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신약개발⑦ - 한국형 신약발굴 전략
조중명
·서울대 동물학과 卒
·美 휴스턴대 생화학박사
·크리스탈지노 믹스 대표
21C 대표명제-신약개발 통한 의약산업
과감한 투자 통해 산·학·연 연계 연구 매진해야
초고속 시스템 등 기술기반 중요
`질환단백질 구조연구'가 핵심열쇠
신약 강국의 꿈
최근 한국을 방문한 세계 1위의 제약회사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사의 최고경영자인 로버트 잉그램 부회장이 의미심장하고도 놀라운 발언을 했다.
“한국은 바이오 제약분야에 어느 민족보다도 뛰어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다이내믹한 국민성, 우수한 인적자원, 뜨거운 연구열기…. 하지만 국가적 전략적 차원의 연구방향 설정과 투자가 미흡하다”며 “한국의 발전된 IT기술과 바이오 벤처의 역량이 결합된다면 깜짝 놀랄만한 신약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7년 이전 한국은 지금의 인도처럼 `불법 복제자'로 인식되었으며 서구 제약회사들의 통상압력으로 `물질특허'라는 제도를 도입하였다. 그 전에는 국내에서 물질특허를 인정하지 않고 공정특허만 인정하였기 때문에 외국 제약회사가 발굴한 신약도 공정만 약간 바꾸어서 국내에서 버젓이 판매할 수 있었다.
역설적인 일이지만, 한국으로 하여금 신약발굴을 생각하게 한 것은 이 물질특허 제도이다. 그로부터 15년 후에 세계 1위 기업의 최고 경영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신약발굴에 혼혈을 쏟은 연구자들에게는 신선하고도 놀라운 것이다.
사실 국내 회사들의 신약발굴 연구인력은 외국 제약회사에 비하면 절대 열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인은 잉그램 부회장의 언급처럼 우수하고 다이내믹하기 때문에 초기 신물질 발굴에 가장 적합하다.
신약의 발굴은 자본 집약적이기 보다는 우수하고 창의적인 소수 연구인력에 의해서 주도되어지므로 소수의 인원으로도 가능한 것이다. 보통 신약과 관련된 오해 중 하나인 장기간의 대량투자는 신약의 발굴이후 전임상, 임상 등의 과정에서 수반되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 기술수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좋은 약물만 있으면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엄청난 가격을 주고도 계약을 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신물질의 발굴이라고 하겠다.
하나의 신약 발굴이 가져오는 경제적인 효과는 자동차 3백만대를 수출한 것과 같다고 한다.
현재의 의약 시장은 연간 3천 6백억달러 (약400조원) 정도이고, 이것이 앞으로 전개될 포스트 게놈 시대(유전자 서열이 밝혀진 이후의 시대)에는 얼마나 증가할지 예측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암, 당뇨, 치매 등의 불치병을 정복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비만, 성생활, 스트레스, 기억력 등의 삶의 질에 대한 분야에서도 효과적인 개선제들이 발굴될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21세기 중반에는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이 생명과학 및 의약과 밀접해질 것이고, 의약 관련 산업의 급속한 확장과 함께, 심지어 모든 회사가 직접, 간접적인 바이오 회사가 될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따라서, 21세기의 한국의 전략적 산업은 신약 발굴을 통한 의약산업에 두어야 할 것으로 본다.
한국형 발굴 전략
신약 연구개발의 단계는 표적단백질발굴, 표적단백질검증, 신약선도물질발굴, 선도물질최적화, 전임상 시험 그리고 임상(Ⅰ, Ⅱ, Ⅲ) 시험으로 이루어진다. 이 중 전임상 시험 및 임상 Ⅰ, <&24894>상 시험은 이미 과정이 잘 확립되어 있어서 보통 독성이나 임상 전문회사에서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경비가 많이 필요한 임상 3상은 주로 다국적 제약기업의 주도하에 이루어진다. 표적단백질의 발굴이나 검증은 미국내에만 200여 개가 있는 기능유전체학 회사들이 주도하고 있고 이들 중 큰 회사는 연구원이 1200명에 달한다. 또한 이 분야는 기술이 많이 확립되어 있어서 자동화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경제적 가치의 근본이 되는 창의력 발휘는 주로 신약선도물질 발굴이나 최적화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같은 수준의 유전체 연구회사라도 신약연구를 동시에 수행하는 회사의 기업가치가 그렇지 않은 회사의 가치보다 훨씬 높은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또한 신약의 특허권은 대부분 신약선도물질의 발굴 단계에서 얻어지고 최적화 과정은 이 특허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신약 연구개발의 여러 단계들 중에서 신약선도물질의 발굴과정이 가장 높은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초고속으로 신약선도물질을 발굴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은 신약연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술적 기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동안 정부와 제약회사의 연구기관들에게 신약 창출의 기반 조성 따른 많은 연구비를 투입하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특히 신약 분야에서는 최근 몇몇 제약회사가 신약후보물질을 외국의 다국적 제약회사에 기술 수출하는 개가를 올렸다. 이는 이제 우리나라에도 어느 정도의 신약 연구 기반이 조성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울러 정부와 기업은 최근에 들어 신약 연구의 표적유전자 또는 표적단백질들을 밝히는 연구에 많은 연구비를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투자들이 반도체를 능가하는 국가적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이 연구 결과들과 이미 조성된 제약회사의 신약 연구 기반이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제약회사들의 신약연구를 살펴보면 모두 신약이 발굴된 후, 출발하는데 익숙해있다(me too approach). 이것은 유전체 연구와 신약 연구를 연결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두 가지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유전체 연구에 기반을 둔 획기적인 초고속 신약선도물질발굴 기술이 필요하며 이 기술에는 초고속 약효검색(High Throughput Screening)기술과 구조기반 신약선도물질발굴(Structure-Based Drug Discovery)기술이 있다.
초고속 약효검색 기술은 수백만 종의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필요로 하며 검색 후 얻어지는 수천종의 화합물에 대하여 이차적인 평가가 필수적이므로 비용이 많이 들고 선진국형 연구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구조기반 신약선도물질 발굴 기술은 단백질의 구조를 바탕으로 활성 부위에 결합하는 의약을 디자인, 합성하여 약효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연구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는 전세계 6개국만이 보유하고 있는 방사광 가속기 등 이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우수한 인력, 장비 그리고 고순도 단백질의 공급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어 충분한 경쟁력이 있는 분야이다. 따라서 구조기반 신약발굴은 한국의 생명과학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데 가장 핵심이 되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구조 단백질체학
구조기반 신약발굴을 염두에 둔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포스트 게놈 이후 연구개발 동향은 구조 단백질체학(Structural Proteomics·Genomics)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정부에서는 2000년부터 7개 구조 유전체학 센터를 설립(현재는 9개), 1억 5천만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일본은 2001년 6개 센터에 미국보다 훨씬 큰 규모로 정부와 민간의 콘소시움을 형성, 구조 유전체학을 기반으로 한 신약 연구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연구 프로젝트는 주로 모든 단백질의 구조 단위(folding unit)를 규명하거나 한 생물개체(organism)의 모든 단백질의 구조를 규명하여 생명현상의 메커니즘을 밝히고자 하는 연구를 시도하고 있고, 민간 차원의 연구는 구조기반 신약 발굴을 위한 질환 단백질의 구조 규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연구 자원과 인력이 열세에 있는 우리는 국가 차원의 연구로서, 질환 단백질의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정부 주도의 인간 유전체 연구를 질환표적 단백질 발굴에 집중하고, 구조 단백질체학 연구를 질환 표적 단백질의 구조 규명을 통한 구조기반 신약 발굴연구에 선택과 집중이 향후 국가의 선진산업 구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므로 적극적이고 과감한투자로 산학연이 일체가 되어 세계적인 신약발굴에 매진할 때이라고 생각된다.
인간유전체 과제(HGP)의 완료로 향후 유전체 연구(post-genomics)는 신약표적 발굴로 가장 큰 수확을 얻게 될 것이며 현재 500여개에 불과한 신약 발굴 질환표적은 3,000~4,000개로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연간 수십억달러 시장의 신규 의약 물질 발굴을 위하여, 유전자 기능의 수행 주체가 되는 단백질들의 구조 연구에 대한 요구가 급증할 것이 자명하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여 신약발굴의 지름길인 질환단백질 구조연구 (structural proteomics)에 집중하는 것이 한국형 신약 발굴 전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선진국 버금가는 개발능력 확보
인력·인프라·경험무기 성공 가능성 무한대
`신약후보물질'단계 주력…소비용·큰 효과 기대
구조 화학 단백질체학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질환 관련 단백질들의 입체 구조를 규명하면 그 단백질의 활성 부위 구조로부터 신약 후보 물질들을 나노수준에서 설계할 수 있다. 특히, 기질-효소의 복합체 구조라든지 효소-억제제의 복합체 구조를 규명함으로써 신약후보 물질들의 설계가 고속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이것은 종래 기질의 화학 구조를 토대로 한 의약 설계에 비하여 표적 단백질의 입체 구조를 `눈으로 보고 하는 설계'이므로 시행착오의 시간을 단축시켜 단시간 내에 신약 발굴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구조기반 신약 발굴을 고속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이 구조 화학 단백질체학(Structural ChemoProteomics,당사 고유 기반기술임)기술이다.
이 기술의 첫 단계에서는 구조 단백질체학 연구로부터 얻어진 단백질들의 3차원 구조를 그들의 활성부위의 접합(folding)방식에 따라 분류하고 folding family의 구조적 특성을 분석하여 화학물질이 결합했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그 단백질들의 기능을 조절할 수 있을 것 같은 부분을 파악한다.
그 다음, 이 부위를 선택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화학 구조들을 확인하고 그 화학 구조들이 포함된 화합물들을 모아서 library를 만들어 둔다(Structural ChemoProteomic Libraries의 확보). 그리고, 새로운 유전자가 밝혀지고 단백질의 기능이 밝혀지면 그 단백질과 기능이 같은 단백질 family를 위해 모아둔 chemical library를 검색하여 단 시간안에 신약선도 물질을 발굴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이렇게 얻어진 화학 물질들을 X-ray crystallography, NMR spectroscopy 또는 molecular modeling을 통하여 확보한 단백질의 3차구조에 대해 가상공간에서 고속의 결합 시험을 수행하여 관심 있는 단백질에 결합이 가능한 물질들을 선별해 낸다(Virtual Screening). 또한 관심 있는 화학 물질에 대하여는, 효소 반응 assay 및 수용체 결합 assay를 통하여 실험적인 활성 평가를 병행한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위에서 선별한 물질들을 확보하여 NMR 및 X-ray 기술을 이용하여 이들이 실제로 단백질의 활성부위에 결합할 수 있는 지를 실험으로 확인한다. NMR을 이용한 기술은 단백질과 화학 물질들 사이의 친화력을 이용하여 여러 물질들이 혼합된 시료 속에서 단백질에 결합할 수 있는 물질들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통상적인 enzyme assay로는 거의 식별할 수 없는 정도의 약한 친화도(수십uM~수mM)도 효과적으로 식별함으로써 결합에 필요한 화학 구조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고속 결정화 기술을 포함한 고속 복합체 X-ray 기술은 단백질의 활성 부위 내에서 화합물의 결합 상태와 방향 정보를 단시간에 규명함으로써, 최적화 디자인을 효율적으로 가능하게 한다.
위의 단계들을 통해 신약선도 물질을 설계하는 것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물질들을 단시간에 검토하여 모핵과 pharmacophoric group들을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또 전혀 사용되지 않았던 창의적인 구조를 포함하는 신약이 발굴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 방법은 HTS를 훨씬 더 효율적으로 만들 것으로 보여진다. 그 이유는 첫째, HTS를 한다고 해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화합물들을 screen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방법은 컴퓨터 상에서 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화합물 뿐만 아니라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화합물들을 고려하여 screen할 화합물들을 선택할 수 있다.
둘째, 이미 한번을 컴퓨터상에서 거른 다음에 screen할 것이기 때문에 HTS에서 보다 훨씬 적은 숫자의 assay를 하게 되어 경제적이다.
셋째, 한 단백질 family에 대응하는 정보를 한꺼번에 처리하기 때문에 선택성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다.
이러한 개념은 구조 유전체학의 연구에 의하여 여러 folding family의 단백질 구조가 밝혀짐과 때를 같이 하여 그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의 경쟁력
이러한 구조 단백질체학 및 구조 화학 단백질체학을 활용한 고속 신약 발굴 연구를 핵심으로 할 때 우리나라의 신약 발굴 경쟁력을 조망해 보도록 하자.
필자는 우리도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신약발굴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 이유는 첫째, 우수한 연구 인력이다. 의약 산업은 지식산업이므로 우수한 연구인력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한국은 의약 화학 및 단백질 구조연구에 세계 최고 수준의 우수한 연구자가 많이 있다. 이들의 창의력과 기술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빠른 시간 안에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시스템만 만들어 준다면 충분히 세계에 내놓을 만한 신약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
둘째는 신약 발굴의 표적이 되는 단백질 구조연구의 고가의 인프라이다. 한국은 G7 6개국 만이 가지고 있는 고가의 방사광 가속기(현재 건설비 4000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이것은 질환 단백질의 3차구조를 기반으로 신약을 효과적으로 발굴할 수 있는 최첨단 기반 시설이다. 또한, 3차 구조규명에 유용한 고자장 NMR(핵자기공명기)도 20여대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시설을 바탕으로 한국의 단백질 구조 연구자들은 세계최고의 과학잡지인 Nature, Science, Cell 에 매년 다수의 논문을 게제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신약 발굴의 성공 체험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L사는 자체 발굴한 퀴놀론계 항생제의 신약후보 물질로 선진 제약회사에 3천 8백만달러의 기술 수출을 하였으며, S사는 우울증 치료제로 5천 8백만달러, Y사는 위궤양치료제로 1억달러의 기술 수출을 성공하였다.
신문지 상에 많은 기적의 치료제(또는 치료법)가 개발되었다고 보도되지만 이들의 참 가치는 선진 제약회사가 거액을 투자하고 수입할 경우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우리나라 신약 발굴의 일련의 성공 체험은 우리의 신약 발굴 기술이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위치에 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약개발 과정이 15년이 소요된다고 하는 것은 독성 및 임상 시험, FDA 승인 등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포함하는 것이고 지적 재산권 확보의 핵심이 되는 과정인 신약 후보물질 발굴 과정은 2~3년 정도로 단축할 수 있다. 또한, 신약 개발 과정 중 독성 시험이나, 임상 시험 연구는 이미 기술적으로 확립되어 있고, 자본 집약적인 기술로 많은 용역회사(CRO)를 활용하여 해결할 수 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한국의 핵심 역량은 신약 연구개발의 초기 단계인 의약 디자인 및 의약 합성에 있으므로, 신약 후보 물질 발굴 단계에 주력한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편집부
2003.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