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치료, 진화했지만 인식 개선 여전 과제…“의료계가 먼저 나서야”
RED 캠페인 참여한 감염내과 전문의들, 차별 없는 진료환경 구축 강조
“HIV는 치료·예방 가능한 질환…무지에서 비롯된 편견 해소해야”
입력 2026.06.19 06:00 수정 2026.06.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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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제27회 서울퀴어퍼레이드에서 RED 캠페인 참여자들이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의학적으로 HIV는 이미 답이 나온 질환이다. 치료도 가능하고 예방도 가능하다. 이제 남은 과제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차별과 낙인이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2026 제27회 서울퀴어퍼레이드(서울퀴어문화축제) 현장. HIV 인식 개선을 위한 ‘RED 캠페인’에 참여한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한목소리로 의료계가 HIV 감염인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과 낙인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HIV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 발전으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만성질환 수준에 도달했다.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이뤄질 경우 일반인과 유사한 수준의 삶을 유지할 수 있으며, 예방 전략 역시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치료 환경의 변화와 달리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의료기관조차 HIV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오해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진범식 교수는 “과거에는 HIV 자체가 치료하기 어려운 질환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그러나 여전히 감염인들은 의료기관이나 사회생활 과정에서 차별과 낙인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RED 캠페인은 HIV/AIDS를 상징하는 ‘레드리본(Red Ribbon)’에서 출발했다. 단순한 질환 인식 개선을 넘어 HIV 감염인을 둘러싼 편견과 차별에 마침표를 찍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HIV 대응의 중심축 역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HIV 대응이 감염 억제와 치료제 개발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감염인들이 차별 없이 진료받고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의료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감염내과 김태형 교수는 “의사나 간호사도 각자의 신념이나 가치관은 있을 수 있지만 HIV는 의학적 사실에 기반해 접근해야 하는 질환”이라며 “암을 바라보는 시각이 개인의 신념에 따라 달라지지 않듯 HIV 역시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의료계 내부의 교육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현장에서 학생이나 전공의를 교육하면서 느끼는 것은 차별하려고 해서가 아니라 모르기 때문에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며 “HIV 감염인이나 성소수자는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경험 부족과 정보 부족으로 인해 막연한 공포가 형성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HIV 감염인과 함께 식사하거나 일상생활을 하는 것으로는 감염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하지만 여전히 이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진범식 교수 역시 의료현장 차원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HIV 감염인을 진료하는 과정에서 일부 의료진이 침습적 시술이나 혈액 노출 상황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는 감염관리 체계와 노출 후 예방요법(Post-Exposure Prophylaxis, PEP)이 구축돼 있어 실제 감염 위험은 과거와 비교해 크게 감소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HIV 진료 경험이 많지 않은 의료기관에서는 여전히 불안감이 존재하고, 이러한 상황이 감염인들의 차별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진 교수는 “HIV 전문 진료기관은 노출 후 예방약을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지만 일반 의료기관은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며 “최신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의료기관의 현실적 제약을 줄여 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HIV 인식 개선이 단순히 감염인 보호 차원에 머무는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차별과 낙인이 치료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감염 사실을 숨기게 만들며, 궁극적으로는 공중보건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HIV 감염인들이 경험하는 정신적 부담 역시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태형 교수는 “감염인들 가운데는 사회적 낙인과 차별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며 “일부는 삶을 포기할 정도의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HIV 대응의 다음 단계는 단순한 치료를 넘어 사회적 이해와 포용의 영역으로 확장돼야 한다”며 “의료계가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먼저 변화하고 차별 없는 진료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선다면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HIV 치료 환경은 이미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이제 남은 과제가 바이러스 자체가 아니라 사회적 낙인과 편견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출발점으로 의료계의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2026 제27회 서울퀴어퍼레이드에 마련된 부스에서 RED 캠페인의 일환인 도장찍기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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