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신약개발⑩ - 국내 신약개발의 역사와 앞으로의 발전 방향
김완주
·수원대 석좌교수
·한국바이오벤처협회회장
·씨트리 대표이사
막대한 부가가치 내재된 장기 프로젝트
매출액 대비 20~30% 이윤 창출…으뜸 유망산업
신약개발은 기술 집약적이고 두뇌 집약적인 첨단 미래기술 중에서도 핵심 기술분야로서 막대한 투자가 있어야 하고 장기간의 연구기간이 소요되며 성공에 따른 위험부담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통계적으로 신물질 탐색에서부터 신약이 탄생하기까지의 성공 확률은 1/4,000∼1/10,000로 낮고 개발기간은 평균 10∼15년, 개발비용은 1∼6억달러 수준에 달한다. 시간, 비용, 성공확률 면에서 위험부담이 큰 장기프로젝트이지만 개발이 성공할 경우 수 억 달러에서 수 십억 달러의 매출과 매출액 대비 20∼30%의 이윤을 창출하는 등 그 부가가치는 매우 막대하다. 신약을 창출하는 제약산업은 대표적인 지식기반 산업으로서 시장성과 성장성을 갖춘 유망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제약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의 투자비율은 약 4%로 선진국의 15~20%에 비하면 매우 낮은 실정이다. 우리 나라 100대 제약기업의 총 연구개발 투자액은 세계 상위 제약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액의 약 1/10~1/12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약개발 연구 지원이 시작된 지 10여년 만에 우리 나라에서 개발한 신약이 드디어 미국 FDA에 등록되는 쾌거를 올렸다. 이에 본고에서는 한국바이오벤처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고 또 현재 신약개발을 모토로 하는 벤처기업 씨트리를 경영하고 있는 본인으로서 국내 벤처기업의 실태와 문제점을 논하기보다 국내 신약개발 연구의 산 증인으로서 지금까지의 국내 신약개발의 역사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논하기로 한다.
우리 나라 정부가 신약개발 연구를 처음으로 지원한 것은 본인의 기억으로는 1984년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는 과학기술처에서 KIST에 신약개발 연구를 소규모로 지원을 했고 당시 연구테마는 전부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 개발에 국한되어 있었다.
당시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로 우리 나라가 상당한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을 때 였다.
우리 나라의 연간 무역흑자가 150억불을 넘어서자 우리 나라의 경제규모는 이들 외화를 다 소화할 수 없어서 넘쳐 난 돈들로 부동산 투기와 증시 활황이 일어났고 그 결과 주식시장이 크게 확대되었으며 부동산들이 하루가 다르게 뛰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때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국가들과 합세하여 소위 우리 나라에 지적재산권을 법률로 보호하라는 압력이 가해졌다. 지적재산권 중 특히 이들은 물질특허의 보호에 집중적인 압력을 가했고 그때까지 물질특허가 무엇인지 조차도 몰랐던 정부관리들은 무척 당황해 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물질특허 대책위원회가 경제기획원 내에 설치되었고 국가적으로 신물질 연구를 국책과제로 지원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민간기구로는 정밀화학공업 진흥회 내에 물질특허 민관협의회가 구성되었고 역시 민간차원에서 물질특허 도입을 반대하는 적극적인 행동들이 잇달아 일어났다.
드디어 정부는 입법과정을 통해 1987년 7월1일을 기해 우리 나라의 특허법을 개정해 물질특허제도를 도입하게 되었고 1986년도에 한국화학연구소에 신물질 창출연구를 지원하는 국책연구과제를 신설, 본격적으로 신약연구를 추진하게 되었다.
당시 화학연구소 의약연구부장으로 있던 본인은 이 신물질 창출연구의 연구책임을 맡게 되었고 퀴놀론 개발을 첫 과제로 선정,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
이때 신약연구를 민간차원에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출연 연구소에서만 신약연구를 추진해서는 안된다고 보고 민간차원에서 신약연구를 추진할 수 있는 새로운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당시 화학연구소 소장이었으며 전 과학기술부 장관이었던 채영복 박사의 지시로 본인과 정밀화학공업진흥회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이성범 박사(지금은 고인이 됨)가 함께 실무작업을 맡아서 정밀화학공업진흥회 내에 신의약, 신농약 연구조합을 결성하고 3억원의 연구비를 투입 처음으로 민간차원에서 신약연구를 추진하게 되었다.
1990년도에 현 한나라당 국회의원인 이상희 의원이 과기처 장관에 취임한 후 한국화학연구소를 방문하여 당시의 연구진행 상황을 보고 받게 되었고 그때 본인은 당시까지의 퀴놀론 연구의 진행상황을 보고하게 되었다.
신약연구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던 이상희 장관은 이 연구결과를 대외적으로 발표할 것을 지시, 과기처 상황실에서 KR 10664의 개발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게 되었다.
이는 국내의 신문, TV 등에 크게 보도되었고 신약연구가 국민의 관심사로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동안 신약연구 지원에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던 보건복지부는 이에 자극을 받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의 지시로 대대적인 신약연구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그것을 계기로 신약 연구과제를 복지부 내에 신설, 신약개발연구를 지원하게 되었다.
그 후부터 신약연구는 점차 KIST, 한국화학연구소를 주축으로 하던 정부출연연구소 위주의 연구에서 신약연구조합을 중심으로 제약회사들이 대대적으로 참여하는 민간주도 위주로 전환하게 되었다.
특히 과기처에서 G7 과제를 기획, 이 속에 신의약, 신농약 과제를 지원하게 되면서 신약연구를 그때까지 항생제 위주의 연구에서 위궤양치료제, 심장순환기계 등 여러 분야의 본격적인 신약연구가 추진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G7과제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지원되었고 현재도 뉴 프론티어과제라는 이름 속에 지속적으로 지원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아래 신약연구를 시작한지 햇수로는 약 20년, 그리고 그 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동원되었고 많은 연구비가 투입됐다(통계 숫자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의 표현을 피했음).
그러나 아직까지도 우리는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신약개발이 요원한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의 근원적인 원인은 첫째 연구자들이 세계 시장동향에 너무 어두웠지 않았는가 깊이 반성해 보아야 할 점이다.
개발기간 평균 10~15년…위험부담 커
성공확률 4000~10000분의 1 `하늘의 별'
둘째는 우리가 신물질 창출연구에만 너무 집중적인 투자를 하였고 그 신물질을 develop하는 과정에 투자가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셋째는 그 동안 우리는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가 없었기 때문에 혁신적인 신약개발 보다는 `me too type' 신약개발에 너무 집중했던 경향이 있다. 물론 `me too type' 신약개발이 절대 안된다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me too' 형태의 신약개발은 세계에서 2~3번째 정도의 신약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경우인 10~20번째의 `me too' 형태로의 신약개발은 실패할 확률이 많은 점이다.
게놈 프로젝트 완성 이후의 개발형태
화학적인 방법에 의한 신약개발 연구나 바이오 신약개발 연구가 근본적인 접근 방법에는 하등의 다른 점이 없다.
제일 첫 번째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시장의 접근성이다. 타깃을 설정할 때 부터 세계적인 신약개발의 시장변화를 읽어야 한다.
한국 신약연구 20년, 기간대비 성과 미흡
연구자 세계시장 동향 파악 소홀 `me too type'에 주력
지금 내가 하고있는 연구가 시장에 출시되려면 최소한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며 이 10년 후의 시장상황, 사람들의 의식, 문화환경 변화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10년 후의 시장변화를 정확히 예측하고 거기에 맞는 연구테마를 설정해야만 한다.
두 번째 고려해야 할 사항은 특허의 경쟁력 여부이다.
신약개발은 특허 성과와 절대 분리해서 생각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따라서 연구시작 전부터 물질특허 가능여부부터 광범위한 특허성 검토가 전제되어야 한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me too' 형태의 신약개발 보다는 genome의 기초지식으로부터 접근하는 혁신적 신약개발의 접근이 더욱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장 장악력을 갖고 있는 세계의 유수 제약사(big pharma) 들과 공동 협력연구를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들 `big pharma'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 기술력 등 모든면에서 `big pharma'들의 연구진을 압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유전자의 발굴, 새로운 단백질의 발견, 유용성, 입체구조의 확인 등 보다 기초적인 연구에서의 접근이 극히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신약후보 물질을 자연에서 도출해 왔다. 그러나 인간 게놈 지도의 완성으로 단백질의 기능을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고, 이에 따라 사람의 몸 속에서 질병과 감염에 대항하기 위하여 만들어지는 단백질, 효소, 항체에서 신약의 재료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신약개발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는 치료가 불가능했던 분야의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또한 신약개발 연구의 결과가 반드시 막대한 투자와 시간이 소요된 후에야 결실을 맺는 것이 아니다. 벤처기업의 경우 막대한 개발비용 과 국제적인 마케팅 능력의 부족 등으로 인하여 개발초기 단계에서 다국적 제약기업과 공동개발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경우 전임상 단계나 임상 초기단계에서 다국적 제약기업에 기술을 이전하여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10년후 시장판도 읽어내 연구테마 설정해야
특허 경쟁력 살려 `big pharma' 협력 모색 필요
또 한편으로는 다국적 제약기업들도 독자적으로 신약개발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성해 나가고 있다.
미국의 제약기업인 머크사는 의약분야의 기반기술 연구와 치료제 개발을 위해 바이오 벤처기업과 공동개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암젠이나 제넨텍 같이 바이오 벤처기업에서 전문 생명공학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도 다양한 연구제휴를 통해 독자 개발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고 인프라 투자를 최소화하여 적정한 투자규모 유지와 연구기간 단축 등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국내의 바이오벤처는 기술은 있으나 국내 제약사 대기업과 공동연구가 잘 성사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기술과 시장이 뒷받침되는 연구과제를 가진 기업은 해외 `big pharma'들과 협력을 해야한다고 본다. 이러기 위해서는 `global mind' `global business'를 위한 준비와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편집부
2003.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