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제약산업⑥ - 변화하는 제약산업에서의 핵심성공요인(上)
정부정책·의료계·소비자 등이 성장변수
분업 직후부터 제약사 특수 거품 빠져 수익성 둔화
21세기 들어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2000년 시행된 의약분업으로 진통도 많았지만 많은 수확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의약분업 시행은 본질적으로 처방약 시장을 확대시켰으며 이는 제약회사들의 마진을 증가시켜 수익구조를 개선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 모든 것이 일시적인 현상이었음을 깨닫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의약분업 시행 직후의 특수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꺾여 향후 수익성 둔화가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진통은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비하면 신호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맥킨지는 지금부터 2회에 걸쳐 향후 우리나라 제약산업에 다가올 변화와 이것이 주는 시사점 및 향후 우리 제약 회사들이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제약시장에 있어서의 변수(Forces at Work)
우선, 제약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가지 변수들(Forces at Work)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도표1 - 2003년 한국의 제약산업(Forces Work)〉 가장 중요한 변수는 정부의 약제비 억제책이다.
의약분업 시행 이후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자 지난해 정부는 매분기 마다 보험 약가를 인하하고 처방되는 일반의약품을 비급여로 전환하였으며 최저실거래가제 및 약가재평가제를 시행하는 등 다양한 약제비 절감대책을 추진, 제약회사들의 수익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보험재정 정상화를 추진 중이다. 또한 이러한 정책은 건강보험 재정이 완전 정상화될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어 제약회사의 성장둔화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업계 내 움직임들은 어떠한가. 외자 제약사들의 경우 최근 몇 년간 한국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으나 지금은 좀 더 상황을 지켜보다 과감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시장을 최우선 투자국 대상에 올리며 적극적 관심을 표명하는 회사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Value Chain' 상 다른 분야(R&D 또는 생산)로의 사업확장 보다는 기존의 영업 인프라 보강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그 동안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온 대형 제약사들은 이미 시행된 약가재평가 및 시행예정인 적정기준가격제 등이 오리지널 약품 또는 고가약에 상대적으로 많은 영향을 줌에 따라 재정상태가 서서히 악화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곳에서 개발했던 약들에 대한 단순 복제를 주로 해 온 중소규모의 회사들의 경우 의약분업 이후 오리지널 제품 및 브랜드 약품 선호도가 올라가면서 재정난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몇몇 회사들은 타사와의 통합을 통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많은 병원들이 재정난을 겪으면서 제약회사에게는 비용에 대한 압박이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대형병원과 의원급 병원들 간의 통합 체인망 구축이 확산되면서 기존의 대형병원들 뿐 아니라 의원급 병원들도 상당한 구매력을 가지게 되어 제약회사들의 수익성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들의 경우 과거의 순종적이던 환자들이 이제는 적극적이고 박식한 소비자가 됨에 따라 의료서비스에 있어서 파워가 강화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브랜드 약품의 선호는 의사들의 처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의약분업이 시행되면서 고가약 처방 비중이 병원 별로 7.1~103.2%까지 급격히 증가했다.
또한 인구 수 대비 약 소비량이 평균 인구의 3배에 달하는 65세 이상의 인구가 2000년 인구의 8% 내외에서 2010년 10%대로 급격히 증가해 국내 의약품 수요 및 의료비 지출액은 장기적으로 꾸준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또한 제약회사들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 점에 대한 맥킨지의 견해는 향후 제약업계의 구도가 지금과는 상당히 다르게 변모할 것이며 제품력, 우수인재, 그리고 정보와 과학을 기반으로 한 투명한 영업 및 마케팅 능력을 보유한 회사만이 우월적인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품력 향상
정부의 약가 억제책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제약회사들의 최대 현안은 바로 신약개발 및 관리(Pipeline management)이다.
외자사나 국내사 모두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제품라인으로는 장기적인 수익 및 성장이 힘들다.
제품라인이 거의 고가의 혁신 신약들로만 구성된 외자사의 경우, 정부의 약가 억제책으로 타격을 많이 받고 있어 수익성은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것이다. 따라서 비용대비 혜택 및 보장성을 최적화 할 수 있는 제품구성이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블록버스터 제품 밖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또한 ETC 뿐만 아니라 OTC쪽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제품라인 분산을 위해 외자사들은 다양한 제품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하거나 라이선싱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회사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했던 특허만료 제네릭 의약품 위주의 전략은 정부의 약가 억제책의 타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이미 수백 개의 국내사들이 경쟁하고 있어 향후 국내 제약사들의 성장기반이 될 수는 없다. 더구나 소비자들의 의학지식이 갈수록 향상되고 있고 처방권한이 약사에게서 의사에게로 넘어감에 따라 브랜드 약품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제네릭 의약품 비중이 내려가고 있어, 국내 회사들은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해낼 또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많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는 과거 제약업계가 활황을 이루었을 때 R&D에 더 집중 투자하지 않고 제네릭 전략을 고수한 것에 대한 자성이 일고 있다. 국내 회사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정부의 정책들이 단기적으로는 외자사들로부터 국내 회사들의 수익성을 보호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생력을 잃게 해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지 않았냐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따라서 국내 제약사들에게는 이제 신약 연구개발 비용을 늘려 신약개발에 주력해야 할 때가 도래했다고 본다. 실제로, 국내 제약회사들의 투자비용은 2001년 매출액 대비 5% 선이었던 반면 미국 등 선진국은 12~28%에 달했다.
최근 보도된 바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들의 R&D 자금을 모두 합치더라도 머크 (Merck)제약의 투자비 4%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주로 신약개발에 주력하는 글로벌 회사와 우리나라 제약산업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국내 회사들이 도달해야 할 목표를 설정하는 데는 이러한 비교가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R&D투자에 있어 중요한 점은 모든 회사들이 R&D비용을 약간씩 올려서는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R&D투자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규모의 경제에 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국내 제약업계는 일종의 공동투자 형식으로 컨소시엄 형태의 공동 연구개발 센터를 만들어 연구를 진행하는 등의 대안도 생각해 봐야 한다. 〈도표2 - 국내 R&D 투자실태 〉
이 밖에도 제품라인 재정비를 통해 기존에 수백 개에 달하는 제품들을 정리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하나의 병에 집중해 연구개발에서부터 생산, 영업에 이르는 전문 치료 분야에 대한 특화를 하거나 연구개발, 생산, 영업 등의 Value Chain 요소 중 하나에 특화를 해야한다. 이미 업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해외에서 이에 대한 선례를 찾아보자면, Forest Laboratories나 Teva의 경우 정신병 및 신경질환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전문 치료 분야에 대한 특화를 하고 있으며, Dr.Reddy의 경우 제네릭 제품의 생산에만 주력해 Value Chain상 특정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 회사들은 제품력 향상과 기업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우수인재 확보
미국의 유명 경제 잡지 포춘은 매년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 (100 Best Companies to Work For)을 발표한다. 올해 발표된 100대 기업 중 화이자(Pfizer)와 머크(Merck) 같은 제약회사는 P&G, IBM, American Express와 같은 회사들을 제치고 각각 21위와 31위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포춘지 실시 경영학석사(MBA) 출신들에게 가장 각광받는 50대 기업(50 Most Desirable MBA Employers)에서 Johnson&Johnson이 11위를 차지해 경영·경제학적 마인드를 가진 인재들이 대거 제약업계로 유입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미국의 제약회사들은 매년 구직을 희망하는 사람들 중에서 최고의 인재를 확보한다. 〈도표3 - 최우수 인재들이 유입되는 미국 제약회사들〉
국내사 위주 정책 장기적으로는 `독'
기술 중요성 대두…제네릭 고수에 자성
Value Chain 고려 하나만 집중 특화시켜야
우리나라의 실정은 어떠한가. 일단, 전통적으로 제약업계가 우수한 대졸자들에게 그다지 선망 받는 업종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일부에게는 아직까지 약장수의 이미지가 남아있다. 또한 제약회사의 입장에서도 우수인재 확보가 회사의 최대 현안이 된 적이 없었다. 단기적인 매출액 창출이 항상 최우선시 되었기 때문이다. 기존에 있던 우수 인재들이 떠나는 경우도 많다. 의약분업 이후 약국이 대형화되면서 많은 제약회사 소속 약사들이 약국으로 옮겨갔고, 또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성과관리 및 인센티브 체제를 갖췄다고 판단, 외자 제약사로 옮기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이제는 좀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우수 인재 확보 및 양성에 투자를 할 때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얼마 전 채용정보 업체 잡링크에서 실시한 취업선호도 조사에서 제약산업이 IT/정보통신, 금융, 유통 다음으로 인기 있는 취업희망 업종으로 조사되어 제약회사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 관심의 절대적인 이유가 타 산업에 비해 높은 연봉으로 주로 외자회사에 대한 관심을 의미하고는 있으나 이는 곧 좋은 인재들이 많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최근 들어 `Pharmacoeconomics'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경제·경영학 전공자들이 제약회사로 유입된다는 사실도 우수 인재 확보에 청신호를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도 제약 회사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우수 인재 확보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국내 회사들의 경우 보다 합리적인 성과관리 및 인센티브 체제를 통해 우수 인력들을 유지해야 할 것이며 외자회사들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특히 본사에서 실시되는 프로그램을 그대로 국내에 도입해,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교육을 실시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투명한 영업 및 마케팅 능력 중점
마케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국내 제약업계에 팽배해 있는 마케팅에 대한 선입견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많은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들의 뇌리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선입견들은 다음과 같다.
1. 마케팅은 단지 영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능이다.
2. 소비재에 적용되는 Pull 마케팅 개념이 제약에서는 안 통한다.
3. 외국 제약시장에서의 마케팅 전략이 국내 시장에서는 적합하지 않다.
과연 그럴까. 우수한 영업사원은 병원에서 의사를 만나는 일이 없다. 이미 그 전 단계에서 모든 결정이 다 이루어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금까지의 마케팅은 관계위주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과학과 정보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이 필요하다. 보다 풍부해진 소비자의 정보력이 의사들의 행동으로도 연결되는 만큼 영업 활동에서도 제품상세 설명 등의 정보제공이 중요해진다.
또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의 고객기반에서 최대한의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즉 고객 등급을 세분화하고, 핵심 고객 관리(Key account management)나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을 통해 고객을 관리하고, Pharmacoeconomics를 통해 가격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렇듯 제품력, 우수인재 및 과학적 마케팅이라는 세박자가 고루 갖춰진 회사만이 앞으로 변화하는 제약산업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확실한 성장기반을 갖춘 회사들이 제약산업에 포진할 때 비로소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진정한 아시아의 전략적 중심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편에서는 여기서 제시된 세가지 주요 역량 중 가장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마케팅 능력의 향상에 대해 보다 심도있게 다루어 보고자 한다.
편집부
2003.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