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승인·글로벌 진출 목표라면, 통계는 임상시험 계획 단계부터”
제시카 김 박사 “통계는 임상 종료 후 분석 아닌 개발 초기 허가 전략”
무작위배정·다중성·추정대상 모수, FDA가 보는 임상자료 신뢰성의 핵심
“유의한 p값만으론 부족”…결측자료·하위군 분석까지 사전 설계해야
입력 2026.06.01 06:00 수정 2026.06.0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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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규제 전문가 제시카 김 박사가 ‘제1회 Global 신약개발 BOOT CAMP’에서 발표하고 있다. ©약업신문=권혁진 기자
미국 규제 전문가 제시카 김 박사.©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임상시험에서 통계가 안전성·유효성 자료를 FDA가 허가 근거로 판단할 수 있도록 사전에 구조화하는 전략이라는 메시지가 제시됐다.

미국 규제 전문가 제시카 김 박사는 27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제1회 Global 신약개발 BOOT CAMP’ 둘째 날 임상개발·통계(Clinical Development / Statistics) 세션에서 ‘임상시험 안전성·유효성 자료 분석에서의 통계(Statistics in Analyzing Safety and Efficacy Data from Clinical Trials)’ 발표를 맡았다.

김 박사는 FDA 관점에서 임상시험 자료가 허가 근거로 인정받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임상 결과가 좋아 보이는 것보다 그 결과가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인지 사전에 분명히 정하는 것이 먼저라는 점. △확증시험에서는 제1종 오류 통제가 허가 판단의 중심이라는 점 △결측자료와 병발성 사례(intercurrent event)까지 사전에 정의하는 추정대상 모수 전략이 임상 결과 해석의 신뢰성을 좌우한다는 점이다.

김 박사는 “FDA 허가를 목표로 한다면 통계 전략을 임상시험이 끝난 뒤 결과를 정리하는 업무로 봐서는 안 된다”며 “개발 초기부터 어떤 환자군에서, 어떤 평가변수로, 어떤 분석군을 대상으로 치료효과를 입증할지 먼저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중성 통제와 결측자료 처리, 추정대상 모수, 하위군 해석 계획까지 함께 설계돼야 임상시험계획서와 통계분석계획서, 최종 허가 제출자료가 하나의 논리로 연결될 수 있다”며 “결국 통계는 숫자를 계산하는 절차가 아니라, FDA가 신뢰할 수 있는 안전성·유효성 근거를 만드는 허가 전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좋은 데이터보다 ‘검증 가능한 질문’이 먼저

김 박사는 임상시험 통계를 신약의 치료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과학적 추론 체계로 설명했다. 임상시험 결과가 긍정적이더라도, 그 결과가 사전에 정의된 연구 질문, 평가변수, 분석군, 분석방법과 연결돼 있지 않으면 허가 판단 근거로서 설득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통계적으로 유의하다는 것이 임상적으로 유의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도 임상시험 해석에서 기본적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약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에서는 임상시험계획서와 통계분석계획서(SAP)가 핵심 문서로 제시됐다. 규제기관은 시판허가 전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잘 설계된 무작위대조시험(RCT)을 중시한다.

이때 임상시험계획서와 통계분석계획서에는 연구 목적, 대상 환자군, 관심 연구질문, 1차 평가변수, 연구 설계, 자료 분석 방법, 결과 해석 방식이 명확히 담겨야 한다.

김 박사는 “임상시험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question of interest, 즉 이 연구로 무엇을 밝히려는지 먼저 정의하는 것”이라며 “질문이 명확해야 설계와 수행, 분석이 하나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도 시사점을 준다. FDA 허가를 목표로 한다면 임상 종료 후 좋은 결과를 골라 설명하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개발 초기부터 어떤 환자군에서, 어떤 평가변수로, 어떤 분석군을 대상으로, 어떤 통계 방법을 적용해 치료효과를 입증할 것인지 사전에 설계해야 한다.

제1종 오류 통제, FDA 통계 심사의 중심

김 박사는 가설검정에서 제1종 오류 통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1종 오류는 실제 효과가 없는 치료제를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는 오류다. 반대로 제2종 오류는 실제 효과가 있는 치료제를 효과 있다고 입증하지 못하는 오류다.

규제기관 관점에서 더 직접적인 위험은 제1종 오류다. 효과가 없는 약이 효과 있는 약으로 판단돼 허가될 경우 환자와 공중보건에 불필요한 위험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확증시험에서 제1종 오류를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중성은 제1종 오류를 키우는 대표적 요인으로 제시됐다. 여러 평가변수, 분석군, 시점, 중간분석, 분석방법을 사용하면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주장할 기회가 늘어난다. 이 경우 실제 효과가 없어도 하나 이상의 위양성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쉽게 말해, 하나의 임상시험에서 증상 개선, 삶의 질, 바이오마커, 특정 하위군 결과 등 여러 항목을 동시에 비교하면 그중 하나는 우연히 좋아 보일 수 있다는 것.

그는 “같은 자료에서 여러 분석을 반복하면 실제 효과가 없어도 일부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올 수 있다”며 “확증시험에서는 다중성으로 인한 제1종 오류 팽창을 사전에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작위배정과 눈가림도 허가 근거의 신뢰성을 높이는 장치로 설명됐다. 무작위배정은 피험자가 각 치료군에 배정될 동등한 기회를 갖도록 해 선택 편향을 줄이고, 기저 특성과 예후 인자의 균형을 맞추는 절차다. 눈가림은 피험자와 연구자, 평가자가 배정 치료를 알지 못하게 해 수행 편향과 평가 편향을 줄인다.

김 박사는 “무작위배정은 피험자 특성과 관계없이 각 치료군에 배정될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절차”라며 “이를 통해 선택 편향과 교란 가능성을 줄이고 치료효과 추정의 타당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표본수 산정도 단순한 모집 규모 결정이 아니라 규제 전략의 일부로 제시됐다. 필요한 표본수는 효과크기, 변동성, 검정력, 유의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효과가 작거나 변동성이 클수록 치료군 간 차이를 입증하기 어렵고, 더 많은 피험자와 자료가 필요하다. 결국 표본수는 허가시험의 성공 가능성과 개발 기간을 좌우하는 설계값이다.

추정대상 모수, 결측자료까지 허가 논리로 연결

김 박사는 추정대상 모수(estimand)도 강조했다. 추정대상 모수는 임상시험에서 실제로 추정하려는 치료효과가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하는 개념이다. 

ICH E9(R1)에서는 관심 연구질문을 대상 환자군, 평가변수, 통계 분석, 결과 해석과 연결하는 추정대상 모수 개념을 제시한다. 임상시험에서는 치료 중단, 구제약물 사용, 이상반응으로 인한 탈락, 추적관찰 소실 등 병발성 사례가 발생한다. 이런 사례를 자료가 나온 뒤 임의로 처리하면 결과 해석이 흔들릴 수 있다.

김 박사는 “결측자료와 병발성 사례를 어떤 치료효과를 추정할 것인지와 연결해 사전에 정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가 약을 중단하거나 구제약을 사용하는 상황은 임상시험에서 실제로 발생한다”며 “이런 병발성 사례를 어떻게 치료효과 정의와 연결할지 사전에 정하는 것이 추정대상 모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추정대상 모수 전략은 치료정책 전략, 가상 전략, 치료 중 전략, 복합변수 전략으로 구분된다. 치료정책 전략은 치료 중단 여부와 무관하게 효과를 평가하는 접근이고, 가상 전략은 병발성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를 가정한다. 치료 중 전략은 치료 중단 전까지의 효과를 평가하며, 복합변수 전략은 치료 중단 같은 사례 자체를 평가변수에 포함한다.

하위군 분석도 같은 맥락에서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 성별, 연령, 인종, 지역, 질병 중증도, 유전형 등 다양한 하위군에서 유익성-위해성 차이를 탐색할 수 있지만, 하위군 분석은 우연히 극단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특히 사전에 규정되지 않은 사후 하위군 분석 결과만으로 허가 논리를 구성하는 것은 제한적이다. 해당 결과는 허가 판단의 직접 근거라기보다 후속 연구를 위한 가설 생성 자료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취지다.

한편 이번 부트캠프는 동국대학교 제약바이오산업학과와 식품의료제품규제정책학과가 주최하고, 동국대학교 약학연수원이 주관했다. SK바이오팜,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 피알지에스앤텍이 후원했으며, 바이오오픈이노베이션진흥회가 협력기관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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