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피·모발 관리, 롱제비티가 새 기준 된다
AI 기반 평가 기술로 탈모 초기 변화 포착
입력 2026.06.02 06:00 수정 2026.06.0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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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지난달 30일 세계모발연구학회(WCHR 2026) 기간에 맞춰 열린 ‘북아시아 이노베이션 서밋(North Asia Innovation Summit - WCHR Edition)’에서 로레알의 파스칼 모라(Pascale Mora) R&I 과학 커뮤니케이션 디렉터가 피부와 모발 생태계를 아우르는 롱제비티 과학의 최신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화장품신문 박수연 기자기자명

두피·모발 연구의 무게 중심이 이미 나타난 노화 징후를 보완하는 방식에서 생물학적 원인을 더 이른 단계에서 파악하고 관리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롱제비티(Longevity)와 AI를 결합한 정밀 평가 기술이 헤어케어 연구의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지난달 30일  열린 '북아시아 이노베이션 서밋-WCHR 에디션(North Asia Innovation Summit - WCHR Edition)'에 참가한 로레알 연구진 및 의료계 전문가들은 피부와 두피 노화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롱제비티 과학이 뷰티 산업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서밋은 모발질환과 모낭생물학분야의 최고 권위 국제학술대회 ‘세계모발학회(World Congress for Hair Research, WCHR) 기간에 맞춰 열렸다. 

이날 피부와 모발 생태계를 아우르는 롱제비티 과학의 최신 연구 결과를 발표한 로레알의 파스칼 모라(Pascale Mora) R&I 과학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롱제비티는 단순히 더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사는 기간을 늘리는 개념"이라며 "기존 안티에이징이 이미 보이는 징후를 교정하는 접근이었다면, 롱제비티는 같은 문제가 왜 반복되는지 묻고 더 이른 단계에서 대응하는 접근"이라고 밝혔다.

모라 디렉터는 피부와 모발 노화를 달력에 적힌 나이보다 세포와 조직이 실제로 기능하는 '생물학적 나이'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생물학적 나이는 환경과 생활습관, 외부 노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피부와 모발 노화도 구조적 변화와 대사 기능 이상, 신호 전달 이상이 서로 맞물려 나타나는 현상이란 설명이다.

모발 손실 역시 독립적인 노화 현상이 아니라, 두피와 모낭의 생물학적 나이가 달라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결과다. 두피와 모낭에서 만성 염증, 줄기세포 고갈,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 같은 변화가 먼저 진행되고, 그 결과가 모발 손실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때문에 육안으로 탈모 증상이 나타나기 전인 초기 단계에서 탈모 원인을 차단하는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두피 마이크로바이옴은 이 선제적 관리의 기준이자 위험을 알아차리는 지표다. 두피 표면과 모낭 깊은 곳의 마이크로바이옴은 서로 다른 환경에 존재하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돼 영향을 주고받는다.

모라 디렉터는 "이 두 생태계의 균형을 사전에 감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모발 건강을 유지하는 핵심"이라며 이는 모낭 세포가 최적의 상태로 기능할 수 있는 미세 환경을 조성하는 롱제비티 전략의 과학적 지표가 된다고 설명했다.

로레알의 프레데릭 플라망(Frédéric Flament) 평가 인텔리전스 글로벌 총괄 박사가 AI 진단이 신뢰를 얻기 위해선 데이터의 다양성과 전문가 검증이 함께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장품신문 박수연 기자기자명

예방적 롱제비티가 실제 진단과 관리로 이어지려면 피부와 두피 상태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로레알의 프레데릭 플라망(Frédéric Flament) 평가 인텔리전스 글로벌 총괄 박사는 "AI는 소비자와 의사, 환자가 대화하는 새로운 언어가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피부·두피 변화를 이미지와 수치로 설명하는 일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플라망 박사는 AI 진단이 신뢰를 얻기 위해선 데이터의 다양성과 전문가 검증이 함께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부톤, 혈통, 성별, 나이, 표정, 모발 유형처럼 사람마다 다른 조건을 폭넓게 반영해야 하고, 촬영 거리와 각도, 조명, 스마트폰 기종 차이까지 고려해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플라망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각기 다른 지리적 환경과 생활 환경에 노출돼 있는 전 세계 12개국 여성 1만6000명, 남성 5000명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고도화했다. 그에 따르면 완성된 인공지능 모델은 20개 이상의 안면 징후를 98%의 정확도로 진단하며, 미세한 두피 상태 역시 95%의 정확도로 예측하고 분류해낼 수 있다.

중국 푸단대 화산병원  피부과 니춘야(Chunya Ni)  박사가 화산병원과 로레알 R&I가 공동 개발한 휴대용 두피·모발 진단 시스템 '피쉬스(FISHS, Fast Investigation System for Hair and Scalp)'의  '7단계 미세모발 아틀라스'를 소개하고 있다. ⓒ화장품신문 박수연 기자기자명

이 같은 데이터와 AI 기술은 의료 현장의 탈모 평가 방식에도 적용되고 있다.

중국 푸단대 화산병원 피부과 니춘야(Chunya Ni) 박사는 화산병원과 로레알 R&I가 공동 개발한 휴대용 두피·모발 진단 시스템 '피쉬스(FISHS, Fast Investigation System for Hair and Scalp)'의 임상 적용 사례를 소개했다.

니 박사에 따르면 중국 6개 도시 남성을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 전체 탈모 유병률은 21.3%로, 약 1억명 이상이 탈모를 겪고 있다. 특히 탈모 발병과 인지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면서 환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과 불안감도 커지는 추세다.  

기존 탈모 평가 표준인 해밀턴-노우드(Hamilton-Norwood) 분류법은 주관적 관찰에 의존해 초기 변화를 놓친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피쉬스는 자체 구축한 '7단계 미세모발 아틀라스'를 기반으로 육안상 정상처럼 보이는 단계에서도 모발 직경이 136㎛(마이크로미터)에서 119㎛ 감소하는 미세한 변화를 포착해 낸다.

니 박사는 "육안으로 탈모가 확인될 때는 이미 모낭 수준에서 상당한 퇴화가 진행된 상태"라며 "피쉬스가 제공하는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초기 단계부터 환자를 식별하고 체계적인 예방 관리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허창훈 피부과 교수(왼쪽)와 푸단대 화산병원 우원위(Wenyu Wu) 피부과 교수가 서밋을 여는 축사를 하고 있다. ⓒ화장품신문 박수연 기자기자명

푸단대 화산병원 우원위(Wenyu Wu) 피부과 교수는 "환자를 진료하며 발견한 실제 임상적 고충을 연구소의 기초 연구 주제로 곧바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의학과 산업이 융합하고 기초 연구가 실제 제품으로 구현될 때 뷰티 산업은 진정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비가 오기 전에 미리 우산을 준비하라’는 중국의 옛 지혜를 인용하며 선제적 롱제비티 과학을 위한 병원과 기업의 밀착 협력을 적극적으로 제언했다.

분당서울대병원 허창훈 피부과 교수는 "오늘날의 환자들은 단순한 의료적 처방을 넘어선 종합적인 솔루션을 원한다"면서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확실한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과학적이고 총체적인 관리를 강력하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이어 "북아시아 지역은 막강한 의료 인프라를 바탕으로 글로벌 뷰티 시장을 이끄는 핵심 엔진이 될 것"이라면서 “이러한 산학연 파트너십으로 산업계와 의료계의 장벽을 허문다면 뷰티와 메디컬 분야 모두에서 거대한 혁신을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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