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40% 인하·신속등재 추진…약가개편 두고 '이견'
기등재 수천 품목 약가 인하 추진…건보 재정 절감 기대
업계 "일괄인하 재현" vs 건약 "사실상 자유가격제" 비판
입력 2026.03.18 06:00 수정 2026.03.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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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네릭 약가 인하와 신속등재·사후평가 체계 도입을 추진하면서 약가 구조 전반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보건복지부가 제네릭 약가를 오리지널 대비 40%대로 낮추고 신속등재·사후평가 체계를 도입하는 약가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안정과 제약산업 경쟁력, 환자 부담을 둘러싼 이해관계 간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기등재 의약품 약가 인하와 신규 등재 구조 개편을 동시에 추진하며 약가 체계 전반을 손질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제약업계는 산업 위축을, 시민사회는 환자 부담 증가 가능성을 각각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복지부는 오는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약가제도 개편안을 의결할 예정이며, 소위원회 논의 내용을 반영해 일부 조정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제네릭 약가 인하다. 신규 제네릭의 약가는 기존 오리지널 대비 53.55% 수준에서 40% 초중반(약 43~45%)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기등재 의약품 역시 수천 개 품목을 대상으로 3분기부터 순차적으로 약가 인하가 추진될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건강보험 약제비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환자 본인부담 완화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약가 산정 구조도 전면 개편된다. 동일 성분 제네릭의 계단식 약가 인하 적용 기준은 기존 21번째 품목에서 13번째 품목으로 앞당겨지고, 3~5년 주기의 약가 재평가·조정 체계가 도입된다. 퍼스트 제네릭 진입 후 5년이 지난 성분을 대상으로 품목 수와 시장 구조, 주요국 약가 등을 반영해 재평가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신약 등재 체계 역시 변화가 예고됐다. 정부는 ‘신속등재-사후평가·조정’ 체계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이후 일정 기준을 충족한 혁신신약을 신속하게 급여권에 진입시키고, 이후 실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가를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해당 제도는 2028년 도입을 목표로 추진되며, 100일 내 등재를 목표로 하는 신속등재 제도는 내년 제도화를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표시가와 실제 계약금액을 달리하는 ‘약가유연계약제’ 적용 대상도 확대된다. 적용 범위는 등재 신약뿐 아니라 특허만료 오리지널, 개량신약, 바이오시밀러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약가 인하와 함께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병행한다는 입장이다. 혁신형 제약기업에는 최대 60% 수준의 약가 가산과 일정 기간의 우대가 적용되며, 연구개발 투자 요건을 충족한 ‘준 혁신형 기업’에 대해서도 약가 우대가 신설될 예정이다.

그러나 제약업계는 이번 개편안을 사실상 ‘2012년 일괄 약가인하의 재현’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제네릭 약가를 일괄적으로 40%대로 낮추는 구조를 두고 “잔디깎기식 약가 인하”라고 비판하며, 기업 간 경쟁력이나 투자 수준을 반영하지 못한 채 가격만 낮추는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약가 인하로 인해 매출 감소와 고용 축소, 연구개발 투자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수익성 악화에 따른 저가 원료 사용 확대 등 품질 저하 가능성과 함께 필수의약품 생산 중단, 공급 불안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가 인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신약 개발과 필수의약품 생산을 유지할 수 있는 보상 체계 없이 가격만 낮추는 구조가 문제”라며 “과거 정책의 부작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는 약가 인하가 곧 산업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에는 선을 긋고 있다. 과거 약가 인하 이후에도 제약사의 연구개발 투자는 확대됐다는 점을 근거로, 약가 인하와 산업 경쟁력이 반드시 상충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에서는 약가 통제 약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신속등재와 약가유연계약제 확대가 경제성 평가 기준 완화와 맞물리며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환자단체는 신약 접근성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이후 건강보험 등재까지 항암제는 평균 1년 10개월, 희귀질환 치료제는 2년 11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단연은 이 같은 지연으로 환자들이 고가 비급여 치료를 선택하거나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신속등재-사후평가’ 체계의 조속한 도입과 실효성 있는 운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약사단체인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별도 성명을 통해 약가제도 개편 방향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다. 건약은 “신속등재 및 선등재후평가 제도는 제약사의 가격을 최대한 반영하는 구조로, 사실상 자유가격제에 가깝다”며 “강력한 사후 평가와 약가 통제 장치 없이 추진될 경우 환자 부담 증가와 건강보험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약가유연계약제 확대와 관련해서는 “비밀약가 확대는 약가 투명성을 저해하고 제약사의 가격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며, 개량신약과 바이오시밀러, 특허만료 의약품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네릭 약가 정책에 대해서도 “환자 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임에도 산업 육성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며, 약가 우대 확대 정책의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아울러 의약품 공급 안정 대책과 관련해서는 “약가 인상 중심 접근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며, 생산·유통 구조 개선과 공공적 공급체계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약가제도 개편은 건강보험 재정, 환자 접근성, 제약산업 경쟁력이 복합적으로 얽힌 사안인 만큼, 향후 이해관계자 간 논의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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