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은 빼도 근육은 지켜라”…초고령사회, 근감소 치료 경쟁 시작
GLP-1 시대 ‘근손실’ 새로운 의료 이슈 부상
글로벌 빅파마, 마이오스타틴 표적 시장 선점 경쟁
아직 치료제 부재…운동·영양치료 중심 유지
입력 2026.05.06 06:00 수정 2026.05.06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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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의료계의 관심이 단순 수명 연장에서 ‘건강수명 유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노년기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근육’이 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체중 감소와 만성질환 관리가 고령층 건강관리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근육량과 근력이 독립적인 의료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근감소증(Sarcopenia)’가 있다. 근감소증은 노화에 따라 근육량과 근력이 감소하는 질환으로, 낙상과 골절, 신체 기능 저하, 장기요양 진입 위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당뇨병·심혈관질환·암·치매 등 다양한 만성질환의 예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단순 노화 현상이 아닌 독립 질환으로 보는 시각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확대는 근감소증 이슈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체중 감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근손실’ 문제가 새로운 의료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료계에서는 고령층 환자의 경우 지방뿐 아니라 근육까지 함께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제약업계는 단순 체중 감소를 넘어 ‘근육 보존’ 영역으로 전략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비만치료제 이후 차세대 시장으로 근육 유지 및 근감소증 치료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현재 국내외에서 근감소증 자체를 적응증으로 허가받은 치료제는 없는 상황이다.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저항운동과 단백질 섭취, 영양관리 등이 사실상 표준 치료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의약품은 아직 탐색적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빅파마들이 마이오스타틴(myostatin)과 액티빈(activin) 경로를 중심으로 신약 개발 경쟁에 나서면서 근감소증은 차세대 노화 치료 시장의 핵심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근육 감소 아닌 기능 저하가 핵심”
근감소증은 원래 노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생리적 변화로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순 근육량 감소보다 실제 신체 기능 저하 여부가 더욱 중요하다는 방향으로 질환 개념이 변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CT나 DXA 등을 통해 측정한 골격근량 감소 자체가 핵심 진단 기준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유럽근감소증학회(EWGSOP)와 아시아근감소증학회(AWGS) 등은 악력 저하와 보행속도 감소 등 ‘근기능 저하’를 더욱 중요하게 평가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개정하고 있다.

이는 실제 임상에서 근육량 감소보다 근력 감소가 환자의 예후와 더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축적됐기 때문이다. 특히 노년층에서는 근육량이 유지되더라도 근력이 감소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 경우 낙상·골절·입원·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의료계에서도 근감소증은 빠르게 증가하는 질환으로 평가된다. 고령층 인구 증가와 함께 만성질환 환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뇨병·심부전·만성신질환·암 환자에서는 근감소증 발생 위험이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된다.

암환자의 경우 항암치료 과정에서 근육 감소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치료 지속 가능성과 생존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종양내과 영역에서는 ‘암 악액질(cachexia)’ 관리와 근육 유지가 주요 치료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노년층 낙상 위험 증가 역시 근감소증 문제와 직접 연결된다. 고령층 낙상은 단순 골절에서 끝나지 않고 장기 입원과 요양병원 진입, 와상 상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고관절 골절은 이후 사망률 증가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계에서는 초고령사회 진입 이후 근감소증이 단순 개인 건강 문제가 아니라 국가 의료재정과 장기요양 부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 근감소증 환자는 입원 기간 증가와 재활치료 필요성 증가, 장기요양 서비스 이용 가능성 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에는 근감소증을 단순 노화 현상이 아니라 조기 개입이 필요한 독립적 질환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치료제는 아직 없다”
다만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근감소증 치료제로 공식 허가받은 의약품은 없다. 이는 글로벌 제약업계가 적극적으로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임상적·규제적 장벽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국내 의료현장에서 근감소증 치료의 기본은 여전히 운동과 영양관리다. 특히 저항운동(resistance exercise)은 가장 핵심적인 치료 전략으로 평가된다. 근육에 반복적인 부하를 주는 운동이 근육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고 근력을 유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단백질 섭취가 함께 강조된다. 고령층에서는 근육 단백질 합성 반응이 감소하는 ‘동화저항성(anabolic resistance)’이 나타나는 만큼 젊은 층보다 더 많은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류신(leucine)과 HMB(β-Hydroxy β-Methylbutyrate) 등이 포함된 영양 접근이 근육 유지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비타민D 부족 역시 근력 저하와 연관성이 보고되면서 고령층에서는 비타민D 보충이 함께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러한 접근이 근육 유지에는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명확한 질환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일부 호르몬 치료 접근도 활용된다. 남성 호르몬 감소가 동반된 경우 테스토스테론 치료가 고려되기도 하며, 일부 연구에서는 성장호르몬이나 단백동화(steroid anabolic) 접근이 시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는 안전성 문제와 장기 부작용 우려가 존재한다. 특히 고령층에서는 심혈관계 위험과 전립선 문제, 부종 등 다양한 안전성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한적으로 접근되고 있다.

무엇보다 근육량 증가 자체가 실제 기능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한 한계로 지적된다. 실제 일부 임상에서는 근육량은 증가했지만 보행속도나 낙상 위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은 사례도 보고됐다.

이 때문에 규제기관 역시 단순 근육량 증가만으로는 치료 효과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근감소증 치료제 개발에서는 악력·보행속도·계단 오르기·신체 기능 개선 등 실제 기능적 지표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국내 의료진 역시 “약만으로 근감소증을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운동과 영양, 만성질환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당뇨병이나 심부전,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에서는 질환 자체가 근육 감소를 악화시킬 수 있어 동반질환 관리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에는 재활의학과와 노인의학 분야를 중심으로 ‘근육 기능 유지’를 장기 치료 목표로 설정하는 접근도 확대되고 있다. 단순 체중 관리보다 이동 능력과 독립적 생활 유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GLP-1 이후 다음 시장은 ‘근육’
최근 글로벌 제약업계가 근감소증과 근육 보존 시장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GLP-1 비만치료제 시장 확대와 관련이 깊다.

현재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주도하고 있다. 위고비(Wegovy)와 마운자로(Mounjaro), 젭바운드(Zepbound) 등 GLP-1 계열 치료제는 강력한 체중 감소 효과를 기반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의료계에서는 급격한 체중 감소 과정에서 근육 손실이 함께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고령층 환자에서는 지방 감소보다 근육 감소가 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들은 단순 체중 감소를 넘어 ‘체지방은 줄이고 근육은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기업이 릴리다. 릴리는 2023년 비마그루맙(bimagrumab)을 보유한 버사니스 바이오(Versanis Bio)를 인수하면서 근육 보존 전략 강화에 나섰다.

비마그루맙은 액티빈 수용체 II(ActRII)를 표적하는 항체로, 근육 성장 억제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비만과 제2형 당뇨병 영역에서 연구됐지만 최근에는 GLP-1 치료제와 병용해 근손실을 줄이는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리제네론(Regeneron Pharmaceuticals) 역시 트레보그루맙(trevogrumab)을 중심으로 마이오스타틴 억제 전략을 추진 중이다. 마이오스타틴은 근육 성장을 억제하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차단하면 근육량 증가 가능성이 제기된다.

로슈도 근육 유지 및 대사질환 연계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비만치료 이후 체성분 유지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근육 소모 질환 영역 확대 가능성이 거론된다. 항암 악액질과 대사질환 영역을 연결하는 방향의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업계 역시 근육 보존 시장을 비만치료제 이후 차세대 성장 영역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초고령사회 진입과 재활·노인의학 시장 확대가 맞물리면서 장기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근감소증 치료제는 단순 노인질환에 국한되지 않는다. 암 악액질과 수술 후 회복, 중환자 재활, 만성질환 관리 등으로 적응증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항암 분야에서는 체중 감소보다 근육 유지가 항암치료 지속성과 직접 연결된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는 아직 초기 단계
국내에서는 아직 근감소증 치료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 건강기능식품과 영양보충 중심 시장이 대부분이며, 의약품 기반 시장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내 기업들은 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바이오기업 아벤티는 AVTR101을 중심으로 노인성 근감소증 치료제 개발을 추진 중이다.

AVTR101은 기존 약물 재창출(drug repositioning) 전략 기반 후보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서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근감소증 치료제 개발이 매우 어려운 영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임상 평가 자체가 복잡하다. 단순 혈액검사 수치처럼 명확한 바이오마커가 부족하고, 실제 기능 개선을 장기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규제기관 역시 근육량 증가만으로는 허가 근거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결국 보행속도·악력·낙상 감소·삶의 질 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시장 구조 역시 아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근감소증 자체에 대한 질환 인지도가 높지 않으며, 독립적 처방 시장도 제한적이다. 건강보험 급여 체계 역시 명확하게 구축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초고령사회 진입 이후 상황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 중 하나이며, 노년층 의료비 부담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에는 단순 수명 증가보다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간’을 늘리는 것이 핵심 의료 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근육 유지와 이동 능력 보존은 핵심 의료 지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고령사회가 ‘얼마나 오래 사는가’를 고민했다면, 초고령사회는 ‘얼마나 움직이며 살아갈 수 있는가’를 묻기 시작했다. 사르코페니아 치료제 개발 경쟁은 결국 인간의 노화를 어디까지 늦출 수 있는가에 대한 글로벌 제약산업의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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