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제약바이오, 임상 3상 ‘통곡의 벽’ 제대로 넘어서려면
하재영 아리바이오 연구/사업개발 총괄부사장(세계제약협회연맹 Task Force 위원)
입력 2026.07.27 06:00 수정 2026.07.27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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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K-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임상 3상 단계에서 연이어 힘든 소식을 전해오고 있다. 밤낮없이 흘린 땀방울이 무색하게, 거대한 ‘통곡의 벽’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약효는 분명해 보이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위약군(가짜약)과의 차이를 통계적으로 증명하지 못하거나, 임상 중간 평가 후 조기 종료를 결정하기도 하고, 심지어 뛰어난 약 효능을 확인하고도 상업성이 맞춰지지 않아 개발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일까지 벌어진다.

신약 임상개발의 궁극적인 목적은 명확하다. 대조군 대비 우리 약이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것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입증해, 규제기관(FDA, EMA, 식약처 등)으로부터 신약 품목허가를 신속히 획득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천억 원의 자본과 수년의 세월이 투입되는 임상 3상은 단순히 '진입'하는 것만으로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우리가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무엇을 먼저 챙겨야 할까? 현장에서 고군분투하시는 경영진과 임상개발 연구자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네 가지 핵심 전략적 제언을 정리해 본다.

1. 임상 2상은 지나가는 건널목이 아니라, 3상 성패를 가르는 ‘진짜 승부처’다.

많은 분들이 임상 2상을 '3상으로 가기 위해 거쳐 가는 단계' 정도로 여기곤 한다. 하지만 3상의 성패는 사실 2상에서 이미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상은 단순히 가능성(Proof of Concept)을 가늠하는 자리가 아니라, 3상이라는 거대한 승부를 위한 설계도를 완벽하게 완성하는 단계여야 한다.

임상 2상 데이터를 통해 우리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핵심 요소들을 확실하게 입증하고 정교화해야 한다.

•표적 환자군 세분화: 바이오마커 등을 활용해 우리 약이 가장 뛰어난 반응을 보일 표적 환자군을 아주 정교하게 선별했는가? 
객관적 평가지표 설정: 치매, 통증, CNS 질환처럼 주관적 요인이 개입하기 쉬운 질환일수록 효과를 입증할 1차 및 2차 평가지표(Primary & Secondary Endpoints)의 객관성과 타당성을 완벽히 확보했는가? 

•위약 효과(Placebo Effect)의 철저한 통제: K-제약바이오가 3상에서 고배를 마시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생각보다 너무 높게 나온 위약군의 증상 개선율'이다. 2상 단계부터 이에 대비한 환자 모집/배제 기준, Placebo Run-in 기간 설정, 평가자 교육 표준화 등을 통해 위약 효과를 극도로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프로토콜에 반영해야 한다. 

•적정 용량 구명과 검정력 산정: 용량-반응 관계(Dose-Response)를 명확히 규명하고,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할 수 있는 최적의 피험자 수(Sample Size)를 엄격히 산정했는가? 

특히 3상 프로토콜을 설계할 때 '중간분석(Interim Analysis)'을 넣는 문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중간분석을 포함하면 다중성 오류 보정을 위해 가혹한 통계적 감점(Alpha Spending)이 적용되며, 최종 분석 시 요구되는 통계적 유의수준 기준이 훨씬 까다로워진다(예: p<0.05가 아닌 p<0.02 수준으로 하향). 확신 없는 중간분석은 성공 가능성을 스스로 깎아 먹는 독이 될 수 있으므로, 2상 단계에서 3상 리스크를 최소화할 확증적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2. 시험 문제를 먼저 파악하듯, 규제당국의 심사 기준을 역으로 분석해야 한다.

임상개발 전략의 출발점은 언제나 '규제당국의 심사 기준'이어야 한다. Target 시장 규제기관의 최신 가이드라인을 깊이 이해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동일 기전 및 적응증 내 최근 승인(Success) 및 거절/실패(Failure) 사례의 심사보고서(Review Package)를 역공학(Reverse Engineering) 방식으로 샅샅이 분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경쟁 약물이 규제기관에 입증해낸 유효성과 안전성의 역치(Threshold)는 어디까지인가?" "실패했던 약물들은 규제기관으로부터 어떤 통계적 한계나 위약 효과 통제 미흡, 안전성 이슈를 지적받았는가?"

규제기관의 과거 심사 족보와 지적 사항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할 때, 비로소 허가기관이 흔쾌히 수긍할 수 있는 단단하고 승인 가능성이 높은 임상 디자인이 완성된다.

3. CRO에 전적으로 맡기는 'Turnkey' 방식에서 벗어나, 우리가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글로벌 임상을 진행할 때 많은 국내 기업들이 CRO(임상시험위탁기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Turnkey(일괄 위탁) 방식을 선택하곤 한다. 하지만 임상개발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울창한 아마존 정글 속을 헤쳐 나가는 일과 같다. 외주 계약을 맺은 CRO는 주어진 계약 범위(Scope of Work) 내 업무를 이행할 뿐, 개발사의 신약 사명감까지 절대로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개발사 내부에서 주도권을 쥐고 다음과 같은 핵심 임상 관리 역량을 내실화해야 한다.

•길을 찾는 리더(Pathfinder)와 데이터 주도권: C-Level 임상총괄책임자(CDO/CMO)는 통계 분석 전략과 데이터를 다각도로 해석해본 경험 풍부한 전문가여야 한다. CRO가 제출하는 표준 분석 리포트에만 의존하지 않고, 내부에서 Raw Data를 직접 쥐고 ITT, PP, Subgroup Analysis 등 다양한 각도에서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야 한다. 분석 시각에 따라 통계적 유의성이 살아나고 허가의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FSP(Functional Service Provider) 모델 도입: 글로벌 빅파마들이 흔히 하는 방식처럼 임상약 생산/공급(GMP), 데이터 관리(DM), 통계 분석, 안전성 모니터링 등 5~10개 전문 분야별로 최적의 전문 벤더(Vendor)를 세분화하여 선정하고, 내부에 이들을 총괄 통제하는 통합 리더십을 두어야 한다. 

•디지털 기반의 실시간 위험 대응(Risk-Based Monitoring): Interactive Response Technology (IRT), electronic Clinical Outcome Assessment (eCOA) 등 디지털 시스템을 적극 연동하여 피험자 스크리닝부터 Safety Follow-up까지 진행 현황과 고위험 임상기관(Site)을 CRO와 같이 실시간 모니터링해야 한다. 데이터 무결성(Data Integrity)을 조기에 확보하지 못하면 3상 성공은 불가능하다. 

4. R&D 초창기부터 '사업성 평가(Commercialization)'는 지속되는 호흡이어야 한다.

아무리 과학적으로 우수하고 유효성을 입증한 약물이라도, 시장성(Commercial Viability)이 결여되어 있다면 3상 추진의 당위성을 잃게 된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개발 극초기부터 혹독하게 사업성을 검증한다.

•Target Product Profile(TPP)의 명확화: 목표 시장, 미충족 의료 수요(Unmet Medical Needs), 기존 표준 치료제(Standard of Care) 대비 확실한 우위,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유럽 보험사(Payer)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약가 수재(Reimbursement) 가능성을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단계별 시장 재평가: 1차, 2차, 3차 목표 시장을 세밀하게 분리하고, 임상이 진행되는 수년 동안 경쟁 약물 등판이나 시장 구조 변화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며 리스크를 재평가해야 한다. 

3상 중간에 시장 환경이 바뀌어 예상 ROI가 불투명해지면, 약 효능을 확인하고도 개발을 포기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R&D와 상업화 전략은 개발 시작부터 끝까지 늘 함께 발을 맞추어 움직여야 한다.

맺으며: K-제약바이오의 위대한 도약을 기대하며

임상 3상은 단지 엄청난 자본을 쏟아붓는 시험대가 아니다. 과학적 엄밀성, 규제 전략, 개발사의 주도적인 운영 및 통계 해석 역량, 그리고 정교한 약가·상업화 비전이 치밀하게 융합되어야만 넘어설 수 있는 '통합 역량의 집약체'다.

지금 K-제약바이오가 겪고 있는 진통은 글로벌 톱티어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할 성장통이자 값진 학습의 과정이다. 개발사 내부의 전문가들이 당당히 주도권을 잡고, PI(책임의사) 및 CRO와 치열하게 토론하며 데이터를 다각도로 검증해 나간다면, 지금의 '통곡의 벽'은 반드시 '글로벌 상업화의 화려한 관문'으로 바뀔 것이다.

이 제언이 현장에서 신약 개발이라는 고단하지만 가치 있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시는 모든 경영진과 임상 연구자분들에게 작게나마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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