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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84> 약업의 비상(飛上): 생산성에 대한 이해
초고령화 및 디지털화되는 사회에서 약국이 영세한 소매업태를 벗어나 어엿한 산업으로 인정받기까지 발전하려면 약국의 생산성 개념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 생산성이란 생산활동 과정에 생산요소가 기여한 정도를 뜻하며, 투입된 생산요소 양과 생산된 결과물의 양을 비율로 표시한다. 결국 생산성이란, 투입단위당 산출비율이라 정의하고 투입량 대비 생산량의 비율에 대한 효율성을 측정한 결과이다. 생산요소는 일반적으로 원료, 동력, 기계, 노동, 자본 등이 거론된다. 여기에는 일정한 자원으로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했는지 측정하는 방법과 소정의 부가가치를 얼마나 적은 자원으로 창출했는지 측정하는 방법 등 두가지가 있다. 생산성에 대한 이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노동시간은 길지만 노동생산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에서 생산성이란 이윤과 자주 동일한 뜻으로 쓰이고, 이것이 향상되면 누군가 일방적으로 이득을 보거나 또는 착취를 당한다는 왜곡된 인식이 강한 편이다. 특히 ‘노동생산성’이란 ‘노동자들만의 생산성’이라는 편견까지 강하여 노동자가 열심히 일하지 않아 생산성이 낮다는 잘못된 생각도 흔하다. 약국은 아직도 노동집약적 업태이므로 우선 노동생산성에 대한 고찰을 해보자. 노동생산성이란 창출된 총부가가치를 총노동시간으로 나눈 개념이다. 이때 부가가치에는 노동뿐만아니라 다양한 생산요소 곧 자본, 장비의 고도화 정도, 생산에 사용된 기술수준, 노동자의 숙련도, 경영관리 수준, 심지어 사회적 자본이나 제도의 수준 등도 영향을 미친다. 농지를 경작할 때 아무리 열심히 쟁기로 갈더라도 트랙터를 이용할 때의 생산성을 능가하기 어렵다. 이는 농업경제사회가 공업경제사회보다 노동자가 노력한 정도와는 상관없이 생산성이 낮으며 축적된 지식 같은 비(非)물적자본 곧 창의적, 혁신적 아이디어가 많고 그러한 산업의 비중이 높은 경제체제가 생산성이 더 높다는 것으로 증명된다. 자주 틀리게 사용하는 용어 생산성, 효율성, 기술의 진보, 규모의 경제라는 용어들은 자주 혼용되지만 구별하여 사용해야 한다(그림1). 먼저, 생산요소로써 ‘노동’만을 생각해보면, 효율성이란 용어는 생산성과 자주 혼용된다. 이는 특정 시점에 특정 양의 생산요소를 투입해 기술적으로 생산 가능한 최대치까지 생산하는지 를 표현하는 지표이다. 만약 최대치까지 생산했다면 ‘기술적으로 효율적’인 것이며 그렇지 못하면 ‘기술적으로 비효율적’이라고 구분한다.그림1에서 곡선 F는 투입과 최대산출 사이 관계를 표현한 생산함수이다. A점은 주어진 투입량으로 최대한 생산하지 못한 상태이므로 기술적으로 비효율적인 반면, B점과 C점은 모두 기술적으로 효율적이다. 특정한 점에서의 생산성은 산출량과 투입량의 비율이므로 원점에서 그 점을 이은 선의 기울기로써 나타난다.그림1. 생산성, 효율성, 기술의 진보, 규모의 경제에 대한 함수적 표현기술적으로 비효율적인 A에서 기술적으로 효율적인 B로 이동하면 기울기 값은 더 커지므로 생산성이 개선된 것이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효율적인 점이라고 기술적으로 비효율적인 점에 비해 반드시 생산성이 높지는 않다. D는 기술적으로 효율적인 점이고, A는 비효율적인 점이지만, A의 생산성이 D보다 높다. 한편, 기술적으로 효율적인 점이라고 생산성의 개선이 불가능하지도 않다. B점에서 C점으로 이동하거나 D점에서 C점으로 이동하는 것은 모두 기술적으로 효율적인 점들 간 이동이지만 생산성이 개선된다.이처럼 기술적 효율성은 유지하면서 생산성이 개선된 상태를 표현한 것이 ‘규모의 경제’다. 원점에서의 사선이 생산함수에서 접하는 C점은 규모의 경제를 이용한 생산성 개선이 더 이상 불가능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기술적으로 최적규모(technically optimal scale)’라고 부른다.지금까지는 ‘시간’이란 요소는 배제하고 ‘노동’이란 요소만 감안하여 설명했는데, 시간까지 적용하면 ‘기술진보’라는 개념이 추가로 정의된다. 기술진보란 더 적은 투입량으로 동일한 양을 생산하거나, 동일한 투입량으로 더 많은 양을 생산하는 의미인데 일반적으로 생산함수의 상방이동으로 표현한다. 그림1에서 생산함수가 F에서 F’로 이동한 것이 이의 예이다. 기술진보의 가능성까지 포함시켜 만약 올해 어떤 기업의 생산성이 작년 대비 증가했다고 가정하면, 그 배후에는 효율성, 규모의 경제, 기술진보 등 3가지 요인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그림1에서 C’가 변화된 시기에 기술적으로 최적상태의 생산점이며, 실제 그 점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할 때, 만약 작년도 생산점이 C였는데 올해 C’로 이동했다면 생산성 개선은 순수하게 기술진보에 의한 것이라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작년도 생산점이 B였다면 생산성 향상은 기술진보와 규모의 경제가 상호작용한 결과이며, 만약 A에서 C’로 이동한 것이라면 기술진보, 규모의 경제, 효율성 개선이라는 3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노동생산성의 변화요인과 향상의 결과생산성을 변화시키는 요인들로는 기술의 진보, 규모의 경제, 효율성의 변화, 가격설정, 기업 외부환경의 변화, 내부 경영관리의 변화, 노사관계의 변화 등으로 다양하다. 생산성은 투입과 산출의 관계성을 측정하고, 분모측 투입요소 역시 분자측 산출요소에 영향을 미치기에 생산성은 사실상 분모측 투입요소를 제외하고 나머지 생산요소가 얼마나 생산적으로 활용되었는지 측정할 수 있다.생산성 개념의 오해나 오용은 이윤과 생산성을 자꾸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생산성은 이윤으로만 측정하기가 불가능하다. 이윤의 관점에서 보면 노동자의 인건비는 비용이며 이익을 감소시키는 요인이나, 부가가치의 관점에서 보면 인건비는 창출된 부가가치 중 노동자에게 분배되는 몫이다. 즉, 부가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투입된 외부 가치와 창출된 가치의 차이이지 인건비가 아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비용절감 특히 인건비의 절감이란 이익의 증가일 수도 있으나 진정한 의미에서의 생산성 향상은 아니다.그럼 생산성 향상의 결과는 누구의 몫이 옳을까? 즉 생산성 향상으로 증가한 부가가치 중 경영자와 주주에게 얼마나 배당할 지는 시대정신이나 권력의 사안이다. 정당한 기여도 이상으로 경영자가 더 많이 차지하면 노동착취지만, 노동자가 더 차지한다면 이는 ‘노동 본위의 생산성 향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한편, 투입이 증가해도 산출이 더 증가한다면 이를 생산성의 향상으로 간주할 수 있다. 왜냐하면 고숙련-고부가가치 전략에 부응하는 고용친화적 생산성 향상전략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영철학과 가치평가에 따라서, 경영전략적 시야를 단기적 혹은 장기적으로 보는가에 의해, 생산성을 진보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은 아직 생산성도 낮고 노동자의 행복감도 낮은 경우에 머무르는 실정이다(그림2). 그림2. 노동생산성과 행복의 상관성 (X축은 OECD가 제공한 전 산업 기준 로그노동시간당 실질부가가치; Y축은 Gallop World Poll의 10점 만점 점수; X, Y축 모두 2014~2016년 평균값) 약국의 생산성에 대한 통계와 실제2020년도 통계청의 프랜차이즈(가맹점) 조사결과, 의약품 프랜차이즈(약국)의 경우, 전체 가맹점 수와 종사자 수가 증가세이며 체인 점포 1곳당 매출 10.5억원, 직원 1명 생산성이 3억원이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체인약국의 총매출액과 가맹점 1처당 매출액 모두 상승했는데 총매출액은 프랜차이즈 업종 중 전년대비 증가율이 가장 높았고 종사자 1인당 매출액 역시 약국체인 업종이 최상위를 기록했다. 실례로 2019년 3억원에서 2020년 3억 3280만원으로 10.9%가 증가했다.통계청은 “총매출액 측면에서 의약품은 전년 대비 11.7%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며 “가맹점당 매출액은 대부분 타업종에서는 감소한 반면, 의약품 관련 업종은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약국 매출액의 증가일뿐 수익성의 증가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특히 전문의약품은 마진율이 낮아서 매출액은 증가해도 약국수수료가 낮아서 약국의 수익성까지 크게 향상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한편, 예전부터 부유한 약국이 가진 생산자원으로 지목된 것은 다음과 같다. ①약사의 차이(기업가적 역량), ②개국 process의 차이(좋은 생산자원 확보 후에 개국), ③약국입지의 차이(좋은 입지 선점), ④약국스타일의 차이(고객에게 고가치 제공), ⑤조직과 조직문화의 차이(적합한 인적 구성과 일터문화), ⑥머천다이징 전략의 차이(상품의 품질관리), ⑦경영기술의 차이(신개념 지식경영 추진), ⑧마케팅환경의 차이(우수 생산자원 확보 경영), ⑨경영 패러다임의 차이(올바른 약국경영 철학 적용), ⑩자기관리와 리더십의 차이(끊임없는 학습과 쇄신).개별 약국이 당장 기업화 되기도 어렵과 또 적절치 못하지만 약업생태계 구성체가 여느 산업의 속성을 갖춰가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 약국의 생산요소를 재정의하고 요인별 기여도 분석을 시행하여 생산성은 물론, 수익성까지 확보하는 잰 발걸음을 이제 시작해야 한다. <필자소개>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4-03-05 10: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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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83> 약업의 비상(飛上): AI기술은 보건의료서비스를 보완하는가?
약업의 비상(飛上): AI기술은 보건의료서비스를 보완하는가?장수시대의 급격한 도래와 더불어 ‘건강 과민시대’로 진입하였다. 연장된 수명에 따른 삶과 건강의 질을 중시하는 경향도 강화되었다. 대중이 생각하는 건강의 개념과 우려사항,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의료관련 전문인이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점차 설득력을 잃고있다. 의료서비스는 대중의 건강 및 생명과 직결되기에 여타 교육, 법률, 행정, 금융 서비스 분야와 비교하면 중요성이 다르게 판단될 수 있다. 초고속으로 진행 중인 저출산-고령화 등 보건의료시스템에 미치는 환경의 급격한 변화상을 고려할 때 건강과 의료서비스, 보건의료시스템에 대한 전문가와 대중의 인식에도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의료서비스가 지향하는 목표사전적 의미로 ‘의료’란 의술로써 병을 고치는 행위이다. 의료란 개념을 의료이용 시 질병사 단계에 따라 구분하면 건강증진, 예방, 진단과 치료, 재활 등을 포함한다. 한편, 질병자연사를 고려한 예방적 관점에서 구분하면 1차, 2차, 3차 예방으로 나눌 수 있다. 또한, 건강문제의 종류와 기술적 복잡성을 따라 분류하면 1차의료(지역보건소와 의원급), 2차의료(단과전문의와 병원급 의료기관), 3차의료(인적, 물적 비중이 큰 종합병원급 고급서비스)로 구분된다.선진사회에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함의는 결국 ‘적정 의료서비스’의 중요성을 주목하게 만들었는데 이를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1)접근 용이성, (2)질적 적정성, (3)전인적 의료 및 협동 측면에서의 연속성, (4)의료경제적 합리성 등이 꼽힌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국민을 위한 의료서비스의 기본방향은 (1)미래 환경변화에 대응하면서 서비스 향상을 위한 투자규모를 확대하고, (2)저출산-고령화사회 진입에 대응하며, (3)저소득층-장애자-아동 같은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며, (4)전 사회구성원의 건강증진을 위한 예방적 보건의료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되어 왔다.건강을 결정하는 요인들약사 사회도 ‘약료서비스’란 용어를 근래 빈번히 사용하고 있다. 의료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약료서비스란 개념이 보편적으로 확산, 사용되려면 건강의 결정요인과 가치에 대한 기본적 고찰이 필요하다. 현대에는 질병과 건강을 하나의 연속된 스펙트럼으로 인식하며 그 구분도 불명확하다. 예를 들면, 만성질환의 경우는 일상적 생활습관과 환경요인을 조정하는 것이 치료의 행위이자 예방적 행위이며 건강증진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지는 것이다.한편, 보건의료나 헬스케어 행위가 대중의 건강에 유익한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의문이 이어졌는데 여기에는 첫째, 보건의료가 인구집단의 사망수준을 낮추는데 반드시 기여하는가 라는 질문이다. 둘째, 의료행위나 의약품의 사용이 오히려 건강에 해롭게 한다는 견해도 있다. 셋째, 의료서비스는 항상 효과적인가 라는 질문 등이다. 상충되는 주장가운데 보건의료서비스의 ‘가치’를 중시하려는 관점이 대두되었다. 그간 의학 및 의료 영역이 발달 및 확장되면서 치명적인 질병류에 대한 치료의 성과는 크게 개선되었다. 특히 가정의학이라 불리는 1차의료분야에서 괄목한 만한 진전이 많았다. 동시에 의학기술도 눈부시게 발전하였는데 손꼽을 만한 기술로는 응급환자 후송체계, 항암화학요법, 모자보건체계, 감염질환 치료 및 예방법, 공중보건시스템, 피임법, 호스피스, 재택 및 방문의료 등이다.공공의료의 확대와 건강투자그간 정부가 집중해온 공공의료적 건강투자 확대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생활행태개선과 질병의 예방 및 관리를 위한 건강투자이다. 둘째,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 그리고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지원 등 의료보장이다. 셋째, 식품이나 의약품, 수혈이나 장기이식, 응급의료체계의 개선 같은 국민의 안전확보이다. 넷째, 의료전달체계 개선, 공공의료 확충, 의료분쟁 시 소비자 권익보호, 의료자원의 효율적 배분 등 의료체계의 구축과 질 향상이다. 다섯째, 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의료서비스 산업을 육성하는 보건산업진흥 분야이다.건강투자영역 개념의 변화전통적으로 선진 국가들은 ‘국가의 건강수준은 의사나 병원의 유용성에 비례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선진국의 의료서비스 체계는 우수했지만 국민의 건강수준이 실제로 향상되는 것과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현재는 건강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환경이나 개인의 건강위험요인을 개선하는 방안이 더 효과적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국민의 건강수준은 건강의 장(Health Field) 모형에 따르면, 보건의료제도, 환경, 건강습관, 생리적 조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각 요인은 다양한 하부요인으로 구성된다(그림1). ‘건강결정요인’이란, 건강문제에 직접 연관된 과학적으로 입증된 요인이며, 결정요인 수준이 변화하면 건강수준도 함께 변화한다. 예로 들면, 신생아 사망사망률의 결정요인에는 ‘저체중 상태’가 있다. 결정요인에 대한 ‘직접 기여요인’은 결정요인 수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요인들로 ‘분만 전 건강관리’ 같은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한편, ‘간접 기여요인’이란 직접 기여요인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건강수준에 매우 밀접한 것은 아니지만, 건강수준을 변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인접한 요인을 뜻한다. 즉, 교통서비스 등의 의료접근성 같은 것이 적절한 예이다. 우리나라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의 건강에 대한 위험요인으로는 흡연, 음주, 운동, 영양, 비만, 콜레스테롤, 고혈압, 대기오염 등이 있었고, 개인의 생활습관(52%), 유전적 요인(20%), 의료서비스(8%)가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건강결정요인을 조사하는 이유는 국민의 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서비스, 행태변화, 사회경제적 여건변화 같은 건강결정요인 중에서 무엇에 비중을 두어 평가할 지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함이다. 건강이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한 Well-being 상태에 있음이라는 전통적인 정의에 입각하여 ‘질환에 대한 치료’를 중시하는 것에서 이제는 ’최적의 건강추구’로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그림1. 건강의 장 모형 (출처: The Health Field Concept (theaspiringmedics.co.uk) 의료영역에 AI기술 적용의 영향과 한계의료분야에서 AI (인공지능)의 사용동기를 파악하여 AI가 분석하는 다양한 데이터에 대한 이해력이 중요하다. 의료데이터를 분석하는 양대 AI도구로는 (1)기계학습(machine learning)과 (2)자연어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가 있으며, 방대한 양의 의료데이터를 기계학습 하려면 서포트 벡터 머신(SVM)과 신경망(neural network), 그리고 딥러닝 기술도 활용된다. AI의 효과란 고성능이 보장되면서 인간의 관심과 시간을 보다 높은 수준의 의료적 문제에 맞춰주어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는 정도라 말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AI가 당장 의료인을 전부 대체할 수 없겠지만 AI를 사용하는 의료인은 그렇지 않은 의료인을 신속히 대체한다”고 예상한다.성공적인 AI시스템이라면, 구조화된 데이터를 다루기 위해 ‘기계학습 컴포넌트’를, 비구조화된 자연어 문장을 다루기 위해 ‘자연어 처리 컴포넌트’를 갖춰야 한다. AI시스템이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관헤 조언하면서 의료인을 지원하려면 AI 알고리즘은 의료데이터를 통한 학습과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디지털 데이터가 모순점이 있거나 품질이 낮으면 AI의 운영결과도 좋지 않고, 방대하고 복잡한 데이터 뭉치를 분석하려면 고성능의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들도 의료기관에서 AI를 사용하는 것에 찬성하지만 다음과 같은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많다. 첫째, 의료데이터가 일률적으로 디지털화되지 않으며, 둘째, IT시스템 및 데이터에 대한 라벨에 표준이 없고, 이로 인해 데이터 상호간 정보처리에 한계가 있다. 셋째, 개인적 의료데이터의 디지털 공유에 환자와 의료인이 완전히 동의하지 않았다. 넷째, 임상의료인은 종종 현재 AI시스템이 처리할 수 없는 능력을 보유하는데, 예를 들어 주변환경에서 지식과 사회적 신호(social cue)를 읽는 능력은 AI는 쉽게 획득할 수 없다. 자체적 판단과 이에 맞는 처치 또한 AI가 인간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능력이다.의료분야에서 AI가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 이제 의료전문인은 고성능의 AI 기술을 환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사회는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바를 기꺼이 수용하지 않지만, 영상의학 전문의들은 AI 기술을 환영하고, AI가 의료분야에 이용기회가 많아지기 희망하기도 한다. 이들은 반복적인 이미지 판독보다는 환자와 더 많이 접촉할 기회를 갖기 원한다. 복잡한 임상적 의사결정과 중재적 영상의학(interventional radiology)과 같은 더 높은 수준의 의료문제에 자신의 시간을 사용하기 원한다. 왜냐하면 의료인과 환자는 더 많은 혜택을 얻게 될 것이고 의료분야의 진보라는 중요한 결과를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림2). 그림2. 인공지능과 의료접근성의 핵심: 지속적 모니터링의 개선 이러한 변형 인공지능(transformative AI)이 초래할 변화는 노동의 질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도록 초점을 맞출 것이고, 더 많은 의료인과 환자가 이런 변화상을 빈번히 체험할 것이다. 그래서 AI는 인간만이 수행할 수 있는 일에 의료전문인이 집중하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필자소개>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4-02-16 09: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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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82> 희망의 약업생태계: 미국의 복합만성질환 관리체계
<82> 희망의 약업생태계: 미국의 복합만성질환 관리체계미국에서 만성질환은 상당한 건강 및 경제적 비용을 초래한다. 이러한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한 효과적인 개입은 상당한 건강 및 경제적 이점을 제공한다. 심장병과 뇌졸중은 미국인을 죽이는 최고의 원인이며 매년 88만명 이상의 미국인이 심장병이나 뇌졸중으로 사망한다. 한편 매년 1만명 이상이 암 진단을 받고 거의 7만명이 암으로 사망하므로 두 번째로 큰 사망 원인이다. 게다가 3천796만명 이상의 당뇨병을 가지고 있으며, 약 2억명의 성인이 당뇨병 전단계로서 제2형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만성질환은 1년 이상 지속되며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거나 일상생활 활동을 제한하거나 둘 다 필요한 상태로 광범위하게 정의를 가진다. 심장병, 암,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은 미국에서 사망 및 장애의 주요 원인이자 동시에 연간 국가적 의료비용 4조1천억 달러를 소모한다(그림1). 그림1. 미국의 만성질환 관리 (출처: CDC) 많은 만성질환은 몇가지 주요 위험행동 때문에 발생한다. 많은 만성질환은 주로 (1)흡연 및 간접흡연, (2)과일과 채소가 적고 나트륨과 포화지방이 많은 식단으로 인한 영양부족, (3)신체활동 부족, (4)과도한 알코올 사용과 같은 위험행동 때문에 발생한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이런 위험요인을 회피하는 건강한 선택을 하면 만성질환에 걸릴 가능성을 줄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미국은 정부차원에서 질병관리(Disease Management: DM)를 관리의료, 보건의료서비스 수요관리, 인두제의 형태로써 시작하였다. 질병관리란 만성질환을 주요대상으로 하며, (1)특수한 만성질환 환자의 건강향상을 보장하고, (2)응급실 이용이나 입원율 같은 보건의료서비스 사용을 줄이며, (3)질병으로 인한 이차적 합병증이 초래하는 비용을 줄이는 것을 뜻하며, 이는 다시 돌봄관리(care management), 건강관리프로그램(health management program), 질병자가관리(disease self- management)로 나뉜다. 또한 지역사회 및 의료체계간 협업구조로 이를 실천하고 있다(그림2). 그림2. (출처: Wagner, EH. Chronic Disease Management: What Will it Take to Improve Care for Chronic Illness? Effective Clinical Practice 1998;1:2-4. 만성질환관리 모형 미국의 질병관리서비스 제공체계는 대상 인구집단을 확인하는 과정(population identification process), 근거기반의 실행지침서(evidence-based practice guidelines), 협동적 실행모형(collaborative practice model), 환자 자기관리교육(patient self-management education), 과정 및 결과 평가(process and outcomes measurement, evaluation and management)로 크게 구분된다. 첫째, 질병관리프로그램의 최초 단계는 환자를 등록할 대상 인구집단의 확인과정(population identification process)이다. 질병관리프로그램이 효과적으로 운영되려면 대상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성과 보건의료서비스 이용 및 지출 비용 등을 개인별로 확인하는 절차는 매우 중요하다. 둘째, 질병관리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자는 근거기반의 실행지침서(evidence-based practice guidelines)에 따라서 질환의 관리방법을 향상시키는 원칙을 준수하여 환자를 관리, 교육해야 한다. 임상적 근거(clinical evidence)에 기반한 실행지침서를 보건의료인에게 제공하고 이들을 통해서 대상 인구집단에 제공되는 치료 또는 프로그램의 일관성이 항상 유지되어야 한다. 셋째, 질병관리프로그램은 의사, 간호사, 약사, 치과의사, 심리학자 등이 참여한 다학제적 보건의료서비스 팀으로 운영되는 이른바 ‘협동적 실행모형(collaborative practice model)’이 일반적이다. 이들은 대상자의 질병관리를 도와주고, 교육하고, 영양섭취나 환자 모니터링 활동을 지지해주는 등 서비스의 제공자(support-service provider) 사이에 업무를 협력적으로 수행한다.넷째, 질병관리프로그램은 환자의 질병을 보다 향상된 방법으로 관리하고 통제하려고 더욱 전문화된 인력이 환자를 교육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환자 자기관리 교육(patient self-management education)을 강화하여 프로그램 가입자에 대하여 임상치료효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생활요법을 실천하도록 지원하며, 상담, 가정방문, 24시간 콜센터, 예약확인시스템 등으로써 만성질환자가 자기의 질병을 보다 잘 관리하도록 돕는다.다섯째, 서비스 이용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평가를 수행한다. 서비스 이용, 소요비용, 환자만족도 를 포함하여 제공된 프로그램의 수행결과를 평가하려면 적절한 측정도구가 필요하며 수행 이전에 미리 결정되어야 한다. 미국정부는 질병관리프로그램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하여 보편적인 평가 지표를 개발하였다. 질병관리프로그램의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만성질환자의 삶의 질 향상, 서비스 만족도 제고, 프로그램 참여도 및 치료순응도 향상에 미치는 영향도 평가지표에 포함되었고 긍정적 효과가 보고되었다. 이로써 질병관리 대상자의 자기관리능력이 향상되었고 입원과 응급실 방문 등 보건의료서비스 이용량은 감소하여 만성질환자에게 쓰이는 총체적 보건의료서비스 비용이 절감되었다. 만성질환관리를 위한 향후 방향 2개 이상 복합만성질환이 야기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공공보건 및 의학계의 관심은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기대여명의 연장과 고령화 극복 수요까지 겹쳐서 노인인구의 만성질환은 매우 큰 사회적 부담이 되었다. 미국은 지금까지 몇 가지 질병관리모형 개념을 수립했지만 개별적인 질환관리에 비중을 두었고 더욱 광범위한 만성질환관리 체계를 구축하려 노력 중이다. 최고의 영향력을 보여준 모형이 ‘Chronic Care Model'이다. 이것은 만성질환관리에 필요한 요소를 포함해 보건의료조직, 지역사회자원, 자기관리지원, 전달체계기획, 의사결정지원, 임상정보까지 포괄한다. 여기서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을 고려한 모형으로 더 확장 중이다. 최근에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Robert Wood Johnson Foundation)은 더욱 성공적인 질병관리프로그램을 제안했는데, 이는 National Coalition on Care Coordination에서 만성질환을 보유한 메디케어(Medicare) 보험대상 환자의 건강수준을 향상시키고 입원율은 낮춰주었다(그림3). 그림3. Chronic Care Model복합만성질환자는 건강 악화뿐만 아니라 보건의료비용의 상승이란 문제점도 동시에 가지므로, 보건의료의 질과 비용은 노인 복합만성질환자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현행 보건의료서비스는 개별 만성질환에 초점을 맞추기에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만성질환에 대한 접근방식은 더욱 포괄적이므로 효과적인 방향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최근까지 제안된 모형에는 복합만성질환에 대한 개념은 포함되지 않았고, 복합성(complexity)에 대한 수준도 제시되지 않았기에 더욱 구체적이고 전략적 모형으로 발전되어야 한다.복합만성질환자 돌봄(care)분야를 개선할 점을 찾아내고, 공공 및 민간 영역으로부터 협력을 이끌어 낼 사업모형 구축이 필요했다. 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HHS)는 복합만성질환관리를 위한 기본 틀을 제시하였다. 여기서 복합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보건의료 및 공공보건 체계의 전반적 변화를 목표로 삼았다. 케어 코디네이션을 위해 복합만성질환자의 근거기반모형을 구축하고 복합만성질환자에게 적정수준의 건강 성과를 달성하는데 소요되는 지불체계와 인센티브의 개발까지 포함되었다. 복합만성질환의 관리를 위해 환자에게 입증된 자기관리 및 서비스 이용을 극대화하고, 서비스 제공자인 보건전문의료인, 공공보건관련자, 사회복지사 등에게 최선의 도구와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제안되었다. 이와 같은 4개 주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건강수준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노력이 효과적이고 코디네이션이 강화되는 일관된 모형의 제공이란 중요성이 강조되었다.더불어 미국의 질병관리는 민간부문으로부터 시작하여 최근에는 저소득층 및 노인층을 대상으로 공공부문까지 확장된 것이 특징이다. 또한 환자의 치료성과를 호전시키는 것에서 체계적 접근방식으로 건강상태를 호전시키는 방향으로 변화하였다. 끝으로 단일질환 중심에서 복합질환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전환하고, 한 장소에서 가급적 모든 치료가 가능하도록(one-stop)으로 변화하고 있다. <필자소개>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3-12-27 09: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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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81> 희망의 약업생태계: 복합만성질환 관리에 동참해야 할 약사
<81> 희망의 약업생태계: 복합만성질환 관리에 동참해야 할 약사인구구조의 고령화가 급진전됨에 따라 만성질환을 보유한 노인도 증가하여 만성질환 관리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령자는 만성질환을 2개 이상, 곧 복합만성질환을 보유하는 비중이 증가하지만, 우리나라 보건의료전달체계는 여전히 단일질병 관리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다. 고령자의 복합만성질환이 증가함에 따라 그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어야 마땅하지만 최근까지도 복합만성질환에 대한 분석사례조차 부족한 실정이다.복합만성질환에 대한 이해‘동반상병(co-morbidity)’은 주요 관심대상이 되는 특정 질병을 가진 사람이 보유하는 다른 질환을 의미하는 반면, ‘복합상병(multi-morbidity)’이란 한 사람에게 동시에 다수의 만성질환 또는 급성질환을 보유한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만성질환은 완벽하게 회복되기 어렵거나 상당히 긴 시간 지속되는 질환이다(그림1). 그림1. 동반상병(co-morbidity)과 복합상병(multi-morbidity)의 구분우리나라 고령자의 복합만성질환 개념은 만성질환의 범위를 Bussche가 제시한(2011) 분류를 근거로 65세이상 인구 중 만성질환 유병률이 1%이상 질환을 선정하고 전문가 자문을 받아 만성질환 ICD-10분류를 질환그룹으로 분류한 결과, 총 46개 질환그룹을 제시하였다.주요 만성질환의 동반상병 분포현황동반상병은 환자 1명이 2개 이상 질환을 동시에 보유한 복합적인 병리상태로,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단일질병이 가진 영향을 합한 것 이상의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질환을 동시에 보유하는 것은 우연히 발생할 수도, 어떤 질병 간 연관성을 가지고 발생할 수도 있다.2011년도 65세 이상 고령자의 만성질환 분포를 살펴보면, 만성질환이 없는 경우가 전체의 4.7%이었고 1개만 보유한 경우는 14.1%, 2개 20.7%, 3개 이상은 60.5%이다. 이들의 평균연령은 73.4세이며, 남성 72.5세, 여성 74.0세이다. 그리고 만성질환을 3개 이상 보유한 경우에, 만성질환 수는 남성이 평균 4.5개, 여성이 평균 4.7개이다. 연령별 평균 만성질환 보유 수는, 65~69세가 3.15개, 70~74세 3.47개, 75~80세 3.61세, 85세 이상은 2.82세였고, 65세 이상 고령자의 연평균 외래이용에 따른 전체 진료비(비급여 제외)를 만성질환 수 보유 수에 따라 구분했더니 만성질환 미보유 고령자는 연평균 50,201원 외래진료비를 사용했고, 비급여를 제외한 본인부담은 14,225원이었다. 만성질환을 1개 보유한 경우 연평균 외래이용 본인부담은 22,025원, 3개 이상이면 본인부담 71,945원이었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3개 이상 만성질환을 보유하는 비율은 60%이며 이들은 연평균 322,462원 진료비를, 71,945원의 본인부담을 지출하였다.상위 1위~15위까지 복합만성질환은 전체 복합만성질환 구성의 50.3%이다. 상위 15위 복합만성질환으로는 고혈압이 상위 15개 조합 중 11개 안에 포함되었으며, 만성요통이 상위 15개 조합 중 10개 안에 포함되었으며, 관절질환은 상위 15개 조합 중 8개, 당뇨병은 상위 15개 조합 중 5개가 포함되었다.고령자의 복합만성질환 위험도65세 이상 15만명을 대상으로 복합만성질환을 겪을 위험도를 분석했을 때 건강보험보다 의료급여 대상자의 위험도가 1.47배 높았다. 이는 저소득층이 복합만성질환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더 크다는 의미이며, 더불어 남성보다 여성이, 85세 이상 보다 70~75세 미만 연령대 환자의 위험도가 더 높았다.한편, 만성질환이 복합만성질환과 연관되었는지를 보려고 만성질환을 포함해 Odds ratio를 계측한 결과, 천식+만성폐쇄성폐질환(COPD)를 동시 보유한 경우가 비보유한 경우보다 위험도가 16.7배 높았다. 순위로는, 천식 다음으로 만성요통, 불면증, 우울증, 요로결석, 요실금, 저혈압 순이었다. 남성과 여성 간 비교에서는 유사한 위험도를 보였으나, 담석증(14.4), 전립선 비대증(13.5)의 경우 남성의 복합만성질환에 관한 상대적 교차비가 여성보다 높았고, 여성은 천식(18.2), 요실금(16.6), 하지정맥류(15.3)가 높았다.만성질환관리 전략(영국사례)2개 또는 그 이상의 만성질환을 보유한 복합만성질환자를 잘 관리하는 영국의 사례를 보면, 65세 이상 인구 중 COPD 환자는 평균 4.5개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었다. 더불어 국제표준 COPD가이드라인에서도 COPD 환자를 평가할 때 동반상병(co-morbidities)을 평가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강조하고 있다(그림2). COPD 환자중심평가(patient-centered assessment) 과정을 요약한 알고리즘이 제시되어 있는데, 일단은 환자를 대상으로 금연, 운동 및 신체활동 향상, 환자교육 및 자가관리, 폐렴구균 예방접종, 동반상병의 평가 및 치료,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등을 실시하도록 권고하고, BMI 값이 >25일 경우에는 식이요법을 권장하고, 반면 <20이라면 영양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과정을 제공하였다. 또한 질환의 증상이 나타나거나, 기능적 제한이 있거나, 질환이 더 악화되거나, 저산소증에 빠졌거나, 전반적 돌봄이 필요하다면 이에 대한 각각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그림2. 영국의 동반만성질환 현황과 환자중심평가 알고리즘(출처: 자료: NHS, Managing multi-morbidity in practice.. ; what lessons can be learnt from the care of people with COPD and co-morbidities?, 2013)만성질환 관리 모형(영국사례)NHS의 만성질환관리 모형은 환자를 3단계로 구분한다. 1단계(level 1)는 자가관리(self-care) 대상자로서 만성질환자의 70~80%가 해당한다. 2단계(level 2)는 고위험자로서 해당 임상경로 및 프로토콜에 기반한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다학제적이고 집중서비스팀에 의해 사전등록 되어 관리를 받는다. 3단계는 복잡한 복합질환 환자로서 2개 이상 만성질환에 이환되었거나, 질병이 악화된 상태이므로 적극적인 의료관리 대상자이다. 이처럼 만성질환관리를 위해 환자질병을 중심으로 예방, 검진, 진단, 치료, 추후관리 등 포괄적 서비스가 제공하도록 구성돼 있다(그림3). 그림3. 영국 NHS의 만성질환모형(출처: National Clinical Guideline Centre, 2010) 본 만성질환관리모형에서는 Level 1에서 만성질환의 사전예방을 위한 일차예방 및 건강증진을 시행한다. Level 2에서는 전체인구를 대상으로 건강생활습관의 실천지원, 만성질환의 조기발견, 자가관리 전략을 수립하고, Level 3에서는 level 2 관리에 실패한 환자, 고위험자를 포함해 의료 및 사회서비스 평가를 위한 정보시스템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케어플랜과 네트워크화된 전문가 팀 서비스를 제공한다. Level 4에 이르면 전체적 사례관리를 평가하고, 복합성 고위험의 사례관리와 더불어 주거와 사회적 서비스가 복합된 이른바 통합보건의료사회서비스를 제공한다(그림4). 그림4. 영국의 만성질환관리모형(출처: NHS Wales(2007), Improving Health and the Management of Chronic Conditions in Wales: An Integrated Model and Framework for Action)만성질환관리를 위한 대응(영국사례)영국은 국민을 위한 만성질환관리서비스를 질병중심모형에서 환자중심복합상병모형 체계로 변화시키는 중이다. 최근에 등장한 통합관리모형(integrated care model)은 고위험군이나 복합적 요구도가 있는 'level 2'와 'level 3'에 있는 환자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복합상병을 지닌 환자가 예상보다 규모가 크므로 ‘level 1’ 에 포함된 환자를 대상으로 통합된 진료서비스 제공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는 실정이다. 영국의 ‘만성질환 비젼 2012~2020’에서는 생활습관 중재, 교육을 통한 능동적 건강증진방안을 실천하여 건강불평등 상황을 개선하고 건강수명의 연장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1)건강위험수준 측정, (2)지역사회내 연계팀(neighborhood teams), (3)의사결정공유/자가관리, (4)취약그룹관리 등의 실행계획을 실천하고 있다. <필자소개>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3-11-22 11: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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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80> 희망의 약업생태계: 생애전주기 건강관리가 약사의 미래상이다
<80> 희망의 약업생태계: 생애전주기 건강관리가 약사의 미래상이다약국과 약사의 업무범위를 지역사회 기초건강 및 만성질환 관리자로 확장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약사 직무의 최우선적 항목은 법률이 정한 약사(藥事)에 입각한 의약품 및 약료 관리자로서 우수한 서비스의 제공이지만, 초고령화 시기에 진입하는 우리나라에서 미래의 약사는 이제부터라도 지역 주민의 전생애주기적 건강관리, 만성질환관리라는 중차대한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에 대하여 인식하고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건강위험요인과 만성질환의 상관성WHO에 따르면, 심뇌혈관질환, 암, 당뇨병, 호흡기질환 같은 만성질환은 세계적으로 주요한 사망 및 장애유발 요인이다. 그리고 만성질환의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위험요인에는 흡연, 위험음주, 신체 비활동, 영양 불균형, 비만 등이 손꼽힌다(그림1). 그림1. 만성질환의 대표적 종류(출처: 대웅제약)2013년에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했던 만성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 중에서 통제 또는 예방이 가능한 것으로는, (1)흡연, (2)위험음주, (3)신체비활동, (4)영양불균형 같은 ‘건강행태’와 (5)비만, (6)고혈압, (7)고콜레스테롤증 같은 ‘생물의학적 요인’이 제시되었으며, 각 건강위험요인 별로 강한 연관성을 가진 만성질환이 제시된 바 있다. 이같은 건강위험요인은 일상에서 개인의 생활습관을 변화시킴으로써 질환을 예방하거나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서 건강관리 패러다임의 변화를 꾀하자는 것이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최선의 전략’으로 알려지는데, 이제는 질병을 치료, 관리하는 것으로부터 건강위험 요인을 포괄하는 예방 및 건강증진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이 세계적인 대세이다. 즉, 약사를 포함한 전문의료인은 흡연, 위험음주, 신체비활동 등 각 단일 건강위험요인을 감소시키려는 지존의 전략에서 더 나아가 요인들이 어우러져 질병을 발병시키거나 악화시키는 환경과 조건을 통합적으로 이해하여 관리하는 방향으로 관점을 확장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다수의 연구문헌들에서 주로 개별적 위험요인이 만성질환에 미치는 영향력을 규명했지만, 다수의 건강위험요인들을 복합적으로 분석하여 만성질환과의 관련성을 제시하는 것이 최근의 연구경향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복합건강위험요인의 분포와 유병 현황에 대한 연구결과는 매우 미흡한 편이다(그림2). 그림2. 건강의 결정요인(출처: 구글 이미지)성인의 건강위험요인다양한 기준이 존재하겠으나, 앞서 보건사회연구원이 제시했던 7가지 요인을 평생 건강관리를 위한 위협요인으로 활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첫째,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했던 2010년 한국의료패널 자료로부터 ‘흡연’ 곧, 현재 흡연자(매일 및 가끔 흡연자 포함)를 건강위험요인으로 규정했다. 둘째, ‘위험음주’는 국민건강영양조사의 국민건강통계(2011년) 분류기준에 따라서 1회의 술자리에서 평균 남자는 소주 7잔, 여자는 소주 5잔을 마시며, 이러한 술자리가 주 2회 이상 있는 경우로 정의했다(그림3). 그림3. 건강위험요인 7가지(출처: 보건사회연구원)셋째, ‘신체비활동’은 격렬한 신체활동 또는 중등도 신체활동이 있거나, 지속적 걷기운동을 30분 이상 실시하는 경우라 설정하고, 넷째, 한국의료패널에서는 과일 및 채소 섭취여부를 묻는 문항이 없어서, ‘영양불균형’에 대한 문항은 규칙적 식사여부로만 구분했다. 다섯째, ‘비만’은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경우로 정했고, 고혈압 또는 고콜레스테롤 혈증은, 의사의 진단을 받았거나 해당 질환으로 외래 방문한 경우까지를 포함한다.복합건강위험요인 분포위 기준에 따라 조사한 결과를 요약하면, 우리나라의 남성은 건강위험행태요인을 가지지 않은 경우는 전체의 17.0%였고, 1개 요인을 보유한 경우는 36.9%, 2개 보유는 28.8%, 3개 보유는 14.9%, 4개 모두 보유한 경우가 2.5%였다. 여성은 요인을 보유하지 않은 경우가 전체의 26.6%로써 남성보다 높았고, 1개 보유 56.2%, 2개 보유 15.9 %였다.30대 이상 성인이 보유한 건강위험행태요인 평균 수는 남성이 1.49개, 여성이 0.92개인데, 2개 이상 건강위험행태요인을 보유한 남성은 46.2%이며, 여성은 17.3%였고, 남성이 2개 이상 복합건강위험행태요인을 보유한 비율은 여성보다 2.7배 높았다. 하지만, 남성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건강위험행태요인의 보유 수는 줄어들었고 건강행태는 개선되는 특징이 나타났다. 건강위험행태 요인 4개와 생물의학적 요인 3개를 건강위험요인으로 규정했을 때, 개인 보유분포로는 30세 이상 성인이 7개였도, 복합건강위험요인 중 보유한 요인 수는, 남성이 평균 2.06개, 여성이 평균 1.5였다. 2개 이상 복합건강위험 요인을 보유한 비율은 남성이 66.0%, 여성이 43.9%로 남성 측이 더 높았다.복합 건강위험요인 분석 통한 건강 증진과 예방의 시사점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은 건강상의 주요 위험요인을 2개 이상 보유한다는 것이므로 여기에 치료용 약물까지 다수를 복용하게 되어 약사는 약물상호작용 또는 약물위해작용의 발생 위험성을 관리하는데 전문성을 집중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 같은 수준에서 더 나아가 복수의 위험요인 보유로 인한 군집적 위험상태에 대한 대응이 약사의 새로운 역할로 부각된다고 할 수 있다.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개별 건강위험 요인에 대한 실태분석 외에 이를 하나의 군집, 곧 클러스터(cluster)화하여 분석했던 연구결과는 많지 않다. 4개의 건강위험행태 요인과 3개의 생물의학적 요인 등 7개 건강위험요인 분포만을 분석하여도, 취약계층일수록 건강위험요인 보유개수가 더 많다. 이러한 현상은 군집분석을 통한 저위험, 중간위험, 고위험 그룹간 상호비교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이에, 질병발생의 사전예방, 곧 건강증진의 중요성을 파악한 정부는 1995년에 국민건강증진법을 제정하여 건강정책을 강화하기 시작했고, ‘생활습관’의 개선을 주요과제로 선정하여 ‘개인의 행동변화’와 ‘예방적 보건서비스’의 제공을 적극적으로 활성화하려 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60%를 상회하던 1998년 성인 남성의 흡연률이 2011년에는 50% 미만으로 감소하는 성과를 얻었다.그러나 흡연률의 감소폭은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더 작았다. 소득1분위 저소득층은 1998년도 69.1% 흡연률에서 2011년도에 53.9%로 15.2%p 감소하였지만, 다른 소득계층의 흡연률 하락은 20%p 정도였다. 이는 상대적 건강격차가 심화되었다는 의미인데, 복합건강위험요인에 대한 시계열 자료의 부족 때문에 정확한 실태파악은 어렵지만 아마도 동일한 양상이라고 예상한다.건강위험에 대한 단일요인 시각에서 복합요인 시각으로 변경하여 접근하되, 건강불평등을 완화시키기 위해 취약계층의 건강위험요인 감소효과의 필요성과 수단강구는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전체적(holistic) 관점에서 복합건강위험요인을 포괄하여 개인의 건강행태를 관리하는 정책이 강조되는 것이 유익하다. 왜냐하면 이같은 접근이야 말로 흡연(률)이나 위험음주(율), 비만(률) 등 단일건강위험행동(지표)에만 집중하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게다가 현재의 ‘예방’ 및 ‘건강증진’ 개념에서 더 나아가 ‘Wellness’ 개념으로 확대하여 국민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전환이 바람직하다(그림4). 그림4. 8가지 차원의 웰니스 개념(출처: 구글 이미지) Wellness적 접근이란, 단일이슈, 단순한 생활습관 변화와 질병에 집중하는 것에서 벗어나 건강수준 향상을 위한 전인적(whole-person)관점의 접근을 의미한다. 통합된 wellness 서비스의 예로는, (1)건강생활습관을 위한 지원, (2)가정과 직장(사업장)의 지원, (3)안전, (4)지역사회의 건강친화적 환경조성을 위한 지원과 더불어 (5)복지영역까지 포함시킬 수 있다.이제 약사와 약국의 역할과 기능은 안전하고 정확한 의약품 관리 및 약료서비스 제공으로부터 국민의 전생애주기 건강관리와 만성질환의 예방 및 수시관리로 그 범주가 넓어지고 수준까지 고도화되도록 눈높이를 높여야 한다.<필자소개>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3-09-26 15: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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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79> 희망의 약업생태계: 의약품 중심에서 건강과 질병 관리 중심으로 확장해야 한다
<79> 희망의 약업생태계: 의약품 중심에서 건강과 질병 관리 중심으로 확장해야 한다약국과 약사의 업무범위 확장이 절실히 필요하다. 반세기 이전부터 세계적으로 약사의 업무가 의약품 중심에서 환자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약사 직무행위에 따른 의료보험 수가는 처방감사, 조제, 투약, 복약지도 행위에 근간을 두고 있으며, 수많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여전히 약사의 처방감사, 조제, 투약, 복약지도 행위는 약사의 하루 일과 중 85% 이상의 시간을 점유한다. 약사의 업의 본질은?1880년에 설립된 이스트만 코닥사(Eastman Kodak Company)은 1884년에 사진기 필름을 개발한 초일류 필름제조기업인데, 1977년에 ‘전자 스틸 카메라’란 특허를 출원하여 세계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발명한 기업이기도 하다. 그런데 코닥은 왜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맹주가 되지 못했을까? 이유는 디지털 카메라가 널리 상용화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예측했고, 자신들의 최대 수입원인 필름사진시장에 오히려 방해가 될 것이라 우려했기에 적극적인 개발과 마케팅에 공을 들이지 않았다.이 같은 코닥의 실기는 아쉽더라도 그들이 주장한 “우리는 사진기용 필름을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대신 고객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제공하는 회사입니다.”라는 자신들의 ‘업의 본질’에 대한 소신은 후대에 귀감이 된다.약사의 업의 본질은 무엇이며 또 시장이 변화함에 따라 어떻게 재정의되어야 할까? 필자는 “약사란 지역사회 주민의 전생애 건강관리를 주관하는 전문가이다”라고 주장하고 싶다. 업의 본질에 대한 서사는 약사직능을 규정한 약사법과는 결이 다르다. 이는 약사의 정체성을 소비자에게 소구하는 표현이지, 현재 약사가 만성질환의 예방, 진단, 치료, 돌봄의 과정에 총체적으로 관여한다면 현행 법률 위반의 소지도 있다. 따라서 소모적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헬스케어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조차 어려운 현실에서 약사가 미래 변화에 현명히 대처하는 일환으로서 업의 본질을 재정의하고 지속적으로 구현하는 뚝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약사는 국민의 건강관리 전문가이어야건강과 헬스케어에 대한 정의가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과거에는 건강(health)을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라고 표현하였다. 신체가 기능할 수 있는 능력, 곧 생의학적 관점에 초점을 두었고 질병으로 인해 때때로 중단될 수 있는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상태를 의미하였다. 1948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단순히 질병과 허약함의 부재가 아닌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웰빙" 이란 측면에서 웰빙과 연결하는 더 높은 목표를 가진 건강 정의를 제시하였다. 질병의 관점이 '상태'에서 '과정'으로 바뀌자 건강에 대한 정의도 변했다. WHO가 1980년대 건강증진운동을 주도하면서 새로운 개념을 주장하였는데, 신체상태가 아닌 회복탄력성의 측면, 곧 "생존을 위한 필수적 자원"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것이다. WHO는 1984년에 건강을 "개인이나 집단이 열망을 실현하고 필요를 충족하며 환경을 변화시키거나 대처할 수 있는 정도"라고 표현했다. 즉, 항상성을 유지하고 부작용으로부터 회복하는 능력이란 것이다. 정신적, 지적, 정서적, 사회적 건강은 스트레스를 처리하고, 기술을 습득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개인의 능력을 뜻하고, 이 모두가 탄력성과 독립생활을 위한 자원을 형성한다.21세기 첫 10년동안 건강의 '능력'으로 개념화된 이후로 인간의 건강개선 노력의 성과를 판단하는 평가의 장이 열렸고, 유병률 감소에 초점 맞춘 전통적 접근 방식에서 멀어졌다. 여러 만성질환이나 말기질환을 가진 사람이라도 건강하다고 느끼고 건강결정요인을 재검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건강은 생존의 추구라기보다 일상생활에 잘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신체역량 뿐 아니라, 개인적, 사회적 대처능력이 강조되는 보다 입체적이고 긍정적 개념이다. 약사는 국민의 건강관리에 어디까지 참여해야 하나?2010년도 OECD 보고서에 따르면, 만성질환이란, 세계적으로 합병증으로 인한 장애와 사망의 주된 요인으로 세계인구의 60%가 이때문에 사망한다. 만성질환이 초래한 부담은 의료비 뿐 아니라 삶의 질 저하와 조기사망으로 인한 사회적 자본의 손실 과도 이어진다. 변화하는 질병구조, 의료환경과 궤를 같이하여 만성질환 관리정책 방향을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만성질환관리는 중앙정부, 보험자, 지자체 등 사업주체가 다르고 분절되어 있고 부분적 접근에 국한되어 있다. 게다가 재정부족, 인센티브 미흡, 일차의료 기능 미비, 치료중심 보건의료체계와 같은 문제점도 여전하다.효과적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서는 바람직한 만성질환관리를 위한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단일질환, 단일공급자 중심의 분절적 만성질환관리모형으로부터 연속적, 통합적, 환자중심적인 웰니스(wellness) 모형으로 접근하면서 질병발생이전, 질병유지기간, 질병악화기간과 같은 전 시점에서 연속적으로 예방 및 관리가 가능해야 한다. 여기에 만성질환관리를 위해 중앙정부와 기관사이의 연계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고 지역사회 취약계층에게 wellness 서비스가 잘 제공되도록 보건, 복지, 사회 서비스가 연계되면서 법과 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만성질환관리 프로그램 효과에 대한 근거기반이 마련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 건보공단, 심평원이 보유한 데이터를 만성질환관리에 활용토록 운영플랫폼을 개발하고 보완하는데 약업계도 관심을 기울이고 참여하면 좋겠다. 약업의 직역 확장은 스스로 준비해야 필자는 약업계 원로와 선배들에게 약사의 업의 본질이 ‘약의 전문가’로부터 ‘건강관리의 전문가’로 시급히 전환하고 그 당위성과 논리, 실행모델, 전문콘텐트, 운영플랫폼, 실증데이터 축적이 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자주 조언한다.그러나 약사가 의약품 관리와 약료 행위를 벗어나 왜 만성질환관리에 관여하거나 지역사회 건강관리까지 참여하냐고 난색을 표하는 경우도 자주 접한다. 약사는 여전히 유형화된 물질, 곧 의약품, 건기식, 의료용구, 화장품 등 물질중심사고가 강하다.만성질환은 질병에 대한 환자의 자가 관리가 중요하다. 약사는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데 심도 있고 다양한 인간행동 분석을 통해 비용-효과적인 프로그램과 대응전략을 개발, 제공해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3년에 발표한 ‘효과적인 만성질환 관리방안 연구’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생활습관관리로 수면, 흡연, 음주, 식이, 운동 등 5가지 영역을 강조했다. 단, 약사 직능의 범주가 기존의 의약품 중심에서 환자중심,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하여, 결국 지역주민의 전생애 건강관리에 약사가 얼마나 실효적으로 관여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전략과 의지를 다지는 방향전환이 매우 중요하다. 만성질환의 정의 및 범위미국 만성질환위원회(National Commission on Chronic illness)에서 만성질환이란, (1)질병 자체가 영구적인 것, (2)후유증으로 불능을 동반하는 것, (3)회복불가능한 병리적 병변을 가지는 질병, (4)재활에 특수한 훈련을 요하는 질병, (5)장기간에 걸친 보호, 감시 및 치료를 요하는 질병이나 기능장애 등 5가지 중 1가지 이상 특성을 갖은 손상이라고 규정했다.또한, 미국의 국민건강조사(National Health Survey)에서는 만성질환(chronic condition)을 (1)질병의 종류와 관계없이 발병 후 3개월이 넘어도 낫지 않는 병, (2)실제 이환 기간에 관계없이 질병의 자연사적 특성에 따라 처음부터 만성병으로 분류해 놓은 34가지 질환으로 정의했다.우리나라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는 19세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순환기계, 근골격계, 호흡기계, 내분비 대사성질환, 암, 기타 질환으로 구분하여 24개 만성질환에 대한 유병률 조사를 주기적으로 수행한다. 그리고 건강보험 요양급여일수 산정에 예외적으로 적용하는 만성질환은 고혈압성질환, 당뇨병, 정신 및 행동장애(간질포함), 호흡기결핵,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신경계질환, 악성신생물, 갑성선 장애, 간질환(만성바이러스간염포함), 만성신부전증 등 11개 질환이다.만성질환이란 단순히 정의하기 어렵고,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결국 점차 악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연령이 높아지며 유병률도 증가하며, 기능장애가 동반되는 질병이다. 또한 급성질환과 달리, 환자 스스로 관리가 중요하며,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보건의료중재 및 의사소통이 필요한 속성을 가진다.Wagner는 1998년에 만성질환관리모형(Chronic Care Model: CCM)을 제시하였다. 기존의 보건의료체계는 치료중심적이고, 환자역할을 과소평가하며, 산발적으로 질환이 관리되며, 지역사회서비스의 중요성을 간과, 지속적 관리 및 평가가 미흡하다는 한계점을 인식하여, 만성질환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평가하고, 환자의 건강상태를 유지 및 증진시키려고 주장한 것이다(그림1).그림1. 만성질환관리 모형(출처: 효과적인 만성질환 관리방안 연구, 보건사회연구원, 2013)CCM의 주요 요소는 (1)지역사회 자원과 연계, (2)보건의료기관 특성 활용, (3)자가관리 지원, (4)전달체계(환자의뢰체계) 설계, (5)의사결정의 임상적 근거 제공, (6)임상정보체계 구축으로 구분된다. 이후, 2002년에 WHO는 이러한 CCM모형에 정책적 요소를 가미하여 혁신적 만성질환관리(Innovative Care for Chronic Conditions: ICCC)를 제시하였다. ICCC는 만성질환을 예방, 관리하는 방법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그림2).만성질환자가 스스로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자가관리기술이 중요하며, 단순한 의학적 중재를 넘어 만성질환자와 그 가족, 지역사회 파트너, 보건의료팀이 연합하여 만성질환을 통합적으로 관리, 예방하며,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그림2. WHO의 혁신적 만성질환관리 모형 (출처: Innovative care for chronic conditions: Building Blocks for Action: WHO Global report, 2002)<필자소개>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3-09-07 14: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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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78> 희망의 약업생태계: 약업 신사업 모델에 대한 캐즘이론적 접근
<78> 희망의 약업생태계: 약업 신사업 모델에 대한 캐즘이론적 접근새로운 기술과 경영모델을 지속적으로 수용해야 할 약업계가 팬데믹을 겪으면서 변화의 수용력을 확대하느라 분주하다. 필자는 지난 호에서 우리나라 약업생태계로 밀려드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로 ‘디지털 전환’, ‘지역사회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 그리고 ‘전문약사제도’를 열거했었다. 시류나 시장의 판세까지 완전히 바꿔버리는 거대한 변화, 곧 패러다임의 변화상을 겪는 약업계는 첨단 디지털 기술의 속성을 잘 파악하여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캐즘(chasm)이란? 출시된 제품이 아무리 훌륭해도 일반 고객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기까지 넘어야 할 침체기를 가리키는 경제용어를 ‘캐즘(Chasm)’이라 부른다. 이는 어떤 제품이 시장진입 초기로부터 대중화되기 까지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단절현상을 뜻한다. 원래 지각변동으로 지층 사이에 큰 틈이 만들어진 것을 의미하는 지질학 용어였는데, 무어(Geoffrey A. Moore)가 1991년 미국 벤처업계의 성장과정을 설명할 때 이 용어를 사용한 후로는 이제 하나의 이론(Chasm Theory)으로 자리잡았다(그림1).그림1. Five phase of Technology Adoption Lifecycle 간단한 예를 들면, 아직도 많은 이들은 '맞춤형 건기식 소분사업 모델'이 캐즘을 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수년 전 10여개 기업이 맟춤형 건기식 소분사업 모델에 착수했고 지금도 많은 기업이 그 사업모델을 전개 중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지도 않았고 현재까지 대중화가 될지 미지수이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독자나 친지들에게 소분형 맟춤 건기식을 구매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을 받을 때 대부분 '아니오'라고 대답한다면 소분형 맞춤 건기식은 아직 캐즘을 넘지 못했다는 증거이다.기술수용 주기가 캐즘 이해의 지름길 신제품이 출시되면 이를 수용하여 구매하는 순서에 따라 ①혁신자, ②선각자, ③전기다수(실용주의자), ④후기다수(보수주의자), ⑤지각 수용자(회의주의자)로 나뉜다(그림2). 혁신자와 선각자 그룹을 합하면 전체 구매자의 약 16%정도 되는데 이들은 신제품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이 크므로 출시 즉시 구매하는 속성을 보인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매우 고마운 고객 그룹이며 이들은 위해서는 특별한 영업정책이 필요하다. 이어서, 전기다수라 불리는 그룹이 구매하고 후기다수 그룹, 지각 수용자 그룹 순으로 구매가 이뤄지며, 끝까지 구매하지 않는 그룹도 존재한다. 신제품은 일반적으로 혁신자 및 선각자 그룹으로부터 폭발적이 구매반응이 나타나면서 시장에서 성공하는 듯 하지만 꾸준한 기술혁신이 이어지지 못하면 후발 그룹들이 구매를 주저하는 ‘소비의 공백현상’ 즉 캐즘(chasm)이 발생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그림2. 기술수용 주기에 따른 소비자의 반응패턴 고객은 새로운 제품, 점포, 서비스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다. 그러나 즉시 충족되지 않으면 발길을 돌려버리므로 기대감이 충만한 일정기간이 만족없이 지나버리면 가차없이 새로운 대상을 찾아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캐즘 현상은 창업이나 점포이전, 신제품 출시에만 국한하지 않고 마케팅 전반에서 발생한다. 캐즘 현상에서 신속히 벗어나려면 기업은 끊임없이 신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메뉴를 출시하고, 제품가격을 다양화하여 판촉행사를 전개하고, 세세한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고객에 대한 관리를 체계화해야 한다. 일단 길고도 깊은 캐즘 골짜기로 들어가면 여기에서 다시 빠져나와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캐즘 현상은 그림 1처럼 한번만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전기자동차 시장의 사례를 보면 초기 시장이 세분화되어 1차 캐즘 발생후 곧이어 2차 캐즘이 도래했음이 뚜렷하다(그림3).그림3. 캐즘 현상의 반복성기술수용 주기에 따른 소비층의 특성고도첨단기술이 포함된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려면 기술수용주기(Technology Adoption Life Cycle, 신제품의 수용을 이해하기 위한 모델)'에 대한 깊은 이해와 철저한 대응전략이 요구된다. 첫째, 선도 수용자(기술 마니아)는 모든 신기술을 최초 수용하며 신기술을 깊이 이해하는 부류이다. 가장 먼저 제품의 구조와 성격을 이해하고 시장에서 그 제품이 어떤 다른 제품보다 경쟁력을 지닌 이유를 심도 있게 파악한다. 이들이야말로 신기술을 시장 입구에서 검증하는 문지기이자 첨단기술 마케팅에서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이다. 기술 마니아층이 중시하는 사실은 (1)속임수가 없는 사실 그 자체, (2)언제 어디서든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면 유능한 전문가에게 설명을 듣고자 하며, (3)신제품의 최초 사용자가 되기를 고대하며(innovator), (4)저렴한 가격을 중시한다. 이들은 무엇이든 (5)기업에 요구하는 속성(prosumer)을 가지므로 직접반응광고가 이들에게 효과적이다. 또한 초기시장에 불씨를 지피는 불쏘시개 역할을 담당하므로 (6)기업의 입장에서는 신제품과 서비스의 성패를 좌우하는 바로미터와 같은 존재로서 소중히 관리해야 할 고객층이다. 둘째, 조기 수용자(선각자)는 (1)떠오르는 신기술과 전략적 기회를 연계하는 통찰력, (2)이를 위험성이 크면서 장래성이 밝은 프로젝트로 전환하는 기질(early adaptor), (3)프로젝트를 조직에서 수용하도록 이끄는 통솔력을 지닌 특질을 지닌 부류이다. 단지 개선이 아닌 근본적 혁신을 추구하며, 기술 마니아층과는 달리, (4)어떤 시스템의 기술자체 가치가 아니라 그런 기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전략적 도약이 가진 가치에 더 집중한다. 이들은 자신이 주목하는 기술의 엄청난 잠재성을 이해하므로 (5)기술수용 주기의 모든 집단 중에서 가장 가격에 민감하지 않다. 더불어 미래를 기회의 창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며 그 창이 빠르게 닫힌다고 생각하므로 (6)조급한 경향을 가진다. 셋째, 초기대중(실용주의자)은 첨단기술의 역사 전반에 걸쳐서 (1)모든 기술제품이 구축하는 시장규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류이다. 실용주의자는 (2)굳이 개척자가 되려 하지 않고, (3)초기 시험장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며, (4)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즐기지 않고, (5)극적 상황을 거의 연출하지 않고, (6)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다.실용주의자를 상대하는 마케팅에 성공하려면, 이들이 가진 가치관을 이해하고 충족시켜야 한다. 이들은 신제품을 도입할 때 다른 사람이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고 싶어하며, 불가피하다면 위험부담을 감수하지만, 일단 안전장치를 마련한 후에 구매를 결정하는 등 세심하게 상황을 관리하는 성향이다. 즉 이들의 마음을 얻기는 힘들지만 일단 고객으로 확보하면 충성도가 높다.넷째, 후기대중(보수주의자)은 실용주의자와 거의 동일한 규모이므로 (1)모든 유효고객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하지만 (2)기대만큼 기업의 수익성을 극대화 시켜주지는 않는데, 왜냐하면 대체로 첨단기술 기업이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수주의자는 (3)본질적으로 불연속적인 혁신에 반발하는 속성을 가진다. 이들은 (4)진보보다는 전통을 더 신뢰하며, (5)자신에게 유용한 것을 발견하면 단지 그것을 고수할 뿐, 큰 변화를 즐기지도 않는다. 이들은 첨단기술을 두려워하므로, 제품의 완성도가 정점에 이르고, 시장점유율 경쟁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제품 자체가 범용품으로 취급되는 시점인 (6)기술수명주기의 마지막 단계에 구매를 결정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모든 요소가 구비된 완제품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구입하려 하고, 첨단기술 제품이 가전제품처럼 일상적 사용에 편리하기를 기대하고, 이들이 선호하는 제품은 단 한 가지 기능에 충실한 것이다.다섯째, 말기 수용자(회의주의자)는 (1)기술수용 주기의 마지막 6분의 1을 차지하는 소비자 그룹이다. 극단적으로 보면 첨단기술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다. 이들의 대표적 주장은 (2)어떤 유형이든 단속적인 혁신은 자체적인 약속을 충족시키지 못하며 항상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초래한다는 의견이 강하다. (3)파악하기 힘든 위험부담이 도사리는 결과의 조합은 이들에게 가망성 없는 도박처럼 인식한다. 회의주의자는 (4)첨단기술의 마케터에게 판매를 위해 내세운 주장과 실제 제품의 성능 간 불일치를 끊임없이 지적한다. 사실 이런 불일치함은 고객에게 실패의 가능성을 유발하고, 그런 실패는 결국 입소문을 통해서 시장점유율의 하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캐즘 이론이 약업계에 주는 시사점약업계 안에도 이와 같이 케즘 이론이 적용될 것이다. 약업계 안에는 약사와 일반소비자라는 두가지 소비자 그룹이 존재한다. 약국산업과 약사가 채택하게 되는 디지털 신기술이 접목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플랫폼도 약사와 일반 고객이란 이중 소비자에 의한 기술수용 주기가 나타날 것인데, 이 기술과 제품을 공급하는 이는 정부나 약사사회가 아닌 기업과 시장이란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약업계 종사자들은 주로 제도 및 법령의 변화와 정책의 수립에 주목하는 경향이 강한데, 사실은 기술의 변화와 그 기술의 수용주기에 따른 제품과 서비스의 수용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하는 역량과 시장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선각자 그룹(그들이 약사이든 일반 소비자이든)이 좋아하는 독특한 제품이나 서비스 모델을 보고서 그저 미투(me-too)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시장에 합류하는 방식으로는 단지 16%의 선도고객층을 단기간 동안만 붙잡을 뿐, 진정한 다수인 84%의 후발고객층을 유인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약국과 약업계 종사자들은 꾸준한 혁신과 기술개발을 추진함으로써 고객의 관심을 새로운 시장으로 이끌어줄 역량을 길러야 한다. 약국의 디지털 전환, 커뮤니티 케어 시대에 걸맞는 약사중재 서비스 모델, 전문약사 시대에 적합한 전문약료 서비스 모델이 단지 동시에 등장하는 데서 더 나아가 지속적 발전과 혁신을 이끌어 갈 주체세력이 형성되고 다양한 소비자층을 충성고객으로 유인할 전략과 역량까지 갖춰지면 좋겠다. <필자소개>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3-07-31 16: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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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77> 희망의 약업생태계: 동시 3박자의 거대한 변화에 대응하려면
<77> 희망의 약업생태계: 동시 3박자의 거대한 변화에 대응하려면살다 보면 중요하고 어려운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경험을 자주 한다. 직장의 중요한 일과 가정의 중요한 일이 한꺼번에 터지기 일쑤다. 약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킬 주요 현안들의 발생과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관찰해보면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는 경구가 떠오른다. 지금 우리나라 약업생태계에로 밀려드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몇가지 꼽아보면 첫째 ‘디지털 전환’, 둘째 ‘지역사회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 그리고 셋째는 ‘전문약사제도’라고 본다.누가 어떻게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까?문제상황을 접하게 되면 해결을 원하는 주체들이 모여서 지혜를 모은다. 아무리 좋은 방안이 도출되어도 야무진 실천이 있어야만 성과를 낳는다. ‘디지털 전환’이 범세계적인 대규모 변환이라면, ‘커뮤니티 케어’는 한 국가 내에서 시대의 흐름을 바꿀 중간급 규모의 변환일 것이다. 그리고 ‘전문약사제도’는 직능단체와 개별 약사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비교적 소규모 변환에 해당한다. 어떤 문제가 그 파급력이 크거나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수록, 차근차근 체계를 갖추어 신중히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두르다 보면 시대적 중대사를 졸속으로 처리하기 십상이다. 얼마 전 필자는 모 국가기관으로부터 바이오-제약산업 분야의 위기관리체계 수립에 관한 자문을 요청 받았다. 한 산업분야의 위기관리체계란 행정적, 법률적, 정책적, 기술적으로 어떠한 규모와 수준의 문제에 봉착했으며, 어떤 점이 미흡하거나 위험한 우선순위이며, 이를 어떤 방식으로 예지하고, 예방하고, 대응하고, 또 보완할 것인지를 대비하는 총체적인 시스템일 것이다. 마침 얼마전 이른 아침에 수도권 일원에 갑자기 민방공 경보가 발효되었다. 수십년간 있는듯 없는듯 형식화된 대응채비와 훈련상태가 실제 위기를 만나면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지 깊은 우려를 자아냈다.일 처리 방식의 다양함과 차이 어떤 문제점을 파악했으면 이제는 해결방안을 찾아서 실천해야 한다. 난이도가 높은 다수의 일을 처리해야 할 때,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가 주어진 작업을 처리하는 방식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1)복수의 업무를 순서대로 하나씩 처리하는 ‘순차처리’, (2)복수의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는 ‘병렬처리’, 그리고 (3)병렬 방식보다는 다소 복잡하나, 한 개의 업무를 어떤 순서로 처리하든 상관없이 여러 개의 작업으로 분할하여 처리하는 ‘병행처리’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 뇌’인 컴퓨터와 ‘화학 뇌’라 불리는 사람의 뇌는 구조와 작동하는 방식이 상이하지만 다수의 일을 처리하는 업무방식은 얼추 비슷하다. 흔히 멀티 프로세싱(multi-processing)과 멀티 스레딩(multi-threading)이란, 효율적인 컴퓨팅을 위한 병렬처리 기법을 일컫는다. 전자는 운영체계(OS) 관점에서 다수의 프로세스를 동시에 운영하는 방법이고, 후자는 하나의 프로세스에서 내부기능을 동시에 작동시키는 방법이다. 예컨대, 멀티 스레드 프로그램이란, 병행처리 방식의 연산 프로그램으로서 작업자가 1명이라면 분할된 작업들을 순차적으로 처리하지만, 작업자가 2명 이상이면 같은 작업을 병렬적으로 처리한다는 뜻이다. 만약 중앙처리장치(CPU)가 1개라면 병행처리를 순차적으로 처리하고, 여러 개라면 병행처리를 병렬적으로 실행시킬 수 있다.CPU가 1개일때 병행처리 하는 방식은 첫번째 스레드(프로세스 내에서 실제로 작업을 수행하는 주체)를 일부 작동하다가 멈춘 뒤, 두번째 스레드를 작동하다가 다시 멈추고, 세번째 스레드를 작동시키는 원리로써 처리한다. 이렇게 스레드가 바뀌면서 순차적으로 병행 처리되는데, 이는 어떤 사람이 다수의 일을 처리할 때에도 어느 한 순간에는 오직 한가지의 일만 처리할 수 있는 원리와 유사하다. 컴퓨터 내부에서 여러 개의 스레드가 무작위로 번갈아 실행되므로 사람이 관찰하기에는 마치 컴퓨터가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일을 처리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만약, 스레드의 개수를 2배로 증가시킨다면 처리량도 두배가 될 수 있을까? 아니다. CPU 개수의 제약이 있다면 스레드가 병렬로 동작하지 않으므로 소위 스레드 간 컨텍스트 오버헤드(context overhead) 현상이 발생한다. 이렇듯 약사 사회도, 컴퓨터의 일 처리 방식과 비슷하게 위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은 중요사안에 대한 분석과 의사결정이 동급, 동수준의 결정주체(CPU)를 늘리지 않는 한 일처리에서 발생하는 지연현상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약사회는 동시다발적으로 다루고 처리해야 하는 사안들을 원활히 처리하기 위하여 책임부회장제, 특보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그러나 약사회가 다양한 회무를 처리하는 방식이 컴퓨터와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면, 이는 일처리의 속도와 정확성 못지않게 해당 일처리로 인한 결과나 성과에 정무적 판단이 강하게 개입된다는 점이다. 이렇듯 판단할 때 외부요인, 곧 이해당사자들 간의 조율이나 협의가 마치 공식처럼 작용하지도 않고 그 귀추를 예측하기도 어렵다. 즉, 그때 그때마다 상황의 본질과 대응방안이 다르다. 성능 좋은 소프트웨어란 유익한 기능을 많이 제공하는 것이다. 하드웨어의 성능도 중요한데, 일단 고성능 CPU는 처리속도가 매우 빠르므로 주변기기와 주고받는 데이터의 입출력(IO)에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나는 새로운 장애요인이 생긴다. 그러므로 CPU가 작동하면서 IO를 병렬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하면 소프트웨어의 효율성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다시 말하면, 멀티 프로세싱은 프로세스를 여러 개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며, 멀티스레딩은 하나의 프로세스를 여러 개의 스레드로 나누어 처리하여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그림1). 그래서 멀티 스레딩이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떠오르게 되며, 여기에 OS는 이 둘을 잘 활용하여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의 폭을 확대해준다.그림1. 멀티 프로세싱과 멀티 스레딩의 개념 멀티 프로세싱(Multi-Processing) 개념의 응용컴퓨팅 시스템에서 1개 이상의 프로세스를 동시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것이 멀티 프로세싱이다. 여러 개의 프로세스 유닛(CPU)을 가진 하드웨어에 적용하는데, 다수의 프로세서(processor)로 다수의 프로세스(process)를 협력적으로 동시 처리하므로 자식 프로세스를 생성하는데, 생성된 프로세스는 고유의 메모리 영역(Heap, Stack, Code, Data 등)을 소유한다. 그리고 프로세스끼리 독립되기에 프로세스 사이에서 공유할 자원이 있다면 프로세스간 통신(Inter-Process Communication, IPC) 메커니즘을 활용한다(그림2). 즉, 각각의 CPU는 자신만의 레지스터와 메모리를 소유한다. 이렇게 멀티 프로세싱을 사용하면, 프로세스를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고, 병렬적으로 처리가능한 작업으로 분해하여 컴퓨팅 성능도 향상시킬 수 있다(그림1). 이런 일처리 방식을 약사 사회가 처한 멀티 테스팅 상황에 적용해보면, 약업계가 처한 중요현안들에 대하여 중요도와 수행가능성을 평가하여 전국의 약사회 주요 지부가 업무를 분장한 뒤, 주도성을 가지고 처리하면서 대약 집행부내 해당 업무를 관장하는 위원회와 조율하여 약사 사회의 공통되고 이익이 극대화되는 전략과 정책을 수립하여 동시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약사회의 일처리 방식을 재편하면 어떨까? 전국의 약사회 지부가 보유한 행정관리, 전략수립, 정책기획, 학술연구 역량으로써 이런 기능을 수행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예로써, 약업계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정책안 기획과 실행방안 연구는 대한약사회와 서울지부 및 경기지부가, 커뮤니티 케어의 활성화 방안 연구는 다양한 인구유형이 거주하는 대약과 경기지부, 광주지부, 전남지부, 전북지부, 경북지부 등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전문약사제도에 대한 구체적 연구는 대약과 인천지부, 충북, 충남, 대전, 경남, 제주 지부 등이 업무 컨소시엄을 구축해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더불어 해당 지부가 소재한 지역의 약학대학과 정책대학원, 경영전문대학원들도 참여하도록 유도하여 정책내용과 실행방안의 수준을 지금보다 향상시키면 좋겠다.멀티스레딩(MultiThreading) 개념의 응용이는 하나의 프로세스 안에 여러 개의 실행흐름(스레드)를 두는 방식으로 여러가지 실행을 동시에 실행하는 하나의 프로세스를 운영하는 방식이다(그림2).그림2. 스레드의 메모리 구조 개념(예시)소프트웨어적 기법으로 하나의 프로세스를 작은 단위의 스레드로 분할, 운영하면 다중 CPU가 지원되어야 할 필요성은 낮아진다. 대신 파이프라인 기법으로 구현하면 된다. 프로세스 내에서 데이터, 힙, 코드 영역을 공유하므로 자원의 관점과 문맥교환 관점에서 멀티 프로세싱 방법보다 더 효율적이다. 이렇게 할 때의 장점으로는 첫째, 하나의 프로세스에서 여러 스레드를 병렬적으로 수행하기에 작업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둘째, 다른 스레드는 작업을 계속 수행하면서 입출력(IO) 스레드를 진행할 수 있어 사용자의 작업요구에 대한 응답성이 향상된다. 셋째, 독립적인 스레드는 레지스터와 스택 메모리 영역을 가지면 되고, 그 외의 필요한 정보는 프로세스의 데이터, 코드, 힙 영역을 공유하면 된다. 이로써 불필요한 자원의 중복을 막아 시스템의 효율성이 높아진다.다제약물관리사업, 방문약료사업 등은 이제 시범사업 단계를 넘어서 지역사회의 공중보건 및 약료적 실용성을 구체적으로 증명하고, 정규 보건의료서비스의 대안으로 정착해야 한다. 이게 탄력을 받으려면 방대한 데이터를 모아서 전국적 편차와 특이성을 파악해야 하므로 각 단위 시범사업 성과데이터를 융합, 분석함으로써 더 이상 건강보험공단이 주도하는 사업구조에만 보조적 협력자의 위치에 머무르지 말고 그간 이 사업으로부터 획득한 노하우와 정보체계를 약사 사회가 독자적으로 심화할 지역사회 약료서비스 전산플랫폼을 개발, 정착시키는 시도를 서둘러야 한다.기술은 혁신을 낳고, 혁신은 가치를 낳고, 가치는 변화의 주체를 증명한다전국에 산재한 200여개 분회, 지부들을 활용해 동시다발적으로 밀려오는 문제를 대응할 역량을 구비하는 것은 약사직역의 영속성은 물론, 약국의 잠재력 확대와 국가의료서비스 수준 확대에 기여할 것이다. 진정한 지도력이란 독재도 아니고 야합도 아니다. 거대한 쓰나미와 같이 밀려오는 도전을 극복하고 발전하기 위하여 마치 작은 개인 컴퓨터들을 병렬로 연결하여 슈퍼컴퓨터에 버금가는 역량이 발휘되는 것처럼 야무지게 상생하는 약업생태계가 되기를 기대한다. <필자소개>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3-07-03 1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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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76> 희망의 약업생태계: 시장변화에 대한 감수성이 차이를 만든다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존재한다. 일본의 반도체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추격을 가벼이 여기다가 파괴적 기술력에 추월당한 사실을 아쉬워하며 여전히 삼성전자를 일본기업보다 한 수 아래로 여기려 한다. 이는 마치 유럽 제국이 선진 문물을 전해줬다고 미합중국이란 신생국을 낮춰 보는 심리를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미래는 내 편이 아니다.시장의 변화 속에 기회가 있다1980년대 일본기업이 생산한 D램의 대부분은 미국의 대형 컴퓨터 제조사가 사용하였다. 기업형 컴퓨터 회사들은 무려 25년 동안 사용해도 고장이 없을 정도로 부품에 대한 품질보증을 요구했고, 이러한 D램을 만들어낸 일본 기업들은 세계시장의 80%를 석권하였다. 1990년대부터 개인용 컴퓨터(PC) 시대가 열리면서 PC용 D램 성능은 장기적 내구성 보다는 PC 교체주기인 단 5년만 버티면 충분하므로 적정 기술에 저렴한 가격을 내세웠던 후발주자 삼성전자의 전략이 적중하였다. 폭증하는 PC 수요에 부응하여 값싼 D램을 대량생산하는 데 성공했던 삼성전자는 세계시장점유율 1위 기업으로 발돋음했다. 사후분석에 따르면, 일본 메모리 반도체 산업 추락의 본질은 과잉기술로 과잉품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선진기술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자만심 때문에 컴퓨터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파악하지 못하고 스스로 기술의 후진성을 자초한 것이다. 일본의 D램 산업은 한국의 ‘파괴적 기술’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서도 완패한 것이다.시장환경이 또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거나 예측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는 급격한 고령화이다.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저하되는 가운데 이제는 세계적 경제 위기설까지 언급된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반드시 준비해야할 분야는 고령자 돌봄체계의 구조개혁이다. 2017년 노인실태조사 결과, 57.6%는 비록 불편해도 지금 사는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고 답했다. 사실 대다수의 노인은 병원이나 돌봄시설에서 생을 마치는 상황이고, 불충분한 재가서비스 때문에 돌봄은 가족에게 매우 큰 부담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돌봄 지출의 급증세를 대비함으로써 사회보장제도의 지속가능성도 확보해야 한다. 지역사회 통합 돌봄은 초고령사회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총체적인 돌봄 불안감을 해소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노인들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생활을 이어가도록 주거·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는 정책이다. 2018년 11월에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이 발표됐고, 2019년 6월부터 2년간 전국의 16개 시군구에서 지역 자율형 통합 돌봄 모형을 도출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전개하였다(그림1). 이 정책의 비전은 ‘노인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포용국가’이며, 목표는 2025년까지 서비스 제공체계를 완성하는 것이다. 현재와 미래에 약업샹태계에 종사할 이들은 ‘지역사회 통합 돌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적절한 대응 이야말로 향후 30여년 간 ‘디지털 전환’ 못지않게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주요한 축이란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그림1. 지역사회 통합 돌봄의 체계(출처: 보건복지부 정책자료)아프니까 청춘이듯 변하니까 시장이다 시장(市場)의 사전적 정의는 ‘경제학적으로 권리, 용역, 제품(또는 재화)의 소유권 교환을 촉진하기 위하여 경제학적인 또는 경제학적 방향을 가진 인간의 상호작용으로 발전된 자연적인 사회구조’이다. 시장이 변하는 까닭은, 거의 항상 미리 예측할 수 없던 새로운 정보와 기술의 등장 때문이다. 정보와 기술은 재화와 용역을 변화시키고 이들의 상호작용도 복잡하게 만든다. 예전에는 팬데믹 같은 급격한 변화에 대응방안을 고심했듯이, 이제 엔데믹 시대에는 경기 활성화란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다. 변화에 끊임없이 대응하고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정확성과 영향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차원의 비즈니스를 추진해야 한다.대부분의 조직이나 개인은 변화의 빠른 속도를 쫓아가는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CEO의 63%는 조직의 프로세스와 실행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가속격차’를 느낀다. 가속격차란, 새로운 기회로 인한 변화속도 대비 어떤 조직이 그 기회를 활용하는 능력 사이의 격차를 말한다. 이것은 계속 커지고 있으며 여기에다 시장 변동성, 데이터 볼륨 같은 부담요인까지 커질수록 그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가속격차 현상은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부터 존재했었다. 팬데믹 시기에는 약업계의 모든 조직의위기대응력이 도전 받았고, 새로운 모범사례가 집중조명을 받았다. 경영학자인 피터 쉬램프는 팬데믹 때문에 잠시 잊고 지냈던 "뉴노멀" 시대를 살아가는 기업과 조직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1)지속적 인재정비, (2)실시간 실행, (3)완전한 가시성으로 불확실성 완화, (4)단기간에 비즈니스 프로세스 재구성, (5)새로운 미래 구상, (6)인적자원의 성과향상, 그리고 (7)현실적인 효과 측정을 제시하였다.시장과 미래는 큰 시야와 적극적 협의를 통해서 열린다최근 대한의사협회(의협)·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과 대한간호협회(간협)의 간호법 입법과정에서 이견이 팽팽하다. 핵심쟁점은 다음과같다첫째, 간호법이 '누구를 위한 법'이냐’이다. 의협과 간무협은 이 법이 간호사의 권리와 이익에 국한돼었다며 모든 직역이 균등히 보상받고 처우개선 혜택을 누릴 권리를 강조한다. 간호법이 제정되면 점진적인 개정을 통해 조금씩 간호사의 권한이 늘어날 것에 위기감을 느끼는 듯하다. 반면, 간협은 초고령 사회 진입, 만성질환 증가에 따른 간호인력 수요와 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하고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불법진료로부터 간호사 및 환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어 국민의 건강을 위한 법이라고 주장한다. 둘째, 법안에 포함된 '지역사회'라는 문구도 쟁점이다. "간호사의 의료기관 밖에서의 업무영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국민건강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므로 주민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 체계(노인 커뮤니티 케어) 구축을 위한 간호·돌봄 인력과 감염병 대응을 위해서 숙련된 간호사가 절실하다고 반박한다. 셋째, 간호사의 '단독개원 가능 여부'도 논란이다. 이 법안에서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의료법에 따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간호 요구자에 대한 교육·상담 및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획과 수행,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건활동'이라고 규정했다. 현행 의료법상 간호사의 업무범위는 '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진료에 필요한 업무'다. "단독개원의 근거가 마련되면 간호사의 단독 의료행위로 국민건강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다"고 주장에 대하여 "간호사의 단독개원은 불가능하다"며 “간호법에는 의료기관 개설에 관한 규정이 없고 현행 의료법상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엄격히 제한하여 간호사의 의료기관 개설을 통한 진료는 불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오히려 간호법의 제정으로 "국가와 지방정부가 병원들에게 간호인력 처우 개선에 필요한 지원을 하게 되므로 의사가 손해볼 것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네째, 간호법이 '간호조무사의 일자리를 위협하느냐'에서도 의견이 상충된다. "간호법(안)에 간호조무사가 간호사의 보조업무를 수행하는 규정이 있으므로 간호조무사의 일자리를 위협하며", "간호조무사의 사회적 지위를 악화시키고 장기요양기관 등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의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의원급 의료기관에 간호사를 의무배치하지만, 간호법에 의료법을 그대로 가져온 것에 불과하다"며, 애초 간호법에 있던 '간호법이 다른 법률에 우선한다'는 내용이 조정안에서 삭제돼 일자리를 위협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법 제정은 무산되었고, 각 직역의 주장과 저항은 이어지겠지만, 더욱 황당한 사실은 간호사들의 의료현장에서 의료법에 대한 준법행위로써 저항의 뜻을 밝힌다는 것이다. 그동안 얼마나 편법과 위법이 일상화 되었는지, 왜 그간 문제점을 해소하지 못했는지 반문하고 싶다. 변화에 대한 감수성이 가치 혁신의 지름길이다한 연구에 따르면, 57%의 조직에서 디지털 전략이 항상 또는 때때로 비즈니스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한다. 이러한 가속격차는 전문서비스(74%), 헬스케어(73%) 업종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점은 조직의 문화와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꼽는다. 정부는 오는 6월 1일부터 팬데믹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 및 약배송 사업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고시를 철폐하고, 일부 보완한 비대면 진료체계를 시범사업 형식으로 지속한다고 발표하였다.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시장변화에 약업계는 어떻게 조직의 문화와 구조까지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면서 고유한 가치와 차이를 창출할 것인가? <필자소개>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3-05-31 15: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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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75> 희망의 약업생태계: 약업의 미래를 준비하는데 수용력과 상상력이 중요하다
최근 필자는 약대생 연합동아리 소속 학생들과 만남의 기회를 가졌다. 사전질문지를 5페이지나 작성해주었기에 약대생들이 품은 고민의 깊이와 미래를 향한 열정을 느낄 수 있어 유익한 기회였다. 질문의 요지는, 혁명적인 디지털 변화 환경에서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다양한 신기술들이 약사, 약국, 악업의 미래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이런 변화의 흐름에 그동안 약업계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학생들은 어떤 준비와 태도가 필요한지 등이었다. 어떤 개인이나 조직이 주변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조직의 수용력과 상상력이 부족한 면을 꼽기도 한다. 현용 ChatGPT 조차도 질문의 창의성에 따라서 답변의 수준이 다르다는 사실이 지적된 바 있다. 약사의 직업적 영속성에 앞서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됐던 21세기 생존기술 3개 영역 16가지 중에서 ‘핵심역량’으로 분류되었던 (1)비판적 사고와 문제해결기술, (2)창의력, (3)의사소통기술, (4)협력기술을 중심으로 재고찰을 해보자. 미래를 위해 꼭 갖춰야 할 능력 10가지 2018년도에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에서 미래 노동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능력 10가지 및 점차 가치가 축소될 능력 10가지가 발표되었다(그림1). ‘가치가 떨어질 능력’으로는 (1)손재주, 지구력과 정확성, (2)기억력, 언어능력, 청력, 공간 지각력, (3)재무, 자원 관리, (4)기술설치와 유지보수, (5)읽기, 쓰기, 수학, 능동적 청취, (6)인사관리, (7)품질관리, 안전관리, (8)조정, 시간관리, (9)시각, 청각, 연설능력, (10)기술이용, 모니터링, 조종 등이었다. 반면, ‘가치가 올라갈 능력’으로는 (1)분석적 사고와 혁신, (2)능동적 학습과 학습전략, (3)창의성, 독창성, 추진력, (4)기술 디자인과 프로그래밍, (5)비판적 사고와 분석, (6)복잡문제 해결능력, (7)리더십과 사회적 영향력, (8)감정지능, (9)추론, 문제해결과 추상화, (10)시스템 분석과 평가였다. 약 5년이 흐른 지금, 세상은 과연 어떠한가? 일반적으로 경제시스템의 구조와 신기술의 파급력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다는 미래에 어떤 직업이 생기고 없어질 가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그런데 직업의 명칭과 역할도 애매해졌다. 일례로, ‘프로젝트 매니저’와 ‘기술 디자이너’는 과연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일까? 따라서 구시대의 관점으로 어떤 직업의 미래 전망을 논하기 보다는 위에서 언급했던 미래에 각광받게 될 '능력'에 대한 고찰과 준비에 집중하는 것이 급변하는 환경에 대비하는 적절한 자세일 것이다. 능력과 역량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에게 목표의식을 품게 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전진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능력을 통해서 장점과 단점도 깨닫고 무엇을 더 배우고 단련할 지 정할 수 있다. 미래에는 노동력의 제공 방식이 정규직 등 전통적 방식 못지않게 특정 조직에 몸담지않고도 특정한 문제해결역량만 제공하는 프리랜서 업태가 확산될 것이기에 자신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직업의 명칭’보다는 ‘보유 역량 수준’에 더 집중해야 한다.그림1.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2022년경에 관심을 가져야 할 능력 수용력은 두려움은 떨치고 즐거움을 안을 때 생긴다 수용력(work capacity)이란,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여력을 뜻한다. 그래서 바다를 일컬을 때는 수용력이 커서 육지로부터 밀려드는 엄청난 오염물질까지 수용하여 희석, 정화시킨다고 표현한다. 또한, 어떤 피훈련자가 견디고 회복할 수 있는 훈련스트레스의 총량도 수용력이라고 표현한다. 수용력이 큰 피훈련자란 혹독한 훈련의 양과 강도를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이다. 견뎌낸다는 말은 훈련으로 인한 피로감을 회복하며, 훈련을 통해 성장하는 정도 역시 크다는 의미이다. 그렉 누콜라스는 ‘싱크대 비유(The Sink Analogy)’로써 이를 잘 설명했다. 수도꼭지에서 쏟아지는 물의 양은 훈련스트레스의 양을, 배수구 크기는 피훈련자가 보유한 수용력의 크기이다. 즉, 배수구가 작은 싱크대(훈련자)는 수도로부터 물이 많이 쏟아질 때(스트레스가 클 때) 물이 넘치 듯 그 훈련을 감당할 수 없다. 하지만 배수구가 큰 싱크대는 아무리 많은 물이 쏟아져도 넘치지 않듯 수용력이 큰 피훈련자는 훈련스트레스를 모두 이겨낸다(그림2).그림2. 수용력과 싱크대 비유(출처: https://rippedbody.com/work-capacity/) 근래 약업생태계는 디지털 기술의 급변으로 인한 시장환경과 제도변화에 대응하느라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우려감, 허탈감, 공포감은 속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일하면서 느끼는 두려움의 원인은 대부분이 불안감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불안감에 휩싸여 고민만 하기보다는 확신을 품고 신속히 일에 착수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해법이 제시되기도 한다. 더불어, 부정적 소식이나 가짜뉴스, 출처 없는 소문을 확대, 재생산하거나 편향된 속성의 블랙미디어를 활용하거나, 대안없이 흠집내기 내용을 활자화 하고, 특정 뉴스나 기사에 자극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를 비판이라고 착각하는 미성숙함 보다는, 건설적 비평과 유용한 대안제시, 격려와 칭찬하는 약업문화가 속히 정착되면 좋겠다. 상상력은 창조력과 더불어 흥미를 품은 연구로 발휘된다 상상력이란, 선입견이 배제된 유연한 사고이며 특히 젊은이들의 특권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상상력도 고통이 수반되는 지난한 훈련의 결과임도 인정하자. 고민도 스마트하고 체계적으로 해야 적절한 답을 도출하는 능력도 잘 갖춰진다. 전략의 수립이나 실행은 마치 건축처럼 적당히 그리고 아무나 할 수 있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작은 집 한 채를 짓더라도 지세파악, 기후와 계절의 변화, 천재지변의 위험성, 비용과 기간의 산정, 개념설계, 공간배치, 상세설계, 자재선정, 기초공사, 골조공사, 가구배치 등 단계별 세부역량이 모두 필요하다. 난이도에 따른 전문 지식이나 경험이 없으면 상상력과 창조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상상력에서 출발하여 창조력이란 구체적 역량으로 심화되는 과정에는 흥미에 바탕을 둔 연구력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즐기는 자를 머리 좋은 자가 이길 수 없듯이 내가 하는 일, 나의 관심영역, 전문영역에서 깊이 있는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번뜩이는 창조력의 발휘는 기대하기 힘들다. 그림을 그릴 때 굵은 윤곽선도 중요하지만 세밀한 선도 잘 그려야 멋진 그림이 완성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미래의 작업방식 혁신은 CIO가 추진해야 필자는 약업계가 처한 걱정과 두려움을 감소시켜줄 근본적 대안으로 약사, 약국, 약업의 미래 업무를 위한 전략과 모델과 교육을 체계화, 고도화 할 것을 제안한다. 정보통신기술을 빼고는 이를 논할 수 없기에 많은 우수 기업들은 CIO (Chief Information Officer)란 직책을 두어 이를 관장하는데, 미래의 업무체계수립이 디지털 혁신의 가속기일 때 CIO는 조직에서 리더역할을 더욱 심도 있게 수행해야 한다. CIO란, 기술변화가 조직과 구성원의 책임과 경험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바른 시야를 갖게 함으로써 혁신역량과 경쟁력을 높이고 조직문화의 변화까지 유발시키는 핵심리더이다. 이는 약업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대한약사회가 약사 업무의 미래상을 전적으로 모두 계획하고 성취하기 어렵다. 약학대학도 현재는 이 기능과 비전이 매우 취약하다. 필자의 견해로는, 약계의 CIO 기능은 약학정보원이 수행하도록 독려하고 지원하는 것이 적절하다. 현대의 CIO가 해야할 업무의 예를 여기 소개한다. 첫째, 최신기술인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로 조직의 지식관리를 변혁시켜야 한다. 미닝의 CEO인 이셰이 카미엘은 “생성형 AI는 우리가 사용하는 콘텐츠와 우리가 대화하는 방식까지 업무의 미래를 다시 상상하게 만들었다. 정확성과 신뢰성에 대한 도전은 아직 초기단계이지만, 이 기술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고가치 정보를 신속하고 규모에 맞게 발굴하는 데 그 위력이 입증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생성형 AI가 업무의 미래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지식관리와 검색경험이다. 향후 10년간 생성형 및 대화형 AI기능을 기반으로 검색 및 지식관리에 대한 소비자 중심성이 강화될 것인데, 약무서비스에서는 특히 환자에 대한 복약지도와 맞춤상담 분야가 크게 변모할 것이다. 둘째, CIO는 대중개발 거버넌스 모델을 정의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도록 수용성 높은 플랫폼의 구축을 주도해야 한다. 현재 개별약사의 전문성과 차별성은 다채로운 유형의 상담과 고객관리 스킬에 머물러있다. 하지만 이미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셀프서비스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툴을 개발하여 데이터 기반 조직을 지원하며, 운영 스프레드시트에 대한 의존도까지 낮추는 추세이다. 약사와 약업계 구성원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핵심은 나는 프로그래밍 전문가도 아닌데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기술과 변화의 물결이 순식간에 내 주위를 에워쌌다는 현실이다. 작년에 약정원에서는 다양한 전문가 그룹과 더불어 이런 취약한 약국생태계가 경쟁력을 갖추도록 신규플랫폼 구축 필요성이 논의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약료서비스플랫폼(PSP)’ 개념을 수립 중인데, 현재 약국시스템과 약사들에게 자기만의 특화되거나 전문화된 경쟁력을 발휘하도록 다채로운 ICT 비즈니스 툴을 개발, 공급하려는 목적이다. 셋째, CIO는 업무를 초자동화하고 실시간 분석 체계를 구축하여 의사결정을 가속화해야 한다. 필자가 20년전 대기업에 근무할 당시, 전국에 산재한 영업점의 매출, 주문, 재고, 반품 데이터가 그룹회장에게 정리, 분석, 보고되기까지 15일쯤 소요되었다. 그러나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을 도입한 뒤에는 단 2초만에, 전국의 수백 개 매장과 수천 명의 영업인력들이 활동상이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 집계, 관리되는 기술의 파워를 목도하였다. 약무서비스 업무의 자동화와 의사결정력까지 가속화시켜야 한다. 자동화와 가속화가 약무의 오류를 증가시키고 정확성을 낮추는 것이 아니다. 이제 기업의 CIO는 작업 및 워크플로우에서 로봇처리자동화(RPA)를 채택하는 수준을 넘어서 자동화, 로우코드 및 머신러닝 기능의 통합인 ‘초자동화’에 목표로 현명한 의사결정을 가능한 업무시스템을 갖춰야한다.고대에는 일식이나 월식의 발생, 하늘에서 유성우가 쏟아지는 것을 예측하거나 피할 수조차 없었다. 당연히 두려움과 염려가 컸겠지만, 지금은 제임스 웹이라는 전파망원경이 우주공간에서 수억~수십억 광년 떨어진 별들의 장엄한 모습을 관측, 분석, 예측까지 제공한다. 이처럼 CIO는 창의적 사고에서 시작하여 혁신적으로 재창조된 워크플로우를 구현하고 조직구성원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는 미래 업무 변화의 중심에 서야한다. 약업계도 이런 기능과 시스템 구축을 가속화하여 두려운 디지털 변혁이 아니라 즐거운 디지털 변혁을 이뤄보자. <필자소개>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3-04-25 15: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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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74> 희망의 약업생태계: 인공지능시대를 이해하고 준비하자
<74> 희망의 약업생태계: 인공지능시대를 이해하고 준비하자
최근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말로만 듣던 AI의 실체가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었다. 그리고 불과 10년도 안되어 등장한 ChatGPT 기술은 다시 한번 AI의 위력을 실감케 하였다. 우리는 사람이 아닌 동물이나 로봇, 인공지능이 기묘한 동작이나 행위나 활동을 할 때 보다는 이들이 깊은 사고까지 할 수 있다고 느낄 때 두려움을 느낀다. 이런 현상은 약업생태계도 예외가 아니다.
AI의 역사
대화형 AI 기술은 1950년에 Alan Turing이 시행했던 "컴퓨팅 기계 및 지능" 연구로써 대중에 알려졌다. Turing은 "과연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하여 "튜링 테스트"로 잘 알려진 실험을 하였다. 여기에는 언어학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활용되었는데 AI 기술개발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업적으로 평가받는다(그림1).
그림1. 인공지능의 발전사
Stuart Russell과 Peter Norvig은 AI 분야의 교과서라고 여겨지는 책인 ‘인공지능: 현대식 접근방식’에서 행동기반 컴퓨터시스템을 차별화하는 AI의 4가지 잠재적 목표를 구분했다. 먼저 인간의 접근방식으로 (1)인간처럼 생각하는 시스템, (2)인간처럼 행동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이상적 접근방식으로 (3)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시스템, (4)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시스템 등인데, Turing의 정의는 "인간처럼 행동하는 시스템"의 범주에 속했다.
AI의 유형
좁은 의미 또는 ANI (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라고 칭하는 ‘약한 AI (weak AI)’는 특정 작업을 잘 수행하도록 집중적으로 훈련된 AI를 말한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나는 대다수의 AI인데, Apple사의 Siri, Amazon사의 Alexa, IBM사의 Watson이나 자율주행차도 여기에 속한다.
한편, 강한 AI (strong AI)란, 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및 ASI (Artificial Super Intelligence)로 나뉜다. AGI나 일반 AI는 기계가 인간과 동일한 지능을 갖춘 수준이다. 이것은 문제해결, 학습, 계획 작업을 수행하며 자기인식, 즉 의식까지 보유한 모습이다. 초지능이라고도 불리는 ASI는 인간 두뇌의 지능과 능력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강한 AI의 실례는 아직까지 등장한 사례가 없지만 연구자들은 이러한 AI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딥러닝과 머신러닝 모두는 AI의 부분집합이며 딥러닝이 머신러닝보다 하위영역이다. 딥러닝은 신경망으로 이뤄지는데, 딥러닝의 "딥"은 입력과 출력을 포함하는 3개 이상의 계층으로 구성된 신경망을 뜻하며 일종의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여겨진다. 그 차이는 각 알고리즘의 학습방법에 있다. 딥러닝은 프로세스의 기능추출 부분을 대부분 자동화함으로써 그동안 필수불가결했던 사용자의 개입활동 일부를 제거하여 더 큰 데이터의 사용을 가능케 한 것으로, 이른바 "확장형 머신러닝"인 것이다. ‘고전적 머신러닝’, 또는 ‘딥러닝이 아닌 머신러닝’은 학습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편이다.
AI의 산업적 활용 사례
우리의 일상에는 AI가 이미 사용되고 있다. 딥러닝과 머신러닝 기반 AI 실용사례는 TIK TOK 같은 APP, 음성인식형 AI비서, 자율주행자동차 시스템,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 게임, 스마트 공장이나 농장, 아마존 고 같은 지능형 무인매장, 원격감시 및 범죄예방 시스템, 챗봇, 휴머노이드 로봇 등 헤아리기조차 어려울 정도이다.
그 중에서 헬스케어 분야의 발전속도가 눈부신데, 최근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헬스케어’ 분야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AI기술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환자를 대면하지 않고 진단 또는 수술, 처방이 가능하다. (2)X-ray, CT, MRI 결과를 바탕으로 진단을 내린다. (3)각 환자에게 적합한 약을 택배로 전달한다. (4)질병에 관한 Big data를 활용한 희귀질병, 난치병 연구에 가속도가 붙었다. (5)환자의 음성이나 얼굴색, 근육 움직임을 판독하여 질환의 회복속도, 수명 등 다양한 예측이 가능하다. (6)고난도 수술을 인공지능 로봇이 대신 수행한다. (7)다양한 인공지능 진단키트가 실용화되었다.
AI 기술의 확대 적용에 주목해야
일반적으로, 상용화된 앱이나 플랫폼이 등장해야 우리는 AI기술의 실체를 체감하지만, 사실은 유관 기술이 헬스케어 분야로 확대, 접목되는 상황에 더 주목해야 한다. 예로써, 초중고 교육현장에 도입된 인공지능 교육기술이 확장되면 약사의 복약지도나 환자교육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간파해야 한다(그림2).
그림2. 보건의료 관련 인공지능 시장규모 증가 전망(출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디지털타임스)
AI가 접목된 대부분의 교육서비스는 학습자가 학습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여주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례로, 틀린 문제를 분석한 뒤 유사한 유형의 문제를 반복적으로 풀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분석기능은 AI 교육이 구체화되기 전에도 가능했었다. AI가 접목된 교육이란, 마치 사람이 생각하는 것처럼 문제와 원인을 파악한 뒤 해결점을 제공하는 것이다. 즉, 학습자가 특정한 유형의 문제에 오답을 제시하면, 학습자의 이해가 부족한 개념은 무엇이고 어떤 부분에 보완학습이 필요한지, 이전 교육과정까지 조사하여 구체적 개선점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AI 교육이다.
약사도 복약지도를 할 때에 순응도를 높일 기술과 기법을 접목하여 환자의 이해수준 파악과 알맞은 용어의 사용, 순응도 저하 요인의 파악과 대응방안을 제공하는데 AI기술은 일련의 과정에 큰 개선점을 제공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스마트홈 기술도 있다. 이것은 가전제품을 비롯해 집 안의 모든 장치를 네트워크로 연결, 제어하는 기술이다. 심지어 스마트폰이나 인공지능 스피커가 사용자 음성을 인식해 집안의 모든 사물인터넷 기기를 연결하고 사용자 취향에 맞춰 작동, 원격조종까지 가능하다. 더 나아가 AI가 집안 상황과 사용자의 취향을 학습하고 스스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까지 발전하는 중이다.
이런 기술들은 만성질환자의 재택관리에도 활용도가 높다. 복약지도의 고도화와 더불어 생활습관교정, 각종 위해요인에 대한 지속적 관리가 수월해지면 노인환자의 재택관리나 만성질환자의 통원치료, 상시관리에 적합한 원격의료의 기반이 더욱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그리드란, 차세대 전력망, 지능형 전력망으로 불리는데, 기존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을 더하여 전력의 생산과 소비 정보를 양방향, 실시간으로 주고받아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소규모 또는 대규모 지역에 산재한 의약품 생산, 유통, 재고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면 배분과 공급이 원활해질 것이다. 또한, 일부 독자는 불편할 수 있겠지만, 의약품 배송분야에 도 이런 기술이 접목되면, 지금 우려하는 많은 문제점을 해결하거나 위험요소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할 수 있다.
끝으로, 번창하는 게임산업에서 획득한 파생기술을 노인의 노쇠 및 질환관리, 식이-음주-흡연-스트레스 등 생활습관관리에 응용하는, 이른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 확산된다면 다양한 헬스케어의 실행이 원격으로, 재택으로, 이동 간, 24시간 상시관리 방식으로 현실화될 것이다(그림4).
그림3 인공지능의 의료 적용분야
어느덧 AI가 대세이자 국가와 기업의 핵심경쟁력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되었다. 이미 우리나라의 대표적 물류기업이나 플랫폼기업이 보유한 전산개발자의 수는 회사별로 1,000~2,000명 규모이다.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인데 전문인력도, 핵심기술도, 기술이 작동할 통합플랫폼도, 미래전략과 재원까지 부족한 약업계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약국을 비롯한 약업계 구성원들은 무서운 파도와 같은 격변기일수록 주체성을 잃고 세상 변하는 시류에 편승하면서 요행을 바라기보다는 유연하고도 분명한 전략과 전술과 조직문화를 기반으로 기술과 인재와 플랫폼과 자본을 축적함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지렛대로 활용하면 좋겠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3-03-24 12: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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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73> 희망의 약업생태계: 유통산업과 AI 융합으로부터 약국이 얻는 시사점
<73> 희망의 약업생태계: 유통산업과 AI 융합으로부터 약국이 얻는 시사점
최근 전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Open AI라는 회사가 출시한 ChatGPT라는 언어형 인공지능 서비스이다. 지난 회차에서 필자가 ‘디지털 문해력’에 대한 의견을 말하였으나 한달 여 사이에 디지털 기반 챗봇(chatbot)의 가능성이 또 한번의 파괴적 혁신의 출발점이 될 듯하여 약사를 포함한 전문가 집단이 놀라운 기술발전의 파급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유통산업의 성격을 가진 약국생태계 안에서 약사의 업무는 처방전 감사와 조제, 투약과 복약지도가 핵심인 듯 보이지만 이면에는 약국경영을 위한 물류관리, 보험처리, 수익관리, 지역사회 환자 및 고객관리라는 유통산업의 속성도 내재되어 있다. 더구나 이러한 행위와 활동은 디지털로 모사되기 수월한 상황에서 약사들의 주요 활동도 디지털로 변환이 가능하도록 상당히 정형화 되어있기에 인공지능이나 기계에 의해 대체될 위험성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차별화된 가치란?
약사나 약국의 전문성은 차별화되어야 하는가? 그렇다. 약사의 전문성은 지속적으로 차별화되어야 하지만 약국의 전문성에 대한 차별화는 모든 이의 관심사가 아닐 수 있다. 경쟁자보다 더 나은 ‘고객가치’를 제공하여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차별화의 목적이다. 즉, 창출하려는 고객가치로부터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는 것인데, 고객가치는 차별화의 대상이고 경쟁우위는 차별화의 목적이다. 그러나 차별화의 본원적 목적에는 부합하지 않으면서 고객가치의 창출보다 차별화 자체에 집착하여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우를 범하기 쉽다.
굳이 차별화를 안 해도 되는 부분, 즉 본인이 경쟁력을 보유한 부분까지 억지로 차별화하다가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릴 필요는 없다. 차별화는 경쟁위위 확보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지 차별화 자체가 사업의 목표는 아니기 때문이다. 고객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거리가 먼 엉뚱한 것을 차별화 하거나, 경쟁우위와 상관없는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는 의미가 없다. 차별화의 의미는 경쟁자보다 나은 고객가치를 경쟁자와 다르게 만들어내는 것이지 단순히 경쟁자와 다른 고객가치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알려진 대로, 차별화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는 방향성이다. 고객가치의 차별화에 성공하려면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그림1).
그림1. AI의 발전으로 기대하는 점(출처: 한국리서치, 2020)
편의점 산업의 사례에서 배우는 가치추구의 양상
고객들이 약국의 미래상에 바라는 것은 접근성과 편이성의 향상이며, 약사에게 바라는 바는 전문화되고 개인맞춤화 된 건강관리일 것이다. 그래서 약국은 유통산업이자 소매업태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켜야 하고 약사는 당당한 의료인으로서 장점을 회복시킨 후에 보다 직역을 강화해야 한다.
점포 5만개 시대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편의점 산업의 경쟁이 뜨겁다. 성숙기 시장에 이르렀기에 출점 경쟁은 가혹하다. 누가 얼마나 '차별화' 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는데, 업체별 차별화의 방식은 다르다. 오프라인 인프라가 강력한 CU와 GS25는 상품과 서비스 강화를 통한 플랫폼화를 추진했으나,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은 공간혁신에 치중했다(그림2).
그림2. 근래 편의점 기업별 차별화 전략(출처: 비즈니스와치)
플랫폼화 전략은, 택배는 물론 세탁소, 배달까지 편의점 산업 안으로 유인했다. 어떤 유통기업은 배달주문상품 1+1 행사 등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다른 기업은 취급품목을 다양화하면서, 통신사와 협업하여 알뜰 폰 유심배달 서비스를 하거나 스포츠 레깅스 제품의 판매까지 시도했다.
공간활용 전략은, 식품전문점포 플랫폼을 육성하거나, 폐기상품을 온라인으로 할인하는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추진했다. 한편, 주류·애플 제품 전문매장, 스무디킹·오피스디포 숍인숍 등 차별화 매장을 추구했으며, 정육판매자판기 시범운영에 이어 점포내 패스트푸드 브랜드까지 출시했다.
업체별 차별화 전략이 상이한 이유는 인프라의 격차 때문이다. 편의점 총 점포 수의 60%를 점유한 CU와 GS25는 전국에 산재한 점포를 엔드라인 물류플랫폼으로 활용이 가능했다. 물류서비스를 도입하여 부가수익을 발생시킴으로써 점포수익성을 높인 것이다. 반면, 이마트24와 미니스톱은 점포 수가 적고, 세븐일레븐은 우량점포가 관광지 위주로 분포하여 골목상권 공략에 불리하므로 플랫폼 인프라를 모방하다가는 비용 부담만 증가하기에 각 점포를 차별화 포인트로 활용하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각 편의점 점포의 가치는 '집객'이다. 오프라인 유통시장은 '고객체험(UX)'이 핵심경쟁력이다. 편의점 시장도 체험형 점포 모델이 출현하면 가맹점주 유치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비록 편의점 시장은 당분간 성장하겠으나, 이미 과포화 상태이므로 출점을 통한 고속성장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이에 점포 빼앗기 경쟁구도가 구축될 가능성이 높기에 차별화 모델을 제시하면서 고객과 점주에게 소구점을 제시하는 브랜드가 미래시장을 거머쥘 것이다.
유통산업에 인공지능이 미치는 영향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지며 유통산업에서 고객 취향이 다양해지고 있다. 고객분석을 통해 원하는 상품을 갖추고 마케팅을 통하여 매출을 확보하며 지속적으로 고객과 교감하며 ‘충성 고객’을 만드는 것은 본원적 과제이다.
AI를 통하여 유통기업은 유통 4.0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는 AI를 통하여 제품 공급에서부터 판매, 고객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유통의 각 단계를 변화시킬 것이다. 먼저, 전략수립과 의사결정에 있어 수요예측 정확도가 향상되고, 상권분석을 통하여 소비자 분석력은 매우 향상될 것이다. 게다가 물류, 재고, 매장 관리에 있어 적정재고 유지와 자동 가격조정이 가능하여 기존 오프라인의 많은 인력소요를 효율화시킬 것이다.
일본 침구전문점 True Sleeper는 AI기반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했다. 매장에 설치된 4대의 카메라로 소비자의 성별과 연령대를 90% 이상 정확도로 파악했으며, 가게 앞을 지나간 고객의 수, 내점률, 실제로 구입한 비율 등의 데이터를 성별, 연령대별로 분류하여 고객동향을 수치화했다. 이로써, 주로 폐점시간에 구매율이 높다는 것을 파악했고, 여성고객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남녀 비율이 5대 5임을 알고 상품을 전면 재배치하는 점포운영으로 매출을 올렸다.
독일 유통사인 Rewe그룹의 물류센터는 약 4만㎡의 넓은 부지여서 상품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실시간 위치추적이 가능한 RFID를 도입하여 실시간 위치 추적이 가능해졌고 유제품, 육류 같은 신선식품의 폐기율이 낮아졌다. 한편, 미국 슈퍼마켓체인 Giant Eagle은 스마트 선반시스템을 활용하여 재고보충시간을 3분의 2가량 단축했으며, 재고부족으로 인해 품절되는 경우를 절반으로 줄였다.
온라인 패션기업 Stitch Fix는 AI와 고도화된 데이터 분석으로 개인맞춤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고객의 데이터로부터 사용자 패션스타일을 학습한 AI가 수많은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개인화되고, 이후 전문 스타일리스트를 투입하여 인간의 감성으로 의복을 추천한다. 한편, 일본 Uniqlo는 AI를 이용해 고객의 뇌파반응을 분석해 유니클로 스코어를 산출한 후, 소비자 맞춤 티셔츠를 제안하는 'U Mood'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AI기술을 선도해야 할 약업생태계
약국이 혁신을 막는 것이 약사들의 상상력 부족과 모험심의 부족이라 주장한다면 독자들은 동의할 것인가?
예로부터 화두였던 고객 중심적 비즈니스 환경구축이 AI의 도입으로 현실화가 앞당겨지고 있다. 현대의 소비자들은 다양한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방대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되었고, 정보를 손에 쥔 소비자들은 유통시장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더구나 소비패턴의 예측이 불가능해지고, 인간의 잠재능력을 분석하여 대응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인공지능 기반의 고객 중심적 비즈니스 환경 구축이 이제는 필수적이다(그림3).
그림3. 조제는 로봇에게 상담은 Chat GPT에게?
AI뿐만아니라 정보수집을 위한 다양한 종단장치(Edge Device) 사용도 활발해질 것이며, IoT, VR, AR, RFID와 같은 기술들이 유통산업에 적합한 비즈니스 환경플랫폼을 발전시킬 것이다. 결국 유통환경의 전 영역에서 AI가 활용될 것이며 이로써 고객에게 다양한 경험과 편리성을 제공하고, 기업에게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
알파고와 같은 AI 알고리즘이 부지불식간에 우리시대의 물류와 유통산업을 변화시켰듯이 수년 내에는 ChatGPT와 같은 기술이 약사의 처방감사, 조제투약, 복약지도, 건강상담 영역까지 위협할 수 있다. 약사 사회가 한 발 빨리 앞서가며 변하지 않으면 약국산업의 미래까지도 암울해질 수 있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3-02-21 09: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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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72> 희망의 약업생태계: 현대의 디지털 문해력
<72> 희망의 약업생태계: 현대의 디지털 문해력
최근 약사사회에 디지털 기술에 대한 학습열기가 시작되고 있다. 수년간 디지털 충격을 겪으며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이 서서히 위기극복과 기술활용 쪽으로 관심의 무게중심이 옮겨지는 모양새이다. 선진화된 문화권일수록 문해력에 대한 역사가 뚜렷하기에 21세기 신문명 시대를 살아가려면 소위 ‘디지털 문해력’이 필수적이다.
문해력 수준이란 다층적이며, 분야도 다양하고 역사적, 사회문화적, 정치제도적 배경과 밀접하다. 고대 이집트 사회는 불과 1%만 문해자였다고 추정되며, 1940년대 12세 이상 한국민의 비문해율, 즉 문맹률은 전체 국민의 78%에 달했었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문해능력이 향상되면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삶의 질과 권리가 신장되었으므로 문해력이 곧 인권이며 문해력의 역사가 민주주의 역사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문해력의 개념
인류의 문해력은 지속적으로 향상되었다. 그러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나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문해력은 최근에 후퇴했는데, 특히 상하위 간, 세대 간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한다. 2006년 이후 한국 학생의 읽기능력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고,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국어 학업성취도까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문해력과 관련한 첫번째 문제점은 기본적 국어능력이 저하되었다는 것이며, 디지털 강국이라 자부하지만 오히려 국민의 디지털 문해력이 OECD 평균보다 높지 않다는 것이 두번째 문제점이다.
우리나라 평생교육법 제2조에 따르면, ‘문해’란 기초생활 능력에 필요한 ‘문자해득’을 의미하며, 국어교육계에서는 포괄적 개념을 더 강조하고자 ‘문해력’ 대신 ‘문식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21세기 문해력의 의미는 글자에 대한 독해력을 넘어 디지털 문해력, 비판적 문해력으로 확장되었다. 이는 디지털 기술로 제공되는 다양한 언어나 영상 자료에 대한 비판적 이해, 표현 능력까지 갖춰야 함을 강조한다. 문해력에서 가장 기본은 언어를 이용해 읽고 쓸 줄 아는 ‘(일반)문해력’인데 바탕에 어휘력이 있다.
디지털 시대 기본 문해력의 의미와 향상 방안
14~15세기 인쇄술의 발명은 소수 계층만 향유하던 정보를 대중으로 확산시켜 문해력을 높여서 민주주의의 초석을 놓았다. 그런데 21세기 디지털 기술은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오히려 문해력은 낮아지는 아이러니를 만들어냈다. 긴 문서를 집중하여 읽고 깊이 사고하기보다 여기저기 검색하고 분절화된 텍스트를 대충 훑어보는 비선형적 읽기행태가 일반화되었다.
태어날 때부터 활자인 책보다 스마트폰의 단문 텍스트와 동영상에 익숙해진 지금의 청소년 세대에게 이런 비선형적 읽기행태가 초래한 부정적 영향이 크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2012~2018년 사이 OECD국가 15세 청소년의 인터넷 사용량은 66퍼센트나 증가했고 이는 한 주에 35시간에 이르렀다.
인류는 디지털 기술에 힘입어 스마트폰이라는 휴대용 두뇌를 소유했다. 이는 사전을 포함해 인류의 축적된 지식과 경험과 정보를 손쉽게 접속할 수 있기에 복잡하고 어려운 단어나 지식을 개인이 학습하고 내재할 필요성을 감소시켰다.
읽기 기반이 아닌, 시각 및 영상 자료를 통해 정보를 접하는 환경이 보편화되었고, 학생들은 요약된 정보를 조합하는 방법을 주로 활용하고, 정보에 대한 신속한 접근성은 읽고, 해석하고, 이해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줄이거나 없앴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읽기’를 하지 않으면 ‘사고하기’ 자체가 되지 않고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한편, 디지털 기기를 제대로 활용할 시스템과 콘텐츠도 보완해야 한다. 고도의 검색과 평가를 통한 정보의 취사선택 역량, 통합을 통한 창의적 재구성 능력을 높이는 것이 디지털 시대 문해력 향상의 과제이다.
디지털 문해력의 의미와 향상 방안
청소년의 디지털 기기 이용능력은 높아졌지만, 문서자료의 정리와 필수정보의 분별력은 현저히 낮아졌기에 유년기부터 정보검색 및 진위 판별, 문서제작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문해력이란 미디어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그에 대한 관점을 정립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는데, 현재 각급 학교에서 진행하는 디지털 교육은 단순한 기기활용 능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청소년의 디지털 문해력 수준을 향상시키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또한, 미디어 교육학자 루블라와 베일리는 디지털 문해력을 '디지털 기술을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 아는 능력'이라고 정의했고, 미국도서관협회(ALA)는 '디지털 정보에 대한 탐색·평가·창조·소통 능력'이라고 정의하였다. 즉 기술과 도구 사용 능력, 뉴스 등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이해력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디지털 문해력 수준이 국가의 디지털 경쟁력을 좌우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2021년 세계 디지털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64개국 중 12위였는데 이는 1년전 8위에서 4단계나 낮아졌다(그림1).
디지털 경쟁력 평가에서 스마트폰 보급률과 인터넷 속도 등 하드웨어 인프라의 중요성은 낮아지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플랫폼과 접목하는 능력이 중시되었다. 이는 디지털에 대한 한국인의 이해와 디지털 정보를 다루는 역량이 디지털 발달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림1. 세계 상위권 국가의 디지털 경쟁력 순위 (출처: IMD, 연합뉴스)
한국 청소년의 디지털 문해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매우 낮았다. 2020년 OECD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1세기 독자: 디지털 세상에서의 문해력 개발' 보고서에서 회원국의 만 15세 학생 순위에서 상위권인 덴마크, 캐나다, 일본, 네덜란드, 영국과 대비하여 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 헝가리 등과 더불어 한국은 최하위 집단에 머물렀다.
한국 청소년의 디지털 정보에 대한 사실과 의견 식별율도 OECD 회원국 평균이 47%인 반면, 26%로서 최하위권이었다. 이는 '정보가 주관적이거나 편향적인지 식별방법을 교육받았는가 질문에 호주, 캐나다, 덴마크, 미국은 70% 이상이었지만 한국은 49%로 폴란드, 이탈리아, 그리스, 브라질과 함께 평균 이하 그룹에 속한 것을 볼 때 당연한 결과이다.
디지털 문해력 수준이 국가의 디지털 경쟁력을 좌우
성인의 문해력도 위험한 수준이다. 한국의 조사대상 25개 OECD 국가 중 22위로 하위 8%에 머물렀다. 근래 유튜브나 블로그에는 ‘3줄 요약’, ‘1분 요약’ 등을 흔히 볼 수 있다. 지금은 읽기 편하고 쉽게 정리된 것을 좋아한다. 사고하고 분석하고 고민보다는 단순히 추종하기 좋아하고 힘든 학습과정을 피하려 한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이런 추세를 ‘반지성주의’라 부르기도 한다.
직업인이나 대학생조차 문제상황을 접하면 인터넷 검색한 내용을 답으로 제시하는 것을 쉽게 만나게 된다. 심지어 찾은 내용에 대한 충분한 이해나 고민하는 과정 없이 즉흥적으로 표현하며 어떤 경우는 검색하여 얻은 타인의 자료를 자신의 생각인 양 표현한다. 일말의 고민이나 양심조차 없기에 문제해결역량은 기대할 수 없고 향후 유사한 상황을 만나도 문제해결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다.
인간의 뇌는 고민하는 과정을 겪어야 학습이 되는데 이 과정을 생략했기에 학습조차 이뤄진 것이 없다. 더욱 무서운 것은 배우지 않고 고민하지 않는 사고방식도 습관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인은 학습하지 않고 아카이빙(archiving)만 한다(그림2).
△그림2. OECD 주요국의 디지털 정보파악 능력
약업생태계의 디지털 문해력을 높이기 위하여
디지털 정보의 사실과 거짓 여부를 판단하는 교육도 강화되어야 한다. 디지털 문해력 수준이 높은 국가는 대체로 디지털 정보에 대한 비판, 문제해결, 가공활동을 많이 교육한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 문해력의 기초를 형성할 교육을 받아야 성인이 되어서 제대로 된 정보판단능력을 갖출 수 있다. 유년기부터 신문기사 읽기활동을 통해 어휘수준을 높이고, 정보에 대한 자기생각을 발표하며 비판적 사고를 길러야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디지털 문해력 교육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같은 미디어 플랫폼이 어떤 성격이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어떤 플랫폼에서 어떻게 표현해야 효과적인지에 대한 교육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유튜브 알고리즘이 개인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수준 높은 디지털 문해력 교육을 통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구조와 특징을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힘을 배양해야 한다(그림3).
△그림3. 디지털 문해력의 활용분야(출처: 구글이미지)
더불어, 디지털 문해력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려면 전문지식을 갖춘 교육자도 필요하다. 디지털 문해력에 대한 교수법 연수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이 분야의 인적자원 개발이 절실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디지털 문해력에 대한 개념이 일천하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춘 인재집단이 이를 표준화하고 실제 교육과정에 적용해야 한다.
근래 약계에도 디지털 시대를 헤쳐 나갈 역량을 강화할 목적으로 디지털 기술 트렌드 교육 과정이 늘고 있다. 약업계 종사자들은 디지털 신기술도 터득해야 하고 이것이 초래할 미래 세상의 순작용과 역작용까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신기술은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던 비즈니스모델이나 산업생태계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결과물이 우리 국민의 삶의 질과 약사나 약국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깊이 고민하고 꾸준히 학습해야 한다.
만약 필요 시 미래의 예측과 대안의 수립을 위해 적절한 가설을 세우고 실증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디지털 문해력의 핵심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할 줄 아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 말한다. 그래서 근거가 부족한 지나친 염려나 추측, 막연한 낙관주의, 패배주의에 빠진 과도한 공포감, 집단 이기주의적 선동행위도 모두 지양해야 한다.
미래는 준비하고 노력하고 증명하는 자의 편에 서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올 해도 희망이 가득한 약업생태계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3-01-11 10: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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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71> 약국의 미래: 정보 전문가로서 약사의 가치창출
<71> 약국의 미래: 정보 전문가로서 약사의 가치창출
약사들은 약의 전문가라고 불린다. 약의 전문가란 의미는 매우 광범위하다. 왜냐하면 의약품과 관련한 연구와 개발, 정책수립과 실행, 제조와 품질관리, 유통과 판매, 임상적 사용과 사후관리 등 넓은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포괄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을 언급하면서 약사는 연구, 개발, 임상, 기타 어느 분야에 종사하던지 의약정보의 전문성을 보유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내년부터 시작될 전문약사면허 자격의 종류 중에는 ‘의약정보’ 영역이 포함되어 있기에 매우 시의적절하다.
필자는 예전부터 의약품에 대해 교육할 때는 ‘의약품이란, 정보라는 꼬리표가 붙은 의료용 수단’이라고 정의해왔다. 그렇기에 약사가 약효물질인 약을 다룬다는 것은 그 본질적 영역인 정보란 속성이 더욱 부각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물리적 실체로서 의약품에 대한 전문성과 더불어 물리적 실체는 거의 없지만 가치를 지닌 정보라는 것에 대한 전문성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하기에 약사는 정보에 대한 원론적 인식부터 새로이 정립할 필요가 있다(그림1).
그림1. 정보라는 꼬리표가 붙은 의료용 수단으로서 의약품
이제 ‘데이터’와 ‘플랫폼’이 주요 가치 창출의 대상이자 무대가 될 미래시대 약사의 활동상을 고려할 때, 물리적 실체로서 의약품과 무형의 가치속성의 정보를 다룰 양수겸장의 전문가로 발전하기 위해서 특히 정보가 만들어 내는 가치의 속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보도록 하자.
정보의 특성
‘정보’란 어떤 목적에 맞게 정리된 자료(데이터)를 말한다. 자연이나 사회 또는 인간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와 지식을 모아둔 것을 자료라고 말하고, 이 자료가 어떤 목적에 맞게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을 정보라고 부른다. 정보는 글, 그림, 부호, 소리, 언어, 음악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정보는 경험재이다
정보는 실제 사용해야만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경험재이다. 이는 특성이나 품질을 구매하기 전에 쉽게 판단할 수 있는 탐색재와 비교된다. 정보재는 그 정도가 물리적 제품에 비하여 심하다. 정보는 소비자가 경험하기 전에는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 개인마다 느끼는 가치의 편차가 심하다는 점이 정보의 가격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이다. Shareware와 같이 정보를 사용하고 나서 원하는 만큼 지불할지, 견본품을 사용해 보고 미리 정해진 만큼 지불할지, 공짜로 사용하고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지 등의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이 정보화 시대에는 자주 발생한다.
정보는 가공성이 크다
정보는 쉽게 쪼개거나 더하거나 붙일 수 있다. 즉 물리적 제품에 비하여 낮은 비용으로 여러가지 형태로 정보를 차별화하여 제공할 수 있다. 전자책의 일부를 발췌하여 무료샘플로 제공하거나, 다수의 전자책 부분들을 발췌하여 판매하거나, 한 저자가 슨 책들을 한데 묶어 판매하거나, 상이한 독자들에게 적합하도록 개인화된 책을 만들어 제공할 수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어떻게 편집하거나 엮을지가 중요한 의사결정 대상이다. 물론 패키지(또는 버전)마다 어떻게 가격을 책정할 지가 어려운 문제이다.
정보는 공짜가 되기를 바란다
정보는 공짜가 되기를 바란다(Information wants to be free)란 흔히 해커들이 주장하는 말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되는데 첫째, ‘정보는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 ‘정보는 공짜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얻게 된 장점은 많은 뉴스나 이메일 등 각양각색의 컨텐츠나 서비스를 공짜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경제학의 모형에 의하면, 완전경쟁시장에서 가격이 한계비용(marginal cost)에 수렴한다. 무한한 공급과 한정된 수요를 나타내는 인터넷 시장은 가장 완전한 경쟁시장에 가까운데 인터넷 상에서 제공되는 정보의 경우 한 단위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데 드는 비용(즉 한계비용)은 0이라 할 수 있기에 정보의 가격이 0에 수렴하는 것이다.
정보의 한계비용은 0이다
정보재의 생산비 구조는 물리적 제품의 그것과는 다르다. 후자는 고정비 비중이 낮고 변동비 비중이 높은 반면, 전자는 고정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즉, 정보관련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상당한 고정비용이 소요되지만 추가생산에 필요한 한계비용은 거의 0이다. 정보의 비용구조는 인터넷 속에 떠다니는 많은 컨텐츠와 서비스의 가격을 무료에 가깝게 만든다. 정보가 무료일 수 있는 것은 한계비용이 0이기 때문이며 이러한 비용구조는 원가에 근거한 가격 설정을 무의미하게 만든다(그림2).
그림2. 정보의 한계비용
이런 비용구조가 소위 ‘규모의 경제’ 현상을 초래하는데 제조업 분야에서 말하는 규모의 경제 현상과 상이하다. 물리적 제품은 한계비용 체증현상이 있기에 생산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규모의 불경제’가 나타나 결국 손실이 생기므로 물리적 제품의 경우는 ‘최적생산량’이란 개념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보재의 경우에는 제품의 고정비가 높고 한계비용은 0에 가깝고 한계비용의 체증이나 생산용량의 제약도 없으므로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규모의 경제에서 얻는 이익이 증가한다.
그래서 정보에 가격을 매기는 것은 물리적 제품의 가격결정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고정비가 100만원인 전자책을 1천원 받는 것이 합리적일지, 아니면 100원을 받는 것이 적당한지, 아니면 공짜가 적정한지 쉬운 결정은 아니다. 이렇듯 원가가 기준이 될 수 없다면 정보재 가격의 새로운 기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공유는 가격을 낮춘다.
정보기술은 과거에 불가능했던 규모의 정보나 지식의 공유를 가능케 해준다. 대규모의 정보와 지식 공유는 공짜대안을 만들어 내는데 여기에는 합법적 및 불법적 공유라는 두가지 형태가 있다.
먼저 합법공유의 대표적 예는 위키피디아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Open Source Software)와 같은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다. 위키피디아는 다수의 저자가 자신의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브리태니커 백과사전류의 대안을 만든 예이다.
반면, 불법공유의 대표적 예는 불법복제(piracy)이다. 이것은 첫째, 많은 네티즌들이 불법복제를 불법이라 생각하지 않으며 적발하기도 어렵고, 둘째, 불법이지만 품질면에서 떨어지지 않기에 합법적 유료정보(컨텐츠)에 비해 매우 저렴한 대안이기에 근절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불법공유를 완벽히 제거할 방법은 없거나 있다해도 너무 많은 비용이 들기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보는 불법복제가 흔하다
정보는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 저렴한 비용으로 품질에 차이 없는 복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물리적 제품이라면 개인적 차원의 불법복제는 곤란하며 불법복제가 반드시 저렴한 비용 때문에 일어나지도 않는다. 다수의 경우는 저작권 문제 때문에 합법적 경로로 정보재를 구할 수 없을 때 불법복제가 발생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인터넷에서 불법복제가 흔하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DRM (Digital Right Management) 기술이 도입되었지만 비용대비효과는 크지 않다. DRM을 적용하는 경우 이를 적용하는 사용된 직접비 외 DRM 기술의 표준화가 불충분하거나 지연되어 발생하는 플랫폼의 파편화, 혁신의 둔화, DRM으로 인해 겪는 소비자의 불편 등 부수적 비용도 크다.
한편, 불법복제는 매출손실 같은 부정적 측면도 있지만,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시장을 확대시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게다가 불법복제를 근본적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불법복제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불법복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정보의 가격은 공짜?
정보기술의 빠른 확산과 더불어 태어나서 성장한 세대는 인터넷 상의 정보가 공짜라는 사실을 당연시한다. 이런 심리적인 기준가(anchor price)는 소비자가 어떤 제품에 대해 보유한 기대 가격인데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인터넷 세대는 인터넷 정보가 공짜이어야 한다고 생각할 뿐 아니라 품질에 대한 기대치도 높다. 이런 저변의 인식과 심리적인 거래비용(mental transaction cost)을 고려할 때 정보에 대한 유료화가 굳이 불가능하지는 않아도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Free의 저자 크리스 앤더슨은 세상에는 공짜와 공짜가 아닌 두 가지 가격이 존재하며 이것을 창출하는 시장은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사실 공짜는 신규시장에 진입할 때 가장 효과적인 무기이자 동시에 잠재적 경쟁자의 시장진입을 제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무기이다.
거의 무의미할 정도의 낮은 가격이라도 지불해야 하는 경우에는 소비자는 구매하려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과연 충분한 가치를 가지는지 고려한다. 이것을 ‘심리적 거래비용(mental transaction cost)’이라고 하는데, 이런 심리적 비용 때문에 0원과 100원의 차이가 100원과 10,000원의 차이보다 더 크며,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하는 것이 기존의 가격을 올리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이에 약사들은 가시적 의약품이 아닌, 데이터와 정보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여기에 가격을 매기는데 앞으로 더욱 고심해야 한다.
약사는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디지털 기반 약료와 헬스케어의 중신자로 전환을 모색 중이다. 그런데 약국이 가진 데이터를 활용하도록 디지털화를 추진하면서 약사가 활용가능한 정보를 이용한 사업을 전개한다고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를 대비하는 것은 아니다. 정보의 가치를 어떻게 매기고 인정받을지는 전문약사 시대를 대비하는 약사들에게 커다란 의미로 다가온다. 전문약사라고 완전히 신약들만 자신들의 약료활동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의약품들을 어떻게 사용하고 더구나 근거중심의료행위를 시행하면서 기존 의약품에 더하여 정보화된 고도의 임상적 지식과 술기를 어떻게 사용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 가는 새로운 도전이다(그림3).
그림3. Canadians Embracing Expanded Role of Pharmacists (출처: 캐나다약사회)
전문약사란 이제 약사가 기존 약의 전문가임을 주장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무슨 질병에 대해서 어떤 약물요법과 환자케어서비스를 어떻게, 얼마나 더 효과적으로 시행하여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보건의료자원을 합리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로 진입한다는 의미도 가진다. 이제 약사는 더 똑같은 수준의 의약품 전문가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2-10-31 17: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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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70> 약국의 미래: 정보의 저장소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의 명암
<70> 약국의 미래: 정보의 저장소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의 명암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을 언급할 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약방의 감초와 같이 인구에 회자된다. 데이터는 정보를 생성하기 위해서 일단 한 곳에 모아야 가치가 창출된다. 하지만 최신 기술의 활용에는 장단점의 양면성이 존재한다.
어제 오늘 사이에 우리나라 국민의 절대다수가 이용하던 카카오 플랫폼의 데이터센터가 화재로 인해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그 피해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서울의 주요 KT 지국 지하통신구 화재로 인하여 통신대란이 발생했던 사건이 있었다. 당일 필자는 부근에서 개최된 학술대회에 참석 중이었는데, 통신장애로 음식점의 결제용 단말기가 작동하지 않아 당황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러한 사건들은 디지털 기술 기반 플랫폼 사업의 시장지배력과 통신인프라의 중요성과 의존도, 그리고 보안시스템 및 백업시스템이 우리의 삶 속에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 상기시켜준다. 데이터가 매우 중요한 변화의 모멘텀을 제공하는 디지털 시대에 약국과 약사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요소를 짚어보도록 하자.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은 인터넷을 통한 구독기반의 데이터 스토리지, 보안, 네트워킹,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및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사용자의 직접적이고 활발한 관리 없이 컴퓨터 시스템 리소스를 필요시 즉시 제공(on-demand availability)하는 것을 말한다.
이 용어는 1965년 미국의 컴퓨터 학자인 존 매카시가 "컴퓨팅 환경은 공공시설을 쓰는 것과 같은 것"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유래하였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스토리지 솔루션은 사용자와 기업에게 개인 소유나 타사 데이터센터의 데이터를 저장, 가공하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며, 도시를 넘어 전세계 어디든지 세울 수 있다.
장점으로는, (1)기업이 서버 등 선행 투자비용을 줄이고, (2)컴퓨터 인프라에 시간 및 비용 투자하는 대신에 본원적인 사업에 집중할 수 있고, (3)응용프로그램의 기동 및 실행속도를 빠르게 하여 취급용이성을 개선하며 유지보수 비용을 줄이고, (4)유동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사업수요에 대하여 기업의 전산팀이 이를 충족하는데 자원을 더 빠르게 집중할 수 있다.
클라우드 제공자은 종량제(pay as you go) 모델을 주로 사용한다. 그래서 관리자가 클라우드 가격모델을 잘 활용하지 않으면 의외로 높은 비용을 지불할 위험도 있다. 기업은 컴퓨팅 수요가 증가하면 규모를 키울 수 있고, 반면에 수요가 줄면 규모를 낮출 수도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높은 컴퓨팅 파워, 값싼 서비스 비용, 고성능, 확장성, 접근성, 이용성의 이점으로 인해 매우 수요가 높은 서비스나 유틸리티가 되고 있다. 일부 클라우드 업체는 매년 50%씩 성장 중이지만, 앞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사용자 친화적으로 발전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그림1).
그림1.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의 주변환경
데이터센터의 현황
IDC (Internet Data Center)라고도 부르는 ‘데이터센터’는 기업에서 서버와 스토리지(저장소)를 설치하여 운영하는 장소를 말한다. 대형서버들을 한 곳에 모아 놓은 공간인데, ‘Server Hotel’ 혹은 ‘Server Farm’이라고도 부른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하드웨어가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 정교하게 관리됨으로써 백업, 보안, 공조, 전원관리시스템과 화재나 폭우, 태풍이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에도 견딜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초대형 데이터센터 한 곳에는 서버가 10만대 이상 존재한다. 천재지변으로 피해가 발생하면 특히 데이터에 의존하는 기업은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우므로 핵심 보안시설로 분류하는데, 우리나라에는 156곳 정도가 존재한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거나 이용하는 업체는 자체적 재해복구계획을 마련하는데, 세계적인 기업들은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여 비상복구훈련도 진행한다. 따라서 이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태는 국가적으로는 물론, 향후 각양각색의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과 공존이 필요한 약업계에도 사업설계 및 운영을 위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카오스 엔지니어링의 개념
이것은 복잡한 분산시스템 환경에서 시스템의 신뢰성을 확인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혼돈(Chaos) 상황을 야기하여 시스템의 약점을 찾아 보강하는 엔지니어링 기법이다. 일종의 성능테스트로써, 무차별적인 부하를 가하여 어떤 구성시스템이 장애를 일으키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따라서 분산 시스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주목받았다.
OTT사업 기업인 넷플릭스가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한 분산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전환하던 시기에 고안했던 ‘카오스 몽키(Chaos Monkey)’는 모든 소프트웨어 개발조직에 적용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기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는 ‘무기를 든 야생 원숭이가 데이터센터(또는 클라우드 영역)에 침입하여 무작위적으로 전산인프라를 파괴하는 다소 발생하기 어려운 사태’가 생기더라도 중단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의 관리 개념”으로 창안되었다.
카오스 몽키는 2011년 아마존 웹 서비스 인프라를 무작위로 마비시키도록 고안해서 약점이 노출되면 넷플릭스 엔지니어들이 넷플릭스는 이미 재난의 규모에 따라서 (1)카오스 몽키, (2)카오스 고릴라, (3)카오스 콩 이란 3단계 시스템을 구축하여 운영 중이다(그림2).
그림2. 카오스 관리기법(넷플릭스의 사례)
'카오스 엔지니어링(Chaos Engineering)'의 개념에 따르면 카오스 몽키란 가장 취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파악되면 문제에 대처하는 자동화된 트리거를 엔지니어가 설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예측불가한 상황에서 장애가 발생해도 엔지니어를 호출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도 가진다. 이후 카오스 몽키는 ‘카오스 엔지니어링’이라는 명칭으로서 종합적인 재난대비 프로그램으로 발전하였다.
카오스 엔지니어링의 원칙
카오스 몽키는 ‘카오스 고릴라’, ‘카오스 콩’을 거치면서 그 규모를 확장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카오스 엔지니어링이라는 원리를 구축했고, 실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4단계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1)시스템의 “정상상태”를 정의해 정상동작의 기준선을 설정한다.
2)대조군과 실험군 양쪽에서 모두 이 정상상태가 계속된다는 가설을 세운다.
3)서버멈춤, 하드드라이브 고장, 네트워크 연결끊김 등 실제 상황을 반영한 변수를 도입한다.
4)대조군과 실험군 사이의 차이점을 확인해 가설이 틀렸음을 입증한다.
이러한 정상상태를 파괴하기 어려우면 이는 견고한 시스템을 의미하고, 만약 약점이 발견되면 수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카오스 엔지니어링의 활용과 재난대비
넷플릭스는 카오스 몽키를 오픈소스로 만들어서 일반에 공개하였다. 즉 이는 보편적 위기관리 시스템 원리로 자리 잡혔는데, 금번 위기 시 카카오의 대응수준을 겪으면서 아직 카카오가 카오스 엔지니어링을 이용한 재난복구(Disaster Recovery, DR) 시스템 구축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의구심이 들었다. 동시에 얼마나 우리나라 국민이 카카오 서비스망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사실도 확실히 인식하였다.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소위 ‘디지털 정전’ 사태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데이터센터 규제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필자가 서두에 언급했던 2018년 11월 KT의 서울 아현동 지사 화재사건 이후 통신재난 방지 및 안정성 강화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됐었던 법률안이다. 수년 전 국회에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으로 발의됐다가 동의를 얻지 못했었다.
핵심적 내용은 지상파 방송사와 주요 통신사에 집중된 재난관리 대책을 카카오, 네이버처럼 서버, 저장장치, 네트워크 등을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데이터센터 사업자)’로 넓히자는 것이다. 또 재난대비 항목에 ‘주요 데이터의 보호’를 추가하도록 했었다.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의 인터넷 기업이 “지나친 규제”라며 반발했지만 결국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다 안전성을 높이는 발향으로 변화되리라 기대한다.
다양한 디지털 기술 기반 서비스가 스마트폰에 집중되면서 클라우드 서비스에 필수 아이템인 데이터센터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그렇다고 지나친 회의론에 빠질 필요도 없다. 전술한 대로 카오스 엔지니어링 기술은 이미 보편화 되어있고 소비자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기업이라면 강제적 규제가 생기기 전에 예견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선행투자를 통해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마땅하다.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는 다수의 기업들이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기를 기대한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2-10-18 14: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