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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9> 캐나다의 약무조무사 활용 실태
우리나라는 약사 보조인력의 제도화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므로 이 제도를 이미 정착시킨 국가들의 경험을 돌아보면 우리가 처한 문제점을 보다 현명하게 해소하고 미래를 발전적으로 준비하는데 유용할 것이다. 이에, 가장 최근에 약무조무사 제도를 정립시킨 캐나다의 사례를 고찰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한국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원’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캐나다의 약사 및 약사보조인력의 자격시험을 주관하는 연방약사시험위원회(Pharmacy Examining Board of Canada, PEBC), 약사관련 법규와 규정을 관장하는 연방약사법규위원회(National Association of Pharmacy Regulatory Authorities, NAPRA), 각 주의 약사협회 및 약무조무사협회의 문헌을 참고하고 현지 약사를 면담한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약업혁신에 참고할 사항을 제시하고자 한다. 또한, 본 글에서는 캐나다 약국 보조인력의 호칭을 약무조무사(pharmacy technician, 이하 PT)라고 부르겠다.
등장배경과 도입과정
2000년 이전에는 약사 조무인력(PT)에 대한 국가차원의 규제나 표준화된 자격조건이 없었기에 대학이나 사설기관에서 교육을 마친 후 약국에 취직하는 등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과 차이가 없었다. 그후, 미국과 비슷한 시기인 2000년대 초반부터 (1)약사의 고령화(은퇴 증가)∙여성화(시간제 증가)와 더불어 전국적으로 처방전이 증가하고, (2)환자의 자가치료(self-care) 확대, (3)환자에 대한 약사의 약물요법 관리 및 참여 요구증대, (4)의약품의 인터넷 유통 및 국경통과 거래 증가, (5)처방∙조제∙투약과 관련된 기술의 급격한 진보, (6)의료비 및 약품비의 지속적 증가와 같은 요인으로 약업현장의 인력수요가 증가하자 약사와 이를 지원할 PT를 증원하고 역량을 제고하는 혁신방안이 필요하였다.
이 같은 요구는 두가지 관점에서 유래하였다. 먼저 ‘보건의료시스템적 요인’으로는 (1)보건의료지출의 불안정, (2)보건의료비 중 약품비 지출비중의 증가, (3)의료서비스 접근에 필요한 대기시간, (4)다양한 진료와 복용약물의 수적증가 및 환자의 안전요구 증가, (5)공공보건의료의 필요성 확대, (6)보건의료체계에서 환자∙보호자의 참여증대, (7)병원의 원내감염 증가에 따른 홈케어 선호이다. 한편, ‘보건의료적 필요성’ 요인으로는 (1)만성질환 관리 및 예방요구 증가(58%의 인구가 1개 이상 만성질환 보유), (2)원주민 증가로 인한 보건의료서비스 수요증가, (3)노령인구 증가에 따른 약료서비스요구 증가 등이다.
캐나다 최초의 자발적 PT 자격인증프로그램은 1996년에 온타리오州 약사회(Ontario College of Pharmacists, OCP)가 설계하였다. 이후 ‘Guidelines for the Pharmacist on the Role of the Pharmacy Technician’을 개발했는데, 이 가이드라인은 약사가 구축한 절차에 대하여 PT가 수행할 업무내용을 적시한 것이다. 2007년에는 PT를 하나의 새로운 직업으로 인정하는 온타리오州 보건전문직 관련법을 개정함으로써 그간 주정부가 주관하던 자격시험도 연방 PEBC가 주관하도록 변화되었다. 이후 여러 과정과 절차를 거쳐서 비로소 2010년에 PT제도를 위한 관련 법률이 완비되었다.
교육, 자격, 등록제도 및 관련 단체
캐나다에서 PT로 활동하려면, (1)PT 훈련 및 교육, (2) PEBC Pharmacy Technician Certificate of Qualification, (3)각 州별로 법규가 요구하는 기타사항 등 3가지를 충족해야한다. 특히 (2)번을 위해서는 PEBC가 2010년부터 도입, 시행중인 객관식 필기시험(Part I)과 객관구조화시험(Part II, OSPE)으로 구성된 자격시험(QE)에 합격해야 한다.
PEBC가 주관하는 시험의 목적은 NAPRA가 제시한 약무조무사의 전문역량에 필요한 지식, 기술을 보유했는지 평가하는 것으로서, PT에게 필요한 연방차원의 표준화된 역량을 보유했는지 점검하도록 설계되었다. QE는 직∙간접적 방식으로 치르는데, 예를 들면, 지난 36개월 동안 2,000시간 이상 약국에서 근무하거나 교육받은 경력을 입증한 경우라면 서류심사 및 2단계로 구분된 EE 응시자격이 주어지며 이를 통과하면 QE에 응시한다. 한편, 인증된 약사프로그램(CCAPP)으로부터 승인받은 PT 교육프로그램에 등록후 소정의 수업과 구조화된 실습과정을 완수하면, EE 없이 곧바로 QE에 응시할 수 있다.
PEBC가 주관하는 QE를 통과한 뒤, 등록하려는 주(州)의 윤리 및 법규 시험까지 통과하면 비로소 정식 PT로 등록하는데(RPhT 취득), 2018년말 현재, CCAPP로부터 승인받은 교육기관은 전국에 46개이다 [그림 1].
교육 및 실습 내용은 (1)처방전의 접수 및 준비(receiving and preparing prescriptions), (2)법적 요구사항 준수(complying with legal regulation), (3)보건의료 전문인과 협력(collaborating with other members of a healthcare team), (4)질적 관리기준 유지(maintaining quality control standards) 등 4가지 영역이며 NAPRA의 기준을 바탕으로 한다. 현재 캐나다에서 예전부터 자격시험 없이 PT로 근무하던 자들은 2018년 12월 31일까지 EE시험을 통과해야만 QE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얻는다. 그 이후로는 오직 CCAPP가 승인한 프로그램을 졸업해야만 QE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그림 1. Canadian Pharmacy Technician Educators Association (출처: https://www.cptea.ca/)
법적지위와 업무범위
최근 PT의 역할은 빠르게 변화 중이고, 주(州)에 따라서 범위도 약간씩 다르며, 해당지역의 법규에 따라서 규정지어 관리된다. PT는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사용하여 구두처방을 입력하고 처방전을 전달하며 처방의 기술적 측면을 확인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보다 확대된 PT의 실무영역은 관할지역마다 다르지만, 전국적으로 PT에게 요구되는 핵심역량에는 일관성이 있다. 즉, 전문직 종사자가 갖춰야 할 핵심역량은 능숙한 업무수행을 위해 직업과 관련된 지식, 기술, 능력, 태도 및 판단력 등이 포함된다.
NAPRA는 2007년에 ‘캐나다 PT의 임상실무수행을 위한 전문역량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다. 여기에 처방전 및 환자정보의 기술적 요소, 의약품 및 이를 분배하는데 필요한 전문지식과 관련된 PT의 직능과 책임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특히, PT의 전문지식이 처방 및 환자 정보의 기술요소 및 제품 및 약물유통과 관련된 지식, 기술 및 능력에 초점을 두어 명시함으로써 의료현장에서 규제 받는 전문가의 역할과 책임을 잘 제시하고있다.
PT의 기본적 업무역량에는 (1)윤리적, 법적, 전문적 책임감, (2)환자 돌봄(Patient Care), (3)의약품 배송(Product Distribution), (4)실무 현장(Practice Setting), (5)건강증진(Health Promotion), (6)지식 적용(Knowledge and Research Application), (7)소통과 교육(Communication and Education), (8)보건의료체계속 협력관계(Intra- & Inter-Professional Collaboration), (9)안전 및 품질관리(Quality & Safety) 등 9가지가 있으며 각각의 중요도는 동일하게 간주된다. 물론, 주(州)마다 별도의 역량을 추가로 요구하기도 한다. PT는 병원, 약국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근무할 수 있지만 항상 약사의 지도와 권한범위안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PT는 처방의약품의 안전성과 품질보증 및 의약품 기술자로서 공중보건, 건강증진, 질병예방, 만성질환관리, 환자의 자율지원에 대해 약사와 협력하는 책임이 부여된다. 즉, 약국실무에서 PT는 기술자로서의 역할이 강조되는데, NAPRA는 PT를 위한 역할표준모델(Model Standards of Practice for Canadian Pharmacy Technicians, MSOPPT)을 도입하였고 크게 (1)전문적 약물전달(Expertise in drug distribution systems), (2)협업(Collaboration), (3)안전 및 품질관리(Safety & Quality), (4)전문성 및 윤리성(Professionalism & Ethics) 등 4가지 분야로 구분되어있다.
PT가 약사와 다른 중요한 사항은, 약사는 단순한 약물 전달자가 아니고 약물 및 약물사용의 전문가로 규정되었다는 점이다. 캐나다의 British Columbia 州를 예로 들면, PT는 약사의 감독하에 (1)환자접수 시 정확한 처방전내용의 확인 및 전산입력, (2)구두처방의 접수, (3)처방전 내역 진위확인, (4)다른 약국으로(에서) 처방전 전달, (5)정확한 조제 및 조제약의 일차적 확인 등을 수행할 수 있다. 한편, 약물의 적정사용 여부(예: 용법용량, 상호작용, 환자프로필 관리 등) 및 환자상담은 약사의 고유업무이므로 약사의 전문적 임상활동이 수행/적용되지 않은 조제약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환자에게 전달(투약)될 수가 없다. 예컨데, 조제된 의약품의 수량, 환자 이름, 처방의사 이름, 처방에 따라 용법/용량이 제대로 준비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은 PT가 수행할 수 있지만, 처방약물이 해당 환자에게 적절한 것인지 임상적으로 판단하고 복약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약사의 고유업무인 것이다. 그래서, PT의 업무는 기술/기능적 분야에 한정되며, 약사의 업무는 임상적 치료과정에 집중하여 최적의 성과가 환자에게 구현되도록 돕는 것이라 하겠다.
수급 규모와 보수 현황
캐나다의 10개주 및 3개 준주(準州) 중에서 총 9개주가 PT를 규제하는 법이 있다. 2018년 1월 현재, 총 41,661명 약사와 8,185명의 PT가 공인면허를 소지한 것으로 파악되며, 전국에 등록된 약국은 10,947개소이고 95%가 지역약국인데, PT제도의 전면적 시행은 2019년도부터 시작되었다.
PT가 받는 시간당 급여의 중간값은 17.23캐나다 달러(14,700원)이며, 경력 및 업무 지역에 따라 12.43달러(10,600원)~25.90달러(22,000원) 정도이며, 이를 수당과 상여금을 모두 포함한 연봉개념으로 환산하면, 연간 보수는 25,900달러(2,200만원)~55,000달러(47,00만원)정도이다.
아직도 우리나라 약업계는 PT를 제도화하면 약사의 역할이 축소되고 약사 대신 PT를 고용하게되어 약사에게 위협적이란 오해와 편견이 강하다. 선진국의 약사와 PT는 역할과 권한이 확연하게 정립되어 있으며 상호 보완적인 직무이지 서로의 이익이 충돌하거나 침해되지 않는다.
오히려 다가오는 미래에 약사직능의 선진화, 고도화를 위해서 PT는 필요한 직역이므로 이제까지 약업계가 구상하여 추진하고자 하는 다양한 약사직능 발전방안과 더불어 국민보건의료수준의 향상을 앞당기기 위하여 전향적으로 연구하여 실행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0-03-30 12: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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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8> 약업현장 혁신의 동반자로서 약무조무원
약국이나 약사의 현재를 개혁하기에 앞서, 약업현장의 업무범위와 수행방법, 역할과 책임의 한계를 재조정하는 약무혁신을 논하는 것이 유용하다. 이를 위해서 약업현장의 동반자인 약국 직원에 대한 이해와 문제점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현재와 미래의 약무를 변화시키기 위해 참여자의 관점에서 혁신과 발전을 위한 과제와 현안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의사 보조인력 도입 현황
의료법 제2조에 따르면, “의료인이란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받은 자이며, 제27조에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사 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 PA; 가칭 ‘진료보조사’) 현황은, 약 1천명이 넘게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대부분 자격조건이나 규정 없이 의사의 지시와 감독하에 활동하므로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될 소지가 크다.
소속이나 권한, 책임과 규정이 미비하므로 전공의 교육에 부정적이며, 간호사와의 업무영역 마찰, 그리고 보조인력 자신들도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점이 지적되었다. 도입에 반대하는 측은, 주로 종합병원급 이상에서 제기되는 합법화 요구는 의료적 이윤추구를 위해 수련의, 전공의 교육의무를 위배하고, 국가면허를 취득한 의사에게만 허락된 수술과 처방권을 보조인력에게 위임하면 의사중심의 국가의료체계를 혼란시키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주장이다.
진료보조사 제도화의 목적은 무자격 의료행위의 근절과 인력충원을 통한 환자안전의 확보이므로 제도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추진하면 선순환효과도 기대된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대형병원으로 환자쏠림 현상이 가중된다는 주장이 있으나, 제도보다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통한 근본적 해결이 필요한 사안이며, 오히려 진료보조사 제도의 신설보다는 전문간호사 등 기존 간호인력의 업무를 확장시켜서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대두되고있다.
의료계의 주장을 요약하면, (1)(가칭)진료보조사는 일정한 실무경력을 가진 간호사가 소정의 교육과 역량확인절차를 거쳐 국가인정자격을 취득한 뒤 활동하며, (2)배출된 인원의 관리, 교육, 역량확인 절차는 보건복지부 감독하에 의사단체가 운영하되 일정기간마다 재인정절차를 수행하고, (3)근무처를 신고하되 복수의 의료기관에서 동시근무를 금지하고, 환자나 보호자가 이들을 구분하도록 자신을 소개하거나 명찰을 패용하며, (4)의사의 감독하에 모든 업무를 수행하되, 일정한 범위에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되, (5)부적절한 의사인력 대체를 방지하기 위하여 업무별로 고용인력 숫자의 한계를 두며, (7)제도의 시행 후 안정화되면, 대국민홍보를 통해 의료소비자에 의한 무면허 의료행위 감시를 강화한다는 것 등이다.
한편, 구미 선진국은 정규교육 과정으로 준의사(準醫師 또는 진료보조사)를 양성하여 의료 사각지대와 인력이 부족한 의료기관에서 활용 중이다. 이런 국가들은 국토가 넓거나, 해외진출 인력이 광범위하고, 수많은 전란을 치르면서 잉여의 의료보조인력이 과다하게 양성되는 등 독특한 여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체로 아시아 국가에서는 진료보조사 제도를 운영하지 않는다.
약사 보조인력 도입 현황
대부분의 약국은 보조인력을 활용 중인데, 이들 업무의 범위와 수준에 대한 실정법(약사법) 위반사례가 자주 거론된다. 그간 약사 보조인력에 대한 논의의 초점은 조제행위의 합법성 여부였다. 약국내 잠재적인 범법행위를 방지하고 약사직능의 발전을 지원하는 합리적 보조직능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약사 보조인력(Pharmacy Technician, PT; 가칭 ’약무조무사’)제도 도입의 타당성을 연구하고,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며, 보조인력의 업무내역 및 활용방안을 약사법에 적시하여 국민보건 향상과 약업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연구들을 살펴보면, 2007년도 개국약사 284명을 대상으로 데일리팜 창간 8주년기념 여론조사에서 약국 보조인력 제도화 찬성 42%, 반대 42.2%였고, 2008년도 울산광역시 약사회원 152명 대상 연구에서 ‘지금은 시기상조이나 언젠가는 꼭 필요한 제도’란 응답이 55%, ‘전문카운터 등 무자격자 불법행위가 정당화될 위험으로 약사직능을 위축시킬 수 있어 반대’가 44%였다. 2009년 데일리팜이 주관한 조제보조원 찬반 인터넷 여론조사는 찬성 49%, 반대 51%였다.
같은 해 서울시약사회가 ‘약국환경개선 대회원 설문조사’로 ‘약국보조원’ 도입여부 응답자 2,055명 중 1,080명(52.6%)이 찬성~적극찬성 이었는데 이유는 ‘약국업무의 수월성 증가’, ‘약사의 전문성 확대’, ‘고객 편의제공의 적합성’ 순이었던 반면, 911명(44.3%)이 반대~적극반대였던 이유는 ‘전문 카운터(counter)의 양성화 우려’, ‘불법행위 조장 가능성’, ‘보조원들의 집단적 행동에 따른 노사갈등의 첨예화 가능성’ 순이었다.
2019년 대한약사회가 실시한 연구에는 전국 3,322명의 약사가 참여했는데, 약국종업원 제도화 필요성에 85.33%가 찬성한 반면, 조금~매우 불필요하다고 응답한 약사는 5.08%에 불과하였다. 또한, 이를 국가에서 제도화하는 것에 매우찬성~조금찬성이 49.89%, 조금~매우반대가 25.36%, 중립적 입장은 24.76%였다. 제도도입의 시급성에 대해서 27.06%가 필요없다고 응답했고, 47.23%는 2년 이내로 빠를수록 유익하다는 응답이었다.
약사법 제2조 11항에, “조제란 의약품을 배합하거나 일정한 분량으로 나눔으로써 약제를 만드는 행위”라고 정의했는데, 여기서 일정한 분량으로 나누는 것은 한 가지 의약품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비록 다수의 의약품을 배합하는 행위가 아니하더라도 한 가지 의약품을 일정한 분량으로 나누는 것만으로도 “조제”에 해당한다고 해석한다. 그래서, 약사들은 여전히 보조인력이 정제를 계수하는 행위는 불법일지라도, 시럽제를 따르거나 외용제를 담는 행위는 적절하다고 인식하며, 비록 똑같은 행위라 할지라도 현장을 단속하는 공무원이 파악, 인정하는 것에 따라서 위법성 여부가 차이 나는 불합리성이 있다. 그리고 약사들 조차도 조제용 자동포장기(ATC)를 작동시키는 단순행위는 보조인력 업무에 해당하지만 ATC에 의약품을 채우는 분포는 조제행위이며, 보조인력이 약사의 감독하에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허용하는 범위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조제행위의 주체를 규정한 약사법 제23조 ‘의약품 조제’ 항은, 약사 및 한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약국 보조인력에 의한 정제 계수나 액상제 소분도 조제행위 범주에 속하지만, 사법부 판례에 따르면, 약사의 지시에 따른 수동적이고 기계적인 조제 보조행위에 대해서는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비약사의 조제행위에 대한 2005년 인천지방법원의 판결은, “약사법 각 규정의 내용과 취지를 종합하면 어떤 행위가 약사법에 의해 규정된 조제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그것이 누구의 조제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함에 있어서 그 행위가 가지는 특성 중 의약품을 배합하거나 일정한 분량으로 나누는 육체적 작업으로서 물리적 요소뿐 아니라 특정인의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의 종류와 투약량, 투약방법이 적절한지 여부, 의사의 처방이 의약품의 배합금기에 위반되는지 여부, 대체조제가 가능한지 여부 등에 대한 검토를 거쳐 최종적으로 투약할 의약품의 종류와 용량, 용기 등을 판단하는 정신적 작업으로서 의사결정적 요소까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며 약사의 지시, 감독하에 이루어진 기계적 조제보조행위는 무자격자의 조제행위가 아닌 약사의 조제행위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약사법 제21조에서는, ‘약국의 관리의무’에서 ‘약국을 관리하는 약사가 보건위생과 관련된 사고가 없도록 종업원을 철저히 감독할 것’을 명시함으로써 약사업무를 보조하는 종업원의 역할을 사실상 인정하나, 약국내 주된 업무인 의약품의 조제와 판매는 약사에게 한정된 업무이며 종업원에게 허용된 범위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하지만, 약사법 제44조에 약국개설자(근무약사 포함)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다고 명시하여 약국에서 비약사의 판매행위에 대해 금지하지만, “약사가 고객상담을 실시하는 도중에 이루어진 무자격자에 의한 일반의약품 판매행위에 대해, 약사의 묵시적 또는 추정적 지시 아래 판매한 것으로서 실질적으로는 약사가 의약품을 판매한 것이라고 법률상 평가함이 상당하고, 다만 약사가 보조원을 기계적, 육체적으로 이용하여 판매한 것에 불과하다.”고 법원은 판시하였다.
즉, 약사, 변호사, 회계사와 같은 전문직은 단순, 기계적 반복작업은 보조인력을 활용하고 전문가는 고유업무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 효율적이라는 데 공감한다. 보조자의 자격요건이나 업무범위에 대하여 의료법이나 변호사법처럼 구체적으로 규정된 경우는 물론이고, 약사법이 보조인력에 관하여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법원의 판결처럼 약사의 지휘, 감독하에 조제나 판매 중 단순작업을 보조원이 대신 수행한 경우에라도 약사의 행위라고 평가, 용인되는 것이 상식이지만 아직도 이런 문제가 약업현장에서 해소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약사 보조인력의 적절한 명칭
약업계는 그동안 약국 보조인력에 대한 정식 명칭을 정한바 없다. 일반적으로 ‘약국보조인력’, ‘약국보조원’, ‘약국종업원’이 혼용되고 있으며, 그동안 대한약사회에서 관례적 회무용어로 “약국보조원”을 사용하다가 2015년초 우수약무기준(GPP) 초안 발표 시 ‘약국종업원’으로 대체하였다. ‘종업원(從業員)’이란, 어떤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며, ‘직원(職員)’은 일정한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간호조무사(看護助務士’)란 법정(法定)자격을 가지고 의사나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간호와 진료업무를 보조하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간호조무사의 전 용어였던 간호보조원(看護補助員)에서 보조원이란, 거들어 주는 일을 맡아 하는 사람이란 뜻을 가진다. 따라서, 향후 제도화를 정식으로 추진할 경우, 전문성과 자격이 주어지기 전에는 “약무조무원(藥務助務員, Pharmacy Assistant)’을, 자격제도의 도입 후에는 “약무조무사(藥務助務士, Pharmacy Technician)”로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그림 1].
[그림 1] 약사와 약사 보조인력
출처: https://www.thebalancecareers.com/pharmacist-job-description-salary-and-skills-2061814
약사 보조인력과 약업혁신을 위한 대응
이상의 문제점을 정리하면, 약사 보조인력에 대한 (1)명칭, 역할, 선발, 교육, 훈련, 자격에 대한 통일된 기준의 미비, (2)주요사안에 대한 구체적 진전없이 논의 과정의 장기간 중단, (3)실정법에 대한 위법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였음에도 약사 사회의 대응이 부적절하고, 해결방안을 위한 의견이 통일되지 못한 채 불안과 불만이 증폭되었고, (4)일선 공무원, 약사, 보조인력이 사법부의 판례와 약사법의 해석에 차이를 보이며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5)타 보건의료계 보조인력에 대한 수용실태와 제도화 노력에 비해 약업계의의 노력과 성과는 부족했다는 것이다.
약사 보조인력의 제도화에 대한 논의는 연구와 실증경험을 바탕으로 꾸준히 시의적절하게 전개되어야 한다. 이후에는 미국, 캐나다, 영국, 싱가포르, 일본 등의 약사 조무인력 제도의 배경과 도입과정, 양성교육 및 자격제도와 등록절차, 법적지위와 허용된 업무범위, 인력수급 및 급여수준 실태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약업의 혁신방안을 고찰하고자 한다.
2020-03-18 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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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7> 약업현장 혁신의 중심은 누구인가?
지난 수 차례에 걸쳐 제4차 산업혁명과 경영혁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현황과 미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조직역량, 데이터 기술과 고객경험의 향상, 그리고 인적자원관리에 대하여 개괄적으로 필자의 주관을 피력하였다. 이번부터는 약업현장 혁신의 주역인 지도자(leader)와 추종자(follower)의 관점에서 약업의 혁신과 발전을 위한 주제들을 다뤄보고자 한다.
전문성의 골격
보건의료인력의 전문성을 확보, 증진하는 기본골격은 면허와 전문자격제도, 그리고 평생교육체계이다. 전문성 발휘의 주체는 인간이므로 전문지식, 운용기술, 태도와 윤리성이 학교 교육과 실습의 목표이다. 이후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형성평가, 수행평가를 거쳐 국가면허를 수여하고, 다시 지난한 임상수련과정을 거친 뒤 전문자격을 취득한다. 그러나 의료계의 면허와 자격은 평생 동안 유효하다는 특징 때문에 은퇴의 순간까지 평생학습을 지속해야 한다. 선진국일수록 면허와 전문자격, 평생학습과정의 관리는 엄격하며 주기적으로 재인증을 받아야 한다.
110년전인 1910년, 아브라함 플렉스너가 미국정부에 제출한 보고서(Flexner Report)로부터 촉발되어서 세계적으로 ‘의학교육인증제’에 이어 ‘의료기관인증평가제’가 도입, 정착되었으며 지금은 ‘의료인의 자격’, ‘교육 및 양성체계’, ‘의료기관운영’ 등 3가지 영역의 질 관리(QC, QA)체계가 확립되었다. 우리나라의 의학, 치의학, 간호학, 한의학 대학과 각급 의료기관은 위 3가지 영역이 모두 상당한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기에, 좀 늦은 감이 있는 약학교육의 6년제 개편은 이같은 맥락에서 바라보면 약학교육, 약사양성체계, 약사의 전문성 함양과 유지라는 관점에서 일대 혁신이자 글로벌 스탠다드로의 이행인 셈이지만 아직은 세계 표준은 물론, 국내 여타 보건의료인력 분야와 비교해도 갈 길이 멀다.
필자의 견해로는 선진국의 약학은 기초약학, 임상약학, 사회약학, 경영약학이란 4가지 분야가 균형을 이루면서 발전 중이다. ‘경영약학’은 좀 생소한 표현인데, 실례를 들면, 미국 초임약사의 사회진출은 약국 > 병원 > 제약기업 > 기타 순인데, 특히 사회적 수요와 급여수준이 높은 PBM (pharmacy benefit manager)이나 사보험회사, 제약기업 비즈니스 부서, 약국체인회사의 관리/경영자급 약사가 되려면, 전국 약대의 약 70% 이상에 개설된 7년제(6+1) 약학대학-경영전문대학원 학∙석사 복합과정(PharmD-MBA)의 이수를 선호하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의 전문화 추세
약학은 다루는 분야가 광범위한 특성때문에 시쳇말로 잡학(雜學)이라고 불린다. 필자가 대학원에 진학하던 시기에 15개 이내 전공교실이 운영되었기에 약학의 범위가 그런 줄 알았다. 어느덧 1980년대 중반부터 ‘임상약학’과 ‘사회약학’이란 패러다임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전통적 약학분야는 ‘기초약학’으로 불리게 되었다.
한편, 필자가 유학한 미국 약대의 교육/연구 체계는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학부는 임상약사 양성과정으로 특화되었고, 대학원은 연구자 양성과정으로서 (1)기초과학(Basic Sciences), (2)약물학 및 독성학(Pharmacology & Toxicology), (3)약제학 및 응용화학(Pharmaceutical Sciences & Applied Chemistry), (4)임상약학 및 사회약학(Clinical Pharmacy & Pharmacy Administration) 등의 전공분야로 나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초약학’인 (1)~(3)분야는 전문연구자로 훈련되어 학계, 연구기관, 제약기업, 벤처창업 등으로 진출한다. (4)의 ‘사회약학’분야는 약무행정(Pharmacy Administration), 약무정책(Pharmacy Policy), 보건(약물)경제학 및 성과연구(Pharmaco-economics & Outcomes Research), 인문사회약학(Pharmaco-socio-sciences & Patient communication) 등의 전문가로 양성되어 학계나 공공기관으로 진출한다. ‘임상약학’ 전공자는 감염약료, 종양약료, 의약정보 등 전문인력 양성 공인기관에서 수련과정(clinical practice residency)을 마치고 다양한 전문약사자격(BPS)을 취득한 뒤 병원, 산업체, 학계로 진출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가의 위상과 소비자의 의료수요에 비하면 약학전문가 양성체계 및 관련 제도가 크게 미흡하다.
선진국일수록 보건의료의 교육-연구-산업화 영역에서 다양화, 전문화, 융∙복합화가 활발한데, 미국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는 없는 Doctor of Osteopathic Medicine (DO), Acupuncture & Oriental Medicine (OMD), Podiatrists & Foot Specialists, Physician assistant (PA), Asthma, Lung & Respiratory therapist 등의 전문화된 의료(보조)인력이 있고, 간호계도 NP (nurse practitioner), RN (registered nurse), AN (assistant nurse) 등 직역과 자격이 여러 단계로 전문화되어 있다.
우리나라 간호계도 이런 측면에 발빠르게 대처해왔는데, 이미 전문간호사제도가 의료현장에 뿌리내렸고, 장래에는 미국식 NP제도까지 도입하려고 노력 중이며, 심지어 의료계에서 아직도 도입 여부에 찬반이 엇갈리는 보조의사(PA)의 역할을 전문간호사가 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전문가의 활동 생태계 변화
국내외에서 추진 중인 Digital Transformation의 기저에는 (1)자동화된 빅데이터 처리능력을 보유한 ICT 지능체를 개발하여 활용하고, (2)가성비 높은 보조의료인력(paramedic)의 활용을 전제한 고효율성 비즈니스 모델이 핵심을 이룬다고 요약할 수 있다. 결국 미래의 헬스케어는 의료기관에서 의사 주도로 이뤄지는 고도질환 치료중심 시스템이 한 축이고, 자동화된 기계 및 지능체와 의료보조인력을 결합한 질병예방 및 건강관리 시스템이라는 나머지 축으로 이원화되리라 예측한다.
의사중심 의료계는 아무리 인공지능과 로봇이 고도화될지라도 아직은 가까운 장래에 인간 의사를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므로 의사의 역량을 현재보다 더 고도화, 전문화시키는 방향이 아닌, 의료적 최종판단은 의사가 하더라도 진단의 정확도, 정밀도를 높이고, 처치를 정교히 보조하는 인공지능 및 로봇이 의사와 의료현장에서 공존하는 방향으로 대응 중이다.
반면, 고령화에 의해 의료비용이 증가하므로 결국 생애 전주기적 만성질환 예방과 생활습관 교정 및 돌봄을 기계에 의존하되 여기에 필요한 단순노무와 기계관리는 보조의료인력을 훈련시켜 활용하는 저비용-고효율 모델이 보편화 될 예정이다. 단순 업무나 저난이도의 노동을 수행 중인 보조인력을 업그레이드하면 중간정도 난이도의 지식이나 기술을 보유한 중급전문가를 대체하는 시기가 앞당겨질 전망이며, 미래 인간노동력에 대한 기계의 대체 여부는 그가 지닌 특유성과 효율성이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또한,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장차 고령사회를 맞이하여 국민의 헬스케어와 삶의 질 향상방안을 이미 단기적으로는 보건의료기술이나 의료기관시스템의 혁신으로써 추구하지만, 향후 5~10년 이후의 중장기적으로는 스마트시티 혹은 스마트타운이란 빅데이터-사물인터넷-인공지능 네트워크 속에 ‘커뮤니티 케어’ 서비스까지 구현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려는 정책수립과 사업기획이 이미 추진 중이다. 즉, 보건의료와 건강관리 서비스는 가까운 미래에는 약국이나 병의원에서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닌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의미이다[그림 1].
약사나 약국보다 약무의 혁신이 우선
이렇게 빠르고 광범위한 변화 속에서 약국은 한 명의 특별한 약사가 아닌, 약국구성원 전체의 팀웍과 총체적 서비스에 의해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그러기에 약업에서의 혁신이란 약국, 약사에 앞서 악무(藥務)의 혁신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약무의 범위를 정하고 점진적으로 확장시키는 전략이 필요하고, 약무는 약사 혼자 하는 것이 아니므로 약무수행의 파트너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약국 약무는 처방조제, 복약지도, 경영능력, 고객 커뮤니케이션, 사회참여 등이 주류였지만, 미래에는 환자중심의료팀의 일원으로서 보건의료분야의 불합리성을 개선하는 데까지 이르러야 한다. 2017년도 우리나라 연구결과에 따르면, 약국은 3대 업무인 처방감사, 조제, 복약지도에 심하게 편중되어 있고, 약물요법모니터링, 의약품정보제공, 자가치료(self-care)지원, 약물부작용이나 유해작용 예방, 공중보건증진 같은 선진국형 서비스는 2% 미만인 실정이다.
이런 문제점의 원인으로는 시간, 공간, 전문지식의 부족, 경제적 이익의 취약성, 약국직원교육체계의 낙후성, 환자정보접근의 한계성, 약국의 낮은 노동생산성, 신규 서비스에 관한 지식이나 기술이 빈곤함 등이 지적되었다.
‘공중보건’이란 개념은 19세기에 태동하여 6단계를 거쳐 발전했다. ‘오타와 선언(Ottawa Declaration)’을 계기로 5가지 핵심영역이 규정되고 미국을 중심으로 10가지 영역에서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 약사들은 공중보건의 4대 업무인 ‘건강정책(일차의료, 건강영향평가)’, ‘건강증진(건강생활실천을 위한 지식, 건강위험의 감소)’, ‘예방(1차, 2차, 3차 예방)’, ‘보건관리체계의 관리(전국민 건강보장, 일차의료 및 예방적 보건서비스)’를 당연한 약무영역으로 인식하나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외연 확장은 불충분한 상태에서 서구가 성공적으로 실천하는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기대감은 높고 보험수가 제공이나 약국을 문턱이 낮은 ‘건강돌봄센터’로 변환하려는 의지나 상세전략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공중보건증진활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데 필수적인 5개 핵심역량으로 역학(epidemiology), 생물통계학(biostatistics), 사회행태과학(social and behavioral science), 환경과학(environmental health science), 건강정책(health policy and administration) 등이 강조되었지만 아직 6년제 과정에서는 교육프로그램이 부실하므로 우리나라 약국에서 선진형 약무를 제대로 제공하려면 이상의 한계점을 극복하면서 약사양성체계의 질적 개선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약사가 처한 약국 약무서비스의 현실은 조제업무에 과다한 시간과 노력을 집중하는 반면, 고객에게 제공해야 할 선진형 임상서비스의 양과 질은 인식하지만 시간과 준비부족 등의 이유로 소비자의 미충족요구에는 적절히, 적시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약사제도, 면허와 전문자격의 재인증제도, 약학교육 인증평가제도 등의 도입을 고려하면서, 연수교육제도의 혁신, 지역사회 공중보건업무를 포함한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도록 약무의 정의와 프로세스를 재정의하고 약무조무원을 훈련하여 단순 반복적 업무를 위임함으로써 약사의 직능범위를 확장하고 고도화하도록 대학, 직능단체, 학술단체, 정부기관 모두가 중지를 모아야 한다.
2020-03-04 1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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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6> 약업현장에서 중요한 인적자원의 개발과 활용
지난번 데이터 관련 정보통신기술과 비즈니스 프로세스 혁신에 이어서 금번에는 약업현장에서 인적자원 관리의 한가지 혁신요소를 고찰해 보자.
2013년도 MIT대학교 Sloan 경영전문대학원의 발표에 따르면, Digital Transformation의 최대 목표는 (1)고객경험 혁신(44%), (2)운영프로세스의 효율∙ 효과 향상(30%), (3)비즈니스 가치의 제고(26%)라고 하였다. 이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고객, 직원, 사업파트너를 위한 최우선적인 혁신분야를 선택한다면 그것은 바로 인적자원일 것이다. 예부터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격언이 있으며, 삼성그룹을 창업했던 이병철 회장도 “기업(企業)은 사람이다.”라며 인적자원의 중요성을 역설했었다.
가까운 미래에 약사직능이 크게 위축된다는 예측에 대하여 약업계의 관심과 우려가 높다. 왜냐하면 (1)일상 업무가 정형화 되어있고, (2)업무수행을 위한 동선과 시간의 계측 및 통제가 수월하며, (3)업무에 투입되는 자원이 고가일수록 인공지능과 자동시스템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약사의 통상적인 업무프로세스가 이에 부합하며, 1~4차 산업혁명이란 결국 산업생산력 향상을 제고하려는 경제사회적 혁신과정이기 때문이다.
약사 직업의 미래
2017년도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약사의 주요업무는 전문의약품의 처방감사(10.1%), 조제와 투약(23.5%), 복약지도(17.1%), 일반의약품 판매 및 상담(14.2%), 기타 보건의료제품의 판매와 경영 행위였다. 각개 업무는 정확성과 안전성이 중요하므로 컴퓨터나 자동화 기계를 활용한 정형화, 표준화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 효과를 지속적으로 달성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약사직능의 핵심영역은 처방조제와 복약지도를 넘어, 약물사용의 성과를 모니터링하고 지역주민에 대한 건강과 만성질환 관리까지 수행하는 이른바 헬스케어 전문가(healthcare professional, HCP)로 확장시켜 인공지능(AI)이나 로봇에 의하여 대체될 위험은 낮추면서 국민의 보건의료수준을 향상시키고 보험재정의 절감에 기여하도록 조속히 변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간적∙감성적 접촉(Human touch)에 대한 약사의 역량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증가하고있는데, 약국을 방문한 서비스 수요자가 느끼는 감성적 터치, 곧 고객경험은 약사뿐 아니라 종업원(약국 보조인력)으로부터도 동시에 제공받으며, 약국의 경영의 대상은 모든 인력을 포괄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약무보조인력을 중심으로 약업계의 인적자원 활용실태를 점검해 보자.
우리나라 보조인력의 활용 실태와 현안
약국은 접근성의 우수함 덕분에 예전에는 1차적 보건의료서비스까지 제공했으나, 의약분업 이후에는 처방조제와 복약지도, 재고관리, 보험청구, 경영관리 등 총체적 업무량은 오히려 더 증가하였다. 그래서 약사업무를 보조하는 인력의 수는 증가하였으며 그들의 담당업무도 다양해졌다. 2019년말 현재, 전국에 개설된 약국은 2만3천여개이며, 종사 중인 약사는 3만여명이므로 이른바 ‘나 홀로 약국’이 77%에 이른다. 그리고, 약국 보조인력(補助人力)의 수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지만, 통계청 자료를 근거로 추산하면, 약 2만명을 상회한다는 것이 약업계의 중론이다.
지난 수십 년간 약국내 ‘무자격자’에 의한 불법조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약국보조인력의 본질적 역할과 직무범위를 재정비할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그래서 약국 보조인력의 자격제도 도입을 위한 논의도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으나, 약국의 불법적 면허대여를 조장할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큰 진전이 없이 답보상태이다. 약국에서 법률위반사례가 자주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아직까지 보조인력에 대한 표준업무지침(SOP)이 없으며, 자격자를 양성할 교육과정과 인증평가체계의 법제화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한편, 2012년 5월의 약사법 개정으로 ‘안전상비의약품’의 약국외 소매점 판매가 허용되었다. 약사가 아닌 자에게 소정의 교육 후 의약품 판매 자격을 부여한 것은 일반의약품의 판매 주체를 약국내의 약사로만 한정했던 약사법의 취지와 배치되기에, 약국으로부터 전문카운터를 근절하고, 종업원의 일반의약품 판매보조행위의 위법성 및 일반의약품의 판매주체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
세계적인 추세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미래의 약사직능은 예전처럼 의약품을 분포, 배합하는 기능에 국한되지 않고, ‘약의 전문가로서 환자의 건강을 관리하는 의료전달체계의 구성원으로 발전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로써 의사처방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강조하였고, 전문적인 약료(藥療)서비스를 강화하여 환자의 복약순응도와 약물치료성과를 향상시키며, 보건의료비용을 절감시키는 다중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실제로, 근무약사 중에서 복약지도와 환자 관리를 모두 담당할 때의 급여수준이 주로 조제만 담당하는 경우보다 높게 책정되고있는 현실은 환자를 임상적으로 관리하는 업무에 큰 가치를 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약사는 여전히 전통적 업무인 조제와 복약지도에 약 50%의 시간을 할애 중이며 약사인력의 공급과 업무의 개선에도 한계가 있어 선진국처럼 약사의 역할을 확장하거나 변환시키려면 약국의 보조인력자원을 이제와는 다르게 해석하여 활용함이 필요하다.
그래서 무자격자의 조제실태 점검 및 구체적인 해결안 도출, 미래의 약사역할 확대를 지원할 보조인력 ‘자격제도(일명 약무보조원)’를 도입할 구체적인 방안과 시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미 시작된 약학교육 6년제 시행의 배경에는 선진국처럼 저난이도의 단순∙반복적 업무는 보조인력에게 위임하고 약사는 심화약료행위의 전문가답게 분석, 평가, 판단, 결정, 교육, 관리하는 일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 마땅하다. 일각에서 여전히 약무보조원 자격제도의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있지만, 선진국에서는 조무인력이 담당하는 업무를 아직도 약사가 맡아 수행하면서 장차 인공지능과 기계에 대체될 지도 모르는 위태한 상태에 머물면서 정작 선진형 약사의 역할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아니될 것이다.
약무보조인력에 대한 새로운 시각
세계약사연맹(FIP)이 전세계 약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2009년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62%의 약사가 일상업무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으로 소비자의 급증하는 요구에 부응하다가 일상생활이 과부하에 빠져 일(work)과 삶(life)의 균형(balance)이 파괴되었다고 하소연하였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약국경영측면에서 사회적 요구가 급격히 증가한 원인으로 몇가지를 제시하였다.
첫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령환자 돌봄서비스(care service)의 수요가 급증했으며, 난치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로 약사의 역할과 업무는 현저히 확대되었다. 둘째, 직업 및 기술 환경의 변화에 부응하기위하여 약국서비스의 범위는 확장되고 약물안전성을 보장받으려는 욕구의 증가는 약국의 업무시간 증가로 이어졌다. 셋째, 환자안전을 향상시키려는 제도적 장치인 ‘Professional Quality Assurance (PQA)’가 심화되어 약사의 책임부담이 무거워졌다. 넷째, 구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여성약사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였고, 직업적 노동과 가사 및 육아 노동의 균형이 깨어졌고 약국의 근무환경은 더 열악해졌다. 이 같은 변화상이 약사에게 업무상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직장생활의 갈등을 유발시킨 요인이기에 궁극적으로 약무조무원(Pharmacy Technician)의 필요성과 수요를 자극하게 되었다고 분석하였다.
따라서 이제 우리나라도 약국 보조인력의 자격요건이나 업무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일을 더이상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인구대비 약사 수가 적으며 최근에 연간 배출 인력이 증가추세이다. 보조인력은 이러한 인력 수급문제와 밀접히 연관되므로, 지금 국민의 선진형 약료서비스의 수요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기회를 잃는다면, 필수 인력수급은 부족한 채 비전문적 업무량만 가중될 것이고 약사직능은 이러한 고비용-저효율의 문제점을 인공지능과 자동화를 통하여 타개하려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흐름에 산업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인적자원의 중요성에 대한 재고(再考)
인적자원관리는 어떤 조직이든지 현재와 장래를 위한 혁신활동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요소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약국 현장의 주요한 인적자원인 약사와 보조인력 사이에는 동업자 혹은 동료의식이 잘 형성되어 있지는 못하다.
필자는 올해로 46년차를 맞이하는 ‘대한민국 약국경영대상’ 수상 약국을 선별하는 심사위원 자격으로 지난 4년간 전국 64개의 약국을 직접 방문하여 약사와 조무인력 약 200여명을 인터뷰하고 해당 약국의 특장점을 관찰할 기회를 가졌다. 수상 약국들은 인적자원관리 측면의 차별성이 있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일반적으로 한 조직의 인적자원관리 프로세스는 채용-교육∙개발-배치-평가-보상-재교육∙재배치-면직∙해고라는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그림 1).
그림 1. 인적자원 관리의 세부 요소 (출처: https://mbanote2.tistory.com/195)
하지만 전국 대다수의 약국이 이런 세부과정의 중요성을 잘 모르거나 체계적으로 운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우수한 약국이 가진 공통점은 다음기회에 조금 더 살펴보기로 하겠다.
그래서 지금은 선진국들이 약국 보조인력의 역할변화를 어떻게 제도화 했고 사회적으로 수용했는지 면밀히 연구하고, 우리나라 임상∙경영 현장에 효율적으로 적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결국은 사람이다
미국의 경영컨설턴트이자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이란 저서로 유명해진 짐 콜린스는 그의 또다른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지속적 성장을 희망하는 경영자와 조직에게 강렬한 통찰력을 제공하였다 그는 ‘도약에 성공한 조직이 그렇지 못한 비교 조직과 구별되는 공통점이 무엇인지, 무엇이 다른지 혹은, 어떻게 특별한 지를 탐구하였다.
좋은 조직을 위대한 조직으로 도약시킨 리더들이 먼저 한 일은 적합한 사람을 버스에 태우는 일, 그리고 부적합한 사람을 내리게 하는 일이었다. 그 후에 이들은 눈앞에 닥친 현실 속의 냉혹한 사실들을 직시하는 것으로부터 위대한 조직에 이르는 길을 찾는 과정에 착수했다. 물론, 좋은 기업으로 남는 것도 충분한 의미는 있다. 그러나 위대한 기업으로 오래 기억되고 싶은 이들에게 콜린스가 강조한 것은 결국 ‘사람(인적자원)’이었다.
77%의 약국이 1인 약사가 운영하는 현실이니, 약국의 경영 초점이 오직 현실 문제의 타개에만 치우친 듯하여 안타깝다. 21세기 헬스케어 격변기에 약국이 현명히 대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2020-02-17 14: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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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5> 약업현장에서 고객경험의 혁신에 대한 단상
지난번 데이터 관련 기술에 대한 의견에 이어서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대한 혁신을 고찰해보자. 필자는 담당하는 경영전문대학원 수업의 첫째 강의 때마다 꼭 질문하는 내용이 있다. “당신이 종사하는 직장이 추구하는 업(業)의 본질이 무엇인가요?” 그리고 “당신은 그 본질을 추구하느라 어떤 것을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이 두가지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하는 것이 디지털 혁신에 앞서 현행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재정비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유명인사가 자신이 경영하는 기업집단의 사장단 회의에서 호텔업의 본질이 뭐냐고 물은 뒤에 이는 ‘숙박’이 아닌, ‘엔터테인먼트’의 제공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근래 ‘호캉스(호텔+바캉스)’라는 신조어의 등장과, 라스베가스의 특급호텔들을 중심으로 성업중인 카지노 산업을 곱씹어 보면 그가 정말 혜안을 가진 경영자였음을 새삼 느낀다. 한편, 사진기와 필름 제조업체였던 코닥(Eastman Kodak Company)은 자기 업의 본질을 ‘추억을 제공하는 것’이라 하였다. 아주 정확한 자기 정체성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묻고 싶다. ‘약업(藥業)’의 종사자에게 과연 업(業)의 본질이 무엇인가?
이 같은 업의 본질을 추구하는 수단과 과정이 ‘비즈니스 프로세스’이다. 이것을 실행할 때 전략도, 리더십도, 조직의 역량과 문화도 필요하다. 그리고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실행되는 과정을 고객이 감지할 때 고객경험으로 구체화된다.
디지털 변혁의 궁극적 목표 중 하나인 고객경험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 CX)이란, 광고, 매장, 온라인 사이트, 고객지원 등 비즈니스와 고객이 만나는 모든 접점(touch point)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관리체계를 총칭한다(그림 1). 기술의 발전 덕분에 고객을 만나는 방법이 증가하는데, 오프라인, 전화, 메일로 만나던 고객이 TV, 모바일, SNS 등의 채널로 확장되었다. 고객여정(Customer Journey)과 관련된 업무의 담당자들이 마케팅, 오퍼레이션, 제품디자인 등 다양한 관점에서 CX를 이해하고 활용 중인데 이런 모호하고 확장된 단어를 즐겨 사용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첫째, 전사적 CX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고객접점이 많아지니 브랜딩 차원에서 모든 경험을 관리할 필요성도 커졌다. 그래서 CX 품질을 일정수준으로 유지시키려는 전사적 노력행위를 표현하려고 이러한 포괄적 개념의 용어를 사용한다.
둘째, 이전보다 확대된 관점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최근 광고상품 중에 CX 관리도구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확대된 고객여정을 정의하고, 특히 디지털 마케팅을 중심으로 고객의 유지(customer retention)을 유도할 수 있는 광고상품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셋째, 고객중심적인 조직문화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고객의 고충처리만을 전담하던 부서가 고객과의 원활한 소통이 매출을 증대시키거나 브랜딩을 위한 좋은 수단임을 깨닫게되어 이를 자기업무의 정체성으로 채택하려고 CX를 이용하고 목표수준까지 상향시킨 것이다.
그림 1. CX cycle (출처: zumaetagroup.com)
누구나 고객경험을 개선할 수 있고, 해야하는 시대
시대와 기술이 변하더라도 비즈니스의 시작과 끝은 결국 ‘고객’이다. 고객과 친밀해질 방법을 고심하는 여정은 필수가 되었고, 고객이 나를 다시 찾게 하려면 함께 했던 기억이 아름다워야 한다. 그래서 CX개선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며 또한 해야한다. 오늘 하루, 나의 브랜드를 고객이 선호하여 다시 찾도록 뭔가 소소한 행위라도 했다면 나의 CX는 더 개선된 것이다. 이를 고객경험관리(CX management, CXM)라고 부른다.
필자가 기업에 근무할 때 담당한 프로젝트에서 CX 개선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던 기억이 있다. 제약기업에게 처방권자인 의사와 실사용자인 환자 모두가 고객이므로, 자사제품을 처방/사용하기까지 모든 단계를 수개월간 관찰, 분석(customer chain analysis, CCA)하였다. 그리고 여기에 인시아드 경영전문대학원의 김위찬, 르네 마보안 교수가 창안한 ‘블루오션전략’을 활용해 ‘전략캔버스’를 그린 뒤, 각 단계와 요소별로 CX가 개선되도록 ERRC (Eliminate 제거, Raise 증가, Reduce 감소, Create 창조)를 실행하였다. 그러자 소비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이 성공경험을 계기로 필자의 뇌리에 깊게 각인된 것은 비즈니스 현장에서 가격과 제품보다 더 우선하는 것이 CX의 개선이란 사실이었다.
이에, 나날이 경쟁이 치열해지는 약업현장에도 적용 가능한 ‘비즈니스 프로세스’ 개선방법을 소개하고 싶다. 2020년 새해에는 나의 약업현장을 찾은 고객의 행동을 면밀히 분석하고 정형화(CCA, 전략캔버스 작성)하여, 단계별로 개선방안(ERRC)을 실천해보자. 삶터인 약업현장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먼저 정확히 파악하고 개선한 후에야 디지털 변환을 가시화할 기술적 수단들을 접목시킬 수 있지 않겠는가? 더불어 이번 기회에 ‘블루오션전략 방법론’을 깊게 공부하는 부수적 효과도 얻으면 좋겠다.
디지털 비즈니스 성공의 핵심 원리
많은 사람들이 유명한 성공담이나 풍문을 바탕으로 디지털 변혁의 허상을 따라가다가 나를 변화시킬 디지털 비즈니스의 근본적 원리를 놓치기 쉽다. 여기에 글로벌 IT서비스기업의 수석관리자인 발 루이스가 제시한 5가지 성공원리를 소개한다.
1. 인지
성공적인 디지털화를 기대한다면, 먼저 ‘인지적 기업(cognitive enterprise)’이 되어야 한다. 스캇 리가 The Cognitive Enterprise란 저서에서 잘 설명했듯이, 이것은 생태계가 아닌 하나의 유기체처럼 행동하는 기업을 뜻한다. 이런 기업은 의도와 목적에 따라 행동하고, 집단이 아닌 개별적 자연인처럼 결정하는 속성을 지닌다. 태생적인 디지털 기업(digitally native company, digital native enterprise, digital native business, DNB)은 한결같이 인지적이다. 그래서 신속히 결정하고, 대부분의 역량을 ‘실행’에 집중하도록 훈련하고 이끌어야 한다.
2. 가격 및 편익
Airbnb는 사람들이 꼭 호텔이 아니라도 머물고 싶은 좋은 장소를 아주 쉽게 빌리기 원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Uber와 KaKao Taxi는 택시를 찻길에서 손짓하여 부르거나 정류장을 찾아 헤매는 것, 혼잡시간대에 많은 인파와 경쟁적으로 택시 잡는 것이 매우 짜증스럽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허겁지겁 결제하는 것이 번거롭다는 고객의 경험을 정확히 인지했다. 그래서 Uber, KaKao Taxi, 타다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는 훨씬 더 편리하고 값도 싸게 구성했다. 온라인 영화제공업체 Netflix와 Spotify도 이 원리를 따랐으며, Amazon의 성공도 우연이 아니다. 성공한 DNB 기업들은 가격 및 편익 원리에 충실했다.
3. 부담 전가
택시회사는 차량의 소유, 유지에 엄청난 비용을 지출한다. 렌터카회사도 차량은 물론, 대여센터까지 소유, 유지하고 있다. Uber와 타다는 어떠한가? 자기 차량을 소유한 운전자, 또는 랜터카 차량과 대리운전자들을 접목하여 활용한다. Turo는 소유, 유지할 렌터카나 대여센터조차 없다. 차량은 빌려주려는 개인이 소유하고 관리하며, 렌터카센터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차량 키를 전달하기로 약속한 장소일 뿐이다. Airbnb가 객실에 대해 그러했던 것처럼, Turo는 렌터카 사업에 드는 경제적 부담의 대부분을 타인에게 전가시켰다. 미래에도 이런 ‘공유경제’, ‘구독경제’ 모델은 지속될 것이다.
4. 본질에 집중
일부 상장사는 주주가치 극대화에 집착하여 손익계산서(경영성과)를 미화시키려고 수익성 높은 지출을 다음 회계연도까지 연장하거나, 단기적 주가부양을 위해 차입금을 써서 자사주를 매입하기도 하는데, 결국 성장이나 경쟁력 강화에는 투자가 줄어 주주가 피해를 입는다. 그러나, DNB 기업의 리더는 이 같은 부도덕한 활동에 힘을 낭비하지 않고 제품과 서비스 혁신과 운영에 몰두한다.
5. 뜻밖의 경쟁
Amazon은 온라인 도서판매가 본업이었다. Borders와 Barnes & Noble은 도서판매시장에서 선두주자였고 경쟁하느라 후발주자 Amazon을 무시했다. 하지만 Amazon은 온/오프라인 시장을 평정한 뒤, Kindle을 통해 오프라인 출판시장에 진출해서 정상을 차지했다. 다음에는 Circuit City와 선두자리를 다투던 온라인 판매업체 Best Buy를 노렸다. 결국 둘 다 Amazon을 위한 상품전시공간으로 전락하였다. 이윽고 Amazon은 모든 역량을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여 지금은 세계적인 데이터 기업조차 Amazon의 가상화된 셀프서비스 모델을 경계, 모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Netflix는 방송 및 케이블 채널사업체의 거대한 경쟁자가 되기 전까지 가정용 비디오테이프 대여업체 ‘블록버스터’와 경쟁하는 것처럼 보였다. Airbnb는 1개의 호텔도 없이 전세계 호텔사업을 순식간에 석권하였다. Google Maps는 미국의 상징인 Yellow Book을 만들던 전화번호부 출판사들을 파산시켰다. 이들은 모두 의외의 장소에서 부상한 디지털 경쟁자의 성공한 표본이다.
디지털 변혁 시도가 실패하는 이유
디지털 혁신기업의 괄목할 만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카우치베이스란 회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연간 평균 60억원대를 투자하는 디지털 변혁 프로젝트 10개 가운데 9개는 실패한다고 알려졌다. 응답자의 90%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만 지금은 디지털 기술로 혼란을 겪는다고 한다.
하지만 워싱턴대학교 John M. Olin School of Business의 2014년 연구에 따르면, Fortune이 선정한 500대 상위기업 중 40%가 10년 후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 바, 디지털 변혁의 당위성과 성공의 어려움을 동시에 접하는 기업들은 곧 도래할 생존경쟁의 폭풍전야를 지나고 있다. 고객경험의 인지, 가격편익, 부담전가 등의 원리는 누구에게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진짜 성공의 비밀은 이것이다. 소수의 기업만이 기존 제품과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진정한 혁신을 달성하여 거듭났다. 그러나 다수의 기업들은 고전적 경영방식으로 디지털 변혁 패러다임을 잘못 이해하고 접근하는 우를 여전히 범하고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리더의 몫이다. 즉, 디지털 변혁이 경영자 자신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약업에서도 이 원리와 선택은 예외가 아니다.
2020-01-29 15: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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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4> 약업현장에서 데이터기술 활용에 대한 단상
근래 각계각층의 조직이 변화의 당위성으로부터 압박감을 느끼는데 왜냐하면 디지털 파괴자(digital disrupter)로 인하여 전에 없던 경쟁구조가 생겨나 빠르게 확산 중이기 때문이다. 주변이 변하는 모습을 관망하자니 정체된 듯하여 걱정스럽고,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걱정스럽고, 변화욕구는 있는데 달성할 대상과 목표가 불분명하고 경험도 없어 걱정스럽고, 제대로 변화하려는데 성공 확신이 없고, 소요비용이나 시간을 생각하니 더 걱정스럽다. 이렇듯 방향과 속도감을 잃은 느낌이 들 때는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2019년 가을, 한 학술대회에서 약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여기서 무려 80%의 응답자가 제4차 산업혁명을 이해한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실제로 약업현장에서는 왜 변화의 움직임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 변화가 시작되려면 가장 핵심적인 것부터 이해해야 하는데 디지털 변환시대의 핵심은 바로 데이터(Data)이다. 그래서 약업의 디지털 변환도 바로 데이터를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변환 발생현장과 약사가 할 일
디지털 변환 시대에 주요한 변화영역이 ‘비즈니스 패러다임’인데 다수의 전문가들은 운영과 과정(Operation & Process),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New Biz. model) 등 3가지가 구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첫째, 현재의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재고(再考)하여 비용을 대폭 절감시키고 Time-to-market을 실현해야 한다. 실행방안으로는 ‘프로세스의 자동화’, ‘모바일 오피스 구현’, ‘공급망 효율화’ 등이 있다. 둘째, 고객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고객충성도 및 수익 향상’, ‘모바일 상거래 도입, ‘실시간 정보에 기반한 개인화된 고객관리’ 등을 추진한다. 셋째, 미래형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하여 ‘새로운 수익원 확보’, ‘시장개척’, ‘데이터중심 서비스’, ‘글로벌 확장’, ‘디지털 상거래’ 등을 추진한다.
되돌아보면, 우리나라의 약국모델은 지난 70여년동안 혁신적 변화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이것이 약사법 덕분이었다고 판단하지만 역설적으로 약사법이 약업현장의 혁신을 지연시키거나 방해하는 측면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디지털 대변환기 속에서 약국이 디지털 기업의 속성을 가지고 발전하려면, 대표약사는 (1)더 빠른 혁신 수용자, (2)더 정교한 리스크 관리자, (3)더 많은 수익 창출자, (4)더 깊은 지식기반 경영자, (5)더 창의적인 비즈니스 혁신자, (6)더 원활한 데이터 중개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약사의 역할을 9가지로 제시한 바 있다(9-Star Pharmacist). 약업계 종사자라면 이미 알고 있을 7-Star Pharmacist에 ‘연구자(Researcher)’와 ‘사업가(Entrepreneur)’가 추가된 것이다. 필자는 바로 이 ‘사업가’의 세부덕목으로 위 6가지를 제안한다. 그러므로 약업경영자가 우위적 역량을 가져야 할 타겟은 (1)정보통신기술(ICT), (2)비즈니스 프로세스, (3)인적자원 인데, 우선 이 중에서 가장 손쉬운 기술영역부터 고찰해보도록 하자.
정보통신기술이 디지털 패러다임에 미치는 중요성
디지털 패러다임 변화를 이끈 기술로는, (1)네트워크(고속통신망, 표준통신규약, 소셜미디어, 사물인터넷, 센서, 생체정보인식, 웨어러블기기), (2)서버 및 스토리지(클라우드컴퓨팅), (3)인공지능(합성곱신경망, 기계학습, 양자컴퓨팅), (4)운영체계 및 보안(디지털플랫폼, 미들웨어, 블록체인), (5)데이터베이스(Data lake), (6)어플리케이션(UX, UI,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APIs) 등이 있는데, 디지털 친화도가 높아질 미래에는 이러한 개념을 잘 이해해야 변화를 주도하고 경쟁에서도 앞설 수 있을 것이다. 약사가 비즈니스 리더로서 역량을 발휘함은 급속한 ICT 변화상을 앞에서 언급한 3가지 비즈니스 패러다임 변화 속에 어떻게 접목시킬 지의 문제이다. 즉, 약업계가 직면한 첫번째 장벽인 ‘기술적 변화와 비즈니스환경 변화 사이의 간극(gap)’을 줄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인 것이다.
안타깝지만, 약업계는 디지털 대변혁의 열쇠인 데이터에 대한 역량이 낮은 편인데, 솔직히 이것은 전문가(데이터 과학자와 엔지니어)와 기업이 담당할 몫이다. 그러므로 이들의 역량을 적극 활용하여 약업현장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는 약업계 외부의 힘을 활용한 개혁이므로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ICT 전문가와 자본이 약업시장에 투자할 의향이 낮은 듯하다. 데이터 3법을 포함해 약사법에 이르는 법률은 물론, 약사사회의 저항감이 외부의 자원이 약국시장에 직접 진출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형국이다.
필자는 2019년의 주목할 국내 뉴스로 (1)건강기능식품의 소분포장 및 판매 합법화, (2)금융업체의 헬스케어 사업진출 허용, (3)개인유전자분석서비스(DTC)의 검사항목 확대 허용, (4)국가 보건의료 공공데이터의 사업화 허용, (5) ICT 기반 헬스케어 신사업의 육성방안 발표, (6)LTE의 20배 속도인 5G 통신서비스 시작, (7)데이터 3법의 국회 통과가능성 증가, (8)네이버의 일본 원격의료사업 진출, 등을 선택하였다. 해외 뉴스로는 (9)아마존 케어(Amazon Care)의 시범사업 착수에 따른 약국 역할변화 가능성, (10)미국 CVS Pharmacy의 항공드론에 의한 의약품 배송 시범사업 착수, (11)전 지구적 인공지능 전문기술자 확보 경쟁심화, (12)구글 등 플랫폼 회사의 양자컴퓨팅 기술개발 등이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이런 변화가 단 1년동안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음에 주목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IBM사가 인공지능(AI)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 1950년대이며, 이미 의료영상 판독프로그램인 ‘Watson’을 상용화하였다. 이어서 IBM은 컴퓨터와 인터넷 발명 이후 지난 70년간 방대한 규모의 의약품 정보를 모두 축적한 세계 최대의 의약정보회사 Micromedex를 인수한 뒤 Truven이란 자회사를 설립했다가(이 회사의 국내협력사가 KIMS), 근래 IBM 직속사업부문으로 통합하였다. 현재 IBM은 소위 ‘인공지능 의사’에 이어서 ‘인공지능 약사’를 제작 중이며, 이전에 영상판독이 주특기였던 Watson은 조만간 환자데이터를 기반으로 치료약제처방이 가능한 ‘인공지능 의사’로 성능이 향상될 것이다. 그동안 정제나 캡슐제 같은 고형제의 자동포장은 물론, 다수의 액제를 혼합조제 가능한 조제로봇의 상용화가 이미 완료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약업계는 아직 이러한 실용기술이 약업프로세스를 변혁시키도록 허용하는 것을 주저한다. 약업이 헬스케어 기술혁신의 출발점이 되려면 약업계 스스로 고유업무를 개선하는데 신기술을 적극 채용하고 법제개혁에도 앞장섬으로써 변화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비즈니스용 빅데이터의 기초 사항
비즈니스용 데이터를 이해하려면, 소스(source), 정형 및 비정형 데이터, 사물인터넷 및 초연결 개념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기술경영 전문가들은 디지털 변환을 위한 데이터 전략으로서, (1)데이터 매니지먼트(데이터 독립성), (2)데이터 거버넌스(데이터 통제성), (3)데이터 모빌리티(데이터 접근성), (4)데이터 애널리시스(데이터 기반 통찰력) 등 4가지 측면을 제시하였다.
‘데이터 매니지먼트’ 분야는 데이터의 독립성을 통한 ITaaS (IT as a Service)에 Abstract (검증된 가상화 기술), Access (100% 데이터 가용성 보증), Accelerate (최고의 플래시 성능)를 포함하며, ‘데이터 거버넌스’ 분야는 기업 전체 데이터에 대한 확실한 통제를 위해 컴플라이언스, 보호, 안전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보안이 보장되어야 한다. ‘데이터 모빌리티’ 분야는 데이터 중개자가 되기 위한 강화된 엑세스 방법을 제공하는데, 어떤 어플리케이션이든지, 어떤 장소로든지, 어떤 클라우드이든지, 어떤 사용처이든지 이것이 가능해야 한다. ‘데이터 분석’ 분야는 데이터 중심의 인사이트를 통한 혁신을 촉진해야 하는데, 여기는 데이터 소스, 데이터 혼합 및 통합, 데이터 시각화, 데이터 중심의 인사이트가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궁극적으로 사업성과, 사기방지기능 향상, 어플리케이션 속도향상,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 가능해진다.
한편, 데이터를 이용하여 연구나 사업을 전개하려면 일단 다량의 데이터를 수집, 저장해야 한다. 여기에는 센싱기술이 중요한데, 핸드폰이든 웨어러블 기기든 사물인터넷이든 오류없이 정보수집이 가능해야 한다. 일단 수집된 정보는 원천이 텍스트든 수치이든 음성이든 영상이든 모두 디지털로 전환되어 고속통신망을 타고 클라우드나 서버로 집적된다. 이러한 정보의 네트워크망 전송 시에도 통일성이 필요하므로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는 표준화된 통신규약, 즉 표준protocol을 제작하였으며 국책연구사업이나 민간기업에 의한 IoMT (Internet of Medical Thing, 의료사물인터넷)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을 상용화 할 때, 국가표준을 채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일단 대량의 수집된 데이터 센터에 축적된 것을 총칭하여 ‘데이터 레이크(data lake)’라 부른다. 마치 호수 속에 많은 품종과 다양한 크기의 물고기가 뒤엉킨 듯이 데이터도 유사하다. 여기서 내 입맛에 맞는 물고기(정보)를 낚아 올리는 기술이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이다. 끝으로 수집된 의료빅데이터는 신뢰성과 품질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왜냐하면 양질의 빅데이터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충분히 기계학습 시켜야만 쓸모있는 인공지능으로 상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도에 새롭게 시작할 일
결국, 이렇듯 복잡해보이는 데이터 과학기술 체계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약국과 약업계가 “민첩한 ICT환경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반인이 자주 착각하거나 과도한 기대를 갖는 것이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실체와 응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에서 약업계나 약사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데이터베이스)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필자의 견해로는 현재 우리나라의 다양한 보건의료전문인 가운데 약사는 고유의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지 못하여 제4차 산업혁명시대, 디지털 변환기에 역할이 확대되거나 업무가 고도화되는 경쟁에서 매우 취약하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한 보험청구데이터는 기업이나 개인이 연구나 사업용으로 활용이 수월하지 않다. 의원이나 병원이 생성, 보유한 전자의무기록(EMR)같은 폐쇄형 데이터는 외부로 전송하거나 사용하는데 법적 제약이 엄격하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축적된 보건의료 정보의 형식이나 규격까지 제각각이고 정확성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란 점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변화의 시대에 실행가능하고 보다 근본적인 실천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활용도가 높은 양질의 약료데이터를 수집, 저장하는 ‘약국용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당연히 기업과 전문가 그룹이 주도하되 선도적인 약사그룹이 이를 적극 후원해야한다. 약사회는 공공단체이다. 다수의 일반적 권익을 대변하므로 공식적으로 사업화 과제와 변화를 추구할 수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약업의 미래는 적법한 범위에서 기업가 정신을 가진 소수정예 그룹이 기술혁신과 자본을 활용하여 주도할 수 밖에 없다. 변화의 주체는 다름아닌 나 ‘자신’ 이다.
둘째, 공공데이터를 활용하거나 국가나 지자체가 주관하는 사업에 참여할 때에는 약사가 생성, 축적하는 데이터에 대하여 반드시 사용실시권을 확보한 뒤에 협력해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전문가로서의 소통과 약료행위 못지않게, 유용하고 방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약료전문가의 권위와, 재정적 보상과, 대외적 교섭력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고객경험까지 강화시킨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셋째, 데이터 과학이나 디지털 플랫폼, 프로그램 개념설계와 상용화 추진에 적합한 전문성을 갖추기 어렵다면, 가장 현실적이고 시급한 것이 약사들의 일상업무에 ‘통계학적 마인드(statistical mindset)’와 ‘근거중심의학적 사고(critical thinking by evidence-based medicine)’를 적용하는 일이다. 그래서 객관적이고 검증된 고급 의약학정보의 검색, 발췌, 분석, 활용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절실하다.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에 기반하지 않는 풍문이나 경험에 근거한 제품과 서비스에 얽매이는 약업경영은 더 이상 안된다.
넷째, 약사의 요람인 약국은 약업의 근간이다. 우리나라에서 약업이란 약료와 경영 역량이 합쳐져서 성과를 낸다. 약국은 더 이상 약학지식의 경연장이 아니다. 소비자가 진정 원하는 욕구와 시장경쟁규칙이 바뀌었음을 직시하자. 그래서 경영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자. 새해에는 잘 될 것이란, 제4차 산업혁명이 밀려와도 약사직능은 쇠퇴하지 않는다는 막연한 희망은 내려놓고, 면밀한 전략을 수립하고 정량적 측정지표에 기반한 약업경영을 실천해보자.
2020-01-15 1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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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3> 디지털 변환을 위한 리더십과 세부단계 모형
어떤 과업을 성공적으로 달성하려면 리더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유능한 리더란 변화의 방향과 수준을 감지하고 정확한 대응방안을 마련하여 갖은 난관을 돌파하여 목표를 이뤄내는 지도력을 갖춘 자이다.
얼마전 세간의 인기를 누렸던 한 드라마의 장면이 생각난다. 군사작전에서 숨진 남자 연인을 추억하며 예전에 사랑을 싹 띄우던 장소를 여자 주인공이 다시 찾아갔는데, 손에 든 무전기에서 난데없이 이미 죽은 줄 알았던 옛 애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더니 눈앞에 홀연히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어안이 벙벙해 진 여주인공이 겨우 입을 열어 묻는다. “살아 있었어요?” 그러자 남자가 대답한다. “그 어려운 일을 제가 자꾸 해냅니다” 그렇다. 환경이 급변하거나 조건이 열악해도 바로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것이 리더의 역량이다.
좋은 리더십의 요소는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다음의 5가지가 손꼽힌다: (1)뚜렷한 비전제시, (2)탁월함에 대한 열정, (3)동기부여 능력, (4)혁신과 열린 마음, 그리고 (5)높은 인격과 공감능력. 여기에 한가지 더 보탠다면, 바로 정확한 문제해결방법론을 구사하는 힘이다. 하지만 필자는 리더를 좀 더 간단히 표현하고 싶다. ‘따르는 이로 하여금 그냥 그렇게 하고 싶은 매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디지털 경제와 관련한 법칙
그렇다면 왜 디지털 변환기를 맞아 모든 경제주체가 디지털 리더십과 역량을 갖추는데 이렇듯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일까? 디지털 세계에는 잘 알려진 3가지 법칙이 있는데, 마이크로칩 저장능력이 18개월 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 네트워크에 일정 수 이상의 사용자가 모이면 그 가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메칼프의 법칙’, 그리고 네트워크에는 더 많은 연결이 집중된 허브(hub)가 존재한다는 ‘바라바시의 법칙’이다. 실제로 ‘디지털 허브 경제’가 출현하면서 두번째와 세번째 법칙이 주목받고 있는데, 세간에 잘 알려진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좋은 예이다(그림 1).
그림 1. HUB Economy (출처: Harvard Business School)
이 같은 현상은 디지털 시대가 진전됨에 따라 개인간 그리고 기업간 ‘디지털 역량의 격차(digital divide)’가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2017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비즈니스 모델간 수익창출(value capture)의 역량에서도 현저한 격차가 보였는데, 종업원 1인당 소속기업의 시가총액을 비교했을 때, 전통적 소매업인 Wal Mart는 10만달러, 자동차 제조업인 Ford는 25만달러, 무선통신업인 Verizon은 1백만달러, 제약업인 Merck는 250만달러, 금융업인 Goldman Sacks는 300만달러인데 비하여 디지털 허브/플랫폼인 Facebook은 무려 3천만달러에 이르는 등 업태에 따라서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 핵심기업의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의 기하급수적인 증가에 의해서 종업원 1인당 평균매출액(Average Revenue per User, ARPU)과 수익이 폭증하는 것이 플랫폼 기업의 특장점인데, 결국 디지털 변환기에 특정 산업군에서 선두에 서기를 희망하는 기업이 취할 목표는 바로 유능한 리더십에 의해 해당 기업의 주력 비즈니스에 ‘확장성’과 ‘수용성’이 높은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림 2).
그림 2. Digital Value Creator (출처: Harvard Business School)
디지털 변환은 리더에게 도전이자 기회
리더십이 완전히 변해야 할 이유로는 ‘디지털 변환기가 급속히 전개되는 것’ 이외에도 ‘세계화의 진행’,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소셜미디어의 확산’,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 ‘다양성의 보편화’ 등이 거론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능한 리더십이란 우선 (1)현재 ‘사업운영의 최적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2)’수익모델을 혁신’하여 결국은 단계적으로 (3)’집단적 대변혁을 달성’해야 한다. 자칫 디지털 변환의 기회요인이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하면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도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리더가 주도적으로 디지털 시대의 특성과 문화상을 자신은 물론 조직 내부에 신속히 확산시켜야 한다.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초연결사회, 학습능력, 신뢰, 투명성, 협업, 다양화, 융합, 인간화, 자율, 개인존중, 삶의 질, 지적겸손 등과 같은 용어가 디지털 시대의 문화코드임을 리더는 깊이 이해해야 한다.
하버드대학교의 교수 빌 조지는 리더십의 변화 방향성을 5가지로 설명했는데, (1)위계 중심(Hierachical)에서 권한위임(Empowering) 중심으로, (2)관료적(Bureaucratic)에서 부서간 상호의존(Interdependent units)으로, (3)정보의 제한과 통제(Limited information)에서 공개와 투명함(Transparency)으로, (4)권위(Charisma) 중심에서 진실성, 개방성(Authentic, Open) 중심으로, (5)개인적 이익(Self-interest) 중심에서 이타적, 대의(Service to others, Greater cause)중심 등이 그것이다. 결국 디지털 시대에 리더가 보유해야 할 필수적 자질은 (1)디지털 역량(digital competence), (2)공감능력(empathy), (3)신뢰(trust) 등으로 축약된다.
디지털 변환의 단계별 추진 모형
기업의 디지털 변환은 현행 비즈니스의 최적화로 시작하여 일반적으로 4단계를 거쳐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순서로 정형화 된다. 그리고 세부단계별 성과정도는 활동 중인 비즈니스 영역에서 획득 또는 이용하는 데이터에 기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현용 장비단위에서의 감독과 통제 단계이다. 이때는 데이터의 수집을 통한 비용절감을 추구한다. 주로 생산이나 서비스 제공을 위한 장비의 원격조정이나 경고, 통보를 통해서 구현된다.
둘째, 부서단위 프로세스의 최적화 단계이다. 이때는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비용절감과 업무-성과의 향상을 추구한다. 주로 계획적인 유지보수, 기계중심의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부서수준의 가치를 창출하며, 비용과 효율의 개선이 실현된다.
셋째, 기업단위 사업의 최적화 단계이다. 이때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다양한 데이터 출처를 연계시켜 새로운 사업기회를 구축한다. 각종 설비, 업무절차, 생산력을 최적화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전개중인 사업군에서 균형을 갖춰 수익을 창출하는데, 당기순이익(ROI)이 중요한 지표가 된다.
넷째, 신규사업의 창출 단계이다. 이때는 이제껏 구축한 데이터 시스템이 더욱 새로운 사업이나 제품을 낳고, 그 생태계에 적합한 사업모델이 탄생된다. 신제품과 서비스 개발은 가속화되고, 기업이나 브랜드간 연계도 빨라지며, 직간접적 연계사업의 성장을 통해 가치가 창출되며, 관여 중인 산업 전반에서 수익이 창출되기에 전에 없는 수준으로 사업모델의 혁신과 성장이 가속화된다.
이제까지 디지털 변환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과 디지털화를 추진할 때의 단계별 모형을 고찰하였다. 앞의 글에서 지적한 대로, 약국은 인적규모 측면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가 적다. 그래서 약사 자신이 먼저 구태를 벗고 변해야 한다. 소수의 약국을 제외하면 대다수 약국은 장비단위부터 부서단위 프로세스의 변화까지 디지털화를 추구할 수 있다. 세번째 단계의 모델은 지역별 약사회(분회~지부)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를 운영할 플랫폼이 갖춰져야 가능해진다. 이때는 디지털 플랫폼 제작역량을 보유한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개방형 혁신 모델이 필요한데, 구체적인 예가 수십~수백개 약국이 연대한 프랜차이즈 약국이다.
이 규모가 커지면 네번째 단계인 네트워크와 플랫폼 시스템과 여기에서 생산된 데이터가 신사업을 창출하는 수준으로 변환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네번째 단계는 ‘아마존 케어’와 유사하게 국내의 지배적 위치에 있는 대규모 데이터 플랫폼 기업과 약국이 함께 융합되어 고객이 원하는 헬스케어서비스를 창출하고 제공하도록 발전해야 한다. 이번 달에 ‘요기요’의 대주주인 독일계 배송업체가 우리나라의 대표적 유니콘 기업인 ‘배달의 민족(배민)’의 대주주가 된 사례로부터 전술했던 디지털 세계의 제2, 제3법칙이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실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20-01-02 09: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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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 디지털 변환 시대의 약업혁신 방향성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1999년도가 끝나갈 무렵에 자주 언급되던 말이 ‘Y2K (Year 2000)’였다. ‘밀레니엄 버그’라고도 불렸는데, 새천년이 시작되는 순간에 시스템의 날짜변경 시 촉발될 컴퓨터 프로그램의 오류로 국방, 경제, 금융, 사회기반시설 같은 중요 분야에서 예측불가의 오작동이 발생하여 엄청난 재앙이 초래되리라는 공포감이 밀려왔었다.
하지만 세간의 예측과는 다르게 별탈없이 새천년을 맞이하였고 어언 15년이 경과하자 이번에는 전 지구적 관심사가 ‘4차 산업혁명’으로 바뀌었다. 역시나 사람들은 각종 매스미디어나, 저술, 정책토론회 등에서 미래사회의 변화상에 대하여 많은 예측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다가 약 3년전부터는 경영이나 첨단기술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 ‘디지털 변환(Digital Transformation, DT)’이란 말이 급속히 확산 중이다.
아쉬운 점은 이러한 시류에도 불구하고 약업(藥業)의 현장에서는 아직까지도 4차 산업혁명시대 도래에 따른 약사의 직능변화, 약국의 사회적, 보건의료적 기능 및 역할과 그에 따른 비즈니스모델의 변화 방향이 채 마련되지 못한 상황인데 다시금 디지털 변환이라는 패러다임이 거론되고 있다. 실로 현기증이 느껴질 만큼 빠르게 변모하는 세상이다.
디지털 변환이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다양한 디지털 요소로 인해 발생하는 변화상에 대하여 디지털적 사고체계와 인프라를 바탕으로 기업의 목표, 조직체계와 조직문화, 업무수행, 소통방식, 사업전개방식 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경영전략이라고 정의된다. 그렇다면 ‘디지털 기업이 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모든 기업들은 디지털 기업으로 전환해야 할까? 이를 언제쯤 추진해야 적당한가? 디지털 기업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이 연이어 떠오른다.
일반적으로 소프트웨어 역량을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을 ‘디지털 기업’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물리적인 현실세계를 디지털의 가상세계로 복사한 뒤에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관리하는데, 이렇게 복사된 디지털 세계를 ‘Digital Twin,’ ‘Virtual Twin,’ ‘Mirror Worlds’라고 부른다. 실례로, Amazon과 Tesla는 서점과 백화점을, 자동차와 찻길을 디지털 세계로 변환시킨 후 관리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지속적으로 발전시켰다. 그러기에 미래지향적인 기업은 디지털 변환추세와 요구사항을 수수방관하기 어려울 듯하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기계장치나 장비로써 구현하던 제품이나 서비스가 이제는 전자장치나 장비, 소프트웨어로 대체되는 양상이 빠르게 확산 중이고, 만약 기존 시장에서 머뭇거린다면 소프트웨어와 신기술로 무장한 디지털 신기업이 기존 기업이 장악했던 사업영역을 차지하고 추월할 것이 확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기존 택시업계가 주관하던 교통시장을 ‘Uber’와 ‘타다’ 같은 서비스가 등장하여 변혁을 이끈 것이 좋은 예이다. 그럼 언제쯤 변환하는 것이 적기일까? ‘관망전략(Wait and See)’을 선택한 기업도 많겠으나 지금은 기다릴수록 미래의 세상에서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지닌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얻어진 다양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변화를 선제적으로 추구한 기업이 ‘관망전략’을 택한 기업보다 성공확률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The Sharing Economy’의 저자인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 아룬 선다라라잔은 “아직도 많은 리더들이 물리적 세계의 마인드(Physical World Mindset)를 지니고 있으며, 이들은 물리적 세계에서 오랜 기간 통용되고 굳건하게 시장을 지켜온 제품이 디지털 기술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Wrong Attitude)”이라고 일갈했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디지털 혁신현상을 관찰하면, 과거 익숙한 사업방식대로 하드웨어에 주력하려는 생각은 위험하다.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선이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래서 실리콘 밸리의 벤처투자가인 마크 안드레센은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잡아먹고 있다(Software is Eating the World)”라고 표현했다. 디지털화는 소수의 산업군에 국한되어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기에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디지털 아메리카(Digital America)’라는 보고서에서, 산업간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디지털 혁신을 ‘잠깐의 유행’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전 산업영역에서 끊임없이 일어날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디지털 변환의 구성요소와 실천방안
경영전략이론에 따르면, 조직설계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기본요소는 ‘사람’, ‘구조와 시스템’, 그리고 ‘문화’이다. 성공적으로 디지털 변환하려는 조직에서도 다음의 세가지 요소가 필수적인데, 곧 (1)소속 산업 및 관련 소프트웨어의 전문성이 높은 인재, (2)시시각각 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빠르게 대처할 유연한 조직구조 구축과 구성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시스템, (3)속도중시, 위험감수, 협력과 수평적 소통,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중시하는 이른바 ‘디지털 문화’를 신속히 정착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20세기형 기업을 운영하던 방식으로는 이제 디지털 세계에서 더 이상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그림 1).
그림 1.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구성요소 (출처: wwwcloudservicecody.com)
MIT 경영대학원이 발행하는 슬로안 매니지먼트 리뷰(SMR)는 2016년도 ‘Aligning the Organization for its Digital Future’라는 보고서에서 “1~2개 제도를 손질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며, DT를 추진하는 기업은 디지털 시대의 특성에 맞게 사람과 조직의 관리방식 전반을 디지털 정렬(Digital Congruence)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례로써 디지털 기업의 선두주자인 GE와 Siemens는 자사가 제조하는 열차용 엔진과 주변상황을 디지털로 변환시켰다. 이 제품을 채용한 미국의 철도회사 Amtrak은 엔진에 문제가 발생하면 과거에는 전문가를 불러서 수리했으나 현재는 엔진 곳곳에 장착된 센서가 작동상태를 실시간으로 제조사 데이터센터로 전송하므로 선제적으로 고장을 예방하고 정비할 수 있다.
종자·비료 전문회사인 Monsanto사도 ‘디지털 농업(Digital Agriculture)’분야의 선구자인데, 이 회사의 설비와 장비를 사용하는 농부들은 굳이 논밭에 나가지 않아도 일조량이나 바람의 세기, 온습도의 적절성, 토양의 상태, 병충해 여부를 실내에서 파악하고, 심지어 인공지능 에게 관리를 맡길 수 있다. 그 결과로 미국과 브라질에 산재한 1억 에이커(1에이커=1,224평) 농지에 대한 상세정보를 자사의 디지털 농업 플랫폼인 ‘FieldView’를 통하여 축적하였고 10만명 이상의 농부들과 협업 중인데, 2025년까지 3~4억 에이커까지 확장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의 약국은 디지털 변환을 위한 어떤 준비를 갖추어야 할까?
디지털 변환 시대에 약국의 대응방안
대다수의 약사가 종사하는 우리나라의 약국은 비즈니스 조직체로서 구성력이 미약하므로 개별약국 중심의 디지털 변환에 앞서 소개했던 기업형 변화모델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이는 서두에 제시한 바와 같이, 디지털적 사고체계와 인프라를 바탕으로 약국의 목표, 체계와 문화, 업무수행, 소통방식, 사업모델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경영전략을 23,000여 약국이 각자 수립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전문성 높은 인재, 디지털 환경에 빠르게 대처할 유연한 구조와 구성원 동기부여 시스템, 디지털 문화를 신속히 정착시키는 것도 더더욱 요원하다. 이러한 점이 약국과 약사직능의 디지털 변환을 위한 구체적 방향과 과제가 아직 도출되지 못하였고 어떠한 혁신도 가시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원인일 것이다. 이에, 두가지 방향으로 약업계의 변혁이 추진되기를 제안한다.
첫째, 약사사회의 내부적 혁신인데, 각급 약사회와 개별 약국 단위에서는 약사직능의 핵심적, 본질적 요소를 강화시켜야 한다. 이와 동시에 장기간 시범사업으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선진 외국의 약사 및 약국의 역할과 기능, 서비스를 최적화하여 수년내 법제화를 달성하되, 조제와 복약지도, 의료용품 판매 이외의 영역으로 직역이 확장되도록 유용성을 입증할 연구를 적극 수행하여 실증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더불어 고도화된 약사직능을 위해 현행 평생교육체계를 개선하고 전문자격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둘째, 약업계도 이른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변혁의 동인이 조직내부에 충분하지 못하면 외부의 힘과 자원을 활용하는 것도 현명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아마도 미래 의료계의 혁신은 종합병원과 디지털 기업과의 협업을 통하여 실현될 것이다. 종합병원은 인재가 풍부하며 잘 조직된 운영체계와 문화가 실재한다. 각 병원의 차별화된 사업모델은 발군의 실적을 창출하며 재원까지 넉넉해졌고 규모의 경제까지 이루었기에 대정부 협상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더불어 미래산업의 원유라 일컬어지는 의료빅데이터의 저장고이자 생산공장 역할도 담당한다. 그래서 거대한 자본과 첨단기술이 병원으로 속속 몰려드는 등 의료산업, 헬스케어산업이 미래형 융복합 비즈니스모델의 모태로 부상하고 있다.
이상에서 열거한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계가 보유한 경쟁요소를 거의 갖추지 못한 약국은 먼저 규모의 경제부터 달성하면 어떨까? 그래야 인재와 자본이 모이고 비즈니스모델이 작동하는 생태계가 형성된다. 약사회 분회 단위체와 활동중인 체인약국들은 현행 약국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디지털 변혁시킨 표준모델을 만드는데 집중하면 좋겠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과 제휴하여 약국의 업무프로세스를 고도화 시킬 약국, 고객, 건강관리가 이뤄지는 ‘개방형 플랫폼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한다. 그러면서 전국으로 약국 디지털 생태계를 확산시켜야 한다. 약사회 지부 단위에서는 인근의 약학대학, 공과대학, 경영대학 등과 제휴하여 약사의 역량강화, 약국비즈니스 리모델링과 운영체계를 개발하고, 약국종사인력의 조직문화 혁신과 약사직능 확장을 위한 시범사업의 학술적 근거자료를 마련하도록 공동(위탁)연구를 간단없이 수행할 것을 제안한다.
근래에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라는 개념이 약업계에 소개되었다. 이미 선진국은 제약사가 제품개발에 착수했고 FDA는 허가기준까지 만들었다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약사나 약학자가 아닌, 일부 스타트업이 그 가능성에 착안하여 개발 중이며, 식약처는 허가기준 마련에 착수하려 한다. 약사, 약사회, 약대가 기술력을 가진 기업체를 약업현장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여 소위 ‘OTC형 디지털 치료제’를 먼저 개발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를 소위 ‘Digital OTC-switching’ 이라고 부른다. 근래 알려진 디지털 치료제가 의사의 처방을 받는 의료기기로서의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Medical Device, SaMD)를 일컫는다면, 의사의 처방없이 약사의 추천만으로도 소비자의 모바일 폰에 업로드하여(판매하여) 의약학적 효과를 나타내는 이른바 ‘금연프로그램’이나 ‘비만개선프로그램’을 만들어 약사가 주도할 디지털 변환 영역의 작은 성공사례를 창출하는 일은 지금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다음 기회에는 디지털 변환을 위한 세부 단계 모형과 추진 리더쉽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약사의 직능은 상당부분이 틀에 박힌 모습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변화될 것이다. 더구나 약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가 정교하게 정량화 되고 문서화 될 것인데, 이는 (1)조제에 소요되는 시간(Time allowed for dispensing), (2)약국의 물리적 변화(Physical pharmacy changes), (3)약료서비스의 주류화(Mainstreaming care services), (4)성과의 향상(Improved performances), (5)자격인증(Credentialing), (6)국가주도의 약품정보 통합적 관리체계(National drug clearinghouse) 측면에서 약업의 디지털 변환이 이뤄지리라 예견되므로 우선적으로 이곳에 약업계의 역량을 집중하는게 유효하리라 기대한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19-12-18 1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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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 약업 혁신의 당위성과 또 한번의 기회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앞으로 임상약학과 경영약학 분야의 최신지견과 성공사례를 연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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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업 혁신의 당위성과 또 한번의 기회
두발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면 페달을 쉬지 않고 밟아야 한다. 약국의 경영과 약사의 직능개발도 예외가 아니다. 편의상 약국과 약사 중심의 산업생태계를 약업(藥業)이라 부르겠다. 흔히 경영환경이 바뀌면 약사를 포함한 모든 경영자는 세가지 측면에서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전략(Strategy), 비즈니스모델(Business Model), 그리고 조직문화(Organizational Culture)가 그것이다.
시장환경이 격변기가 아니라면 이 세가지를 부분적으로 손질하는 ‘개선’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지금은 온 세상이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큰 변혁기의 문턱에 서있다. 더불어 지금까지 기업이나 개인이 처한 환경과 여건에서 각자도생 할 수준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자기가 소속된 집단에서 크게 뒤쳐지지 않고 중간정도에는 설 수 있었으나, 이제는 전 지구적인 사회, 산업, 시스템, 프로세스, 전문성과 경쟁력까지 모두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변화하는 시대로 진입했기에 약사와 약국, 그리고 약업 종사자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진지한 학습과 실천이 필요하다.
혁신의 뜻
가장 흔하게 접하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개념 중 하나가 ‘혁신(革新)’이다. 이는 ‘가죽을 벗겨서 새롭게 한다’라고도 해석되기에 매우 어렵고 주저되는 행동이다. ‘피(皮)’란 짐승의 가죽을 벗겨 낸 것(skin, fur)이고, ‘혁(革)’은 가죽에서 털을 다듬고 없앤 것(leather)이란 차이가 있는데, 혁신이란 단어에 옛사람이 굳이 ‘피’가 아닌 ‘혁’을 쓴 것은 이미 가공된 가죽(leather)을 더 새롭게 만든다(renewal)는 뜻이 여기에 더 적절하기 때문이다.
혁신을 영어로는 innovation이라 표현하는데 이는 ‘안에서 밖으로(in)’와 ‘새롭다(nova)’가 결합되어 ‘안에서부터 시작해서 새롭다’라는 뜻을 갖는다. 혁신이란 ‘고쳐서 착해진다’는 개선(改善, Improvement)과는 다른데, 두 단어 모두 변화(change)란 뜻을 갖지만 개선은 고친다고 해도 이전과 크게 다른 것으로 인식되지 않지만 혁신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경영학자 탐 피터스는 The Circle of Innovation (1997)이란 저서에서 “혁신이란 이미 햄버거가 존재하는데 또 다른 수준의 햄버거를 내놓지 않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즉, 혁신은 단순히 표면적으로 다르다는 개념이 아니라 대상의 본질을 이루는 요소를 움직여서 전에 없던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가치를 창출해야 완전한 혁신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혁신이란 ‘소비자가 이제껏 느껴온 가치와 만족에 변화를 일으키는 활동’이라고 정의했는데, 여기에는 기존의 잠재력을 강화시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거나, 없던 것 혹은 저급한 것으로부터 향상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모두 포함한다.
그리고 모든 기업은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서 쉬지 않고 성장해야 한다. 성장은 기존의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일이나 일하는 방식을 돌아보아 새로운 방식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혁신적 과정을 통해서만 달성된다. 심지어 경영자들 조차도 변화(change)와 혁신(innovation)의 차이를 자주 혼동하여 각종 ‘변화관리’를 ‘혁신’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변화와 혁신은 전혀 다른 것이다.
변화란 무엇을 새롭게 바꾸는 활동 전반을 뜻하지만 혁신은 여기에 ‘가치(Value)’ 개념이 더해진다. 그 가치란 제조자나 판매자가 아니고 그것을 구매하는 고객이 결정한다. 개념조차 제대로 통일하지 못한 채 많은 기업이나 개인이 변화와 혁신을 표어로 내걸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또한, 실천하는 과정에서도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거나 ‘먼저 변해야 이긴다’라는 강렬한 구호를 외치는데, 요즘같은 디지털 변환 시대에는 이런 선동적 구호로는 좀처럼 성과를 내기 어렵다.
왜냐하면 기업이 성장하는 길은 전의를 다지면서 구태를 벗어나는 정도가 아닌, 고객이 정말 원하는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지난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 구성원이 고객 우선의 마인드를 가지고, 고객이 깜짝 놀랄만한 획기적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조직문화체로 변하는 것이 혁신활동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점진적 혁신과 급진적 혁신
‘파괴적 혁신 이론’을 창안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혁신의 종류를 두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는 점진적 혁신(Incremental Innovation)이다. 이는 기존의 행동과 연속선 상에 있는 혁신인데, 해당 산업 혹은 기술과 같은 특정한 영역에서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며 일반적으로 경쟁력 우위의 기업들이나 완고한 시장에 속한 기업들이 점진적 혁신을 추구한다.
둘째는 급진적 혁신(Radical Innovation)으로서 기존 형태의 산업에서 사용되지 않던 자원이나 속성을 활용하여 산업형태를 완전히 변화(Disrupt)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유연한 시장이나 새로 산업에 진입하는 후발주자들이 추구한다. 이 둘 중에서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지는 시장의 성격이나 시장 안에서 특정 기업의 위치(선도기업 또는 신규기업)에 따라서 상이하다. 다만, 혁신활동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데 중요한 것은 ‘혁신경로(Innovation Path)의 지속성’, ‘내부역량 사이의 조화’, 그리고 ‘혁신의 방향성과 깊이’라고 알려졌다.
혁신경로의 지속성 유지
혁신활동을 실행할 때는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 보다 혁신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능한 경영자는 혁신활동을 통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지만,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신규시장은 항상 경쟁자를 끌어 모으고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별성은 사라지고 평준화 된다.
그래서 지속적인 혁신기업으로 살아남으려면 자기파괴(Self-destruction)나 캐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을 통해서 연속적인 혁신이 가능해야 한다. 이러한 혁신의 연속적 흐름을 ‘혁신경로’라고 부른다(그림 1).
혁신경로의 지속성은 특히 고도첨단기술산업 분야에서 중요한데, 여타 산업보다 소프트웨어 등 기술기반 신제품의 시범(Beta Version)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흔히 거대 기업은 풍부한 투자여력(자금) 때문에 혁신활동이 수월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혁신적 기업 중 40%가 기업공개(IPO, 주식시장에 상장) 이후에 대체로 혁신활동력이 둔화되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경영학자 탐 피터스는 ‘불만에 가득 찬 고객, 눈에 안 띄는 경쟁자, 불만 때문에 함부로 행동하는 조직구성원, 하찮게 여겨지는 하청업체’가 지닌 충족되지 않은 욕구(Pain-points)를 관찰하고, 수렴하고, 해결하는 것이 혁신의 본질이며 그래서 ‘혁신이란 실제로 쉬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혁신이란 그것이 점진적이든 급진적이든 어떠한 산업영역 안에서 Pain-point를 찾아서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특별한 방법으로 변화시켜 해결하고, 동시에 자기 자신을 지속적으로 파괴하면서 또다른 혁신을 추구하는 경영철학이 체질화 되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 패러다임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의 사전적 의미는 변화, 변신으로서 기존에 추구해 온 변화보다 한층 높은 강도의 근본적인 변화와 변혁을 뜻하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DT, 디지털 변환)’이란 “디지털적인 모든 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변화에 대하여 디지털 기반으로 기업의 전략, 조직, 프로세스, 비즈니스모델, 조직문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경영전략”이라고 표현한다.
현재 이를 뜻하는 용어로 Digital Transformation, Digital Disruption, Digitalization이 혼용되고 있으며, 최근 이슈가 된 ‘4차 산업혁명(Industry 4.0)’과 ‘DT’를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실은 본질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4차 산업혁명이 기술적 변화에 따른 경제, 산업, 사회, 정치의 ‘총체적 변화’에 초점을 두는 반면, DT란 디지털 패러다임에 따른 기업의 경영전략적 관점에서의 조직, 프로세스, 비즈니스모델, 커뮤니케이션의 ‘근본적 변화’에 중점을 둔 것이다. 다음 기회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실체에 대하여 조금 더 깊이 다뤄보고자 한다.
위와 같이 우리나라의 약업환경은 구성원들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밖으로부터 큰 변혁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변화의 당위성과 방향성은 이미 정해졌으며, 심지어 속도와 정도까지 약업계가 능동적으로 선택할 여지가 좁은 형국이다.
지난 1차부터 2차 산업혁명까지는 우리나라 국가적 중추산업이나 약업계가 기술, 자본, 전략, 모델이 전무한 채 그저 압축성장기를 누리며 선진 성공사례를 급히 수용하는 방식으로 지나쳤다. 그래서 다행히 그 뒤를 이은 3차 산업혁명도 이미 구축된 기반과 역량을 활용하여 세계 경제사에서 뒤쳐지지 않는 성과를 창출하여 미래 성장의 발판을 확보하였다.
이제 4차의 산업혁명 물결이 다시 밀려온다. 지난 세기까지 여러 번 반복됐던 변화의 물결을 놓친 국가나 산업분야는 이미 도태했거나 선두주자를 위한 원자재 공급처나 단순 소비처로 전락하여 발전의 중심축에서 밀려났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약사, 약국, 약업계가 세계적인 4차 산업혁명 시기에 특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확연한 변화의 방향성이 제시된 지금, 보다 신속하고 현명한 대응전략의 개발과 실천역량의 발휘가 절실하다.
2019-11-20 12: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