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신약개발② - 정부의 정책지원 방향
장준식
영남대약대 卒
서울식약청장
식약청 식품의약품 안전국장
정부의 정책지원 방향
한국 세계시장 1.5% 점유 불과 `미약'
관련규정·제도정비 임상시험 인프라 구축 노력
제약산업은 지식 집약산업 이면서 환경친화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블록버스터라고 표현된다. 세계적인 신약의 개발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이 지속적으로 막대한 부가가치를 가져오게 된다. 상대적으로 기초 자원에 크게 의존하는 다른 산업과는 달리 제약산업은 잘 확립된 소프트웨어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한나라의 지식이 집약되어 있는 산업이다. 선진국에서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지원하고 있으며, 인류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약은 약10여개국의 신약개발 능력이 집중된 선진국에 국한되어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상위그룹의 개발도상국은 WTO체제와 OECD가입으로 급변하는 세계 제약시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야 자국의 제약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고 다국적 기업과의 생존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신약개발 지원을 위한 정부의 지원방안은 다른 각도에서의 세계 제약산업의 현황을 먼저 짚고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신약개발의 대두
대외적으로 탈 냉전시대에 돌입하면서 각국은 정책의 우선 순위를 군사력 신장에서 국민 복지증진으로 전환하고 있다.
1993년 12월 타결된 UR의 결과로 출범한 WTO체제로 농산물·서비스 교역장애가 제거되었고 지적재산권 보호도 강화되었다. 나아가 국내정책이나 제도의 차이에서 빚어지는 기술적 무역장벽을 제거하도록 압력이 주어지는 상태이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하여 세계는 하나의 정보권으로, 즉 세계 경제가 하나의 소비시장과 상호연계된 하나의 생산체계로 바뀌고 있다.
기업생존은 경쟁력 유지 여부로 결정되기 때문에 범 세계적으로 상호투자와 전략적 제휴가 확대되는 등 기술적 무역장벽이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다. 따라서 점차 Open Market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어 시장경제원칙에 따른 무한경쟁의 시대로 치닫고 있어 우리나라 제약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내적으로는 OECD에 가입함에 따라 국내 제도를 선진국 수준에 맞추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으며, 인구구조의 변화와 소비자 의식구조의 선진화로 제약산업의 사회적 책임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한편 의약분업의 전면실시에서 여실히 나타난 바와 같이 오리지널 제품의 개발 없는 생존은 제약기업에서 무의미하다시피 인식되고 있어 국내 제약산업의 새로운 방향이 제시되어야 할 시기에 다다랐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정책 기조를 개방화·국제화·세계화를 제1의 목표로 하여 과거의 국가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춘 개방에서 탈피, 무차별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적 제도와 관행이 조화를 이룬 국경 없는 시장체제를 만들어 나가고 있어 기업의 경우 점점 기술적으로 절대우위가 아니면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대내외적인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무한 생존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신약개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하여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부터 정부차원에서 약11조원을 신약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제약산업과 창투사에서도 약16조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을 R&D에 투자해 오고 있다. 이러한 결실로 `99년부터 SK제약의 `선플라주'를 필두로 하여 동화약품의 `밀리칸주' 대웅제약의 `이지에프외용액' 중외제약의 `큐록신정'을 비롯하여 최근에는 세계시장에서도 충분히 다른 제품과의 경쟁력이 있는 LG생명과학의 `팩티브정'이 국내 개발신약으로 시판 허가되었으며 그외 20여개의 품목이 임상시험중에 있어 상당수의 제품이 국내 자체기술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대내외적 요인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국내 제약산업의 토양마련과 아울러, 정부의 정책적 지원 마련이 지금부터 중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을 간단히 설명함으로써 제약산업이 21세기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여 동북아시아의 신약개발 중심국가로 거듭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신약개발의 중책을 맡고 있는 본인의 바램이며, 국내 신약개발을 활성화하고 세계적인 신약의 개발을 위하여 식약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항과 앞으로 정부와 기업, 그리고 연구자가 나아갈 방향을 개인적인 시각에서 기술해 보고자 한다.
황금알 낳는 제약산업 `블록버스터'
94년부터 정부차원 투자, 개발지연 최소화 정책
대회경쟁력 확보 위한 인프라 구축
먼저, 선진외국의 신약개발 기법 전수를 통한 국내 개발신약의 대외경쟁력 확보의 중요성이다. 우리나라 의약품시장은 그 규모가 전세계 12위권이나 세계시장 전체규모에서는 약1.5%정도를 차지하는 비교적 소규모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따라서 연구투자 면에서 다국가 기업 입장에서는 매력적이지 못했으며 다른 국가와 비교할 경우 신약개발에 필수적인 임상 또는 비임상시험의 인프라가 미흡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신약개발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기업과 정부, 그리고 연구기관의 주도하에 임상 비임상시험의 인프라 구축을 위하여 90년 중반부터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95년부터 KGCP제도를 도입 운영하였고 99년말 부터 선진국의 다국가 임상시험에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가교시험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현재에는 아시아국가에서도 앞서갈 수 있는 입지를 구축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임상시험은 개발이 거의 종료될 시점에서 실시되는 임상시험으로 우리나라 허가요건 충족을 위한 소규모 임상시험에 국한되었던 것이 사실이며, 초기 개발단계에서부터 참여하여 선진외국의 개발기법을 배움으로서 국내 개발신약에 접목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지는 것이 필요하였다.
따라서, 우리청에서는 신약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다국가 임상시험을 적극적으로 유치함으로서 국내 임상시험의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또 신약개발의 저해요인을 상당부분 해소하기 위하여 관련규정을 국제적으로 조화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안전성·유효성 관련자료 작성을 위하여 약10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것을 최소한 3년 정도 앞당겨 조속한 시일내에 신약이 시장에 출시될 수 있도록 관련규정을 정비하였거나 정비중에 있다.
특히, ICH등 국제적 기준과 미국의 임상시험계획승인제도를 참고하여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게 `의약품임상시험계획승인지침'을 2002.12.3자로 제정 고시하여 의약품 임상시험계획승인에 필요한 자료의 작성요령, 범위, 요건, 면제범위, 승인절차 및 기준 등을 정하였다.
따라서 임상시험용 의약품 품목허가제가 폐지되고 임상시험계획 전반에 대한 승인제가 도입되어 별도의 품목허가와 벤처기업의 경우에도 업허가 없이 임상시험의 실시가 가능해졌다.
제출자료를 간소화함으로서 미국, EU 등 선진국과 개발단계부터 참여하는 다국가 공동 임상시험이 활성화되고 임상시험 경험을 축적하여 국내 신약개발에 접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였다.
임상시험 계획의 단계별 승인제 및 임상시험 계획서별 승인제도가 승인된 임상시험 계획(plan)에 따라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여 신속한 신약개발이 가능토록 하였다. 또한 초기 개발단계에서 임상시험의 방향과 자료의 작성범위에 대하여 사전에 식약청과 협의할 수 있는 사전상담 절차를 마련하여 신약개발과 관련된 불필요한 자료작성으로 인한 신약개발의 지연을 최소할 방침이다.
이와 같이 국제적으로 조화된 임상시험계획승인 제도를 도입함으로서 이제 선진외국의 다국가 기업의 신약개발 파트너로 자리매김 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토대로 아시아 지역의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태국 등 임상시험이 활성된 나라와의 컨소시엄 형태로의 임상시험을 통하여 신약개발을 함으로서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여건마련에 눈을 돌려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즉 컨소시엄 형태의 다국가 공동 임상시험을 실시하여 국내 제한된 피험자에 실시하던 소규모 임상시험이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을 실시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이를 위해 해외학회 등에 우리청 공무원 또는 민간기업 연구자가 우리나라의 임상시험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함으로서 한국기업이 initiative를 쥐고 다국가 임상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계획에 있다. 또한, 기업이 신약개발 R&D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회전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틈새시장 개척을 유도할 방침이다.
국내 제약시장의 여건하에서 3억불 이상의 자금을 투자하여 세계적인 신약을 개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 LG생명과학의 팩트브의 경우가 그러하듯이 해외 다국가 기업에 라이센스 계약을 통하여 막대한 비용이 소용되는 임상시험을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개발모델도 있으나 이러한 경우는 드물것으로 예상되어 일단 초기 투자가 비교적 적은 개량신약에 초점을 맞추어 틈새시장을 공략함으로서 신약개발 R&D에 소요되는 자금을 축적토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최근에 관련규정 개정에 착수하였으며, 소규모 자금과 개발기간이 짧은 개량신약, 예를 들어, 기존 시판중인 의약품의 적응증을 추가하는 경우, 기허가 품목의 기본골격은 유지하면서 염류 등을 변형한 품목, 흡수율을 개선한 의약품, 주사제에서 경구제로 제형을 달리하는 의약품, 복합처방을 통하여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의약품, 환자의 복용 순응도를 개선한 의약품, 서방성제제 및 국내 사용경험이 풍부한 영양수액제 등의 개량신약에 대하여는 안전성·유효성 관련자료 제출을 간소화하여 보다 폭넓은 개량신약이 개발될 수 있도록 하여 해외시장 개척에 일조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한편 신약의 임상시험 진입여부를 판가름 할 수 있는 비임상시험의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난 8월 국내GLP기관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여 2003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GLP의무화로 제약업계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이미 시험중에 있는 비GLP 독성시험자료를 연내에 완료할 경우 제출시기와 상관없이 인정하는 보완조치를 단행했다. 이어 조속한 국내 GLP기관의 인프라구축을 위하여 국립독성연구원 소속 전문가 및 외부전문가와 협력하여 시험항목 지정과 신규 GLP기관지정을 확대해 나갔으며, 이러한 노력으로 GLP기준에 적합한 모든 독성시험을 실시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여, 비임상시험과 관련한 신약개발 저해요인이 상당부분 해소되어 신약개발이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아울러 우리청은 현행의 GLP기관 평가절차를 개선하여 신속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규정을 개정하는 한편, GLP기관에서 수행되는 비임상시험 자료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대외신인도를 강화하기 위하여 2년마다 정기적인 사후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며, 약리시험이나 독성동태시험 등 비GLP기준에서 수행되던 시험이 GLP기준하에서 실시될 수 있도록 할 시험항목을 세분화할 방침이다.
또한 선진국에서 시행중인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치료적 사용제도 도입을 법제화 함에 따라 만성골수성백혈병치료제 `글리벡'과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이레사'의 동정적 사용과 같이 현재의 치료방법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여 생명을 위협받는 심각한 질환자에게 인도적 차원의 치료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의 치료적 사용(Treatment IND) 및 응급상황에서의 사용(Emergency Use IND)에 대한 구체적인 승인절차를 마련하여 임상시험용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시판전에도 환자의 치료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하였다.
산·학·연 공조로 신약개발 선진국 도약
이러한 정부의 신약개발 의지 외에도 민간차원에서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이루질 수 없다. 따라서 식약청에서는 향후 수년내에 임상·비임상시험기관 협회 설립을 추진하여 시험기관의 관리·감독을 협회 자율에 맡김으로서 시험기관의 대외경쟁력을 강화하고 스스로의 자생력을 갖도록 하는 한편, 연구자에 대하여 선진외국의 임상·비임상시험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선진외국의 시험기법을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임상시험에 대하여 한편에서 갖고 있는 사회적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하여 임상시험의 취지와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피험자에 대한 인권보호, 임상시험의 윤리성적 타당성 및 안전성에 대하여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TV공익 방송을 추진할 계획으로 있어, 피험자 모집에 어려움이 있어 임상시험이 지연되고 이에 따라 신약개발기간이 연장되는 등의 어려움을 해소할 방침이다.
우리나라가 신약개발의 선진국 대열에 빠른 시일내에 진입하기 위하여는 아직도 필요한 정책적 지원이나 기술공유에 대하여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재해 있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산학연관이 함께 모여 건설적인 방향으로 공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보를 공유하고 역할을 분담함으로서 시대적 조류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으로 생각된다.
편집부
2003.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