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신약개발③ - 국내신약개발의 현황과 전망
정원태
·중앙대약대 졸업
·약학박사
·일양약품 중앙연구소 개발실장
수익률 30% 달하는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
세계 기준 부합된 연구개발 절실
`활명수'에서 `선플라'까지
우리나라 신약개발의 역사는 선진국에 비해 일천하다. 1800년대 말에 제약기업이 등장하여 최초의 근대적 약물인 `활명수'가 등장한 이래, 1950년대까지 완제의약품을 단순히 수입 판매하던 수입의존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1960년대에 들어서서 외국에서 원료의약품을 수입하여 국내에서 제제화하여 공급하는 기초 제약기술을 확보하는 단계를 거쳤다.
1970년대에 원료의약품의 합성공정을 국내기술에 의해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서서히 수입의약품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70년대 말까지만 해도 우리 힘으로 만드는 신약은 꿈도 꾸지 못했다.
1980년대 들어서면서 세계경제는 국가단위가 아니라, 전 세계가 완전 개방체제로 들어서면서,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개방압력이 거세지게 되어 의약품의 단계적 수입 자유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이때에는 다른 산업부문의 경제발전과 더불어 제약업계에서도 신약의 개발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게 되었다.
선진국들의 기술식민지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80년대 말 국가적인 지원 하에 의약품의 연구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었다.
1987년 7월에 물질특허제도가 실시되었고, 1989년에는 미국 및 유럽연합에 대한 pipeline product의 행정 보호가 이루어졌으며, 유통시장이 개방되었다. 또 1993년 12월에는 우루과이라운드에 따른 지적소유권 협정이 체결되어, 비싼 로열티를 지급하면서도 선진국의 의약품 도입이 더욱 어려워지게 되어 우리나라의 제약산업도 스스로의 신약을 개발하지 않으면 선진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없다는 점이 부각됐고, 경영체제, 제조와 품질, 생산성, 유통 등 모든 면에서 개혁이 요구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일천하나마 투자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결실로 1990년대 들어서서 국내 기술의 수출이 활성화됐고, 드디어 최근에는 국내 기술진에 의해 개발된 항암제 선플라주를 국산 신약 1호로 등록하는 쾌거를 이루게 되었다.
21세기에 들어서서 국내 제약업계의 상황은 다국적기업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어 제약산업도 국내 기업간의 경쟁차원이 아니라 선진 다국적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전략을 세워야 하게 된 것이다.
변천과 발전의 물결 속에서 외국 선진 제약회사가 하나의 대형신약을 개발하여 세계시장을 휩쓸면서 막대한 이익을 내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제약산업이 뼈저리게 느낀 것은 앞으로 우리가 살아남을 유일한 길은 역시 기술확보와 신약개발이란 점을 많은 기업이 절감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신약창출에 의한 고부가가치의 실현이라는 명제에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로, 아직까지 효과는 미미하지만 자체기술에 의한 신약을 창조하기 위한 노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국내의 신약개발과정
국내신약이 창출되기 이전에 우리나라에서 발매된 신약이라는 것은 거의 외국에서 개발된 의약품으로 그것을 국내에 도입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즉 우리 정부로부터 신의약품으로 허가를 받기 위해 필요한 과학적인 서류를 번역하고, 국내 병원에서 확인을 위한 간단한 임상실험을 거친 것들이 대부분 이였다.
신약을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경우에는 어떤 물질을 의약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 하는 탐색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 있을 경우 본격적으로 연구개발에 착수되어야 하며, 그것이 의약품으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과학적인 증거를 모아서 국가 또는 세계로부터 허가를 받고, 그 의약품이 항상 균일하고 합리적인 약효를 가질 수 있도록 의약품을 합성, 제조하여 품질을 관리하여 유통을 통하여 병원이나 약국에서 사용되게끔 하는 것이다.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서 거치는 단계는 신물질을 천연물에서 찾아 내든가 합성의 방법 등을 통하여 후보물질을 만들고, 우선 동물들을 대상으로 약리나 효력에 대한 시험을 거쳐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스크리닝 해낸 뒤 독성실험을 통한 안전성을 확인하고, 직접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을 거쳐 그 유용성과 안전성이 확인되면 과학적인 서류를 갖춰서 신약으로서의 허가를 받게 된다.
여기서 동물실험에서 약효와 독성을 확인하기 이전 단계는 신약의 이·화학적 성상 연구라 하고 그 물질은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그 구조는 맞는지? 어떻게 분석을 하는지? 그 물질이 어떤 조건에서 어느 기간동안 안전한지? 등에 대한 연구를 하는 것이다.
직접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이전에 실시되는 모든 실험을 전임상 시험(preclinical tests)이라 하는데 개발할 신물질의 약효 및 안전성을 동물실험을 통하여 확인함으로서 인체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임상시험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약물의 안전성과 내약성을 검토하는 제Ⅰ상 시험,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용법. 용량, 안전성, 유효성을 검토하는 제Ⅱ상 시험, 여러 병원에서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안전성, 유효성을 확인하는 제Ⅲ상 시험이 있으며, 이 임상시험을 거쳐 허가를 받은 뒤 시판후의 부작용 등을 검토하는 제Ⅳ상 시험(PMS) 등이 있다.
앞서 말한 대로 국내 제약기업은 지금까지는 주로 외국에서 개발된 신약을 로열티를 지급하고 국내에 도입하여 정부로부터 신약허가를 받아 시판해 왔다. 국산 신약이 탄생하였다는 것은 후보물질의 탐색, 물성연구, 전임상 실험 및 임상실험 등 신약허가에 필수적인 모든 개발단계를 모두 우리 기업이 우리 과학자의 힘으로 모두 수행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신약 1호인 선플라의 경우는 3상임상이 불필요한 항암제로 혁신신약이 아닌 개량신약이라는 점을 들어 개발의 모든 단계를 거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비판도 있으나, 세계적으로 항암제의 경우 비슷한 개발단계를 거치게 되므로 어쨌든 어렵사리 첫 걸음을 뗀 것이다.
문서화·투자 미흡이 cGMP 걸림돌
국제 표준화된 품질로 기술우위 유지해야
국내 제약사의 신약개발 현황
21세기에는 제약산업이 생물공학 산업과 더불어 1990년대의 정보통신 산업에 견줄만한 성장력을 가진 분야로 고부가가치가 기대되는 산업이다. 실제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의 제조원가가 약 80%에 이르고 순익률은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최대 5%에 지나지 않는 반면에 제약의 경우 제조원가 평균은 약 52%이고 신약의 순익률은 평균 30%에 달하는 `황금알을 낳는'사업이다. 또한 제약산업의 규모가 우리나라 전체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작지 않으며 세계적으로도 매우 큰 시장이다. 실제 IMF가 시작된 1998년과 의약분업(SPD)이 실시된 2000년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의 제약산업은 꾸준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어, 2000년에 이르러 제약규모는 연간 7조 8천억원으로 국내 총생산의 약 1~2%를 기여하고, 세계의약시장의 2~3%를 차지하며, 생산액 기준 세계 10위의 규모이다.
그런데 그간 우리나라의 제약산업이 주력해온 원료의약품(주원료)의 합성 또는 제너릭의약품(완제품)의 생산기술은 중국, 인도, 남미국가 등 많은 후발 기술국들이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점점 우리나라를 추격해오고 있으며 기술격차도 점점 좁혀지고 있다. 따라서 21세기를 맞은 우리나라의 제약산업은 그간의 기술력 축적과 산학연의 투자를 바탕 삼아 한 단계 기술력이 높은 신약 창출분야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
신약개발에서의 성공은 매우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그간 산학연관의 관심으로 많은 발전을 했고 일부 세계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현재 신약개발을 위하여 매진하고 있는 기관은 연구 개발형 제약기업에 소속된 산업계연구소, 정부기관 및 산하의 출연연구소, 약학대학 및 대학의 임상병원 등이 있다.
제약회사에서 설립한 산업계 연구소는 약 77개소, 정부기관 및 산하 출연연구소가 약 8개소, 대학 및 임상병원이 약 30개소에 이르고 있으며 매년 신약개발비의 투자규모는 약 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신약개발을 위한 인프라와 투자환경 속에서 산업계 연구소인 SK에서 제 3세대 백금착체 항암제인 선플라주사가 보건복지부의 신약개발 지원을 받아 드디어 국산 신약 1호로 탄생하여 시판에 돌입하였으며 현재 제5호까지의 국산신약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상태이다. 임상실험이 진행 중이며 곧 시판을 기다리는 시약들도 (표3)과 같이 많이 있다.
국내 신약개발의 장애
하지만 현재까지 순조로운 신약개발의 행진에 장애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시장상황의 탓도 있지만 아직 국내 기업들의 치료분야별 전문화가 이뤄져 있지 않아 일부 연구가 중복되어 한정된 연구재원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는 것도 선결과제이며, 또 세계적으로도 시장규모가 큰 의약품분야에만 연구가 집중되는 점은 우려할만한 점이다.
시장규모가 큰 의약품분야는 당연히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도 매력을 느끼기 때문에 자기들의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으므로 국내 기업의 개발노력에 대한 견제와 공세가 만만치 않다. 그들이 이미 쌓아 놓은 개발기술과 마케팅 노하우를 뛰어 넘기는 매우 어렵고 하나의 신약으로 개발되어 시장에 상륙할 때까지는 멀고 험난한 길이 많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을 전 세계의 어떤 환자라도 쓸 수 있는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신약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기준에 맞게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신약은 인간의 생명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으므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국의 품질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각국의 기준이 다름에 따라 의약품의 품질 비교 등의 문제로 인하여 유럽, 미국, 그리고 일본을 중심으로 이들 3개 지역의 규제가 국제 표준으로 정착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즉, 국제적으로 한 나라가 인정하는 신약의 허가기준을 다른 나라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모순점과 시간적, 경제적 낭비를 줄이기 위해 신약개발경험이 풍부한 제약 선진국간에는 International Conference of Harmonization (약칭 ICH)라는 신약의 개발 기준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 있어 이제 막 신약개발행진에 들어선 우리나라도 여기에 빨리 따라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또한 신약연구는 병리기전에 대한 연구 등 기초연구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빨리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좁히려는 성급한 마음으로 실제 시장에 상륙할 가능성이 큰 제품화연구에만 온 힘을 집중한다면 그야말로 철근공사는 부실한 날림공사가 될 우려도 없지 않다.
국내 신약개발의 향후과제는 신약품질의 국제 표준화이다. 국내 신약의 품질을 표준화, 국제화하고 경쟁국보다 기술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cGMP 인증이 필수적인 사항이다. 국내의 제약 회사들 중에서 아직까지 FDA의 실사를 받아 cGMP 기준을 통과한 회사는 몇 되지 않는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문서화에 대한 기피성과 투자의 미흡, 가격 경쟁력 약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첨단 과학의 산물로 꼽히는 신약개발은 오래 전부터 산업혁명을 주도해온 구미 선진국들의 전유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기간 수 천억원의 개발비를 투자하고서도 실패로 끝나는 사례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20세기 들어 경제분야에서 가장 발전의 폭이 컸던 일본도 신약개발에서만은 아직 구미의 거대 다국적기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향후전망
우리나라는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을 국가의 핵심사업으로 막대한 투자와 노력을 경주한 결과 이제 반도체는 세계제일의 생산국이 되었으며, 국산 자동차도 지구촌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하지만 제약산업에 있어서 만은 우리나라가 세계10위권의 시장규모와 의약수출 세계13위, 의약교역량 세계 12위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20세기말까지 자체적인 기술력으로 개발해 낸 의약품이 없는 나라라는 오명을 씻지 못하여 왔다. 그러나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지식부가형산업으로 신약개발에 주목하여 국가적인 지원과 국민의 관심으로 드디어 국산신약의 탄생이라는 결실을 맺기 시작했고 세계에서 열 손가락 정도로 꼽히는 신약개발국가에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21세기를 맞게 되었다.
향후 세계의 신약 연구추세는 비아그라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까지의 의학연구가 초점을 맞춰온 질병과 세균과 싸워 이기는 단계를 넘어서 이른바 삶의 질을 개선하는 약물(Life Quality Improving Drugs)에 관한 연구가 더욱더 강화될 것이다.
신약을 개발해야 살수 있다는 대명제를 가지고 정부와 대학과 온 산업계가 나서서 매진한지 불과 10여년 만에 당당히 신약보유국으로 들어선 실력과 의지를 가진 우리나라가 이러한 세계적인 연구추세를 따라 잡는 것도 시간 문제이다. 다만 정부와 기업, 민간기관이 신약개발을 위해 얼마다 협조하고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160여종에 달하는 국산 신약 후보들이 빛을 볼 날이 크게 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
<표1> 국내 의약품 생산액 변화 추이<표2> 우리나라 신약개발 인프라(단위:백만원)
년도
의약품생산액(억원)
1990
36,062
1991
42,396
1992
46,399
1993
50,626
1994
57,018
1995
65,600
1996
73,795
1997
80,458
1998
78,333
1999
82,386
2000
78,924
구분
개소수
연구개발비
기업 연구소
77
225,372
민간출연 연구소
2
10,034
정부출연 연구소
4
64,772
국가기관
2
13,577
총계
85
313,755
<표3> 개발중인 국내신약
약물명
효능,효과
연구개발단계
임상국가
개발기관
YY280
허혈성뇌졸증
임상
국내
유유산업
DSC-10
3골다공증 치료제
임상
국내
〃
YY50
골다공증 치료제
임상
국내
〃
LCG-90
관절염, 요추디스크등
임상
국내
녹우제약
DA-125
항암제
임상
국내
동아제약
YH-439
간장질환치료제
임상
한,독,일
유한양해
YH-1885
위궤양치료제
임상
국내
〃
슈도모신주
녹농균감염, 패혈증
임상
국내
제일제당
Ecenofloxacin
퀴놀론계 항균제
임상
국내,영국
〃
DW-116
퀴놀론계 항균제
임상
국내,독일
동화약품
IY-81149
위궤양치료제
임상
다국가
일양약품
G-009
항암보조치료제
임상
국내
〃
YKP-10A
우울증치료제
임상
미국
SK주
MBR193.02
골다공증치료제
임상
미국
녹십자
CKD602
항암제
임상
국내
종근당
편집부
2003.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