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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43> 마지막 워싱턴 약국 일기
나랑 동년배인 미스터 젠킨스가 Amoxicillin Tablet 500mg 처방을 들고 왔다. 치과에서 받아 온 처방이다. 의사가 치과 처치 후 1알씩 하루에 3번 먹으라고 7일치를 처방하였다. 재빨리 조제하고 약을 미스터 젠킨스에게 전해 주는데 미스터 젠킨스가 왜 의사 처방대로 Tablet을 안 주고 capsule을 주냐고 항의한다.
Amoxicillin Tablet이 마침 없고 캡슐이나 정제나 별 차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고 그냥 드시라하니 미스터 젠킨스는 No, 의사 처방 대로 정제를 달라 한다. 그래서 주문해서 다음날 주기로 했다. 참 까칠하기는.
정제와 캡슐. 중국집의 짜장면과 짬뽕처럼 약국의 영원한 라이벌이다. 짜장면과 짬뽕처럼 어느 것이 더 좋다고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서방형 같은 특수 정제나 특수 캡슐이 아니면 정제나 캡술이나 생체에서 흡수 되는 생체 이용율에 큰 차이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면서 좀 까다로워지고 작은 일에 분개도 하고 반대로 우울해지거나 감정이 연약해지기도 하는데 약국에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 나이 드신 분들이라 그러신 분들이 있다. 나도 나이가 들면서 남성 호르몬 감소의 영향인지 요즘 내가 좀 센티멘털해지는 것을 느낀다.
전에 없이 드라마를 보고 눈물이 고이질 않나,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도 감격에 겨워 울컥해 한다. 특히 이번 평창 올림픽을 축하하기 위해 남쪽으로 내려온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연주는 감미로왔고 노래는 아름다웠으며 메시지는 훌륭했다.
아내는 몇 번이나 공연을 반복해서 보고 있는 나에게 마치 이산가족 같다고도 했다. 나는 아내에게 내가 직계 가족을 북에 두고 온 이산 가족은 아니지만 남북이 갈라진 나라의 한 쪽 시민으로 나도 모르게 분단의 아픔을 절절히 몸으로 느끼고 있나 보다 했다. 벌써 70여 년이나 됐다고.
어떤 이는 그들이 촌스럽다고도 하고 이질적이라고도 하는데 그래도 그들은 미국 말도 아니고 일본 말도 아니고 우리와 같은 말로 노래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하고 싶다. 이를테면 정제와 캡슐제 정도의 차이일 뿐, 정제와 주사제 만큼의 차이는 아닌 것이다. 절정은 남쪽 가수 서현과 북쪽 가수가 같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를 때였다. 난 TV 앞이지만 일어나서 박수를 쳤다.
북한에 가 봤으면 좋겠다. 나아가 평양에 통일약국을 열었으면 좋겠다. 그냥 내가 통일을 위해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작은 일이라도 하고 싶다. 이 겨레 살리는 통일, 이 나라 살리는 통일을 위해서라면...
10년간 '닥터리의 워싱턴 약국 일기'를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 드립니다. '통일 약국 일기'로 다시 찾아 뵙기를 희망하면서 아쉽지만 이 연재를 여기서 마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십시오.
dugkeun7@gmail.com
2018-02-28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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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42> Seal Finger
갑자기 오른 손이 퉁퉁 부은 피터는 응급실을 방문하고 처치를 요구하였다. 의사는 상처에 감염된 Cellulitis로 진단하고 그에 합당한 항생제 Cephalexin을 처방하였다. 하지만 이틀간 약을 복용해도 효과가 없자 그는 응급실을 재방문하였다.
그의 손은 더욱 부어 올랐고 손가락들은 간격이 안 보일 정도로 붙어버렸다. 의사는 세팔렉신 보다 더욱 강력한 같은 계열인 Cefazolin 2 g을 정맥 주사로 주입하였다. 하지만 다음날 피터의 손은 감각이 없을 정도로 더욱 나빠졌고 손목까지 부어 올라 피터의 케이스는 응급실에서 외과로 이송되었다.
외과의사는 원인을 찿고자 그에게 무슨일이 있었는지 물어 보았고 그가 1 주일 전에 물개를 사냥하고 가죽을 벗긴 작업을 했던 것을 확인하였다. 의사는 즉시 물개류 접촉에 의한 Seal Finger로 진단하고 그 원인균으로 알려진 Mycoplasma의 항생제 Tetracycline을 처방하였다.
새로운 항생제 투여 후 2일째 부터 손의 붓기는 가라 앉기 시작했고 손가락의 움직임도 회복되기 시작하였다. 항생제 2 주간 복용 후 피터의 손은 정상으로 돌아 왔고 치료는 종료되었다.
Seal Finger는 노르웨이나 캐나다 동북쪽에서 물개잡이를 하던 선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질병이었다. 선원들 뿐 아니라 잡은 물개를 손질하던 사람들, 그리고 수의사나 동물원에서 물개를 조련하는 사람들에게도 나타날 수 있는 질환으로 감염은 손가락부터 시작한다.
원인균이 발견되고 그에 따른 항생제가 처방되기까지 환자들은 속수 무책으로 손을 소금물이나 식초, 알콜에 담가 보거나 열로 지지거나등의 단순한 방법밖에 쓸 수 없었다. 간혹 성공하는 사람들도 나왔지만 많은 사람들은 전신 감염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손을 절단하기도 하였다.
Seal Finger와 결은 다르지만 많은 무서운 병들은 동물로부터 감염된 것이다. 결핵의 원인균인 Mycobacterium 도 물개류부터 전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류의 근대사에서 주요 사망 원인이었던 천연두, 인플루엔자, 말라리아, 페스트, 홍역, 콜레라 같은 질병들이 동물의 질병에서 진화된 전염병들이다.
제 2 차 세계대전까지 전시에 사망한 사람들 중에는 총상이나 포탄에 의한 사망자보다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훨씬 더 많았다. 훌륭한 장군이나 무기를 가진 군대 보다도 가장 지독한 병원균을 적에게 퍼뜨리는 군대가 승리할 때가 많았던 것이다.
600명의 스페인 군이 2000만의 아즈텍 왕국을 멸망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유럽에서 갖고 온 천연두 덕분이었다. 이 균에 의해 아즈텍은 2000만의 인구가 160만으로 곤두박질쳤는데 천연두에 면역이 생긴 스페인 군에 비해 아즈텍인들은 이 새로운 균에 대한 면역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천연두는 설치류로부터 인간으로 전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즈텍왕국에는 그러한 설치류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인간과 동물의 장기간 접촉으로 인해 진화된 균이 인간을 공격하는 예는 최근에도 있었다. 바로 원숭이로 부터 전염된 에이즈이다. 지금은 좋은 약들이 개발되어 이 질병의 확산은 많이 수그러 들었지만 다른 질병들이 그 뒤를 이을 가능성이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바로 그것인데 아직 광범위하진 않지만 서서히 인간으로의 감염이 시작되었고 감염된 사람은 대부분 사망하였다. 백신의 개발과 치료제의 개발이 시급하다.
dugkeun7@gmail.com
* '닥터리의 워싱턴 약국일기'는 다음 호로 종료됩니다. 그 동안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8-02-14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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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41> 디기탈리스
1775년 어느 날 Dr. Withering는 그의 병원에서 환자를 진찰하고 있었다. 환자의 심장 박동이 매우 약한 것을 확인한 Dr. Withering는 환자가 곧 죽을 거라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일러줬다.
의사의 말을 믿지 못한 환자는 거리의 집시를 찾아갔고 놀랍게도 이 환자는 집시가 준 묘약을 먹고 심장의 박동을 회복하였다.
몇 달 후 곧 죽을 걸로 알았던 환자를 거리에서 발견한 Dr. Withering는 놀라움에 자초지종을 물었고 집시를 찾아가 흥정 끝에 묘약의 정체를 알아내었다.
그것은 디기탈리스였다. 이 약초는 중세 때부터 종교재판 등에 쓰여진 독성물질이었는데 의사들이 알기 전에 집시들이 그 효능을 먼저 인지하고 거리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려내고 있었던 것이다.
Dr. Withering는 자신의 환자 163명에 여러 가지 조합의 혼합물을 투여한 후 디기탈리스 건조 분말이 가장 효과가 있는 것을 알아내고 공식적으로 그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는 이 약초가 아주 적은 양으로 효과가 있음을 발견하고 그에 따라 독성과 부작용도 쉽게 따라 올 수 있음을 경고하였다.
이 약의 가장 큰 부작용은 심한 구토와 메스꺼움이고 독성은 심장에 과작용을 일으켜 사망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약초는 미국 야생 어디에나 있고 다른 풀들과 매우 유사하므로 이 약초에 의한 사건은 흔히 발견되는 일이다.
한 젊은 청년은 디기탈리스 잎을 파이에 얹어 먹다가 응급실로 실려가게 되었다. 이 청년의 심박수는 극도로 낮아졌고 혈중 디기탈리스 레벨은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다행히 이 청년은 1주일 이상을 중환자실에서 고생한 후 퇴원을 할 수가 있었다.
디기탈리스 풀의 독성을 이용한 살인 사건 시도 등도 꽤 있었다. 2010년 콜로라도 주 법원은 Lisa Allen을 남편 살인 미수로 4년 형을 선고하였다. 그녀는 디기탈리스 잎을 다른 샐러드와 섞어 남편을 살해하려고 했다. 미스터 알렌은 샐러드 맛이 매우 써서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먹을 만했다고 한다. 그는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맨 후 겨우 살아났다.
병원의 간호사였던 Charles Cullen은 2006년부터 29명의 환자를 디기탈리스 성분 주사제인 Digoxin 과다 투여로 살해하였다. 그는 경찰에서 암환자나 AIDS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태연하게 그의 의도를 강변하였다.
디기탈리스는 그 성분인 Digoxin으로 약국과 병원에서 이용되고 있다. 하루 최고 용량은 0.3mg으로 극소량이다. Dr. Withering이 치료용량을 찾느라 애를 먹은 이유이다.
디곡신은 오늘날 다른 좋은 약들로 인해 많이 처방되지는 않지만 아직도 꾸준하게 애용된다. 기적의 약이라는 명성은 쉽게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고로 Digoxin은 영어로 디곡신이 아니라 "디작신 또는 다이작신"으로 불린다.
2018-01-31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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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40> Emergen-C
노스캐롤라이나 한인 성당의 신부님은 어느 날 신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미국에 이민을 온 지 얼마 안 된 자매님인데 혹시 성당에 "임어진"씨라는 분이 있냐고 물어 보는 것이었다.
신부님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임어진씨라는 신자는 없는 것 같아 왜 그러시냐 했더니 지금 아이가 아파서 성당의 사무장님께 전화했더니 임어진씨를 찾아가 보라고 했다고 한다. 가만히 듣고 있던 신부님은 빙그레 웃으면서 자매님과 그 아들을 가까운 병원의 응급실 Emergency로 데려다 주었다고 한다.
약국에 손님이 오더니 "임어진씨"가 어디에 있냐고 한다. 하하, 또 어떤 임어진씨인가? 나는 그 손님을 비타민 아일로 안내해 "Emergen-C"를 집어 주었다. Emergen-C는 비타민 씨 발포정으로 물에 녹여 마시는 제품이다. 비타민류중 잘 나가는 품목 중에 하나다.
1497년 포루투갈의 탐험가 바스코 다 가마가 희망봉을 돌아 인도로 가는 길을 발견했을 때 그가 원치 않았던 또 하나의 발견이 같이 있었다. 그것은 Scurvy라 불리는 괴혈병으로 170명의 선원 중에 116명이 이 병으로 죽은 것이었다.
또한 마젤란이 세계일주 항해를 할 때는 선원 230명 중 208명이 이 병으로 죽었는데 해양 탐험이 활발하던 1600년부터 이 후 200여 년간 이 병으로 죽은 이는 무려 100만명에 이른다.
이 괴혈병의 원인을 밝히려고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 중 1769년 영국의 의사 제임스 스탁은 자기자신의 몸을 이용해 실험을 하였다. 그는 31일 동안 빵과 물만 먹다가 이후 올리브 오일, 무화과 열매, 거위 살, 우유 등 한가지씩 새로운 음식을 첨가해 먹기 시작하였다. 2달이 지난 후 그는 잇몸이 벌게 지면서 부풀어 올랐고 살짝만 부딪쳐도 피가 나며 매우 피곤해짐을 느꼈다.
그는 이 후 매식마다 많은 양의 고기와 빵을 먹었는데도 신선한 과일이 부족한 식단은 결국 7개월 지난 후 그를 죽게 하였다. 자신을 이용해 신선한 과일이 괴혈병의 원인임을 몸소 밝힌 것이었다. 이 후 모든 선단에는 오렌지나 라임쥬스 등이 다른 식량과 함께 실렸으며 배가 항구에 정박할 때마다 신선한 과일을 보충하여 선원들의 괴혈병 발병을 막았다.
약 한 달간 비타민 씨가 부족한 식사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괴혈병에 걸린다. 비타민 씨가 생체네 접착제인 콜라젠 형성에 기여하기 때문에 비타민 씨가 부족한 사람은 몸이 해체되는 과정을 겪게 된다. 잇몸이 부어 오르고 이빨이 빠지고 무릎 관절이 분해되고 뼈가 약해지고 혈관벽이 약해져 조금만 부딪쳐도 피가 나게 된다. 물론 상처가 나도 쉽게 낫지 않는다.
또한 비타민 씨는 생체네 독소 물질인 free radical의 작용을 막아 주는 강력한 항산화 효과가 있는데 비타민 씨 부족은 결국 독소물질의 심장병유발이나 암 발생을 막지 못하게 된다. 비타민 씨의 이러한 작용은 헝가리 출신 Szent-Gyorgyi 박사가 비타민 씨 추출에 성공하고 그 작용이 대해 연구하면서 밝혀졌다. 그 공로로 그는 노벨생리학상을 받았다.
한동안 비타민 씨 부족에 의한 이 괴이한 질병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망망한 대해 난파선에서 이빨이 빠지고 피가 철철 흐르는 유령을 발견하듯 요즘 괴혈병 환자들이 이 곳 미국에서 종종 발견되고 있다. 혼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이들은 냉동식품이나 패스트푸드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으며 신선한 과일 등이 부족한 식단에 장기간 노출되고 있다. 잊혀졌던 질병이 가난하고 외로운 이들을 통해 귀환하고 있는 것이다.
Emergen-C가 필요한 Emergency한 상황이다.
2018-01-17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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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39> 임상시험 사고
취직이 안돼 알바하던 친구가 돈 많이 준다는 광고를 보고 임상실험에 참여하는 장면이 한국 드라마에서 나왔다. 안타깝게도 실험 약을 먹고 하루가 지난 후에도 설사를 계속하던 그 친구는 결국 정작 중요한 입사면접을 제대로 임하지 못했다. 설사도 심해졌지만 어지러움에 구토까지 했기 때문이다.
이 친구가 참여한 실험은 임상 1상 시험이다.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부작용과 최대 약내성 용량, 약동력학 등을 측정하는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부작용이 나올 때까지 투여량을 올리기 때문에 참가자가 부작용을 경험할 가능성은 거의 100%이다. 또한 단 1회 투여뿐 아니라 매일 반복 투여하며 부작용을 검토하기도 한다.
임상시험 약은 전임상동물시험을 거쳐 FDA 등 감독기관에서 임상 허가를 받은 약이다. 따라서 크게 문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동물에서 안전한 용량이 사람과 동물의 차이에 의해 사람에서는 안전하지 않아 큰 사고로 이어진 경우가 그 동안 몇몇 있었다.
2016년에 프랑스에서는 신약진통제의 임상 1상 시험에서 큰 사고가 났다. 약을 복용하던 중 총 6명이 중환자실로 이송되었고 그 중 1명은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 약물은 전임상에서 특별히 침팬지 실험을 더 해 안전성을 재확인 했지만 사람에서의 반응은 재앙이었다.
더 큰 사건은 2006년에 영국에서 발생하였다. 임상약을 복용한 건강한 청년들이 나중에 Elephant men 이라고 불릴 정도로 머리가 크게 부풀어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6명의 건강했던 청년들은 류마티스 관절염 시험약을 복용한 지 수 시간 만에 장기가 손상 되고 머리가 부어 올라 중환자실로 급히 이송되었다.
심지어 몇몇은 손가락과 발가락 일부를 잃어버리기까지 하였다. 희생자들에 의하면 약을 복용하자마자 머리에 불이 나는 것 같았으며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고 한다.
임상 1상 뿐 아니라 2상 실험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에서 실시한 Gene therapy 임상시험에서 유전적 간 질환을 앓고 있던 18살 된 제시는 약을 투여 한 지 4일만에 사망하였다. 정확한 직접 사망원인은 알려지고 있지 않으나 다른 이유로 제외된 대상자를 대신해서 뽑힌 제시가 결국 사망하여 가족들을 안타깝게 하였다.
Seroquel 이나 Wellbutrin 등 정신분열증 약이나 우울증 약 등을 임상시험 할 때는 환자가 자살을 하지 않을까 조심해야 된다. 특히 18살 이하 청소년의 경우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울증 약을 복용하면 초기에 자살 충동이 증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울증 약이 Happy hormone인 Serotonin의 양을 올리기 전에 이미 분비된 Serotonin을 고갈시켜 일시적으로 더 우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4년 Seroquel 임상시험 참가자는 정보기관의 살해 위협을 항상 느끼고 있었다는 정신 분열증을 앓고 있었는데 약을 복용하고 한 달 후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Wellbutrin 임상시험 참가자는 약을 복용하던 중 자살을 시도해 중태에 빠졌고 장기 손상 등으로 이어져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이 환자는 임상시험 주관 기관인 대학병원을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모든 약은 부작용이 있다. 그 부작용은 임상시험을 통해서 확인된 것이다. 당연히 임상시험이 없는 약은 세상에 나올 수 없다. 임상시험 참가자의 노고에 새삼 감사 드리지 않을 수 없다. 관계자들은 보다 철저한 검토와 환경으로 임상시험 참가자들의 뜻밖의 사고를 미리미리 예방했으면 한다.
2018-01-03 09: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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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38> 구충제
한국에 있을 땐 가을이면 구충제를 한 알씩 먹곤 했다. 그 때만 해도 한국의 위생상태가 좋아 구충제를 안 먹어도 됐으련만 TV에서 나오는 광고에 현혹되기도 해서 습관적으로 온 가족이 구충제를 복용했다.
미국에 와서도 한 동안은 한국에서 공수해서 약을 복용하곤 했다. 그러다 한 10 여년 정도 까먹고 복용을 안 했는데 지금까지 별탈은 없는 걸로 보아 큰 문제는 없는듯하다.
한국도 이제는 위생문제가 거의 없으므로 구충제를 매 번 복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광고의 효과도 있고 약이 일반약으로 구입이 용이하므로 구충제를 드시는 사람들이 아직도 꽤 있는듯하다. 더구나 중국산 김치 등에서 기생충알 등이 발견되었다고 하니 아직은 복용필요성이 남아 있다고도 본다.
미국에서 구충제는 요충약만 빼고는 처방약이다. 그러므로 한국처럼 예방차원으로 복용하는게 아니라 확실히 감염된 후 복용한다. 미국에서 통용되는 구충제로는 Albendazole, Mebendazole, Ivermectin, 그리고 요충치료제 Pyrantel이 있다. 이러한 처방전이 가끔 나오는데 위생상태가 아주 좋은 미국에서 왜 이러한 약 처방전이 나올까?
우선은 외국에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감염된 경우이다. 캠핑을 다녀온 사람들도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또 감염된 애완동물로부터 감염된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위생상태가 현저히 나빠 기생충에 감염된 경우가 아직도 미국에 상당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십이지장충 감염자는 무려 7억 명에 달한다. 대부분 남아메리카, 남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이다. 미국에서도 남부 지역에 이들 환자들이 많다. 그 중에 한 곳이 알라바마주의 Lowndes County 같은 곳이다. 이 곳은 미국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 중의 하나이다.
이 지역의 집들은 하수 시설이 매우 열악하다. 화장실의 처리물이 PVC관을 통해 도랑으로 흘러간다. 평상시에는 그럭저럭 괜찮으나 비가 많이 올 경우 하수물이 역류하여 집안으로 더러운 오수가 들어 오기도 한다. 검사 결과 이 지역 주민들의 변에서 십이지장충의 알이 다수 발견되었다.
치료는 쉽다. Albendazole 200mg, 2알이면 깨끗이 십이지장충들을 박멸할 수 있다. 문제는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주민들은 재감염 가능성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하수시설을 수리해야 하는 데 그 비용이 가구당 15,000달러이나 된다 하니 가구당 연평균 수입은 18,000달러에 불과한 이들로선 꿈도 못 꿀 일이다.
또 다른 문제는 약 값이 매우 비싸다는 것이다. Albendazole 두 알의 약 값은 400달러에 이른다. 물론 물가 차이는 있겠지만 이 약이 탄자니아에서는 4센트이다. 자본에 대한 통제가 없는 자본주의 만능에 따른 폐해이다. 부자나라 미국에서 가난하게 사는 사람은 가난한 나라에 사는 보통사람들보다 더 고통스러울지도 모른다.
아주 가난한 사람은 메디케이드에 의해 약 값이 커버되겠지만 차상위자의 경우 비싼 약값을 그대로 지불해야 된다. 차상위자들의 경우 대부분 보험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 예산이 비싼 약 값을 커버하느라고 메디케이드 쪽으로 소비되게 되면 주 정부는 푸드 스탬프 등 다른 복지 예산을 줄일 수 밖에 없다. 세계 1위 빈부격차국의 적나라한 실상이다. 세계 2위 빈부 격차국인 한국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2017-12-20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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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37> Grastek, Immunotherapy Tablet
몇 일전 미스 도날드가 스테로이드 연고 Triamcinolone을 가지고 가더니 다음날은 경구용 스테로이드도 가져갔다. 그 날 보니 미스 도날드 얼굴이 뻘건 게 아직도 알러지 해결책을 못 찾은 것 처럼 보였다. 지난 달에도 많은 약들을 가져갔는데 불쌍한 미스 도날드 고생이 많다.
오늘은 미스 도날드, 보여줄게 있다며 자기 등을 보여 준다. 등을 보니 수 많은 바늘 자국이 보이는데 알러지 원인을 찾느라고 테스트 해 본거라 한다. 등 뿐 아니라 양 허벅지에도 많은 바늘 자국이 있다고 한다.
소위 Allergy test panel인데 꽃가루나 동물 털 등은 물론이고 화학 약품이나 우유 등 식품까지 무려 100여가지 알러지 원을 몸에 주입하여 어떤 알러지가 원인인지 알아보려고 했다는 것이다. 알러지 원인이 알려지면 Allergy therapy를 실시하려고 했다고.
엄청나게 고생했구나, 그래서 알러지 원인을 찾아냈냐고 물어보니 고개를 가로 지른다. 그렇게 반응이 심하게 오는 알러지 원은 없었고 다들 조금씩 반응이 나와 그냥 알러지 증상이 나타나면 그 때마다 치료 하는 수 밖에 없다고 의사가 결론 내렸다고 한다.
클라우디아는 알러지 증상이 없었는데 언젠가부터 호흡이 가빠지고 눈이 가려워 콘택트렌즈도 못 낄 정도 다 되어 알러지 의사를 찾아갔다. 의사는 미스 도날드처럼 100여가지는 아니지만 비슷한 알러지 테스트를 해서 클라우디아가 여러 가지 꽃가루와 먼지 진드기에 대한 알러지 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알러지 의사는 클라우디아에게 침대와 베개도 새 것으로 바꾸고 집안에 air filter도 바꾸라고 권유하면서 확인된 allergy shot을 처방했고 이후 클라우디아는 콘택트렌즈도 다시 끼고 훨씬 편안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안토니오와 알렉스는 형제인데 둘 다 매우 심한 알러지 문제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아빠가 천식환자라 유전적으로 알러지 증상을 피할 수가 없었다. 아기 때부터 아이들은 병원응급실을 들락 날락 했고 엄마는 스테로이드 inhaler등을 항상 갖고 다녔다.
알러지 의사를 찾고 나서 알러지 테스트를 해 본 결과 아이들의 알러지는 꽃가루와 먼지 진드기 그리고 개와 고양이 털이 원인이었다. 알러지 의사는 allergy drop으로 이들을 치료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아이들은 야외에서 운동도 할 수 있게 되었고 여행도 자유로이 다니게 되었다. 다만 애완 동물이 있는 집은 되도록 피해 다니는 게 필요했다.
allergy shot이나 allergy drop등은 예방 백신처럼 알러지 attack이 오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방법이다. 알러지 원인이 되는 물질을 소량으로 반복적으로 미리 투여하여 알러지 반응을 미리 소진 (desensitization) 시켜 알러지 공격이 올 때 반응을 최소화 시키는 방법이다. shot 이나 drop을 1주일에 1~2번 정도 한 달 쯤 주입하고 서서히 용량을 줄여 나가면서 알러지 감수성을 낮추는 방법이다.
Allergy shot이나 allergy drop은 꼭 의사를 방문하여야 하고 또한 매 주 주사를 맞으러 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제약회사 Merck 등에서는 혀 밑에 투여하는 sublingual제제를 출시하였다.
모든 알러지 원에 대해 다 나온 것은 아니고 주요 알러지 원인 꽃가루와 풀에 대해 약이 만들어졌다. 이 약들은 하루에 한 번 혀 밑으로 투여하고 복용하고 난 후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이 약은 치료약이 아니고 약 자체가 알러지 반응 원인 물질이기 때문이다.
Grastek (Timothy and related grass pollen), Ragwitek (Ragweed), Oralair (5 grasses) 등 세 종류의 제품이 현재 시장에 나와 있다. 이 약들은 하루에 한 번 4개월 간 알러지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복용하면 효과가 있기 때문에 12월이 되기 전에 복용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약국에도 지금부터 처방전이 나온다. 나도 미국에 온 이후로 없던 알러지가 생겼는데 이렇듯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게 마냥 쉬운 일만은 아닌 것이다.
2017-12-06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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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36> 아기에게 젖먹일 때 약 먹기
어릴 적에는 시내버스에서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엄마들을 꽤 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차츰 분유가 보편화되고 엄마들이 미용 등에 신경 쓰면서 젖을 먹이기 보다는 분유를 먹이는 엄마들이 많아졌다. 시대가 점점 맞벌이가 일반화 되면서 엄마가 아기에게 젖을 먹이기는 더욱 어려워 졌다.
하지만 아기에게 젖을 먹이면 엄마와 아기에게 모두 좋다. 젖을 먹이면 아기의 면역능력이 증강되는 것은 물론, 귓병과 호흡기 질환, 천식, 피부염에 걸릴 확률이 현저히 낮아진다. 엄마는 출산으로부터 회복시간이 단축되며 난소암과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심리적으로 아기와 엄마의 친밀감이 늘어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이유로 요즘 모유수유가 많아지고 있다.
주의할 점은 술 마시고 아기에게 젖을 물려선 안 된다. 알코올은 엄마 젖을 잘 통과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알코올이 들어 있는 시럽을 복용하는 등 불가피할 경우에는 약을 복용 후 최소한 2시간 후에 수유를 하도록 한다. 담배 피는 엄마도 수유할 수 있으나 아기에게 2차흡연 효과가 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아쉽게도 엄마 젖에는 비타민 D와 철분이 충분히 들어 있지 않으므로 아기에게 필요한 이 두 영양소를 외부에서 따로 공급해줘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Vitamin D-Iron Drop이 간혹 처방으로 들어오기도 하는데 이 약은 처방 없이 OTC로도 살 수 있다.
약 중에 어떤 약들은 엄마 젖 생산을 위축시킨다. 대표적인 것이 에스트로젠이 포함된 경구피임제이고 이뇨제나 니코틴제제도 같은 효과가 있다. 반대로 Fenugreek 이나 Milk Thistle등의 식물 추출물이 모유생산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엄마가 약을 복용할 때는 아기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되도록 Long acting약물은 반감기가 짧은 Short acting으로 의사와 상의해 바꿔 주도록 한다. 이를테면 고혈압약 Toprol XL은 같은 성분 Short acting인 Lopressor로 바꿔 준다. 약을 복용한 후 최소한 2시간 경과된 후 수유를 하도록 하며 바람직한 약 복용타임은 수유직후이다.
수유하는 엄마가 감기에 걸리면 타이레놀을 복용하도록 한다. 상대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이다. Ibuprofen도 반감기가 짧아 Naproxen 같은 반감기가 긴 약에 비해 안전하다. 코가 막히면 약으로는 Sudafed가 비교적 안전하나 그냥 Saline Spray 같은 자연치료방법을 권한다. 아스피린은 아기에게 Reye's Syndrome을 유발할 수 있으니 복용을 피해야 한다.
엄마가 감염되었을 때 항생제로는 Amoxicillin등의 페니실린계나 Cephalexin 등의 Cephalosporins 계가 비교적 안전하다. 항생제 처방 1위인 Azithromycin(Z-pak)도 상대적으로 아기에게 안전하나 페니실린계보다는 못하다. 요로감염 등에 쓰이는 설파계 항생제인 Bactrim은 황달기가 있는 아이를 수유하는 엄마가 복용하면 절대 안 된다. 황달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면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게 엄마나 아기에게 여러모로 좋다. 수유 중 약을 복용하는 거에 대한 문의가 있으면 약의 전문가 약사와 상의하길 바란다. 약국에 가면 언제든지 상담이 가능한 약사가 있다. 미국에서 약사는 다른 전문가와 다르게 공짜상담이 가능한 유일한 전문가다.
2017-11-22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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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35>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약 드시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비타민에서 건강 식품까지 몸에 좋다는 약은 다 즐겨 먹는다. 몸이 약간만 찌뿌둥해도 OTC 감기약이나 타이레놀 등을 얼른 챙겨 먹는다. 또한 의사가 약을 처방하면 처방전의 지시사항을 완벽히 지키시는 사람들도 있다. 예를 들어 1알 씩 8시간마다 복용하라 하면 시간을 맞추려고 자다가 일어나서까지 1알 먹고 다시 자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사들의 지시사항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 통계에 의하면 의사가 발행한 처방전의 1/4은 아예 약국으로 가져오지도 않는다. 약을 가져간 사람들도 처방전대로 약을 복용한 경우는 50%도 되지 않는다. 심리학자들이 환자들의 이러한 Nonadherence 에 대해 분석했는데 다음과 같다.
가장 첫 번째 이유는 부작용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이 약을 먹고 어떤 친구가 큰 부작용을 겪었다던데 나도 그러지 않을까 하고 걱정이 돼서 약을 제대로 안 먹는 경우다. 두 번째로는 약이 비싸다고 느낄 경우 약이 떨어졌을 때 리필을 꺼린다. 세 번째로는 약에 대해 의심하는 경우다. 이 약이 효과가 있나? 내 생각엔 약을 바꿔야 할 것 같은데 하며 약을 정해진 대로 복용하지 않는다.
네 번째로는 너무 많은 종류의 약을 복용할 경우 복용시간이 헷갈리기도 하고 여러 약을 같이 먹으면 안 좋을 거다 하는 자체판단으로 약 복용을 스스로 조절하는 경우이다. 다섯 번째로는 약 먹어도 증상이 호전되는 느낌이 없을 경우, 먹어도 안 먹어도 똑같으니 약 먹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다. 여섯 번째로는 내가 이 약에 너무 의존하게 되지 않을까? 평생 이 약을 먹어야 하는 거 아냐? 하며 걱정하기 때문에 복용을 꺼려한다.
우울증 증세가 있는 경우는 모든 게 하기 싫기 때문에 약 복용하는 것도 꺼린다. 마지막 이유로는 의사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저 의사 돌파리야, 돈 밖에 몰라. 이 약도 제약회사 리베이트 받고 처방한 걸 거야. 의사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가진 환자가 약을 제대로 복용할 리가 없다.
그래도 이런 사람들은 혈압이 200에 가까운데도 약 복용을 마다하고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극복해 보겠다고 하다가 혈관이 터져 응급실에 실려가는 사람들이나 기준치 보다 두 배 이상의 혈당치를 보이는데도 당뇨병을 자연식품으로 치료하겠다며 산 속으로 들어간 사람들보다는 양호한 사람들이다.
더구나 우리 아이에게는 부작용이 위험하니 예방 백신을 안 맞히겠다는 소위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일명 '안아키' 엄마들을 보면 잘못된 정보가 얼마나 왜곡된 결과를 낳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역사를 보자. 오늘날 같은 백신이 개발 되기 전 영국의 신생아 1,000명당 출생 첫 해 사망자 수는 150명이 넘었다. 또한 생존 아이들의 1/3이 15세가 되기 전에 죽었다. 영국 왕 에드워드 1세의 왕비 엘리노어는 16명의 아이를 출산했는데 그 중 10명이 15 살이 되기 전에 죽었다. 가장 훌륭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의 사망률도 이러하니 일반 농부 가정의 아이들이 15살 이후까지 산다는 것은 신의 은총이었다.
우리 나라도 아이들 출생 신고를 일부러 늦게 하던 시절이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아이들이 일찍 죽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100일 잔치, 돌잔치를 다른 생일 보다 크게 하는 이유이다. 오늘날엔 영국에서 태어난 아이들 1,000명당 994명이 천수를 누리다 죽는다. 또한 출생신고를 일부러 늦게 하는 부모는 한국에 아무도 없다.
다 백신 덕분이다. 백신 덕분에 아이들을 잡아가던 그 무섭던 천연두는 완전히 박멸되었고 소아마비도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안아키' 엄마들도 아이 그만 고생시키고 아이가 아프면 약 먹이고 모든 백신은 정해진 날짜에 꼬박꼬박 맞히기를 바란다.
2017-11-08 09: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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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34> We die like rich people
1959년 1월 1일, 마침내 쿠바의 혁명군은 바티스타 정권을 무너뜨리고 쿠바에 혁명정부를 세웠다. 3년 전 겨우 100여명으로 시작한 혁명 게릴라군은 3년을 이끈 끈질긴 투쟁 속에 혁명을 승리로 이끌고 쿠바의 민중들을 압제에서 해방시켰다. 이 혁명을 이끈 두 주역은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다.
게릴라 전의 후유증인지 카스트로는 위장 질환을 달고 살아 연설을 할 때마다 고통으로 배를 움켜잡아야만 했다. 체 게바라는 만성천식으로 고생했기 때문에 기침으로 은신처가 발각되는 일이 빈번하였다. 혁명을 성공한 후 둘은 쿠바에 의료천국을 세우기로 하고 개혁을 단행하는데 그 개혁은 의사 출신인 체 게바라가 맡았다.
체 게바라는 헌법에 전국민 의료 시스템을 정착시켜 의사 1인당 국민 170명을 돌보는 주치의 제도를 정착시켰다. 2005년 기준으로 쿠바의 의사 수는 전세계에서 인구당 2번째로 많다. 그에 비해 미국은 의사 1인당 450명, 한국은 의사 1인당 550명이다.
의사 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모든 국민이 1년에 최소한 1번 이상 건강 체크를 의무적으로 받는다는 것이다. 환자의 병원 내원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의사는 각 가정을 방문하기도 한다. 체크 업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된 경우, 정도에 따라 치료를 바로 시작하거나 다음 방문을 예약한다. 물론 입원 등의 조치도 뒤따르게 된다.
이런 식으로 쿠바의 의료 시스템은 Primary care에 집중하여 병을 미리 발견하므로 선제적 조치로 인한 의료비 절감을 꾀할 수 있었다. 의료비는 소득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무료이며 의사는 공무원이다.
쿠바의 영아사망률은 하버드대학병원이 있는 보스턴 지역 보다 낮다. 평균 기대 수명은 2006년 77살로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 최고이다. Primary care에 집중하므로 모든 백신은 의무적이며 물론 무료접종이다. 일련의 백신 접종으로 소아마비는 1980년대에 완전히 퇴치되었다.
쿠바는 백신 접종뿐 아니라 백신 등 의약품 개발에도 한 발짝 앞서 나갔다. 세계 최초로 뇌수막염 백신을 개발했고 인터페론 대량생산 기술을 개발한 나라도 쿠바이다. 그 외에도 향기치료나 Homeopathy, 한방 등에도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요즘 핫이슈가 되고 있는 쿠바산 약은 CimaVax이다. CimaVax는 Havana의 Center of Molecular Immunology에서 개발한 암 치료 백신으로 Growth factor의 생성을 증강시켜 암세포를 사멸하는 약물이다. 현재 뉴욕에 있는 Roswell Park Cancer Institute를 비롯, 전세계 5000명의 암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실험 중인데 놀라운 결과가 예상된다고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암 백신의 접종비용이 단 1달러라는 사실이다. 미국에서 이 약이 발매 될 경우 이 보다야 더 비싸지겠지만 원가를 무시하는 터무니없는 가격은 불가능 할 것이다.
쿠바의 이런 놀라운 의료 시스템은 사명감에 불타는 의사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의사들의 월급은 2013년 기준으로 26달러이며 간호사는 13달러를 받는다. 공무원 평균은 20달러이다. 이러한 의사들을 쿠바는 UN기구들과 연계하여 재난지역이나 저개발국에 파견하고 있다. 쯔나미 지역이나 카슈미르 지진지역은 물론,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지역에도 쿠바의 의료진은 최전선에서 봉사하고 있다.
1960년, 체 게바라는 청년의사들을 향한 연설에서 의사들을 "Revolutionary Doctor"라고 언급하면서 의사의 사명감을 강조하였다. 의사인 자기 자신이 혁명을 선도한 것처럼 그는 연설에서 의사들에게 시골과 농촌으로 들어가서 민중들을 돌보라고 강조하였다. 이후 쿠바의 의사들은 국민 속으로 들어갔고 전 세계 빈곤지역, 재난지역으로 속속 들어갔다.
2017년 어느 날, 쿠바의 농촌에서 촌로가 읊조리고 있다. "We live like poor people, but we die like rich people." 사망 50주년, 혁명가 체 게바라에게 경의를 표한다.
2017-10-25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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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33> 약사 레지던트
약국이 Howard 약대 근처에 있어 그 곳 학생들을 인턴으로 많이 쓰고 있다. 그 중에 하나인 엠마는 내년 5월에 졸업하는 약대 4학년인데 운 좋게도 졸업 후 우리 회사 취직이 약속되었다. 일도 잘 하고 똑똑하긴 하지만 약사 취업난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반증인듯하여 반갑다.
체인 약국에 취업이 약속되었지만 엠마는 레지던트 프로그램에 지원해 본다고 한다. 레지던트? 의사들처럼 약사들도 레지던트 프로그램이 있다. 병원에서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PGY1 (Postgraduate year 1), PGY2로 총 2년 과정이다.
PGY1은 각 병동을 도는 의사의 인턴 과정 같은 것이다. Clinical Pharmacist의 지도아래 의사 등과 환자의 투약에 대해 토의하고 결정하는데 참여하는 과정이고 PGY2는 특별 병동에 resident해서 자기의 전공을 갖게 되며 프로그램 이수 후 Clinical Pharmacist가 되는 과정이다.
약사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대부분의 병원은 약사채용조건을 PGY1을 수료한 약사로 제한하였고 당장 취업이 힘든 학생들은 2+4년에 PGY1, 1년을 더하는 사실상 약대 7년제가 정착되고 있는 모습이다.
체인 약국이 약사 취업난을 틈타 약사의 초임을 낮추고 심지어는 초임 약사를 파트타임으로 채용하는 등 약국 취업 조건이 나빠졌고 거기에다가 약국의 근무강도는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따라서 이전과 달리 병원 근무가 신진 약사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요즘 레지던트 지원이 급증하고 있다. 엠마의 동급생들도 대부분 체인 약국의 취직과 관계없이 레지던트를 지원한다고 한다.
병원에선 레지던트라는 명목으로 약사를 싼 값(연봉 4만 달러 정도)에 고용할 수 있고 약사들은 1년 더 공부하면서 평생직장을 잡을 찬스가 올라갈 수 있으므로 레지던트제도는 매년 더 확장되고 있다. 한편으론 레지던트로 이동하는 약사 수가 연 4,000여명에 이르므로 약사 수급 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시카는 오하이오 병원의 암 병동에서 일하는 임상약사다. 그는 PGY1과 PGY2 레지던트를 마치고 임상약사가 되었다. 그는 이 병원에서 말기 암환자의 통증약물 선택과 조제를 담당하고 있는데 환자와 가족, 약을 투여하는 간호사 등을 교육하고 의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약물 조제, 용량 변경, 투여방법 변경 등의 일들을 하고 있다.
이 병동 환자 중 Neil은 말기 췌장암 환자였다.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감지한 Neil은 마지막을 집에 가서 가족들과 같이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통증으로 고통이 너무 심한 닐은 통증으로 인해 병상을 벗어 날 수도 없었고 가족과 얘기 나누기도 힘들었다. 그렇다고 마약성 진통제의 용량을 더 올리는 것은 통증뿐 아니라 다른 기관도 마비시키는 작용을 해서 닐이 가족과 의사 소통하는 것이 더욱 방해하였다.
임상약사인 제시카가 연구 끝에 제시한 것은 주로 마취제로 쓰이는 Ketamine 이었다. 토론 끝에 이 약이 환자에게 투여되었고 환자는 기적적으로 병상에서 일어나 자기 집에서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편안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었다.
이 경우처럼 임상약사는 약사 중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케어하는 보람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약사 직능이다. 따라서 이런 이유로 임상약사가 되려는 학생에게 2년의 추가 교육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기간일 것이다. 임상의사처럼 응급상황에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는 전국의 임상약사들의 수고에 경의를 표한다.
2017-10-11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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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32> 거미에 물렸을 때
약국에 한 아가씨가 거미에 물린 것 같다고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어 왔다. 비누로 잘 닦아내시고 소독약 바르고 베나드릴을 드시고 기다려 보자고 했다. 하루 이틀이 지나도 가라 앉지 않으면 병원에 가보시라고. 응급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이 되었다.
사실 거미는 사람을 공격하진 않는다. 하지만 자기가 공격받는다고 생각하면 반격차원에서 사람을 물 수가 있다. 사실 우리도 거미를 공격할 마음은 전혀 없다. 수풀 사이를 걷다가 창고에 가서 겨울 부츠를 꺼내다가 자기를 공격한다고 오해를 한 거미의 역공을 받을 뿐이다.
거미는 전세계에 3만종이 서식하는데 사람에게 해를 주는 독성을 가졌다고 잘 알려진 거미는 세 종류이다. Black Widow Spider, Brown Recluse Spider 그리고 Brazilian Wandering Spider 이다. 과부 거미는 이름처럼 수컷과 교미를 한 후 바로 수컷을 잡아먹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색깔은 검고 등에 빨간색의 모래시계 같은 무늬가 있어 제법 멋있게 보인다. 그래서 영화 등에서 멋있는 캐릭터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 거미에 물리면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고 배쪽의 근육은 경직된다. 이 거미는 alpha-Latrotoxin이라는 toxin을 생성하는데 이 toxin이 우리 몸의 신경전달 물질 Acetylcholine을 과분비시켜 근육경직이 오게 하고 나중에는 아예 고갈을 시켜 마비,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Black Widow Spider 보다 더 무서운 것이 Brown Recluse Spider 이다. 이놈은 갈색으로 바이올린 모양의 몸통을 가지고 있다. Black Widow Spider는 비교적 집 밖 야생에 서식하지만 Brown Recluse Spider는 집안에 살고 있는 놈이라 우리가 맞닥뜨릴 확률이 더욱 높은 거미이다. 그래서 더욱 위험하다.
이 거미의 독은 피부조직을 파괴하는 효소가 들어있다. 그래서 이 거미에 물리면 피부가 괴사하면서 쉽게 감염이 일어나게 된다. 감염이 심해지면 조직을 절단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최소한 피부 이식을 해야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Brazilian Wandering Spider는 거미 중에 가장 센 독을 가지고 있다. 몸집도 커서 다리 길이가 15 cm나 된다. 거미집도 짓지 않고 어슬렁거리고 다닌다고 wandering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바나나를 운반하는 짐꾼들이 이 거미에 물려 사망한 경우가 종종 있어 바나나거미라고도 불린다. 특이한 것은 이 거미에 물린 후 4시간이나 발기가 지속된 경우도 있어 이 독소를 이용해 발기치료제로 개발 중이기도 하다.
National Geography TV 채널에는 일부러 독충들에 물려 보는 Coyote Peterson 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독개미나 말벌, 전갈 등에 물린 후 자기 몸에 나타나는 결과를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보여준다. 매우 위험한 일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는 그런 독충에 물리고도 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Black Widow Spider 경우는 심지어 물리는 것에 실패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이 과부 거미는 Coyote씨를 물지 않았다. 결국 자극하지 않으면 거미는 절대 물지 않는다는 사실만 확인 되었다. 거미에 물렸을 때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Black Widow Spider에 물린 후 나타나는 증상들은 3-5일이면 대부분 사라지게 된다. Brazilian Wandering Spider에 의한 사망률도 사실은 미미하다.
진화적으로 거미의 독은 먹이를 제압하려고 생긴 것이지 사람을 공격하려고 만들어진 건 아니다. 그리고 거미에 물린 후 주입된 독성의 양은 사람 몸의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양은 아니다. 그러므로 거미에 물렸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부위를 잘 씻어서 독성물질을 최대한 제거하고 소독제로 2차 감염을 예방하면 쉽게 처리할 수 있으리라 본다. 물론 안 물리는 게 더욱 중요하다.
2017-09-20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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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31> LGBTQ Patients
약사면허는 2년마다 갱신한다. 메릴랜드주 면허만 10년 이상 가지고 있다가 1년 전부터 워싱턴 디시 면허를 가지게 된 후 양쪽 면허를 격년 별로 차례로 갱신하게 되었다. 약사면허를 갱신하려면 CE(Continuing Education)점수를 메릴랜드는 30점, 디시는 40점을 확보해야 한다.
보통 CE는 한 Article 당 1점으로 30개나 40개의 아티클을 읽고 간단한 테스트를 패스하면 1점을 얻게 되는 구조이다.
메릴랜드의 경우 30개의 CE중에 Medication error 1점, Immunization 2점, live CE(강연, 세미나, 또는 인터넷 강의) 4점을 포함해야 한다. 디시의 경우는 이번에 처음 갱신을 준비하는데 Medication error 1점, Immunization 2점은 메릴랜드와 같고 live CE는 무려 10점, 그리고 독특한 것은 HIV 4점, Cultural Competence 2점이 포함되어 있었다.
메릴랜드에는 없는 HIV 관련 CE가 4점이나 포함된 건 그만큼 워싱턴 디시 지역에 HIV 환자가 많다는 것이고 그에 관련된 문화적 차이에 대해서도 공부하라고 의무사항으로 Cultural Competence 2점이 아울러 포함되어 있었다.
Cultural Competence 관련 CE를 찾아 보니 LGBTQ 환자 케어 라는 CE article이 있었다. LGBTQ Care가 뭔가 보니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Queer or Questioning(성정체성 의심) 등 성소수자 환자들에 대한 케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물음이었다.
레즈비언의 경우를 보면 지금 4-50대 중년이 된 레즈비언들이 가장 건강에 문제가 많다. 이 분들이 처음에 coming out 할 때가 2-30년 전이었다. 그 때는 사회가 지금처럼 그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쪽으로 개방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레즈비언으로 산다는 게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이 나이의 레즈비언들은 대부분 우울증에 걸려 있다.
한편, 레즈비언 여성은 몸무게가 많이 나가시는 분들이 많다. 여성스럽지 않으려고 일부러 몸무게를 불리려는 경향도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흡연, 음주 등도 많고 해서 당뇨병이나 심장질환에 걸릴 찬스가 일반 여성보다 훨씬 많다.
또한, 그들은 여성으로의 정체성이 약하므로 유방암이나 자궁암 검사를 소홀히 함으로써 이런 종류의 암에 걸릴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거기에 남자와 결혼한 여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보험 소지율도 낮으므로 (32% vs 26%) 이래저래 병원을 찾는 일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약국에는 절차가 번거롭지 않아 방문이 용이하므로 이들을 대하는 약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약사는 이들을 편견 없이 맞아야 하고 그들의 약국방문이 편안한 방문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 또한 약사는 이들의 특수성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적당한 케어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대선 토론회 때 문재인 후보는 동성애 반대라는 발언을 하여 성소수자들의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평생 인권을 중시해 온 분의 토론 중 말 실수라 믿고 싶지만 그만큼 한국 사회의 성소수자 차별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동성애는 당연히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보듬고 가야 할 영역이다. 그러므로 의사나 약사는 이들을 어린이나 노인 등을 케어 하듯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맞아야 할 것이다.
2017-09-06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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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30> 치명적인 10배 용량 에러
일어나서는 안 되지만 10배 용량 에러는 안타깝게도 쉽게(?) 발생하는 에러이다. 소수점이나 0 하나로 용량이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10배 용량의 투여로 치명적인 독성을 야기하기도 하고 반대로 10배 이하 용량을 복용한 경우는 효과가 전혀 없게 된다.
미시즈 스미스는 86세의 고령으로 관상동맥 Bypass surgery를 한 경험이 있고 심장 승모판을 교체한 적이 있었는데 그에 따른 만성 신부전증과 Congestive heart failure로 병원 응급실을 찾는 일이 많았다.
미시즈 스미스가 한 번 더 응급실로 들어 왔을 때 담당 의사는 미시즈 스미스가 이번에는 Rehabilitation center에 가서 몇 일 회복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여 미시즈 스미스를 병원에서 가까운 Rehabilitation center로 보냈다.
병원 간호사는 미시즈 스미스가 복용하고 있는 모든 약들을 Rehabilitation center에 transfer 하였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였다. 담당 의사는 미시즈 스미스에게 심장약 Digoxin 0.0625mg을 처방하여 병원에서는 이 용량을 복용하고 있었는데 transfer 과정에서 10배 용량인 0.625mg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Rehabilitation center에 근무 하는 약사는 조제 중에 컴퓨터에 Digoxin 과용량 경고가 뜨자 바로 담당 의사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불행히도 의사와 연결이 되지 않았다. 약이 필요한 환자를 위해 약사는 담당 간호사와 통화를 했지만 이 간호사는 어이없게도 환자의 차트를 보면서도 Digoxin 0.625mg이 맞다고 잘못 확인해 주었다.
결국 미시즈 스미스는 처방 보다 10배의 고용량 Digoxin을 복용하며 복용 직후부터 심한 메스꺼움을 호소하였다. 4일간 복용한 후에 심박수는 정상의 반 아래인 30/분 까지 내려갔고 Potassium level은 급격히 증가하였다.
Digoxin level을 측정해 보니 27.5ng/ml로 정상 치료량의 15~30배의 수치를 나타냈다. 미시즈 스미스는 즉시 응급센터로 후송되어 세척 치료를 받았고 모든 수치는 정상으로 내려갔으나 안타깝게도 그는 6주 후에 사망하고야 말았다.
이 외에도 아이에게 항우울제인 Abilify 2mg 대신 20mg을 투여하여 아이가 더욱 우울해져 좀비 같아졌다는 증상을 보인 경우도 있었고, 또 다른 항우울제인 Doxepin 10mg을 하루에 다섯 번 투여하라는 처방을 100mg 씩 하루 총 500mg을 복용한 사례도 있었다.
이 환자는 다음 달 리필 때 에러가 발견될 때까지 무려 한달 간을 고용량을 복용하면서 극심한 피로와 현기증으로 고생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사고를 막으려고 여러 가지 예방책이 제시되고 있는데 우선 요주의 약물(예; Digoxin, Methotrexate 등)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조제 전에 치밀하게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
소수점 이하 용량 약물이나 mcg, unit 등의 용량 등에는 안 써도 되는 Zero를 써가지고 (예: 1.0mg을 10mg으로 혼동) 헷갈리게 하거나 소수점 용량의 경우 Zero를 안 써서 (예: .5 mg으로 0을 안 써서 5mg으로 혼동) 잘못된 용량을 투여하는 경우를 피할 수 있도록 의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약사는 Verify중에 주의를 요하는 DUR(Drug Utilization Review)이 뜨면 항상 의사와 확인하고 넘어가는 것이 필수이고 필요 시 환자에게 용량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환자도 약을 복용 후 비정상적인 심한 부작용을 느끼면 즉시 의사나 약사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관점에서 보면 약을 환자에게 마지막으로 전달하는 사람은 약사이고 그래서 약사는 모든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최종 수비수이므로 약화사고에 대한 약사의 책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하겠다.
*본 칼럼 '위싱턴 약국일기' 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HIPAA Rule에 의해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7-08-23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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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29> 파킨슨병
필라델피아에 있는 막내한테서 갑자기 카톡이 왔다. 친구 제시카 엄마가 아빠의 약을 타이레놀인줄 알고 잘못 복용했는데 어떻게 해야 되는 문의였다.
가족끼리도 오랫동안 알고지내던 사이라 난 제시카 아빠가 2년 전부터 Parkinson Disease로 고생하고 있는 걸 알고 있었다.
제시카 엄마는 Stalevo라는 파킨슨 치료약을 반 알 복용하였다. 많은 약을 복용한것도 아니고 Stalevo가 독극물도 아니니 걱정 마시고 물 많이 드시라고 했다.
하지만 메스꺼움이 오래 지속되거나 심해지면 의사를 찾으라고 했다. Stalevo의 가장 심한 부작용은 nausea이기 때문이다.
제시카 아빠가 파킨슨 병을 앓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한동안 만나지는 못했는데 얼마 전 모임에 참석한 그를 보고 그 증세가 심각해 많이 놀란 적이 있었다.
그는 혼자서는 걷기도 힘들 정도였고 손은 떨고 있었으며 근육이 경직되어 있어 고개는 숙여지고 있었다. 최근에는 심하게 넘어지기까지 해서 머리를 꿰매는 수술까지 하였다고 한다. 그는 전형적인 파킨슨 병의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파킨슨 병은 우리 뇌에서 운동신경을 조절하는 Dopamine의 공급이 줄어들어 생기는 병이다. 그 원인은 아직 명확히 알 수 없으나 주로 60세 이상의 사람들에게서 발병하는 것으로 보아 노인성퇴행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많은 파킨슨병 환자가 치매로 진행되기도 한다.
80세 이상 노인의 4%가 이 병에 걸려있고 60세 이상의 2%가이 병에 걸려있다. 드물게는 젊은 나이에도 이 병이 시작되는데 대표적인 사람이 40대에 발병하여 파킨슨병으로 30년간 투병한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이다.
무하마드 알리가 파킨슨병에 걸린 것은 운동 중에 받은 뇌의 충격이 쌓인 것과 알리가 훈련을 야외에서 한 경우가 많아 파킨슨병 유발 추정 살충제에 의한 발병으로 짐작되고 있다.
하지만 권투선수들이 유달리 파킨슨병을 많이 앓고 있다는 통계도 없고 살충제를 가장 많이 쓰는 농부들이 파킨슨병을 많이 앓고 있다는 통계도 없어서 알리의 발병원인은 정확하지 않다. 알리 뿐 아니라 대부분의 젊은 환자들의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다.
Stalevo는 Levodopa/Carbidopa /Entacapone의 콤비네이션으로 이루어진 약이다. 파킨슨병은 뇌에 도파민이 부족해서 생기는 병이므로 뇌에 도파민을 공급해 주는 방법으로 치료를 시도한다. 하지만 도파민 자체는 Blood-Brain Barrier를 통과하지 못하므로 뇌로 운반될 수 있는 도파민 전구체인 Levodopa를 투여한다.
여기에다 Levodopa를 도파민으로 만드는 효소를 차단하면서 Blood-BrainBarrier를 통과 못하는 Carbidopa를 같이 넣어준다. 그러면 혈액 내에는 뇌로 운반될 Levodopa가 많아지게 된다. Entacapone은 Levodopa나 Carbidopa 등을 분해하는 효소를 억제하는 약물로 두 약의 활동을 돕게 된다.
도파민의 유사체, 소위 Dopamine agonist 들을 초기 파킨슨병에 투여하기도 한다. Bromocriptine, Pergolide, Pramipexole 등이 뇌로 들어갈 수 있는 Dopamine agonist 들이다. 또한 도파민 분해를 억제하는 효소 MAO의 inhibitor인 Azilect나 Selegiline을 사용하기도 한다. 손떨림 등의 Involuntary movement(Dyskinesia)의 증상개선 약으로는 Trihexyphenidyl을 쓴다.
하지만 이러한 약들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보여주긴 하나 근본적인 치료약은 아니다. 이 약들은 파킨슨병의 퇴행 속도를 늦출 수는 있으나 멈출 수는 없다. 증상들도 완전히 회복되는것은 아니라서 여러 가지 안 좋은 증상들로 환자는 계속 고생하게 된다.
더구나 환자들은 심리적으로도 불안하다. 치매와는 달리 파킨슨병 환자들의 정신상태는 거의 정상인과 같으므로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이 따라오고 자살자가 속출한다.
제시카 아빠는 NASA에서 별들을 관측하던 천문학자였다. 은퇴 후 노후를 집안에서 보내던 중 이 몹쓸 병에 걸렸다. 은퇴 후 몇 해 전만 해도 그는 사람들에게 별 이야기를 많이 하곤 했다. 지금도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말이 새서 의사전달도 힘들고 움직임도 힘드니 그냥 포기하고 있을 뿐이다.
유시민 작가는 자기가 치매가 걸리기 전에 모든 지인을 초청해서 한바탕 잔치를 벌인 후 죽기까지 은둔해서 살면서자기의 추한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지 않겠다고 했다. 좋은 생각이다. 다만 치매뿐 아니라 제시카 아빠 경우를 보면 파킨슨병도 같이 고려해야 될 것이다.
담배와 커피가 파킨슨병 예방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파킨슨병 피하려다 폐암에 걸릴 수도 있으니 담배는 파킨슨병이 발병하면 시작하도록 하고 60세가 넘으신 분들은 커피를 즐기시라고 권하고자 한다.
2017-08-09 09:40 |