한 무기가 됐다. 2024년 울타(Ulta)가 대규모 입점 제안을 했을 때 곧바로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매장에서 끝까지 버틸 수 있는 브랜드를 선별하는 선구안과 이를 뒷받침할 운영 시스템을 이미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별 브랜드 아닌 '섹션'을 파는 ETF 전략

현재 랜딩인터내셔널이 울타에 입점시킨 브랜드는 100개를 넘어섰다. 정 대표는 100여개의 브랜드를 일일이 관리하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매장 내 프레스티지 기초, 매스 기초, 색조, 헤어 등 4개의 핵심 섹션 자체를 하나의 단위로 묶어 관리한다.

이 방식은 금융 시장의 ETF(상장지수펀드) 운용 원리와 유사하다. ETF가 여러 종목을 바구니에 담아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듯, 랜딩인터내셔널도 K-뷰티라는 카테고리 아래 우수한 브랜드들을 포트폴리오화한다. 특정 브랜드의 성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섹션 전체의 매출 비중을 조절하고, 성과가 저조한 브랜드는 교체하며 카테고리 전체의 경쟁력을 상향 평준화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전략은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중소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아직 한국의 개별 브랜드 이름은 낯설어하지만, K-뷰티라는 장르가 가진 '기술과 효능'은 이미 깊게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특정 브랜드를 보러 들어왔다가도 결국 다른 K-뷰티 브랜드를 사게 만들 수 있어요. 고객들은 K-뷰티라면 다 비슷하게 좋다고 믿거든요. 찾는 브랜드와 100% 다른 브랜드를 팔 수 있는 이유는 고객이 K-뷰티는 브랜드와 상관없이 일정 수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섹션 중심 운영은 리테일러인 울타 입장에서도 운영 부담을 덜어주는 핵심 요소다. 벤더가 알아서 재고와 공간 효율을 최적화해 주니 유통사 입장에선 랜딩인터내셔널을 단순한 납품 업체가 아닌 카테고리 전체를 총괄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대우하게 된다.

K-뷰티 카테고리 자체를 판매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정 대표는 미국에서 K-뷰티 공식 기념일을 만들고 이를 '아마존 프라임데이'와 비슷하게 키울 생각을 하고 있다. 오는 5월 첫 선을 보일 'K-뷰티 위크(National K-Beauty Week)'가 그것이다. 이미 이때 활용할 섹션별 K-뷰티 세트 상품도 구성해놨다.

“미국 대형 리테일러는 보통 단일 브랜드 단위로 사은품 증정 행사를 하는 것이 관례예요. 우리는 브랜드와 상관없이 K-뷰티 제품을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통합 뷰티 백을 증정하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K-뷰티라는 장르가 미국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미국 시장은 롱런의 무대, 시스템과 기술이 본질

정 대표는 최근 K-뷰티 브랜드들이 해외 유명 셀럽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현상에 대해서도 명확한 시각을 밝혔다. 브랜드의 DNA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미국식 마케팅 문법과는 다를 수 있지만, 현재의 틱톡 생태계에선 분명히 작동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다만  반드시 안정적인 유통 시스템과 브랜드만의 독자적인 기술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진입 장벽이 매우 높지만, 일단 궤도에 오르면 신제품 없이도 기존 매출이 수년간 유지되는 롱런의 힘이 있습니다. 한국처럼 트렌드가 반짝하고 사라지는 시장이 아니거든요. 제품이 원활하게 공급되고 소비자 접점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롱런의 열쇠입니다."

특히 정 대표는 상향 평준화된 제조 환경 속에서 브랜드가 가져야 할 주도권을 강조했다. 단순히 제조사에 의존해 제품을 가져오는 방식으로는 차별화를 만들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대형 ODM· OEM사에서 제품을 뚝 떼어오는 브랜드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모든 브랜드가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원료를 직접 확보해서 제조사에 넘기거나, 독점적인 용기나 패키징 기술, 혹은 특허받은 포뮬러처럼 서플라이 체인 안에서 브랜드만이 통제할 수 있는 독특한 기술적 요소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결국 K-뷰티의 본질은 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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